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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클랜의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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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30일 03시 31분.
지우는 꿈을 꾸었다.
어려서부터의 단골메뉴다. 지우는 비현실적으로 높은 책장 맨 윗칸에 있는 책을 꺼내려고 사다리를 기대놓고 올라가고 있었고, 자주 꾸는 악몽에서 의례 그러듯이 사다리를 올라가면서부터 이미 사다리가 뒤로 넘어갈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사다리와 함께 넘어지다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꿈이었다. 바닥에 닿기 전에 화들짝 놀라고, 전기 충격당한 개구리가 발작하듯이 팔을 한 번 크게 꿈틀 하면서 꿈에서 깬다. 꼭 꿈에서 현실로 거칠게 내동댕이쳐지는 기분이어서, 그렇게 잠에서 깨면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그 날은 제 기분만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지우가 그렇게 요란하게 잠에서 깨는 바람에 옆에 있던 임정이 지우의 팔에 맞았다. 다행히 마지막 순간에 지우가 정신을 차리면서 손을 빨리 거둬들였으니 망정이지, 아주 세게 맞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헙!’
지우는 한 손으로 얼굴을 비비면서 움직임을 천분의 일로 쪼갠 듯이 가만히, 가만히 움직였다.
임정은 완전히 지쳐 쓰러져 있었다. 차크라가 그야말로 바닥이었다. 바닥에 있는 것을 쓸어서 긁어 모으려고 해도 그것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완전히 방전된 것이다.
지우는 가벼운 모시 이불을 들어 임정의 몸에 덮어 주었다. 그 아래의 몸은 벌거벗은 채였다. 이불이 필요한 온도는 아니었다. 이불을 덮어준 것은 임정이 추울까봐 그런 건 아니었고, 그렇게 하면 제 손의 움직임을 임정에게 숨길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지우는 잠짓을 가장하면서 임정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잠꼬대처럼 으흐으음, 소리를 내기도 했다. 남우 주연상까지 기대하는 건 아니더라도 지우는 임정이 잠에서 깨지 않기를 바랐다.
자기 전에 가졌던 임정과의 첫관계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그게 아쉬웠다. 지우는 누운 채로 한 번 더 몸을 움직여 임정에게 다가가 임정의 엉덩이에 제 몸을 완전히 밀착했다. 단단해진 분신이 존재감을 키워내고 있었다. 지우의 손이 임정의 엉덩이 쪽을 천천히 어루만지자 끈적이는 정액이 손에 묻어나왔다. 그 감촉에 지우의 것이 단번에 발기가 되었다.
임정의 안에 사정을 하고 제 정액이 쿨렁쿨렁 흘러나오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던 기억이 났다. 지우는 이제 조금 더 과감하게 임정에게 다가가 임정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입술을 맞추었다. 임정은 미동도 없었다. 아픈 건가 걱정이 돼서 지우는 몸을 일으켜 임정의 이마에 손을 짚었다. 다행히 다른 문제는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지우는 임정의 허벅지 뒤쪽을 문지르다가 천천히 잡아 올렸다.
“조금만 벌려줘.”
지우의 은밀한 목소리에 임정이 움찔했다. 처음부터 깨 있었던 건지, 그 말을 듣고 깬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임정은 주저했지만 지우의 손이 뒤에서부터 대담하게 음부를 공략하자 저도 모르게 달뜬 숨소리를 내면서 지우가 원하는대로 해 주었다. 지우는 손을 뻗어 임정의 허리를 감아 아랫배를 쓰다듬으면서 제 분신을 임정의 그곳으로 밀어 넣었다.
“하아아…….”
“아파?”
“아뇨.”
지우는 임정을 뒤에서 꽉 끌어안은 채 임정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지우의 숨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지우가 계속해서 임정의 어깨와 목에 입을 맞추자 임정이 손을 뒤로 뻗어 지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임정에게 일단 들어가고 나면 도저히 오래 참을 수가 없었다. 저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은, 저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 미개척의 길. 그곳이 지우를 받아들이면서 지우를 몽롱해지게 만들었다. 지우는 폭발하기 직전에 허리의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임정을 바로 뉘었다.
임정은 아직 지우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는 게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 모습이 미칠 듯이 귀엽고 예뻐서 지우는 임정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임정은 순순히 그의 키스를 받아들이며 지우의 목에 팔을 감았다. 임정이 지우를 바라보면서 지우의 머리카락을 쓸어올려 주었다. 어차피 무용한 일이었다. 임정을 바라보고 엎드려 있는데. 쓸어올린 머리카락은 금세 다시 쏟아져 내려왔다.
지우는 임정의 가슴에 입을 맞추고 허릿짓에 속도를 올렸다. 임정의 홍조띤 얼굴이 가슴에 맺힐 듯이 절절해서 지우는 손으로 임정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임정이 그런 지우의 손을 잡아쥐었다. 지우는 임정의 손바닥에 입술을 한 번 맞추고 내려 놓았다. 그러고는 절정의 순간을 향해 마지막 속력을 냈다. 임정의 고개가 뒤로 꺾이면서 꽃같은 비명이 튀어 나왔다.
정액이 순식간에 임정의 안을 채우고 흘러 나왔다. 콘돔이 필요하지 않게 된 세상이라는 것은 그들에게 행운이었다. 피임을 위해 콘돔을 낀다고, 관계 중에 갑작스런 절연을 겪지 않아도 되었다. 임신을 원하지 않으면 성관계를 가진 후 24시간 이내에 피임약을 먹기만 하면 되었고 그것은 인체에 어떤 해도 없었다. 덕분에 지우는 몇 번째 임정의 안에 사정을 하면서도 저항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임정이 씻겠다고 일어서려는 것을 지우가 그대로 잡아 눌렀다.
“그냥 자자. 씻지마. 그냥 가지고 있어.”
그래놓고 임정의 등에 얼굴을 파묻으며 임정에게 바짝 붙었다. 임정은 몇 번 더 소극적으로 저항을 해 보다가 이내 포기를 했다. 임정은 지우의 팔을 잡아 제 겨드랑이 사이로 끌어다가 꼭 잡았다. 이내 두 사람의 조용한 숨소리가 간음을 하듯 묘하게 섞여들어갔다.
지우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불과 하루 전만 하더라도 임정과 이렇게까지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긴박한 하루가 지나가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절대로, 이전과 같아질 수는 없을 것이다.
2025년 7월 28일 20시 18분.
지우가 사체 운반 일 자리를 알아보려고 했을 때 태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오늘은 일 자리 따로 구하지 마. 내가 세 사람이 같이 할 수 있는 자리를 구해놨어. 장소 알려줄 테니까 내일 거기로 나오면 돼.
태인의 목소리가 밝았다. 세 사람이 같이 일 할 수 있다는 말에 지우의 기분도 좋아졌다.
“그래요? 용케 그런 자리를 찾으셨나보네요?”
-응. 세 사람을 구한다는 게 보여서 내가 빛의 속도로 지원을 했지.
“잘 됐네요. 형. 강현이한테도 말씀하셨고요?”
-이제 해야지.
“다른 옵션을 건 건 아니죠?”
-별 건 아니고. 우리는 높은 차크라 등급과 차크라 숙련도로 일을 빨리 끝낼 수 있다는 점을 어필했지. 그리고 B급 탱커가 가끔 와서 일을 도와주기도 해서 일이 훨씬 빨리 끝나는 날도 있다고 했고.
“탱커님을 팔았다고요?”
지우가 놀란 소리로 물었다.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고 탱커님이 직접 한 얘기거든. 앞으로는 탱커님이 우리 일을 도와주셔야겠다고 말이야. 일이 빨리 끝나면 훈련 시간을 좀 더 확보할 수 있다는 거지. 내일 보자고. 나올 장소 알려줄게.
“어쨌든. 고마워요, 형. 잘 됐네요.”
다음날 아침에, 지우는 약속 장소인 늪으로 나갔다. 공원 입구에 생긴 4급 늪이었다. 오픈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지만 공원관리를 맡은 측의 재촉 때문에 우선 공략 대상으로 선정된 늪이었다.
지우가 늪에 거의 도착했을 때 임정이 그곳에 나타났다. 오후부터 헌터 협회에 나가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지만 오전에는 한가하다면서 임정은 사체 운반 일을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공원에는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늪을 공략 할 거라는 사실이 상당 기간 전부터 충분히 공지가 되었는지, 일반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제일 먼저 도착한 모양인데요?”
지우가 말했다. 하지만 지우가 말을 마친 그 순간에, 멀리 보이는 화장실 건물에서 태인이 나오고 있었다. 그 사이의 거리는 100여미터 정도가 되었다. 소리내서 부르려면 목청을 꽤나 돋우어야 할 판이었다. 그래서 지우는 태인을 부르려다 그만두었다. 태인이 늪의 주위로 다가가 한가하게 늪을 살피는 모습이 보였다.
“아직 레이드가 안 끝났나보죠?”
그 모습을 보면서 지우가 말하자 임정도 고개를 끄덕였다. 임정의 복장도 사체 운반 헌터처럼 가볍고 간단했다. 사체 운반을 하러 들어가는데 불편하게 갑옷이나 어그로 장비를 착용할 필요는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태인과의 거리가 70여미터 정도로 줄었을 때 늪에서 사람들이 나왔다.
“이제 나오네요.”
임정이 말했다. 늪에서는 열 명의 레이더들이 차례대로 나오고 있었다. 얼굴에서는 개운하다는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갑옷을 입은 레이더들 중에 부상을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괴수로부터 직접적인 공격을 받은 것은 아닌 듯했고, 공격을 피하려고 하다가 얻은 부상들 같았다.
임정은 걱정스럽다는 듯이 지우를 바라보았다.
“공략에 성공을 못한 것 같죠?”
지우도 임정의 말에 수긍했다.
태인은 레이더들이 늪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뒤로 멀찍이 떨어진 채 늪을 보고 있었다. 레이더가 사체 운반 헌터의 윗사람인 것도 아니고 그냥 많이 버는 일을 한다는 것 뿐인데 그들에게 인사를 할 이유도 없는 거였다. 하지만 공략에 실패하고 늪에서 나오는 레이더들과 잘못 엮여서 좋을 것이 없다는 것쯤은 태인도 잘 알고 있었다.
지우와 임정의 걸음이 저절로 빨라졌다. 탱커가 바디 펌에 전화를 걸었다. 태인은, 공략을 마치지 못하고 늪을 떠난다는 탱커의 말을 들었다. 왜 자기가 가까이에서 늪을 보고 있는 그때 사람들이 튀어나온 건지, 왜 미리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을 못했는지 후회가 되기는 했다. 공략에 실패한 레이더들의 성질이 얼마나 난폭해지는지는 숱한 경험을 통해 지겹도록 체득한 태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딜러 하나가 태인에게 다가왔다. 태인은 후회를 하면서 황망히 눈동자를 굴렸을지는 몰라도 그 사람을 노려보거나 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런 사실은 레이더들의 주관에 따라서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는 법이었다.
“지금 뭐라고 했어.”
태인에게 다가온 딜러가 말했다.
‘하다하다 이제는 환청까지 들리는 건지.’
태인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걸음을 뒤로 물렸다. 토네이도의 이동경로를 예측했다면 거기에서 피하는 게 상책이다. 세력 범위 안에 들어서 온몸이 갈갈이 찢긴 후에 시비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대답없이 뒷걸음질을 치는 태인의 모습이 딜러를 더욱 자극했다.
“이 새끼, 이거 뭐야. 사람을 무시하는 거야? 어?! 야. 야, 이 새끼야! 내가 지금 묻잖아. 어? 건방진 새끼가 지금 누구 마음대로 사람을 무시해? 이런 병신 새끼를. 야. 이 새끼야. 괴수를 죽이지도 못한 것들이 꼴같잖게 진상부리는 것 같냐? 어? 그렇게 생각하냐고.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다고 말을 하던가!”
태인은 머리를 굴렸다. 사과라도 한다면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까 했다. 사과로 끝날 일이라면, 사과를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우선은 미친개를 피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태인이 입을 열기도 전에 딜러의 억센 팔이 태인의 팔을 우악스럽게 잡아챘다.
“그렇게 잘났으면 네가 직접 해 보든지. 어? 너도 헌터잖아. 네가 공략을 해 보라고. 맨날 죽은 괴수 사체만 들고 다니다보니까 네가 그 괴수를 죽인 것 같지? 웃기고 있네. 네가 죽여보라고. 이 병신 새끼야!”
사태는 점점 심각해졌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절대로 어겨서는 안 될 행동이라는 것이 있었다. 태인은 이성을 상실한 딜러에게 끌려갔다.
============================ 작품 후기 ============================
사건의 배치가 역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