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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5화 (5/308)

5화

던전 조난, 삼주 차.

“서, 설마?!”

꾸준히 실력을 쌓고 있던 도중 갑작스럽게 위기가 찾아왔다.

뎅그랑.

배낭을 탈탈 털어도 나오는 건 비스킷 한 봉지와 꽁치 통조림 하나, 그리고 생수병 500ml가 끝이었다.

“이러다가 거미한테 죽는 것보다 먼저 굶어 죽겠네.”

그러자 옆에서 갑자기 세이비어가 나타났다.

“그냥 몬스터 잡아먹으라니까. 해체는 기가 막히게 하더구먼.”

“절대 싫은데요.”

건우는 인상을 홱 찌푸렸다.

때때로 던전에서 장기적으로 조난을 겪었을 때 몬스터 고기를 취한다는 사례가 종종 있었지만, 그게 자신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항상 목숨을 생각해서 C급 이상의 던전에는 접근도 안 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몬스터 드신 적 있어요?”

“있지. 고블린부터 시작해서 다 먹어봤는데, 카토블레파스가 제일 맛나더구나.”

“그거 먹을 수 있는 거였어요?”

“그럼.”

건우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카토블레파스는 검은 버팔로를 닮은 2성급 몬스터다.

특징은 석화 능력으로, 그 때문에 낮은 등급 헌터들은 얼씬거리지도 못했다.

그런데 그 누가 자신의 몸을 돌로 만드는 마수를 요리해먹을 생각을 할까?

거기에 해당되는 세이비어가 자랑하듯 연신 떠벌렸다.

“그놈이 육즙이 아주 끝내주거든. 나중에 만나면 꼭 먹어봐.”

건우는 피식 웃다가 곧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럼 그 녀석을 먹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거미는 내일 사냥해야겠네요.”

결전의 때가 왔다.

식량은 이제 바닥났고, 퇴로도 의미가 없다.

“근데, 녀석아. 복원은 좀 숙달됐냐?”

“후우.”

세이비어의 질문에 건우는 머리를 이마 뒤로 넘기며 한숨을 쉬었다.

“한 끗 차이라고 할까? 이 이상 숙련도가 올라가지 않네요.”

건우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한번 상태창을 확인했다.

[최건우]

▶직업: 무

▶레벨: 10

▶전용스킬

-[복원][소유권 부여][완전기억능력][이그너스 마나연공식]

▶일반스킬

-[파이어 볼][윈드 커터][체인 라이트닝][헤이스트]……

▶스테이터스

[근력 15] [민첩 16] [체력 80] [마력 150]

<복원> 액티브

-등급: S-

-설명: 현재 상태의 물건을 이전의 상태로 돌려두는 고유능력.

-숙련도: 하 98%

*생물에게 사용 가능(상처 수복 가능, 절단부위 복원 불가)

숙련도 ‘중’까지는 이제 2% 남았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복원의 숙련도가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이게 다이어트 할 때, 마지막 1kg이 안 빠지는 고통인 건가.”

건우는 머리를 긁적거리다가.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말하며 벌렁 누워버렸다.

“밥 안 먹냐?”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서는 오늘은 굶고 내일 먹어야겠죠.”

“여기서 나가면, 뭐 할 생각이냐?”

“당연히 걱정하고 있는 여동생 보러가야죠.”

건우는 벌써부터 집에 있는 여동생, 지혜가 걱정됐다.

“아버지나 어머니는?”

“……던전 브레이크 때, 몰려든 몬스터 때문에 돌아가셨어요.”

던전 브레이크.

일정 시간 안에 던전을 공략하지 못하면 몬스터가 게이트로 쏟아지는 현상으로, 안타깝게도 건우의 부모님은 그 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그때 이 정도 힘만 갖췄어도 그럴 일은 없었을 텐데.’

건우는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세이비어는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하기 위해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지혜라고 했냐? 그럼 그 아이도 내 손녀겠구나.”

“아니요. 할아버지랑 전혀 상관없는 아인데요.”

“야박한 녀석.”

“제가 채점기준이 좀 까다롭습니다.”

“뭐야!”

세이비어는 화를 냈고, 건우는 피식 웃으며 얌전히 잠에 들었다.

***

우득!

건우는 마지막 남은 비스켓을 이빨로 부수며 전투 준비를 마쳤다.

오늘은 중요한 결전.

그 때문에 배낭은 메지 않았다.

대신 그의 왼손에는 양제철검이 들려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오크 글레이브를 휘두르고 싶지만 근력이 버텨주지 못했다.

전 주인과의 근력이 확연히 비교되는 순간이었다.

건우는 오크 글레이브의 주인인 선우진을 떠올리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B급이랑 차이가 확연히 나는군.’

“마법은 안 쓰는 거냐?”

“마법만으로 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편했을까요?”

“위급한 상황이면 언제든 부르거라.”

“마력이 남아있으면요.”

세이비어는 씁쓸한 표정으로 모습을 감췄다. 보스방의 영향력 때문에 그곳에서는 세이비어가 쉽게 간섭할 수 없었다.

건우는 다시 한번 인연의 장소에 들어갔다.

뚜벅.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완전히 폐허가 돼버린 궁궐의 바닥은 균열이 가득했다.

주변을 살피니 사방팔방 실이 엮이며 거미줄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천장에는 죽은 헌터들이 고치가 되어 매달려 있었다.

꿀꺽!

건우는 고인 침을 삼키며 아라크네가 봉인돼 있던 방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부서진 문짝을 통해 독기가 흘러나오는 방.

슬쩍 안을 들여다본 건우는 눈을 번뜩 떴다.

“……이 자식, 어디로 간 거야?”

그때 귓가에 세이비어의 목소리가 들렸다.

-위다!

“?!”

캬아아아아악!

고개를 위로 드니 3미터에 육박한 아라크네가 실 한 줄기에 몸을 지탱하며 건우를 덮쳐 내려오고 있었다.

화르르르르륵!

건우는 손에서 즉각 파이어 볼을 난사했고, 아라크네는 화염을 두른 채 추락했다.

콰아아아아앙!

지반이 심하게 요동쳤다.

까드드드득.

불길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아라크네는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아, 하아 뭐 저딴 게 다 있어.”

아슬아슬하게 아라크네가 추락한 곳에서 벗어난 건우가 숨을 헐떡였다.

치이이이익!

그새 어깨 쪽에 독기가 닿았는지 건우의 살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중독 상태에 빠졌습니다. 1분마다 체력이 2씩 감소됩니다.]

건우는 망설이지 않고 어깨를 손으로 덮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중독 상태에 벗어났습니다.]

상처는 순식간에 아물었다.

까드드득!

아라크네는 이빨을 바드득 갈며 건우와 눈을 마주쳤다.

실로 몸을 감싸고 있기는 했지만, 그 속에는 검이 박혀있었다. 아라크네는 두 팔이 자유로운 몬스터임에도 불구하고 검을 뽑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뽑지 못했다.

건우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카심과 나의 합작품이지.’

검에는 ‘소유권 부여’ 스킬이 걸려있었다.

따라서 소유자가 정해진 검은 주인이 아닌 어떠한 존재의 손길도 거부한다. 더욱 무서운 것은 검신에 카심의 사신의 저주가 심겨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7성급의 이 위험한 몬스터는 5성급으로 그 역량이 현격히 떨어졌다.

아니, 어쩌면 지금은 5성보다도 더 떨어졌을지도 몰랐다.

“이렇게 얼굴 마주 본 건 오랜만이다. 이 거미 자식아.”

건우는 검을 추켜세우며 아라크네를 향해 의기양양하게 웃어 보였다.

과거의 앙숙을 알아본 걸까?

“…….”

멍하니 건우를 주시하던 아라크네의 얼굴이 곧 흉악하게 일그러지며 괴성을 내질렀다.

카아아아악!

[아라크네가 피어를 발산했습니다.]

[상태이상 마비로 민첩이 40% 둔화됩니다.]

“뭐?!”

건우가 당황하는 틈을 이용해 아라크네가 즉각 독이 깃든 손을 내질렀다.

‘피해야 돼!’

건우의 몸은 순식간에 금빛으로 물들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상태이상 마비에 벗어났습니다.]

콰앙!

충돌 직전 아슬아슬하게 몸을 움직일 수 있었지만, 아라크네의 날카로운 공격이 옆구리를 스쳐 지나갔다.

살점이 상당 부분 날아가고, 상처 부위는 독기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뎅그랑.

검은 단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검신이 부러졌다.

게다가 더 심각한 건.

“쿨럭!”

이번 공격으로 아까보다 더 심각하게 중독돼 각혈까지 한다는 것이다.

건우의 몸이 이번에도 금빛으로 물들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상태이상 중독에서 벗어났습니다.]

[독에 대한 내성을 획득했습니다.]

카아아아앙!

아라크네가 난잡하게 건우에게 돌격했다.

건우는 헤이스트를 시전하고선 아라크네 주변을 선회하며 파이어 볼을 연사했다.

콰콰콰콰쾅!

무영창 캐스팅의 위력으로 아라크네의 몸은 순식간에 불더미에 파묻혔다.

카아아앙!

하지만 아라크네는 기합 한 번으로 불꽃을 날려버렸다.

“뭐?!”

더욱이 무서운 건 불꽃 속에서 살기를 감추고 숨었다가 단숨에 건우에게 기습을 가했다는 것이다.

덥석!

건우는 피하지도 못하고 아라크네의 손에 덥석 잡혔다.

그동안 원한이 맺힌 것에 대한 앙갚음인 걸까?

아라크네가 양손으로 몸을 옥죄자 건우의 갈비뼈가 부러졌다.

“크아아아아악!”

건우는 고통에 힘겨워하며 몸부림쳤다.

곁에 머물고 있던 세이비어가 귓가에 소리를 내질렀다.

-빨리 나를 불러!

‘안 돼요. 마력이 별로 없어.’

고통에 힘겨웠지만 건우는 도움의 손길을 거부했다.

어차피 마력공유를 하더라도 체내에 있는 마력이 얼마 없어 아라크네에게 강력한 한 방을 날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건우는 그 대신 무의식적으로 손에 쥐고 있는 검에 복원을 시도했다.

[형태가 완전히 파손됐습니다. 현재 역량으로 복구를 할 수 없습니다.]

아라크네는 히죽 웃으며 천천히 건우를 자신의 입가로 가져갔다.

‘조금만 더.’

건우는 연신 복원을 시도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아까와 다른 시스템 메시지 음이 울려 퍼졌다.

[복원 스킬 숙련도가 향상됐습니다.]

[부서진 형체에도 복원 스킬이 적용 가능하도록 변경됩니다.]

우웅!

부러진 검신에 철가루가 다닥다닥 달라붙으며 원형으로 복구됐다.

푸욱!

검신이 형성됨과 동시에 건우는 아라크네의 눈가에 검을 꽂아 넣었다.

키에에에에엑!

갑작스런 기습에 아라크네는 손에 힘을 풀었다.

건우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라크네의 목둘레에 체인 라이트닝을 시전한 뒤,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치지지지지직!

온몸이 감전된 아라크네는 경련을 일으키며 마비됐다.

건우는 아라크네가 정신을 차리고 방방 날뛰기 전에 재빨리 뒤꽁무니에 박혀있는 검의 자루를 손에 쥐었다.

소유자는 전생의 로한.

바로 건우 자신이었다.

“간다!”

건우는 그대로 검 자루에 복원스킬을 사용했다.

[크루엘 마검의 내구도가 완전히 복원됐습니다.]

무뎌져있던 검신은 곧바로 예리하게 변했다.

건우는 즉각 검을 붙들고 힘껏 횡으로 휘저었다.

촤아아아악!

그러자 실이 뚜둑 끊기며 녹색의 체액이 밖으로 분출됐다.

[크루엘 마검에 실린 사신의 저주가 아라크네에 깊게 침투합니다.]

키에에에에엑!

아라크네는 고통에 절규했다.

하지만 건우의 공격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서걱!

은빛의 빛줄기가 스쳐 지나가며 아라크네의 한쪽 다리가 절단되었다.

뒤뚱. 콰앙!

균형을 잃은 아라크네가 한쪽으로 기울며 쓰러졌다. 아라크네는 몸을 파르르 떨며 뒤로 물러서려고 했다.

그런 아라크네를 건우가 냉담한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아직 안 끝났어.”

푸욱!

한순간 날카로운 검신이 여인의 상체에 그대로 박혔다.

키에에에엑!

아라크네는 격앙을 토해내며 건우의 목덜미를 물기 위해 발악했다.

그러나 건우는 이미 예상이라도 한 듯 가뿐하게 공격을 피하고 검으로 아라크네의 목을 그었다.

승부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이그너스 침략자 아라크네를 처치하셨습니다.]

[칭호, ‘독의 여왕’을 획득하셨습니다.]

“어울리지 않게 뭔 놈의 여왕이야.”

건우는 홀에 있는 시체들을 향해 애도를 표했다.

“일단 한 마리. 남은 원수들은 걱정하지 마. 내가 응징할 테니까. 너희는 신경 쓰지 말고 편히 쉬어.”

짧게 애도를 마친 후, 건우는 손에 쥐어져 있는 크루엘의 마검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아직 카심의 저주가 남아있으려나.”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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