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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283화 (28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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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부. 콜로니

“차크라를 정교하게 컨트롤할 수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많아요.”

시아가 말했다.

“너한테도 차크라가 있어? 그걸 컨트롤할 수 있다고?”

시아는 대답대신 가만히 제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기가 그럴 시간이 있는지 확인을 하려는 차원에서 한 번 더 시계를 보더니 다시 제이를 바라보았다.

제이는 제 앞에 서 있던 시아의 얼굴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면서 비명을 지를 뻔 했다. 모래 사막에 거센 바람이 불어서 사막의 지형을 멋대로 바꾸는 듯하더니 제이의 앞에 또다른 제이가 서 있었다.

"헉!"

제이는 미하일 교수가 차크라를 사용해서 얼굴을 변형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고 이 일이 어떻게 진행이 될 거다, 라는 것을 대충 예상을 했으면서도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시아는 제이가 기절을 하기 전에 재빨리 제 모습을 원래의 얼굴로 돌렸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은 훨씬 빨랐다.

“나도……. 이런 걸 할 수 있어?”

제이가 시아의 어깨를 붙잡고 물었다. 아니라는 대답이 나왔다가는 가만 놔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이쪽 방향으로 차크라를 다루는 센스가 있어야 되긴 해요. 미하일 교수님은 능력을 갖기는 했지만 센스가 무딘 편이라서 일정한 선 위로는 못 올라가고 있거든요. 만약에 언니가 이쪽으로 개발을 할 수 있다면 언니는 매번 다른 얼굴로 남자들을 홀리고 다닐 수도 있겠죠. 언니가 홀리고 싶은 사람은 한 사람뿐인 것 같기는 하지만.”

시아가 웃었다.

“성형 수술이 빠르긴 할 거야. 그렇지?”

“성형 수술을 해 버리면. 원래 언니를 좋아했던 사람은 언니를 잃었다고 생각하고 상실감을 느낄 걸요? 저만해도 언니의 이 얼굴이 금세 친숙해지고 좋은데.”

“그건 그냥 네 생각이야.”

“언니 얼굴은 못 생긴 얼굴이 아닌데.”

“그런 말은 됐고. 그럼 우리 이제 어디에서 언제 만날까?”

제이의 눈이 의욕적으로 빛났다.

'나 못생겼다고 놀린 인간들. 이제 다 죽었어! 특히 길무영 이 자식. 나를 보고 반하거나 말거나 너하고는 커피도 같이 안 마셔줄 거니까 각오하고 있어! 이제 나도 예뻐져 버릴 거라고!'

***

어린 세대가 각자 자신들의 훈련에 몰두하는 동안 클랜 A의 클랜원들은 그들이 인솔해 온 다른 헌터들과 함께 베로니카 공격대를 만났다.

베로니카 공격대는 클랜 A가 와 준 것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얼마나 애타게 지원을 기다리고 있었는지가 절절하게 느껴졌다.

거구의 조위는 체격과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웃음을 짓고 클랜원들 각 사람을 진심으로 반겼다.

“도착하실 때까지 시계를 몇 백 만 번은 봤을 겁니다.”

조위가 웃으면서 말했다.

지우의 손을 잡았을 때는 감격에 겨워서 한동안 손을 놓지도 못했다. 그가 혼자서 얼마나 긴장을 하고 있었을지 이해가 되었다.

한 사람이 서 있는 위치는, 책임감 있는 사람의 피를 말리는데 아주 대단한 역할을 했다. 지위를 이용해서 다른 사람의 위에 군림하고 잇속을 챙기는데에만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라면 다른 문제겠지만 조위는 애초에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조위의 사람됨을 알고 있었기에 클랜 A도 그곳까지 직접 날아와줄 생각을 했던 것이다.

클랜 A는 베로니카 공격대를 보면서 낯익은 얼굴들을 발견했다. 새로운 사람들도 많았다.

“시간이 많이 지나기는 지났네요. 모르는 얼굴들이 많은 걸 보니까 알겠어요.”

강현이 말했다.

조위야말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새로 생긴 헌터들도 있고 사라진 헌터들도 있죠.”

“클로니 때문에… 말씀이십니까?”

강현이 묻자 조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표정이 금세 어둡게 가라앉았다.

“절대로 호락호락한 세월이 아니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모르겠어요. 늪이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왜 콜로니까지. 콜로니에는 계속해서 새로운 변종들이 나타납니다. 그것 때문에 미칠 것 같습니다. 이제 겨우 모든 개체에 대한 적응을 마쳤다고 생각하면 그 녀석들은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고 있다가 우리를 조롱하는 것처럼 새로운 개체를 내놓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그걸 모르는 채로 콜로니에 들어가고 거기에서 새로운 개체들과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거죠. 공격을 받지만 거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차크라와 무기가 끝까지 버텨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콜로니에서 도망쳐 나오기에 바빴죠.”

조위는 말을 하는 동안, 콜로니에서 잃은 동료들이 생각나는지 감정이 격해지는 모습이었다.

태인이 조위의 팔을 툭툭 두드려 주었다.

“클랜 A가 보기에는 어설퍼 보이겠지만. 우리는 우리가 서 있는 곳을 지키기 위해서 열심히 싸워왔습니다.”

조위가 말했다.

“어설퍼 보이지 않습니다. 조금도요.”

지우가 말했다.

“서두르고 싶었지만 감응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준비해온 감응기로 콜로니 밖에서 콜로니의 상황을 좀 더 정밀하게 살펴보고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서규태가 설명하며 지연을 소개했다. 지연이 조위와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고 사람들로부터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지금 콜로니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이익헌이 조위에게 물었다.

“터지기 직전입니다. 지금 콜로니에서 괴수가 바로 나온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예요. 정말로. 이런 공포를 얼마만에 느껴보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미친 듯이 콜로니에 들어가서 탑시스의 알을 훔쳐와요. 탑시스가 쫓아오는 걸 동료들한테 맡기고 말입니다. 우리가 요즘에 하는 일은 알도둑질이죠.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것들이 성체가 되면 콜로니는 폭발하고 말 거예요. 아직 이 지역에는 우리를 믿고 남아준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이곳이 무너지면 그 후로는 걷잡을 수 없이 전부 무너져버릴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상황이 아주 긴박하군요.”

서규태가 말하자 조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탑시스의 개체 수가 불어나서 콜로니가 오픈 되는 거라고 해도 콜로니에서 튀어나오는 녀석은 탑시스가 아니예요. 더 강한 놈이 튀어나오죠. 탑시스가 불어나서 탑시스가 나오는 거라면 우리도 이해를 하겠습니다. 탑시스라면 우리도 어떻게든 해치울 수가 있는데. 나오는 건 탑시스가 아니라 훨씬 상위 개체예요. 그래서 늘 긴장을 풀지 못하고 알을 훔치러 콜로니로 들어가는 겁니다."

조위의 말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모두들 통역기에 귀를 기울였다.

“오늘 바로 콜로니를 공략하는 거죠?”

조위는 한 시가 급한 듯이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부터 그 문제에 대해서 설명을 하려고 합니다. 저희도 급한 사정은 알고 있지만 감응기를 통해서 콜로니 안의 생태계를 확실히 조사를 하고, 새로 투입된 헌터들이 호흡을 맞춰보는 시간을 가진 후에 콜로니를 공략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우가 말하자 조위의 얼굴이 금세 시무룩하게 변했다. 그러자 지우가 웃었다.

“그런 표정 지으실 것 없습니다. 오래 미뤄지진 않을 겁니다. 그리고 베로니카 공격대와 클랜 A는 감응기 조사가 끝난 후에 곧바로 콜로니의 내부 탐사를 하게 될 겁니다. 그러는 동안에 개체 수를 얼마간 줄일 수도 있겠지요. 우리가 내부 탐사를 하러 간 동안에 다른 사람들은 서로 호흡을 맞춰보는 시간을 갖고요. 가까이에 늪이 있다면 거기로 가서 몸을 풀면서 호흡을 맞추게 하는 게 좋겠죠."

지우가 말하자 조위의 표정이 점점 밝아졌다.

"그런 후에 계획을 세우고 모두가 같이 들어가는 겁니다. 콜로니 안의 생태계를 유지시키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들을 하는 게 어떤 녀석들인지 알아보고 그 녀석들을 먼저 공격하는 걸로 하죠.”

지우가 말했다.

“오기 전에 이미 우리끼리 얘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우리가 가장 신경써야 할 건 지금 개체수를 단기간에 얼마나 많이 줄이느냐 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임정이 말했다.

“단적으로 탑시스 알을 훔쳐오고 탑시스들을 죽이면 콜로니의 개체수는 일시적으로 대폭 줄어들겠죠. 하지만 탑시스의 가공할만한 번식력을 생각해보자면 그 수는 단시간 내에 다시 채워질 겁니다. 클랜 A가 나서서 가장 상위 계층에 있는 포식자들을 해치우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봤어요. 그런데 최상위 포식자가 사라지면 그동안 자연스럽게 유지되던 균형이 깨질 수도 있을 겁니다. 그 아래 단계의 포식자들은 자기들을 공격하고 잡아먹는 포식자들이 사라지니까 개체수가 급격하게 불어날 수도 있겠죠.”

임정의 말에 조위에 곁에 있던 댈러스가 자신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하고 의견을 내놓았다.

“저희가 클랜 A와 한국에서 원정 와 준 헌터들에게 바라는 건 최상위 포식자들을 우선적으로 공격해주는 겁니다. 그 녀석들이 사라졌을 경우에 아래 단계의 포식자들 개체수가 갑자기 불어날 거라는 것에 대해서는 저희도 생각을 했습니다만. 이런 말씀을 드리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최상위 포식자는 저희가 도저히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예요. 4, 5단계 아래의 포식자들까지도 마찬가집니다. 그래도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죠.”

임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가 알아야 하는 것도 바로 그겁니다. 그리고 저희가 몇 개의 종을 전멸시키고 났을 때 콜로니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에 대해서 베로니카 공격대가 정확히 이해를 하셔야 하고 그 후의 일은 전적으로 베로니카 공격대에게 맡겨질 거라는 것을 아셔야 한다는 겁니다.”

임정의 말에 조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일에 대해서는 이미 공대원들과 충분히 얘기를 나눈 후였다. 콜로니의 최상위 포식자들을 클랜 A와 다른 헌터들이 해치워준다고 해도 그것으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시한폭탄이 터질 시간을 확 앞당겨버리는 꼴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일단 일정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얘기를 하겠습니다."

조위가 말했다.

“그동안 우리는 감응기로 먼저 조사를 시작하죠.”

태인이 지연의 근처로 자리를 옮기면서 말했다. 강현과 세진이 세트처럼 조를 이뤄서 움직였다.

“여기에서 발견되는 괴수가 20종이라고 할 때 상위 4종 정도는 클랜 A가 맡아서 처리해 줘야 할 거예요.”

서규태가 지우와 이익헌을 바라보며 말했다. 두 사람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최상위 포식자만 해치우고 돌아간다면 베로니카 공격대에게는 본격적인 악몽이 시작될 수도 있을 거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2,3,4 순위 괴수들도 간단한 녀석들은 아니예요. 베로니카 공격대가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만 가지고는 공략이 어려울 거라는 얘기죠. 베로니카 공격대는 지금까지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고 잠재력도 크지만 지금 베로니카 공격대가 스스로의 힘으로 4순위 괴수들을 상대할 수 있는가 하고 묻는다면.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우리가 상위 4개 종을 맡는 겁니다.”

서규태가 말했다.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이익헌이 말했다. 임정도 고개를 끄덕였다. 태인이 그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지연에게 말했다.

“1,2,3,4 순위 괴수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사는 곳을 먼저 알아보고 야로한테 알려줘. 야로랑 레오니드, 미하일이 먼저 각각의 괴수들의 생활 패턴을 보고 이해하게 만들어.”

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연은 감응기에 나타난 화면을 각각의 스마트폰으로 전송을 해 주고 클랜 A의 클랜원들뿐만 아니라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콜로니의 상황을 언제든지 동시에 확인할 수 있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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