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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63화 (6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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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클랜의 멤버

“그 서류는 우리도 꼭 봐야 할 것 같군. 요.”

지우가 말했다.

“아니. 사람 말을 못 믿네. 잘 해 놨다니까.”

임정은 칭찬을 기다리면서, 큰 거래를 성사시켰다고 자랑하려다가 뜻밖의 시큰둥한 반응에 당황했다.

“아, 그리고. A급 헌터가 되기 위한 조건도 알아봐 주겠다고 했어요.”

“협회장님이요?”

강현이 물었다.

“네.”

서규태를 포함한 네 명의 남자가 한꺼번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근데 이 사람들이! 이건 정말 대단한 소식이잖아요! 레이드를 안 해 봐서 실감이 안 나는 모양인데 세금을 면제 받기로 했다는 건 실질적으로 레이드를 두 번 뛰는 거나 마찬가지 효과예요. 세금이 얼마나 많은지는 알고 그러는 거예요?”

“아, 맞네! 그렇게 되는 거네!”

뒤늦게 강현의 얼굴이 펴졌다. 태인은 그보다 반응이 2초 정도 느렸고 지우는 거기에서 다시 또 2초 정도가 더 걸렸다. 레이드로 세금을 내 본 적이 없어서 이 제의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를 알 수 없어서 기뻐할 수가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못난이 3형제를 보는 것처럼 임정의 마음이 짠해졌다.

“그리고 무기는 ‘익스트림 헌터’에서 지원을 받을 거예요. 선아영 대표랑 얘기가 됐어요.”

“대박이다! 그냥 빌려주겠대요? 무상으로?”

태인이 물었다.

“꼭 무상이라고 하긴 그렇고. 내가 ‘익스트림 헌토’의 광고모델이 돼 주기로 했거든요.”

“누나! 나도 써도 된다고 해주세요. 나는 초상권 따위 없어요.”

강현이 말하자 임정은 쓸데없는 소리로 끼어들지 말라고 손을 내둘렀다. 강현은 곧장 입을 다물었다.

“아이구, 내 동생. 기가 팍 죽어가지고. 그렇다고 울지는 말고.”

지우가 강현의 목을 끌어안고 머리를 헝크는 것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임정이 손뼉을 쳤다.

“그동안은 외부에 공표하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이제는 우리 클랜의 일원들이 됐으니 얘기를 할게요. 우리가 지금까지 알아왔던 것들이 언제까지 진리일 거라고 생각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지우씨가 대표적인 사례죠. 실외에만 나타나던 늪이 실내에 생긴 것도 그렇고 헌터 테스트에서 헌터가 되지 못했던 사람이 헌터가 된 것도 그렇고.”

강현이 슬쩍 팔을 들었다.

“질문 좀 해도 돼요?”

임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우 형 집에 나타났던 늪은 어떻게 됐어요? 레이더들이 그 늪에 있던 괴수를 공략했나요? 그랬으면 늪이 사라졌을 것 같은데.”

“나도 그게 궁금하긴 했는데.”

태인도 물었다.

임정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이더니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하는 말은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예요. 지우씨의 집에 생겼던 늪에서는 괴수가 발견되지 않았어요.”

그 말에 모두가 놀랐다. 그러면서도 서규태는 임정이 중대한 기밀을 이런 자리에서 공표해도 되는 건지 그것을 걱정해 주었다.

“앞으로 경우에 따라서, 치안대도 처리할 수 없는 가장 난이도 높은 늪의 괴수를 우리 클랜이 맡게 될 수도 있어요. 그만큼 강해지고 싶고 그만큼 강하게 만들고 싶어요.”

“그거였군! 그런 조건이 붙어 있었으니까 러프 스톤을 비과세로 거래하게 해 주겠다고 한 거지. 아무 것도 모르고 헌터 협회장한테 괜히 고마워할 뻔 했네.”

태인이 말했다.

“그래서 싫어요?”

임정이 물었다.

“최고로 만들어주겠다는 거잖아요. 우리를. 탱커님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는 거 알고요. 어떤 바보가 이런 기회를 마다하겠습니까?”

태인이 말했다.

임정은 강현을 바라보았다.

“지금 나한테 대답을 하라는 거예요? 바보 1은 넘어갔으니까 바보 2의 생각을 말해봐라, 이거예요?”

“좋다는 말이지? 말 어렵게 하지 마라. 누나 머리, 안 그래도 복잡하다.”

임정이 눈썹을 움직이면서 말하자 강현의 눈썹이 팔자로 휘었다.

“에이, 왜 그러세요, 누나. 저한테도 존댓말 해 주세요. 누나가 일단 말을 놔 버리면 진짜 무섭다고요.”

“그 얘기 좀 더 듣고 싶은데요.”

서규태가 임정에게 말했다.

“괴수가 없는 늪이라는 것도 존재하나요? 괴수가 사라지면 늪도 사라지는 거잖습니까. 괴수가 원래 있었다가 사라졌다고 해도 이상한 거고, 처음부터 없었다고 하는 것도 이상한 거고…….”

“저희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임정이 말했다.

임정이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뭔가 털어놓기 어려운 비밀이 하나 정도는 더 있는 것 같은 낌새였다.

“뭐가 더 있어?”

지우가 물었다.

임정은 한숨을 쉬었다.

“그 늪은, 괴수가 없기는 했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커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에. 그게 멈췄어요.”

“성장이?”

지우가 물었다.

임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괴수도 없는 늪이 괜히 신경 쓰이게 만드네?”

태인이 말했다.

“우리가 거기에 가서 볼 수도 있는 건가요?”

서규태가 묻자 임정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려고만 하면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지우의 거실에 나타난 늪은 여러 모로 사람을 긴장시켰다. 늪의 테두리에 나타난 색깔도 전례가 없이 특이한 색이어서, 그런 늪에 서식하는 괴수는 늪이 생기고 나서 한참 후에 생겨나는 건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나왔었다. 그래서 하루하루, 늪을 살피러 들어가는 사람들은 모두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경우에는 각종 장비로 무장한 열 명의 레이더들이 서로 서로 파트너의 등 뒤를 지켜주면서 늪을 수색했는데 이 사람들과 늪을 보러 간다면 다섯 명의 인원으로 될지, 그 인원으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을지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괴수가 늪에서 오래도록 발견되지 않았었기 때문에, 갑자기 나타나게 된다면 그때는 여러 마리가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얘기들도 나왔었다.

“일단은 보호장비도 준비를 하고 우리 스스로 지킬 수 있을 만큼 실력도 키우고 나서 가 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한없이 미루자는 건 아니고 단 얼마간이라도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임정이 말하자 서규태도 그 말에 찬성을 했다.

“그리고 이게 마지막 얘기가 될 것 같은데. 앞으로는 합숙 훈련을 하면 어떨까 생각을 해요. 이제 사체 운반 일은 거의 끝났다고 보시면 될 테고 앞으로는 레이드와 훈련에 매진을 했으면 하거든요. 물론 참여하실 분들이 먼저 동의를 하셔야 가능한 일이긴 해요.”

임정이 말하자 네 명의 헌터들은 즉각 고개를 끄덕였다. 태인과 강현은 두 팔을 위로 들어서 커다란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찬성이예요. 찬성. 드디어 레이드를 하게 되다니.”

강현은 들뜬 모습을 쉽게 감추지 못했다.

“마침 좋은 건물이 있어서 샀어요.”

임정이 시원하게 말했다.

“그래요?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거예요?”

강현은 기도하는 것처럼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로 눈을 반짝거렸다.

평생에 걸쳐서 하나씩 들어야 할 좋은 소식을, 그 날 하루 날을 잡아서 전부 듣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바로 들어갈 수는 없어요. 건물을 헐고 다시 올리는 중이거든요.”

“아아. 그렇구나. 진짜 기대된다.”

태인조차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비용이 꽤 들 것 같은데 반은 내가 부담을 할 테니까 비용을 알려주세요.”

서규태가 말했다.

“절대로 감당 못 하실 걸요?”

임정이 웃으면서 말했다. 무엇을 상상하던 그 몇 배 이상으로 질러버릴 자신이 있는 사람 같았다.

“나를 너무 무시하지 말고요.”

서규태는 말을 하려다가 거기에서 딱 멈춰버렸다. 임정이 러프스톤 몇 십개를 꼬불쳐 놨다는 게 생각나서였다. 임정과 서규태는 서로만 알아볼 수 있는 눈빛을 교환했다. 서규태는 그 시간부로 돈 걱정을 끊어버렸다.

땅을 사고 건물을 올리느라고 임정은 러프 스톤 세 개를 협회장을 통해 팔았다. 협회장은, 치안대장과 협회장이 나서서 밀거래를 하는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임정은 그런 것에 대해 일일이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협회장은 세금을 떼지는 않았지만 커미션을 떼갔다. 협회장이 불법 거래로 이익을 챙기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임정이 묻자 그는 임정이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

더 이상 천기정의 안전을 걱정할 이유는 없었다.

그들의 클랜 이름을 따서 지은 클랜 A동은 –클랜 이름이 클랜 A라서 클랜 A동일 뿐인지 B동, C동이 연달아 지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6층과 7층에 오피스텔 형식의 주거 공간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일찌감치 천기정에게 분양되었다.

건물은 지하 3층, 지상 7층이었지만 실제로는 지상 10층짜리 건물과 높이가 비슷했다. 각층의 높이가 시원시원하게 높게 빠졌던 것이다. 1층은 화재와 같은 비상시에만 출입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고 평상시의 출입은 지하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했다.

건물에는 수영장과 암벽 훈련장, 체력 측정실과 트레이닝 센터가 마련되어 있었고 건물 자재는 차크라 좀 다룬다 하는 헌터가 와서 힘을 가해도 부술 수 없을 만큼 견고한 것이 사용되었다. 천기정이 공격을 당한 것이 클랜 A동의 설계에 각종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대비하고 안에서는 훈련에 매진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는 것. 그것이 임정이 염두에 둔 목표였다.

수영장은 일반적으로 호화로운 대저택에 만들어지는 수영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철저하게 훈련의 연장선일 뿐이었다. 극단적으로 깊고 넓고 길고. 빠지면 죽는다는 생각이 확 들 정도의 생김새가, ‘드루와. 드루와.’하고 유혹을 하는 것 같았다.

암벽 등반 훈련장도 마찬가지였다. 차크라를 사용하는 기술을 극한으로 끌어 올리지 않으면 올라갈 수 없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았다. 그냥, 미친 수준이라고 하는 게 옳았다.

어느 공간은 마더 호크가 살던 환경과 아주 비슷했다. 그런 식으로 클랜 A동의 여기저기에, 헌터들을 괴롭혔던 지형들이 구현 되었다. 임정은 내부 인테리어를 하기 전에 선아영을 불러들였다. 선아영은 과연 ‘익스트림 헌터’의 주인다웠고 자기가 그 건물에 어떤 식으로 조력을 해야 할지를 곧바로 알아차렸다.

3층과 4층에 마련된 훈련장에 선아영은 ‘익스트림 헌터’ 매장의 한 구역을 통째로 옮겨 놓은 것처럼 진열장과 무기와 보호장구, 어그로 장비를 가득 채워버렸다. 저건 단순히 호의 차원이라고 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건들이 꾸역꾸역 계속해서 들어오자 마침내 서규태와 천기정이 나섰다.

두 사람은 돌려 말하는 기술 따위는 태어나서 배워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자기들이 배운 화법으로, 안지우에게는 임정이 있고 자기들은 이 평화로운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괜히 네가 끼어서 긴장감을 만든다면 우리 모두는 너를 적대할 거다라는 말을 직설적으로 하자 선아영이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누가 클랜 대표죠?”

천기정과 서규태는 선아영이 자기들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기는 한 건가 하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다가 서규태가 가볍게 손을 들었다.

“탱커님이 없을 때는 내가 대행을 맡는다고 보면 될 것 같군요.”

“계약을 하고 싶어요. 한 번의 레이드로 얻는 수익의 10퍼센트를 매번 받고 싶은데요.”

선아영이 말했다.

“얘기는 이미 끝난 걸로 아는데요? 탱커님이 ‘익스트림 헌터’의 광고 모델이 돼 주고 선 대표님이 우리 클랜에 무기를 대여 해 주는 걸로 한 게 아닌가요?”

“전에는 그랬죠. 그 내용은 지금도 유효해요. 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까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져서 저도 좀 더 투자를 늘리고 싶어요.”

“어떤 식으로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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