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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105화 (105/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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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1급 괴수

A급 헌터의 실상을 가장 잘 아는 이익헌의 놀라움이 가장 컸다.

“2000? 시스템이 드디어 미친 건가? 헌터 타투가 잘못된 거 아니야? 라미실이랑 해리 모두 1200이야. A급 딜러의 공격력은 1200이라고. 당연히 브뤼도 1200이고. 브뤼, 그 프랑스인 A급 헌터 공격력도 1200이라고. 뭐야, 잠깐. 공격력, 방어력이 모두 2000이라고? 방어력도 2000이라고? 원래 탱킹도 같이 하던 거랑 마찬가지기는 했지만 공격력이나 방어력이나 똑같이 10이었을 때는 이게 무슨 의미인가 했는데 이건……. 안지우씨는 팔을 갈아 끼울 필요도 없는 거잖아? 팔을 갈아 끼울 필요도 없이 탱킹이랑 딜을 수시로 같이 할 수 있다는 거잖아? 이건 불공평해. 이건 진짜 불공평한 거지!"

이익헌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서도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눈물이라도 날 것 같았다.

"혼자서만 탱커였다 딜러였다 하는 게 더 불공평한 거였어요."

태인이 말했다.

"누구는 그걸 좋아서 한 건 줄 알아?"

"좋아서 한 거였잖아요. 그렇게 하라고 등 떠민 사람은 아무도 없었잖아요."

"그렇기는, 하지만. 흥! 팔을 갈아 끼우는 거 진짜 귀찮고 아팠는데.”

이익헌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댔다.

“아! 그거, 아픈 거였어요?”

강현이 물었다.

지금은 그런 말을 하려던 게 아니었지 않냐고 하려다가, 김강현이 한 번 궁금증을 가진 후에는 그걸 해결해주지 않으면 넘어갈 수가 없다는 걸 깨닫고 이익헌은 대답을 해 주었다.

“그럼 안 아프겠어? 멀쩡하던 팔을 일단 잘라내고 다시 붙이는 건데. 낫는 건 낫는 거라고 하더라도 그 순간의 고통은 다 느껴지는 거라고!”

“아아. 그렇겠네. 그런 것도 모르고 부러워하기만 했는데. 부러워할 필요가 없는데 괜히 부러워했던 거네. 그런데 왜 그런 짓을 하셨어요? 그렇게 될 줄 모르셨어요?”

김강현이 계속 물었지만 이익헌은 이제 그의 말을 무시하기로 했다. 지금 그런 말들을 하고 싶은 게 아니었는데 자꾸 바보들한테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익헌은 지우의 팔을 확 낚아챘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 보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지우도 이익헌만큼이나 어리둥절했다.

임정도 다가와서 지우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신기한지 지우의 헌터 타투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연신 손으로 지우의 헌터 타투를 쓰다듬었다. 위작이 아닌지 확인해 보려는 직업 정신의 발현처럼 보이기도 했다.

임정에게도 그 상황이 어색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당신이 천 전무님한테서 캐츠 아이 스톤을 받아온 거예요? 나는 당신이 거기에 전혀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어쨌든 대단한데요? 그런데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상상이라도 하고 있긴 한 거였어요? 나는 당신이 A급이 돼도 그냥 10만큼만 올라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당신이 A급이 되는 건 속으로 거의 포기를 하고 있었거든요.”

“나도 전혀 모르는 일이야.”

지우가 말했다.

“나야. 나. 나라고. 내가 한 일이라고. 이제 나를 찬양해 봐.”

태인은 몸을 웅크리며 앉았다가 그대로 뛰어 오르면서 말했다. 강현도 그 옆에서 같이 방방 거리면서 소리를 질러댔다. 다른 사람들은 그 두 사람이 왜 그러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캐츠 아이……. 스톤은요?”

지우가 태인을 보고 물었다.

“사라졌지.”

태인과 강현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상세하게 알려주었다.

“이렇게 될 거라는 거 몰랐잖아요. 또 그냥 10이나 오르고 말면 어쩌려고 그런 거였어요?”

지우는 뒤늦게 걱정이 밀려온 듯이 말했다.

“상관 없었어. 캐츠 아이 스톤의 주인은 지우 너였잖아. 그렇게 해서 사라진다고 해서 누가 탓하겠어?”

“그런 짓을 무책임하게 저질러놓고 이제 와서 그렇게 쉽게 말한다는 거죠?”

지우가 말하자 태인이 서규태와 이익헌을 바라보았다.

“만약에 또 10만큼만 오르고 말았으면 저한테 화냈을 거였어요?”

태인이 서규태와 이익헌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묻자 서규태는 입을 다물었다.

“말이라고 해? 내가 캐츠 아이 스톤이 얼마의 가치가 있는지 말해준 걸 잊은 거야? 아니면 생각이 없는 건가?”

이익헌은 더 심한 욕을 해 주고 싶은 것을 겨우 참았다. 결과가 좋았으니 망정이었지 정말로 끔찍한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는 거였다. 공격력을 10 올리는데 몇 천 조짜리 캐츠 아이 스톤을 써버렸다면, 정말 파이널이고 뭐고 태인을 죽이고 싶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어쨌거나 다 끝난 일이었고 상상 이상으로 좋은 결과를 내 주었다.

“우리 이러지 말고 나가자. 나가야지 안 되겠어. 여기에 있다가는 늪이 사라질 시간이 될 때까지 아무 것도 모르고 떠들어대다가 늪이랑 같이 사라질 것 같아. 오늘 같은 날은 제대로 축하하자고. 내가 근사한데로 안내할 테니까. 뭘 원해. 어? 말만 해.”

이익헌이 모두의 등을 떠밀었다. 미칠 것처럼 흥분했다는 것은 이럴 때 하는 말일 것 같았다.

“기분이 어때요?”

지우의 곁에서 걸으면서 임정이 물었다.

“나도 모르겠어. 그냥. 좋아.”

그냥 좋다고 말을 하기는 했지만 지우의 얼굴에서 웃음이 멈출 줄을 몰랐다. 한 사람씩 한 사람씨 늪을 빠져나갔고 가장 마지막에 늪에서 퇴장하던 지우는 늪을 돌아보았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이익헌이 밖으로 나가면서 천기정에게 전화를 거는 게 보였다.

“천 전무. 여기에 써전이랑 사체 운반 헌터들 한 팀 보내줘요. 우리가 빅풋을 잡았거든. 오늘 있었던 일이 그게 전부가 아닌데 또 무슨 일이 있었을 것 같아요?”

'여기'라고만 말을 했지 어디라고 정확한 위치를 알려준 것은 아니어서 그 통화의 목적이 사체 운반을 위탁하는 것이 아니라 지우가 A급 헌터가 됐다는 것을 자랑하려는 거였다는 것이 은근슬쩍 드러났다.

이익헌은 어느새 천기정에게 자랑을 하고 있었다.

"A급 헌터가 됐다는 게 놀라운 게 아니라니까요? 안지우씨의 공격력이 얼마나 올라갔을 것 같아요? 에? 말해봐요. 생각하는 걸 말해 보라니까요? 뭘 생각하든 내가 놀라게 해 줄 수 있으니까."

-만요? 아니, 다시. 만 오천?

전화기 건너편에서 천기정의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엥?"

'이렇게 재미없는 사람을 봤나!'

천기정은 천기정 스타일로 이익헌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기본 공격력이 만도 안 되면서 어디서 자랑질이냐는 것 같은 냉철함이라고 해야 하나. 이익헌은 천기정에게 화를 내려다가, 책상 앞에 앉아서 펜이나 굴리는 사람이 헌터의 세계에 대해서 뭘 알겠냐고 생각하면서 참기로 했다.

“천 전무님이예요? 줘보세요. 줘보세요. 저도 천 전무님한테 할 얘기가 있단 말이예요.”

태인이 말하자 이익헌이 도망을 치면서 늪 아래에서 일어났던 일을 자기 입으로 말하려고 속사포로 떠들어댔다. 태인은 자기 스마트폰으로 통화를 시도하다가 천 전무가 이익헌과 통화를 하느라고 전화를 받지 못하자 강지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클랜 A의 모든 클랜원들은 클랜 A의 변화를 알게 되었다. 한바탕 소란을 부린 후에 태인이 지우에게 다가왔다.

“지우씨. 나한테 고맙다고 했냐?”

“안 했을 걸요? 형은 혹시 나한테 미안하다고 했어요?”

“나는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지. 지우씨를 A급 헌터로 만들어준 사람이 난데.”

“형이랑 이 사람이랑 은근히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아요. 이 사람이 내가 D급 되는 거에 돈을 엄청나게 걸었었던 거 알아요?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이 사람한테만 주의를 줬었는데 형한테 말을 했어야 되는 거였던 거네요. 형은 내가 A급이 되는데 몇 천 조를 걸어 버린 거잖아요. 형 돈도 아니고 클랜 돈을요.”

“아니지. 지우씨가 A급이 될 거라는 건 확실히 알고 있었으니까 거기에 건 건 아니지. 지우씨의 공격력에 건 거지.”

“그거나 저거나 차이가 없잖아요!”

“차이가 없지 않지. 빨리 나를 찬양하라고.”

지우에게 말을 했지만 찬양하는 무리는 따로 있었다. 강현은 태인의 주위를 투 스텝으로 뛰어다니면서 형밖에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고 서규태와 이익헌도 태인을 칭찬했다.

이익헌은 술을 깨려고 노력하는 사람처럼 머리를 흔들면서 생각을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공격력 2000이라는 게 무슨 뜻인 줄 알아? 차크라 등급 1등급에 차크라 숙련도 100퍼센트면 차크라 등급 지원으로 공격력 100퍼센트가 상시 증폭되는 거잖아. 그럼 무기 없이도 한 번의 공격으로 4천의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거라고. 세상에. 안지우씨는 그것도 필요가 없잖아. 차크라를 모으는데 필요한 시간 말이야. 1초에 한 번씩 공격을 한다고 해도 1분이면 12만의 데미지를 입힐 수 있다고. 한 시간이면 720만이고. 웬만한 5급 늪의 괴수는 혼자서 반 시간도 안 돼서 사냥을 할 수가 있다는 거야. 아니지. 무기를 갖고 싸울 거잖아. 그러면 10분에서 20분 사이에도 끝낼 수가 있는 거야.”

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다. 지우조차도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그러면 우리는. 이제 형한테 필요가 없겠네요?”

강현이 말했다.

그 말이 어떤 신호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축제 분위기가 한 순간에 가라앉으면서 모두가 말과 동작을 일시에 멈췄다.

혼자서, 스스로 강해진 사람이었다. 익스트림 헌터에서 계속 공격 증폭률을 높인 무기를 제공해 준다면 혼자서 1급 괴수를 물리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었다. 괴수의 체력이 1억이건 2억이건, 이제 지우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지우의 소진되지 않는 차크라라면 지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속도와 균형을 유지하면서 괴수를 공략할 것이다.

강현이 지우를 바라보았다. 친한 친구가 전학을 가게 됐다는 소식을 들은 것 이상으로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왜 필요가 없어? 내가 괴수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옆에서 나를 지켜줄 내 동료들이 있어서야.”

지우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형한테는 소멸되지 않는 차크라가 있고 빠른 속도와 괴력이 있잖아요. 형한테는 우리가 필요 없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 혼자서는 싸우지 않을 거니까. 나는 레이드 하는 기계가 아니야. 같이 하는 게 아니었다면 벌써 포기했을 거라고.”

지우는 말을 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 나한테는 클랜 A가 필요해. 나 혼자였다면……. 나는 내가 내 아이를 지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조차 못했을 거야. 부탁이니까 모두들…….”

지우는 서규태와 태인, 이익헌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모두들 지금처럼 계속 같이 싸워 주세요. 계속 도와주세요.”

지우의 말에 서규태가 가장 먼저 다가와서 지우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우리는 아무데도 안 갈 겁니다. 우리는 안지우씨하고 끝까지 함께 할 거예요. 안지우씨가 양쪽 옆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될 거고 우리가 안지우씨의 등 뒤를 맡아줄 겁니다.”

지우는 그 말에 울컥해져서 눈물을 쏟을 뻔했다.

“형한테 우리가 필요하지 않을 거라는 말은 우리가 이제 형을 떠나겠다는 말이 아니었어요. 형이 혼자서도 다 할 수 있을만큼 완벽해졌다는 뜻이었어요. 저도 계속 남아서 형이랑 누나, 콩알을 지켜주고 싶어요. 힘이 닿는대로요.”

강현이 말했다.

태인과 이익헌도 고개를 끄덕였다. 임정은 조용히 지우의 팔을 쓰다듬었다.

“그러면.”

조용히 있던 서규태가 입을 열었다.

“1급 괴수의 공략은 미룰 필요가 없겠네요.”

“우리 차크라는 어쩌고요? 우리 차크라를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요?”

강현이 말했다.

“웃기지 말고요. 쉬엄쉬엄 했으면서 뭘 그래요. 차크라는 1급 늪으로 이동하는 동안 회복시켜요. 나 치안 1부장입니다. 지금 치안 1부장 말에 반항하는 겁니까?”

차크라를 회복시키는데는 분명히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말을 하는 서규태조차도 최상의 상태가 아니었다.

그러나.

소극적으로 반박을 하던 강현조차도 일이 잘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가 힘이 빠진 상태에서 해야 나중에 할 말도 생기는 거예요. 기량을 전부 발휘한 게 아니었다고 말입니다.”

서규태의 마지막 말에 혹해서 클랜 A의 클랜원들은 즉각 짐을 꾸렸다. 임정은 헌터 협회의 데이터에 접속해서 가장 체력이 낮은 1급 괴수가 있는 늪의 위치를 찾아냈다.

드디어.

1급 괴수를 사냥할 순간이 다가왔다.

4부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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