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급부터 레벨업-190화 (19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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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컨트롤러

“그렇다면 안심이 될 거예요.”

지우가 말했다.

“한국에 들어온 전담팀을 색출해서 전멸시키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마 내일쯤 작전이 개시될 겁니다. 우리가 주목하는 건 그 배후입니다. 계속해서 다른 팀이 만들어져서 들어올 수 있어서. 거기에 미리 대비를 하자는 겁니다.”

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엔 멀리에서도 카메라로 전부 볼 수 있으니까요. 너무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시현이가 커가는 걸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치안대장님에게는 여전히 치안대를 통솔할 권한이 있으니까 치안대를 동원해서 시현이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대한민국의 미래가 시현이한테 달려있는 건지도 알 수 없잖아요. 꼭 시현이한테 기대하는 게 있어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시현이의 안전은 꼭 제가 보장하겠습니다.”

임정도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시현이요. 이제 혼자서 서요. 걷기도 하고요.”

“걷는다고요? 시현이가 벌써요? 아이구. 삼촌이 신발 사 줘야겠네.”

협회장이 말했다.

“신발까지는 필요 없을 걸요? 두 발, 세 발. 그렇게 걸어요.”

“이 분이 참 편파적이시네. 두 발 세 발 걸으려고 해도 신발은 필요한 겁니다. 아셨어요?”

혹시 신발 때문에 상처받은 전력이라도 있는지 혼자 괜히 발끈해하면서 협회장이 말했다. 임정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멀리 떨어지게 되는 것도 아니잖아. 전보다는 훨씬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어. 지켜보는 건 괜찮은 거죠?”

지우가 말했다.

“그럴 겁니다. 전담팀의 배후를 알아내고 우리가 먼저 공격을 하는 것도 방법이 될 거고 말입니다.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돼야 할 거예요.”

“배후라는 건 그쪽 헌터 협회장일 가능성이 가장 크긴 해요. 부통령이 뒤를 봐주고 있을 거고요.”

임정이 말하자 지우와 협회장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에 쌓인 게 굉장히 많은 것 같기는 하더군요. 누구의 공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협회장이 말했다. 지우와 임정은 뜨끔해서 협회장의 시선을 외면했다.

***

매일이 레이드의 연속이었다. 한국의 괴수들은 갑작스런 지각변동을 느끼며 괴로움에 몸부림을 쳤다. 클랜 A가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은 한국의 괴수들에게 재앙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게 레이드를 해도 늪은 씨가 마르는 법이 없었다. 누군가 늪의 괴수를 괴멸시키면 늪이 다시 생겨나도록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것은 마치 시지프스의 노동과도 같았다. 레이드를 하면 늪이 다시 생기고 그 늪의 괴수를 사냥하면 또다른 늪이 나타나고. 그래도 동료들과 함께 하는 레이드라서 지치지 않았고 힘이 났다.

그러는 동안 지우는 레오니드와 미하일을 훈련시키는데 집중했다. 그의 마음이 얼마나 조급했는지 알게 된 두 사람은 초집중을 하고 지우의 훈련을 따랐다. 그래도 한 번 차크라를 추출당한 것 때문에 회복에 시간이 걸리기는 하는 것 같았다. 점진적으로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가기는 했지만 지우와 다른 클랜원들이 원하는 것처럼 한 방에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는 못했다.

지우는 두 사람에게 자기가 아는 모든 것을 가르쳐주고 싶어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제 시현의 안전을 두 사람의 손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욱 급해졌던 것이다. 레오니드와 미하일은 지우의 특별 과외를 받으면서 언제 어떤 괴수와 일대일로 만나게 되더라도 그것을 혼자서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갔다.

지우는 5급 늪으로 두 사람을 데리고 다니면서 실전에 실전을 거듭하게 했다. 세 사람이 5급 늪에 들어가면 30분이 되지 않아 괴수를 처리할 수 있었다. 30분이 전부 공략에 소요되는 것은 아니었고, 한 개체를 죽일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 가르치는 시간이 포함되었다.

괴수야말로 죽을 노릇이었다. 한 눈에 봐도 자기가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상대가 셋이나 있는데 그렇다고 깔끔하게 한 번에 죽이는 것도 아니고 눈 앞에 서서 죽일 방법을 논의만 하고 있으니 고문도 그런 고문이 없는 것이다. 각 개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훈련인데 일부러 상급 늪을 돌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돌다가 운좋게 캐츠 아이 스톤을 주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컸다.

지우가 시현을 걱정하지 않게 될 정도로 충분히 강해지는 것, 그것이 자기들이 지우와 클랜 A를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일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레오니드와 미하일은 구슬땀을 흘렸다.

익스트림 헌터의 무기 마스터 채준형은 주기적으로 그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오늘은 쓸만한 재료가 들어온 게 없냐고 물었다. 채준형은 클랜 A가 한국으로 돌아온 상황을 가장 반기고 환영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미리 괴수의 유형을 파악하고 있다가 그 괴수를 먼저 잡아달라고 주문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 그것을 재료로 해서 각자에게 가장 적합한 무기를 만들어서 당사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채준형의 무기는 계속해서 진화했다. 이제 그가 만드는 무기는 괴수를 공략하는 무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기습적인 공격을 감행할 헌터들에 대비한 것도 만들었고, 시신을 유기할 때 필요한 것도 만들었다. 그럴 때는 이익헌과 쿵짝이 맞아서 이익헌은 이제 시간이 남을 때마다 채준형의 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선아영의 집무실과도 가까웠으니 최상의 휴식처나 다름이 없었다.

용하는 용하대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용하는 시현이가 걸음을 걷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고무되었다. 엎드리지도 못하던 녀석이 어느 순간 엎드리더니, 그대로 기어다니더니 이제는 혼자 일어서서 걸음까지 걷게 되었다면서 자기도 시현이가 자라는 속도에 맞춰서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거였다.

용하의 준비라는 것은 시현이 다닐 학교를 만드는 거였다. 그동안 지우와 임정에게서 받은 돈과 시현이 사냥을 해서 얻어준 러프 스톤을 판 값 등으로 해서 돈은 차고 넘치는 상황이었다. 용하는 학교 법인을 만들어 재단의 이사장이 되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아우르는. 그뿐만 아니라 4년제 대학교와 헌터 아카데미, 헌터 예비스쿨까지 만드는 것이 용하의 목표라서 1,2년 안에 끝날 일이 아니기는 했다.

처음에는, 이제 겨우 걷기 시작한 시현이가 다닐 학교를 만들겠다고 하는 용하를 보면서 엄청 서두른다고 말하던 사람들도 일이 점점 커지는 것을 보면서 그게 그다지 시기상조도 아니라는 것을 점차 깨달아가게 되었다. 신용하라는 인간의 스케일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고 용하가 꿈꾸는 곳을 만드는데 필요한 부지의 면적도 점점 상상을 넘어서고 있었다.

시현은 갑작스럽게 엄마 아빠와 다시 또 헤어지게 되었지만 용하에게 새끼 원숭이처럼 달라붙어서 용하와의 친밀함을 과시했다. 그래도 어떤 때는 엄마와 함께 지나가는 아이들을 멍하니 바라보는 때가 있었다. 그럴 때는 용하도 마음이 아파져서 시현의 손을 마냥 잡아끌지만도 못했다.

"엄마 보고 싶어서 그래?"

그러면 시현은, '엄맘마~' 라고 해대기는 했지만 곧 용하의 얼굴을 만지작거리면서 웃음을 지어 주었다. 그럴 때마다 용하는 시현이 용하의 마음을 다 알고 달래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저도 모르게 울컥해지곤 했다. 언젠가는 용하와 함께 나갔다가 용하가 잠깐 전화를 받는 사이에 시현이 용하의 손에서 손을 빼더니 누군가를 향해 자박자박 걸어가기도 했다. 용하가 곧 뒤쫓아 가면서 어디에 가냐고 물었지만 시현은 아직 말까지 하지는 못하는 상태였고 급하게 앞서가는 사람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그 자리에서 용하의 손을 끌어당겼다.

누군지는 알 수 없었지만 뒤통수가 지우를 꼭 닮은 것을 보고 용하는 그 자리에서 코끝이 시큰해져서 시현이를 꼭 안아주었다.

“그래. 언젠가는 다시 또 아빠랑 같이 살 수 있을 거야. 엄마하고도. 엄마 아빠가 나쁜 놈들 해치우고 나면 다시 또 같이 살 수 있어. 늪 아래에도 엄마랑 아빠랑 같이 내려가고.”

“음맘맘마마빠빠.”

“그래. 엄마. 아빠.”

“요아안똔.”

“그래. 요아안똔.”

지연은 시현과 용하를 자주 찾아왔다. 한 번 찾아올 때마다 혹시라도 자기를 쫓아오는 사람이 없는지 과대망상증에 걸린 사람처럼 조심을 했다. 지연은 시현이가 자라는 동안 자기가 엄마의 빈 자리를 조금이라도 채워줄 수 있기를 바랐다.

“요아안똔!”

시현이 이제 한 번에 대여섯 걸음씩 걸으면서 용하를 부르자 용하가 시현에게 달려갔다.

“그래. 요아안똔이지?”

용하는 보행기에 시현을 앉혀주면서 말했다.

“보행기는 진짜. 지구에서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예요.”

용하가 말하자 지연이 시현에게 다가가며 고개를 저었다.

“아이는 어른이 쓰는 말을 듣고 배워요. 그러니까 아이가 쓰는 말을 흉내내지 말고 제대로 말해줘야 되는 거예요. 아이가 요아안똔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고 그 말을 따라하면 아이는 헷갈려 한다고요. 자기는 요아안똔이라고 하지만 용하삼촌이라고 말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렇게 다박다박 말을 하더니 시현이, ‘임!모!’라고 한 번 부르자 정신이 없어졌다.

“네. 네. 임모 불러쩌영?”

용하는 새삼스럽게 지적질을 하는 것이 민망해져서 조용히 넘어가 주었다.

그렇게 헌터나 일반인들 할 것 없이 자신의 영역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던 어느날이었다.

***

지우가 레이드에서 돌아왔을 때 클랜 A의 새 숙소로 전화가 걸려 왔다. 지우는 다른 사람들이 대신 받아주기를 기다렸지만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생각을 한 것 같았다.

“예.”

지우가 피곤에 절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자 그의 목소리를 반가워하면서 여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안지우씨 되시나요? 채널 68의 미키 위도라고 합니다.”

목소리는 약간 저음이었고 영어를 사용했다. 목소리가 아주 낯설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목소리는 여자 같은데 이름이 미키라고 하니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키 마우스에 너무 오래 길들여진 폐해라고 해야 하나.

“잘 모르시겠죠?”

미키 위도라는 여자가 물었다. 모르는 게 당연한데 목소리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다.

“네.”

“지금 한국에 와 있어요. 잠시 만날 수 있을까 해서 전화를 드려봤어요.”

“나를 왜 만나자고 하는 건지 모르겠군요.”

“전화로 긴 얘기를 하는 건 힘들어요. 하지만 다짜고짜 나오라고 한다고 나오실 것 같지는 않으니까 대충은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군요. 우리는 로드 벤슨이 죽기 직전에 그 사람과 접촉을 했습니다. 그리고 로드 벤슨으로부터 상당히 많은 양의 정보를 입수했어요. 로드 벤슨이 살아있었다면 우리는 로드 벤슨을 단독 취재하고 인터뷰를 할 예정이었어요.”

“…….”

“로드 벤슨이 갑자기 죽게 된 후에 저희는 다른 루트를 통해서 진실을 알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알려진 것과는 진실이 많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고요.”

“그렇습니까?”

“취재를 하는 도중에. 클랜 A에게 꼭 알려드려야 할 정보를 입수했어요.”

“그리고 그걸 알려주려고 전화를 했다는 거죠?”

지우가 말했다. 미국이 지금 클랜 A에게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지우는 알고 있었다.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감정이 좋을 리가 없는 판에 시현이와 다시 또 생이별을 시켜놓기까지 했으니 이번에는 지우도 그 분이 쉽게 풀릴 일이 아니었다.

“제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말투군요.”

“그렇습니다. 별로 믿지 못하겠네요.”

“헌터시잖아요. 클랜 A시고요. 무서울 게 별로 없을 분인 것 같은데요?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A급 헌터들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분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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