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해민은 프레딕터가 보여주는 환상을 보았다.
다스리는 자가 되었어도 시현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망토 하나, 관 하나도 새롭게 걸치지 않은 채 앞서 걷고 있을 뿐이었다.
그를 따르는 많은 사람들의 웃음 소리가 들렸고 시현이 그들을 돌아보면서 징징거리는 게 보였다.
그 모습이 보일 때면 해민은 어느새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클랜 A가 시현을 놀리는 동안 시현이 제대로 응수도 못하고 고스란히 다 당하다가 시아를 바라보며 웃으면서 손을 뻗는 게 보였다.
어느새 시현과 닮은 웃음을 지은 채 시아가 시현의 손을 마주 잡았고 시현이 그런 시아의 손을 잡아 끌어 어깨를 감싼 채 머리에 입술을 맞추었다.
라이어 버드가 기습적으로 시현의 고백을 가로챘다.
“사랑해.”
시현의 목소리가 라이어 버드에 의해서 튀어 나왔다.
“아, 뭐야아! 저 따위 사기꾼 괴수한테 저런 소리 듣고 싶지 않았는데!”
시아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주비가 시현의 반려가 되기를 바라는 라이어 버드들이 시현의 목소리로 뒷말을 덧붙였다.
“사랑해. 주비. 사랑해. 주비.”
그래놓고는 뒷일은 당신들이 알아서 하시라는 듯이 언제나처럼 무책임하게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린 채 먼저 냉큼 날아가버렸다.
주비는 흐뭇하게 라이어 버드들의 뒤꽁무니를 구경하면서 헌터들 사이에 끼어 있었다.
무너진 도시에 황혼이 깃들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절망을 읽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네 도시. 네 제국. 너는 길을 만드는구나.’
해민은 프레딕터가 보여주는 장면을 보면서 씁쓸하게 생각했다.
지독한 그리움이 쓰게 올라왔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