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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괴수의 차크라
“지금은 괜찮아요.”
그러면서도 선아영은 샴페인을 마셨다. 그러는 동안 이익헌은 또 선아영을 바라보았다.
“레이드 하면서 피가 튀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선아영이 이익헌의 모습을 보면서 말했다.
“레이드 마치고 샤워도 못 했어요. 갑옷 벗어던지고 바로 백화점에 가서 옷 사서 입고 바로 달려온 거예요. 머리도 못 감았고. 아침에는 당연히 다 했고. 그래도 레이드 한 번 하고 나면 의미없는 거지만. 땀이 등에 줄줄 흘렀는데 어느새 식어서 이젠 서늘하네요.”
이익헌이 말을 하는 동안 선아영은 주위가 시끄러운 와중에 그의 말을 들으려고 잔뜩 집중을 하면서 그의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얘기를 전부 듣고 나면 이런 얘기를 들으려고 이렇게 집중을 했던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그가 그렇게 조급하게 서둘러서 와 줬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여기에는 얼마나 더 있을 예정입니까? 더 해야 할 일이나 만나봐야 할 사람들이 남았습니까?”
이익헌이 물었다.
“얘기를 해야 할 사람들이랑은 거의 대충 얘기를 한 것 같아요. 왜요? 불편해요?”
“지금 당장 가서 이 불편하고 바보같은 옷들을 다 벗고 씻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안 들어요.”
"잘 어울리는데요?"
"당연히 잘 어울리겠죠. 틀이 이렇게 완벽한데. 이 옷이 마네킹한테 입혀졌을 때는 이렇게까지 근사하지 않았거든요. 이 옷은 나한테 고마워해야 할 겁니다. 사람들이 나를 보는 거 못 느껴요? 여자들이 자꾸 보잖아요. 나중에 자기들 애인이나 남편한테 이걸 사 줘야겠다고 마음 먹는 것처럼. 그래봐야 그 사람들이 입으면 그냥 자루 뒤집어 쓴 것처럼 보이겠지만."
"진짜 대단한 자신감이네요."
"그래서. 여기엔 얼마나 더 있을 겁니까?"
“충분히 붙잡혀있어 준 것 같기는 한데. 그럼 같이 나갈까요?”
“진짜 진짜 진짜 현명한 생각이네요.”
이익헌은 그날 들어 처음으로 웃음을 보였다.
파티장을 떠나서 이익헌의 수퍼카에 몸을 실었을 때 선아영은 이익헌이 클랜 A의 클랜원들과 같이 머무는 트레일러로 갈 줄 알았는데 이익헌은 차를 호텔로 몰았다. 선아영은 왜 이쪽으로 가는지 구태여 묻지 않았고 이익헌은 선아영이 가져온 무기에 대해서 물었다.
익스트림 헌터에서 지속적으로 공격증폭률을 높여줘서 레이드를 할 때 얼마나 편한지에 대해서도 말을 해 주었고 자기들이 레이드를 하다가 마주쳤던 특이한 괴수들에 대해서도 얘길 해주었다.
할 얘기는 무궁무진했다. 이익헌이 무슨 얘기를 꺼내면 선아영이 그 말을 받아서 또 무궁무진하게 말을 이어갔다. 두 사람은 아르마딜로 괴수에 대한 얘기만으로도 일주일은 얘기를 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서로 잘 맞는다는 생각을 각자가 똑같이 하는 중이었다.
이익헌은 '심연의 공포'를 만난 일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 주었는데 선아영은 이익헌이 어떤 환상을 봤는지 알고 싶어했다.
“부사장님을 괴롭히는 두려움은 뭐예요?”
하지만 이익헌은 말하지 못했다.
“선 대표님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어떤 장면을 보게 될 것 같습니까?”
초점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것을 피해보려고 그가 말했다.
“아마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는 그 순간일 것 같아요. 그때는 정말. 제 주위로 무거운 커튼이 툭툭 내려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런 커튼이 점점 좁게 제 주위로 내려지면서 나를 세상하고 완전히 단절시키는 것 같았거든요. 아버지를 잃었다는 슬픔도 슬픔이었지만, 이제는 세상과 직접 소통하는 사람이 내가 돼야 한다는 사실이 무서웠던 것 같아요. 나를 위해서 대신 해주는 아버지가 없다는 사실이. 그래서 더 무서웠던 것 같아요.”
선아영은 천천히 그 날의 심경을 떠올리면서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는 건 다 이기적인 이유 때문인 겁니다. 그 사람은 좋은 곳으로 간 걸 수도 있어요. 그런데 남겨진 자신의 처지가 겁나고 서러워서 슬퍼하는 거죠.”
이익헌이 말했다.
선아영은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정말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믿는 게 그리움을 달래는데 더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했다.
“아. 우리들. 땅을 사서 호텔을 짓기로 했어요. 지금은 1급 늪 때문에 땅값이 엄청 떨어진 곳인데. 경치가 정말 좋거든요. 해변까지 끼고서 일단 여의도 면적 정도 되는만큼을 살까 하고 있어요.”
“호텔요?”
“호텔도 좋지 않겠어요? 트레일러를 타고 다니는 것도 지겨울 때도 있고. 나중에는 그게 체인이 될 수도 있겠죠. 레이드를 언제까지 계속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우리 호텔에 투숙하면서 레이드를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선아영은 이익헌이 그런 것들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익헌이 그런 얘기를 해 주는 게 고맙고 좋았다. 그런 얘기를 다른 사람들한테 아무렇게나 얘기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식사는요? 그런 드레스를 입으려면 제대로 못 먹었을 것 같은데.”
이익헌이 선아영의 드레스를 보면서 말했다.
“아. 이것도 반납해야 되는데.”
“왜 반납을 해요? 잘 어울리는데.”
“몇 시간 입자고 이런 걸 살 수는 없잖아요..”
“자주 입으면 되죠. 내가 사 줄게요. 반납하지 말고 입어요.”
“이런 걸 언제 입어요.”
선아영이 웃었다.
“같이 그런 걸 입고 다닐 자리를 자주 만들면 되죠.”
이익헌이 말했다.
선아영은 그 말을 분석했다. 그러나 이익헌은 그냥 즉흥적으로 한 말이었는지 그 말은 거기에서 끝냈다.
갑자기 찾아온 침묵이 어색해서 선아영은 급히 할 말을 찾았다. 이번에 만든 신무기는 공격증폭률이 950퍼센트라는 말에 이익헌이 그건 정말 대단한 성과라고 말했다.
선아영은 아나콘다의 비늘로 만든 탄환에 대해서도 설명을 했고 이익헌은 선아영이 하는 말에 주의깊게 귀를 기울였다. 그렇게 쉴 틈도 없이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두 사람은 호텔에 도착해 있었다.
호텔 주차장에서 선아영이 안전벨트를 풀려고 했을 때 이익헌이 선아영의 손 위에 제 손을 올렸다. 그리고 자기가 안전벨트를 풀어주고 선아영의 시트를 뒤로 젖혔다.
좁은 차 안에서 그의 몸이 선아영의 위로 올라왔다. 선아영은 자신의 얼굴 위로 떨어지는 이익헌의 머리카락과 숨결을 느끼면서 눈을 감았다.
이러지 말라고 해야 할 것 같기는 했지만 기대하고 원했던 순간이기도 했다. 이익헌이 선아영의 두 손목을 꽉 잡아 누른 채 무릎으로 선아영의 다리 사이를 건들었지만 딱 붙은 드레스는 이익헌의 인내심을 시험했고 결국 이익헌은 끙 소리를 내면서 일어섰다.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익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터지기 1초 전의 사람처럼 그는 급하게 서둘렀다.
먼저 일어서서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꼭 화난 사람같았지만 그는 어느새 빙 돌아서 선아영을 위해서 차문을 열었주었다. 그리고 선아영의 손을 잡아 자기 팔을 감게 하고 선아영을 데리고 호텔로 들어갔다.
선아영은 당당한 권리를 가진 사람처럼 그의 옆자리를 지키면서 체크 인을 했다. 엘리베이터에서 이익헌은 참지 못하고 선아영의 팔을 다시 찍어 누르면서 선아영의 입술을 짓눌렀다.
“5분 정도만 참으면 될 것 같은데요.”
선아영이 말하자 이익헌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침내 객실에 들어섰을 때는 성난 짐승처럼 옷을 벗어던지고 선아영을 탐했다. 다 벗기지는 않고 스커트를 끌어 올려 허리 아래를 넉넉하게 드러내놓고 한쪽만 드러난 어깨를 빨아댔다.
“미치게 할 생각으로 이걸 고른 거지?”
선아영의 드로즈를 끌어내리며 이익헌이 말했다.
“미친 줄 몰랐는데요?”
“제대로 미쳤거든.”
그의 바지 지퍼가 내려가는 소리에 아찔해져서 선아영은 눈을 감았다. 이익헌의 손이 선아영의 검은 수풀을 더듬었다.
선아영의 감긴 눈 주위에 힘이 들어갔다. 이익헌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원하는 바람에 조급증을 느꼈다. 한꺼번에 맛보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다. 어떤 것도 뒤로 물리고 싶지 않았다.
“안 되겠어.”
결국 그는 두 손을 들었고 선아영에게 옷을 벗어달라고 말했다. 이브닝 드레스가 아무리 괜찮아 보였어도 선아영의 알몸이 훨씬 나았다는 것을 그는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선아영이 옷을 벗는 동안 그도 거칠게 넥타이를 풀고 셔츠를 벗어던졌다. 완전한 두 나체의 남녀가 침대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바닥에서 뒹굴었다. 마룻바닥이 등에 닿는 감촉이 서늘했다.
선아영은 제 가슴을 베어무는 이익헌 때문에 그쪽에서 아찔한 통증을 느꼈다. 조금씩 그의 폭력적인 성향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조금씩 겁이 나기도 했다.
이익헌은 탐욕스럽게 선아영의 가슴을 깨물어 베다가 두 팔을 위로 올려놓고 팔의 안쪽을 깨물었다. 움찔거리는 선아영의 몸을 무릎으로 찍어 누르고 선아영의 입술에 난폭하게 키스를 하고 키스 마크가 선명하게 남을 것을 신경쓰지도 않고 온전히 제 정복욕을 채워나갔다.
선아영은 자기가 그 남자를 멈출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불안을 느끼면서, 자신의 안전이 보장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러면서도 선아영은 그에게 정복당하고 있었다. 그의 노예가 되기를 원했던 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선아영은 불완전하게 자신을 맡겼다.
단단하게 일어선 그의 분신이 선아영의 몸을 여기저기에서 찔러왔다. 그 뜨거운 감각 때문에 몸을 움찔할 때도 있었지만 선아영은 어느새 곧 그에게 적응이 되었다.
이익헌이 선아영의 손을 붙잡아 자신의 것을 만지게 했다. 그러면서 그답지 않은 부드러운 키스를 했다. 선아영은 그가 내밀어오는 혀를 받아들이면서 아찔한 기분을 느끼면서 키스를 했다.
선아영의 손 안에서 그의 페니스가 굵기를 더해가며 단단해졌다.
“입에 넣고 싶어.”
급해진 듯이 허리를 천천히 움직이던 이익헌이 선아영의 귓가에 속삭였다. 뜨거운 입김이 들어가자 선아영은 허리를 튕기면서 놀랐다. 이익헌은 천천히, 공을 들여가면서 선아영의 귀를 공략했다. 이익헌의 허리와 무릎에 깔린 채로 선아영은 발버둥을 쳤다.
이익헌은 선아영이 그 부위에서 민감하게 느끼는 걸 깨닫고 혀끝을 세워 선아영의 귓불을 더듬었다.
“싫어요!”
속이 다 보이는 뻔한 거짓말을 하면서 선아영이 허우적거리며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드러난 목이 너무 색스러워서 이익헌은 그곳을 빨다가 혼자서 솟구치는 페니스를 더 이상 방치하지 못하고 선아영의 목 위에서 양쪽으로 두 다리를 벌리고 선아영의 가슴 위에 올라탔다.
예쁜 페니스였다. 색깔도, 굵기도, 모양도 전부 사랑스러웠다. 선아영은 제 입 위에 바로 위치한 그의 페니스를 손으로 쥔 채 혀를 내밀었다.
“미치게 하지 말고. 그냥 넣게 해 줘. 세게 빨아줘. 더는 참고 싶지 않아.”
이익헌이 애원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선아영이 혀를 내밀어 이익헌의 귀두에 가져다대자 이익헌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선아영은 손을 뻗어 이익헌의 가슴을 만졌고 이익헌은 선아영의 손등을 쓰다듬었다.
선아영이 페니스를 조금씩 물어오면서 혀로 쓸어대고 입술로 문지르며 빠는 통에 이익헌은 머릿속에 전기가 흘러들어간 것처럼 아늑해지는 것을 느꼈다.
“오래 못 버티면 화 낼 건가?”
선아영의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면서 이익헌이 물었다. 아무래도 오래 버틸 자신이 없었다.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던 자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