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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3화 (3/308)

3화

허물어져 가는 외진 골방.

툭.

침대 위로 마법진이 형성되더니 그곳에서 건우가 떨어졌다.

“허억.”

그는 연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의 방을 살피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오랜만이군.”

건우는 기억을 천천히 되짚었다.

재생의 마도사, 로한 이그너스.

꿈에서 줄곧 보았던 로한은 바로 건우의 전생의 모습이었고, 이곳은 그 로한의 공방이었다.

“전생계승이 성공했구나.”

전생계승.

그것은 전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다음 생의 자신에게 계승시키는 마법이었지만, 로한은 반만 성공했다.

당시에는 마력의 고갈로 미처 완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적적인 확률로 건우가 로한의 사체와 만남으로써 마법이 완성됐다.

그 결과 건우는 살아남는 데 성공했다.

“역시 난 천재야.”

일심동체라고 할까?

나는 로한 이그너스다.

나는 최건우다.

건우는 이 둘을 분리하지 않고, 온전히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받아들였다.

이 점을 미루어 볼 때, 로한의 마법은 완벽히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는 던전이 아니라 내 영지였지.”

건우는 분한 듯 이빨을 갈았다.

“그 개자식들.”

건우는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세계는 멸망으로 기울이고 있었다.

멸망의 원인은 다양했다.

인류는 재앙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아라크네도 그중 하나였고, 건우는 몇 차례나 위기를 극복하였으나 결국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전생에 확실하게 알아낸 사실은 재앙에도 배후가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멸망에 저항하는 로한 이그너스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그 때문에 로한의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

“씁쓸하네.”

그 당시를 회상하던 건우는 씁쓸한 표정을 짓다가 주먹을 꽉 쥐었다.

“조만간 다시 온다.”

세월은 꽤 흘렀다.

허나, 멸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재앙을 전파하던 자는 힘을 소진함에 따라 긴 영면을 취했을 뿐이다.

이것은 당시 전쟁 때, 건우가 신탁으로 접한 내용이기 때문에 틀림없었다.

그 때문에 전생계승을 통해 훗날을 도모하려 했던 게 아닌가.

지끈.

한순간, 두통이 밀려왔다.

머릿속으로는 로한으로 살던 세상이 멸망하던 광경들이 연달아 스쳐지나갔다.

“……막아야 돼.”

그리고 배후를 찾아 똑같이 앙갚음을 해야 했다.

건우는 자연 그들이 머물고 있는 곳을 떠올렸다. 전생에서도 세상이 멸망하던 당시 그것은 분명 모습을 드러냈다.

탑.

모든 재앙은 게이트와 유사한 원리로 세상에 도래했다.

그 근거로 따져 봐도 재앙을 보낸 이는 분명 탑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녀석이 눈을 뜨면 다시 재앙이 튀어나오겠지.”

이대로 가면 거듭된 재앙 속에 인류는 결국 무너지고 말 것이다.

건우는 주먹을 꽉 쥐며 지금 당장 급선무로 해야 될 것을 떠올렸다.

‘강해져야 돼.’

그들과 버금가는 힘을 손에 넣지 않으면 이번에도 필시 같은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다행히 희망은 있다.

강해질 수 있는 근거가 눈앞에 명백히 있기 때문이다.

[최건우]

▶직업: 무

▶레벨: 1

▶전용스킬

-[복원][완전기억능력]

▶일반스킬

▶스테이터스

[근력 4] [민첩 1] [체력 1] [마력 1]

한없이 빈약해 보이지만, 어쨌거나 상태를 엿볼 수 있는 창.

바로 시스템이 도입된 것이다.

전생에서는 이런 현상은 겪은 적이 없었지만, 이것은 필시 좋은 징조였다.

전생의 로한은 실패했다.

하지만 현재의 건우와 전생인 로한의 힘을 합친다면 그 너머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

전생에 건우는 강한 마법사는 아니었다.

그 때문에 어린 시절 그는 이그너스 가문에서 모자란 놈이라며 쫓겨나기까지 했다.

그런 그가 어떻게 명성을 떨친 마도사가 됐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그에게는 누구에게도 없는 한 가지 큰 장점이 있다.

스윽.

건우는 무뎌진 검에 스윽 손을 갖다 댔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황금빛의 마력이 검신을 뒤덮자, 곧 날이 예리하게 변했다.

복원.

사전 뜻 그대로 그것은 현재의 것을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마법으로, 이그너스 가문의 수호신 차이트와 계약을 맺어 얻어 낸 건우의 고유능력이다

전생에 그는 이 능력을 통해 상당한 업적을 이루었다.

“그때에 비하면 암울하기 짝이 없네.”

방금 막 복원한 양제철검의 상태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제철검>

-등급 : 노멀

-설명 : 대장장이가 만든 양질의 검

-물리 공격력 25 상승

-내구도 10/15

이제 막 각성한 참에 당연히 전성기 시절의 힘을 바란 것은 아니다.

하나, 내구도를 완전히 복원시키지 못하는 것은 과거 로한이었던 시절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복원> 액티브

-등급 : S-

-설명 : 현재 상태의 물건을 이전의 상태로 돌려두는 고유능력.

-숙련도 : 최하 10%

*발동 시, 소유마력의 5% 차감

*노멀 등급 이상 아이템 복원 시 추가 마나 소모.

*생물에게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상태창을 이용해 원인을 분석한 건우의 결론은 이러했다.

“결국은 숙련도 문제고, 보다 본질적인 건 마력의 문제네. 그게 아직 남아 있으려나.”

건우는 즉각 공방을 뒤졌다.

오랜 전쟁으로 인해 실험에 쓰였던 플라스크나 마법 재료는 다 깨지거나 썩어문드러졌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찾았다.”

건우는 공방 구석구석에 감춰진 보석들을 꺼내 들었다.

가공하지 않는 원석의 보석.

거기에는 희미한 마나의 잔재가 흘러내렸다.

건우는 보석 몇 개를 집어 복원을 시전 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그렇게 체내의 마력이 모두 고갈될 쯤.

우우우웅.

보석의 잃어버렸던 광채가 돌아왔다.

“됐다!”

건우는 한순간 쾌재를 불렀다.

마나스톤.

고대의 마도사들이 수련을 위해 마력을 담아둔 보석이었다.

하지만 보석에 갇힌 마력은 시간이 지나면 고착화되기 마련이다.

간단히 말하면 마나스톤의 유통기한은 10년.

10년을 넘기면, 마나스톤에 있는 마나는 마나스톤에 고착돼 꼼짝도 못한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복원에 의해 보석 안에 담긴 마력은 다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건우는 즉각 마나스톤의 마력을 이용해 허공에 금빛의 마법진을 그렸다.

[마력성간회로를 발동합니다.]

[주변의 마나가 성간회로에 접속해 3배 이상 증폭됩니다.]

뒤이어 건우는 가부좌를 틀고 이그너스의 마나 연공식을 취했다.

꿈틀.

급속도로 진입하는 마력이 세찬 물살처럼 체내에 돌기 시작했다.

지금은 체내에 있는 독기를 배출하는 과정.

그렇게 마력이 원만히 순환될 만큼 체내가 깨끗해지면 이그너스의 연공식이 본격적으로 발현된다.

스윽.

서서히 단전과 심장 쪽에 마나홀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그너스의 마나 연공식, 1성에 도달했습니다.]

이후부터는 마나스톤을 다 소모할 때까지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

이 과정은 마치 애벌레가 나비로 우화하는 과정과도 같았다. 단계를 거칠수록 마나 홀뿐만 아니라 몸 역시 세밀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략 건우는 반나절의 시간을 소모했다.

[이그너스의 마나 연공식, 3성에 도달했습니다.]

[스킬에 부여된 마력소모치가 대폭 하향 조정됩니다.]

[근력이 4 상승합니다.]

[민첩이 5 상승합니다.]

[체력이 40 상승합니다.]

[마력이 100 상승합니다.]

번뜩!

눈을 뜬 건우의 눈빛은 금광을 이루고 있었다.

“후우.”

건우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쾌함에 호흡을 내뱉었다.

“이 이상 하면 위험하겠어.”

더 높은 레벨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자중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몸 상태는 폐급 고물차에 스포츠카 엔진을 단 것과 마찬가지였다. 물론 마나 연공식은 차츰 몸을 변화시켜 부작용을 줄여 준다.

하지만 마법사가 체력적으로 약한 것도 다 이런 점 때문이었다.

결국 마법사의 몸은 마나를 휘두르기에만 적합한 체질로 변모하게 된다.

따라서 건우가 전생보다 더 강해지기 위해서는 엔진에 맞는 피지컬을 갖춰야 했다.

그러나 이 순서는 일단 뒤로 미루었다.

왜냐하면,

“슬슬 전성기 실력을 되찾아볼까?”

이 던전을 정복하고 무사히 귀환하기 위해서는 복원스킬을 향상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

던전에서 조난당한 지, 이주일.

건우의 공방에는 검부터 시작해 13개의 병장기가 널려 있었다.

모두 아크길드에서 내구성이 닳았다고 건우에게 건네준 무기였다.

“아주 가관이구먼. 이 자식은?”

그중 선우진이 사용했던 무기는 최악 그 자체였다.

<오크 글레이브>

-등급 : 노멀

-설명 : 오크 돌격대장의 전용 무기. 잦은 전투로 날이 심하게 손상된 상태다.

-물리 공격력 150

-내구도 7/25

무기를 복구하는 드워프들도 이걸 보면 새로 사는 게 낫겠다며 폐기시킬게 분명했다.

“다루는 인간 인성이 쓰레기니까 어쩔 수 없지.”

건우는 천천히 검신에 손을 올리고 복원스킬을 사용했다.

우웅. 스슥.

무딘 날이 점차 예리해지고 날이 나간 부분은 철가루가 들러붙더니 원형 그대로 복구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마나 연공학 덕분에 체내의 마나는 아직 여유가 있는 상태였다.

[복원스킬 숙련도가 향상됐습니다.]

[생물에게도 복원스킬 적용이 가능하게끔 변경됩니다.]

이것으로 아이템 복원은 완벽히 마쳤다.

건우는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아이템들을 보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가서 팔면 완전 대박 나겠네.”

원래는 폐기 예정이었던 아이템을 완벽하게 탈바꿈했으니 시장에서 제값에 팔 수 있으리라

“응? 이거 왜 안 꺼져?”

한데, 어째서인지 아직 상태창의 알람이 꺼지지 않았다.

[폐기 예정이었던 무구들이 애정 어린 손길에 눈을 떴습니다.]

[스킬, 소유권을 획득했습니다.]

<소유권> 액티브

-등급 : A-

-설명 : 복원스킬을 거친 것에 소유권을 부여할 수 있다.

-숙련도 : 하 17%

*소유권을 부여 시, 주인 한정으로 기본 공격력 및 내구도가 상승한다.

*소유권이 부여된 무기는 소유주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다.

*소유권이 없는 자가 무기를 붙들면 결계로 튕겨낸다.

“휘익.”

건우는 휘파람을 불며 감탄하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팔 수 있는 물건에 소유권을 부여할 수는 없지.”

우우웅.

서운한 듯 검명이 울려 퍼졌다.

“거참 귀 따갑네. 좋은 주인 만나. 엉뚱한 생각하지 말고.”

건우는 복원한 아이템들을 아공간 가방에 몰아넣었다.

작업을 마친 건우는 아라크네 공략에 대해 고심에 빠졌다.

기본적으로 이곳은 그의 영지.

그 때문에 이 방과 보스방의 위치는 거리상으로 계산이 가능했다.

“……아라크네와는 아직은 만나면 안 돼.”

이그너스 침략자, 아라크네.

강진혁은 5성급 보스라고 말했지만, 사실 그것은 정확한 판단이 아니었다.

아라크네의 원래 등급은 7성급.

S급 헌터 파티가 팀을 이루어야만 잡을 수 있는 최고 레벨이었다.

하지만 전생에 벌인 격전 이후로 아라크네는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했기에 급격히 5성으로 다운됐다.

당시 건우의 가신인 카심이 최후의 힘으로 사신의 저주를 걸었기 때문이다.

사신의 저주.

이 저주가 발동되면 대상은 입은 상처를 결코 회복할 수 없다.

그나마 아라크네는 그 끈질긴 생명력으로 어떻게든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막강한 최종보스인 건 변함없었다.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아라크네와의 조우 가능성을 계산해 보던 건우는 희망이 생긴 건지 밟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뒤에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그러면 나는 대현자 양반부터 만나 봐야겠네.”

***

거대한 난로 앞.

그 위로는 이그너스 가문을 대표하는 가주들의 초상화가 몇 점 걸려 있었다.

키익!

그리고 그곳에는 때마침 고블린 두 마리가 어슬렁거렸다.

‘후우’

벽에 몸을 숨기고 있던 건우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고블린이라면 팬텀울프보다 상대하기 수월했기 때문이다.

‘전생에도 이 정도 고블린은 마법 없이 이길 수 있었어.’

건우는 로한이었던 시절의 경험과 자기 자신을 믿었다.

막말로 짐꾼인데 탱커까지 겸비한 게 그의 삶이지 않은가.

저벅저벅.

그때 고블린 중 한 마리가 건우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키익?

멀뚱한 표정으로 위를 올려다본 순간.

콰직!

건우는 지체 없이 검을 휘둘러 고블린을 양단 내버렸다.

그와 동시에 남은 한 마리가 소리를 내지르려고 했다.

‘위험해!’

동료를 부르는 소리라는 것을 직감한 건우는 즉각 고블린의 단검을 주워들었다.

[고블린의 단검을 복원했습니다.]

[고블린의 단검에 소유권을 부여했습니다.]

푹!

그리고 단검을 투척해 고블린의 가슴을 맞췄다.

키에에엑!

어깨를 적중당한 고블린은 검을 뽑기 위해 검 자루를 손에 쥐려 했다.

파직!

그러나 그때 스파크가 튀며 고블린의 손을 튕겨 냈다.

이후로도 같은 행위를 반복했지만, 고블린은 단검을 뽑지 못하고, 단검에 깃든 독에 중독돼 죽음을 맞이했다.

건우는 만족스러운 듯 고블린에게 박혀 있는 검을 뽑아 들었다.

“생각보다 쓸 만한 스킬이네.”

스윽.

건우는 주변을 경계하다 차분히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저 왔어요.”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주변에는 사람 또한 없었다.

건우는 관자놀이를 긁적이며 다시 말했다.

“당신의 마지막 후손, 로한 이그너스가 왔습니다. 그만 연기하셔도 됩니다.”

스윽.

그 순간, 난로 가운데 걸려 있는 초상화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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