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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240화 (2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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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부. 꼬꼬마 헌터

“안시현요?”

“그래. 그러니까 너도 조심해라. 시현이가 너무 샌님같이 굴어도 끝까지 친하게 지내야돼.”

“네!”

저도 모르게 효재의 목으로 침이 꿀꺽 넘어갔다.

***

시현이 집으로 돌아갔을 때는 용하도 이미 집에 와 있었다.

“삼촌.”

시현은 교복에 대해서 삼촌이 물을 것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용하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용하는 그럴 정신이없었다.

"왔냐?"

용하가 시현을 돌아보았다. 옷을 정리하는 중이었다는 것을 알고 시현이 용하를 바라보았다.

“삼촌. 어디. 가?”

용하가 시현에게 다가왔다.

“잠시 떠나 있는 거야. 학교에서는 만날 수 있어. 너는 기숙사로 들어가고 나는 교직원 아파트로 들어갈 거다.”

“왜? 무슨 일 있어, 삼촌?”

“그냥. 이 집이. 넘어갔어.”

“제발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은 이제 그만 좀 갖다 붙여!”

시현이 소리를 질렀다. 그래놓고 저도 제가 심했다고 생각하면서 용하를 바라보았다.

“미안해. 삼촌. 잘못했어.”

“아니야. 네가 사과할 일이 아니야. 그동안 너도 줄곧 느껴왔을 텐데 그때마다 그냥 넘어가 버려서.”

“삼촌.”

“안시현. 삼촌을 믿고 조금만 더 기다려줘.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돼. 우선은. 너도 짐을 싸.”

“기숙사에 들어가야 하는 거라고?”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이 집은? 다시 돌아올 땐 이 집으로 돌아오는 거야?”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왜? 이 집에 정이 들었어? 더 좋은 집으로 가면 돼.”

용하가 시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삼촌. 혹시 나쁜 짓 저질러서 무서운 사람들한테 쫓기는 거야?”

“응?”

“혹시 여자 건들었어?”

시현이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시현의 엉뚱한 생각에 용하는 하마터면 웃음을 뿜어댈 뻔했지만 가까스로 참아냈다.

“뭐?”

“아니. 나도. 들은 얘기가 있어서.”

용하는 멍하니 시현을 바라보다가 시현이 그런 식으로 오해를 하는 게 차라리 잘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미국에서 헌터 한 무리가 시현을 납치하려고 한국에 잠입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지도 몰랐다. 이익헌이 나선 이상 그 녀석들이 시현의 몸에 손끝 하나도 대지 못할 거라고 믿기는 했지만 시현에게 한 번씩 이런 일을 겪게 할 때마다 괜히 제가 미안해졌다.

“삼촌 없으면 파스타는 누가 해 주지?”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어서 시현이 말했다.

“기숙사 식당에서 삼촌이 해 줄게. 밤에 나와.”

“그래도 돼?”

“아, 이사장이 그러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해?”

“그런데 학기중이라 기숙사에 방이 남으려나 모르겠다.”

“없으면 침대만 집어넣고 끼워서 살면 되지. 침대 들어갈 자리가 없으면 바닥에 이불 펴고 자면 되고. 아니면 원래 있던 주인을 퇴학시키자.”

“삼촌!”

“빨리 짐싸.”

시현이 돌아서자 용하가 갑자기 시현을 불렀다. 시현이 용하를 바라보자 용하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시현은 용하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미 아는 것 같았다.

“미안하다는 말은 할 필요 없어. 삼촌. 이미 이렇게 돼 버린 건데 뭘 어쩌겠어. 그리고 나는 삼촌이 정말 존경스러워. 나 유치원 다닐 때 새싹반 선생님이 삼촌 여자친구가 됐다는 걸 알았을 때는 좀 충격을 먹었지만. 내 담임들은 전부 다 삼촌 여자친구가 된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지만 이젠 포기했어. 사실 나는. 삼촌도 이제 힘이 딸려서 그런 짓 그만할 줄 알았거든. 정말 존경스러워. 이건 정말 내 진심이야.”

“그건. 아니. 시현아. 그건. 내가 네 학교 생활에 관심이 지대하다보니까 너희 담임 선생님들이랑 많은 시간을 같이 하게 돼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거지.”

“내 학교생활에만 관심을 가져줄 순 없을까? 내 담임 선생님들 사이즈는 그냥 상상만 하거나.”

용하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질 토마토처럼 붉어지는 것을 보고 재미가 들려서 시현이 멈추질 않자 용하가 먼저 자리를 피했다.

“칫솔이 어디에 있더라, 칫솔이? 너도 칫솔 필요하지?”

용하의 뒷모습을 보면서 시현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빠랑 친형제도 아니고 친척도 아닌 삼촌이 자기를 돌보느라고 지금까지 결혼도 하지 않고 싱글남의 생활을 이어온다는 것 때문에 시현도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삼촌이 담임 선생님과 사귈 때 안 좋은 점이 있다면, 삼촌이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으면 담임 선생님의 질문이 시현이에게 집중된다는 거였다.

구구단을 외웠는지 확인을 할 때도 시현이에게는 늘 7단이나 8단 같은 어려운 단을 시켰다. 생각하자니 너무 슬퍼질 것 같아서 시현은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익헌은 저녁 시간이 거의 다 돼서야 돌아왔다. 용하와 익헌은 서로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익헌이 온다는 걸 용하 삼촌은 미리 알았나보다고 생각하면서 시현은 마지막 짐정리에 돌입했다.

“금방 다시 보는 거지?”

시현이 용하에게 묻자 용하가 고개를 저었다.

“학교 안에서는 내가 계속 너를 스토킹할 거니까 나를 피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라. 그리고 기숙사에 있는 게 싫으면 교직원 아파트에서 삼촌이랑 같이 지내도 되는데. 그게 좋겠다. 그러자.”

“아냐, 삼촌. 나 없는 동안 연애도 마음껏 하고 그래.”

“교직원 아파트에서 무슨 연애를 해?”

“삼촌 원래 선생님들 좋아하잖아. 홍익인간 정신에 따라서 널리 좋아해서 문제지만.”

시현과 용하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동안 눈을 이쪽 저쪽으로 돌려가면서 얘기를 듣던 이익헌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면서 그런 건 모른 척 해 주라고 하다가 전화를 받고 일어섰다.

밖으로 나가던 익헌이 시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꺼 챙길 때 하나씩 더 챙겨라. 민효재도 기숙사에 들어올 거야.”

“아, 진짜?”

“응. 집이 다 무너져 내려가더라.”

“그, 빌라 사람들 때문에?”

“응. 순 깡패같은 놈들이었어.”

“민효재한테는 잘 된 거네. 할머니는?”

"그건 네가 상관할 일 아니고. 누굴 닮아서 너는 그렇게 오지랖이 넓냐?"

시현은 얘기를 더 하고 싶었지만 익헌은 손을 흔들면서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용하가 불안하게 바라보았다. 용하는 시현이 자신을 스스로 지킬 수 있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시현이 저를 공격하는 사람을 스스로 죽일 실력이 된다고 해서 어린 시현의 손에 그 일을 맡기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리고 다행히 익헌이 매번 그 일에 나서서 처리를 해 주고 있어서, 용하는 익헌에게 여러 모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용하가 시현의 일로 지우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지우는 시현의 헌터 테스트 때까지만 기다려 보면 안 되겠냐고 용하에게 말했다. 이 상황을 가장 견디기 힘들어하는 사람은 시현이 아니었다. 지우였다.

시현의 엄마에게도 당연히 힘든 시간이겠지만 지우는 시현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지우는 시현을 자기 심장을 아끼듯이 아꼈다. 그것조차도 적절한 비유가 못 될 것이다. 지우는 시현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제 심장을 내 놓을 녀석이었다. 용하도 그 사실을 알았다. 그랬기에, 지우가 그러기를 바란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해 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학교 오갈 시간이 없어지니까 그동안에 헌터 아카데미 기웃거리는 건 상관 없지?”

시현이 물었다.

“기웃거리는 거야 뭐.”

“아, 그것도 가져가도 될까? 너클이랑 보호구.”

“응. 가져가야지.”

“러프 스톤 박힌 칼들은 삼촌이 챙겨줘. 그건 너무 비싼 거잖아.”

“그건 선아영 대표한테 맡기자.”

“익스트림 헌터 대표님?”

“응. 거기 금고가 쓸만하니까.”

“그럼 되겠네.”

떨어져 있는 날은 고작 며칠 뿐일 텐데 용하는 벌써부터 울적해졌다. 자기도 그러는데 지우는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울적함이 더해졌다.

“삼촌. 그러니까 다음에는 정착할 수 있는 여자를 만나.”

시현은 용하의 표정을 잘못 이해하고 삼촌을 위로했다.

“알았다, 인마.”

시현은 제 짐을 먼저 다 싸놓고 용하가 짐 싸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러고는 손수 라면도 끓여주고 손톱 깎을 때가 된 것 같다면서 챙겨주고 이 일이 끝나면 미용실에 같이 가자고 말을 하기도 했다.

“어. 오랜만에 우리 또 도토리 머리나 할까?”

“좋지.”

용하 침실의 침대 머리 맡에 걸려 있는 액자에는, 돌도 안 지난 시현이와 용하가 나란히 도토리 머리를 하고 찍은 사진이 걸려 있었다.

“영영 안 볼 거 아니니까 자꾸 약속 만들어 놓지마.”

용하가 말을 하고 먼저 침실로 들어갔다. 저러고 들어간 날 다음 날은 꼭 눈이 퉁퉁 부어서 나오더라고 생각하면서 시현은 한숨을 쉬었다.

***

기숙사에는 남는 방이 없었다. 각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 때문이었다. 2인 1실 구조였는데 남는 방은 하나도 없었고 마침 그 와중에 혼자서 방을 사용하고 있는 녀석이 발견되었다. 하필이면 길무영이었다.

길무영은 절대로 다른 녀석과 같이 방을 쓸 수 없다고 버텼다. 그러나 용하는 그것을 문제로도 여기지 않았다.

“방을 이렇게 지저분하게 쓰다니. 너는 당장 퇴학이다.”

길무영은 이사장이 농담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감히 다시 말을 해 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기숙사 방 배정에 왜 이사장이 직접 나서는 건지 도무지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용하와 민효재를 노려보았다.

하필이면 천민과 한 방에서 살아야 한다는 건가, 라고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손쉽게 부려먹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풀리려는 참이었다.

그때 익숙한 얼굴 하나가 방으로 더 들어왔다.

안시현이었다.

“네가 여길 왜 들어와. 이 천민 새.”

‘끼야!’라는 말은 용하가 그 자리에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후 간신히 멈추었다.

용하의 눈에서 찌릿, 빛이 났다.

“길무영. 너는 퇴학을 간신히 면했다. 침대는 두 개고 가운데는 통로로 써야 하니까 침대를 더 놓는 건 어렵겠다. 네가 바닥에서 생활하도록 해. 아침에는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일어나서 이불을 개고 책상 위로 올라가든 학교에 가든 해라. 통로는 있어야 생활을 하지.”

“이…사장님. 세 명이서 같이 쓰라고요?”

길무영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 두 명이 써야 할 방에 네가 빌붙어서 살게 된 거라고 생각해라. 한 번 더 걸리면 그때는 유예없이 퇴학이다. 지금 이렇게까지 봐 주는 건 너희 부모님의 공로가 워낙 커서 그런 거야. 더 이상 부모님의 명성에 먹칠하지 말고 조금은 인간 구실을 해 봐.”

단호한 목소리로 용하가 말했다.

“이사장님. 민효재하고는 같이 방을 쓸게요. 하지만.”

길무영이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은 용하의 목소리에 가로막혔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가까운 데에 학교도 많지? 지금 결정을 할까?”

“…아닙니다. 같이 쓰겠습니다.”

“너희들은 바닥에 뭐가 있는지 잘 보고 걸어다니도록 해. 길무영을 밟고 다니지 말고. 옷장은. 불편하더라도 창쪽에 하나 더 놓자. 볕 들어오는 게 가려지기는 하겠지만 어차피 낮 시간에는 여기에 있을 놈 없잖아. 조금만 참아. 내가 기숙사 생활 하는 놈들 중에 몇 놈을 퇴학시킬 테니까. 책상은. 책상까지는 못 들여 놓겠다. 그렇지? 길무영. 2층에 독서실 있지? 너는 거기에서 공부해.”

길무영이 다시 이사장니이임! 이라고 길게 부르려고 했지만 용하는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방을 둘러보았다.

"그래. 그렇게 하면 되겠다. 잘들 지내."

용하가 돌아가고 길무영은 자기 침대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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