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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6화 〉마지막 복수 (126/129)



〈 126화 〉마지막 복수

왜일까.

저 면상판을 마주하면 극심한 분노가 일어나당장면상을 찢어버리고 싶을  알았는데,  오히려 심장박동은 요동치지 않고 고요한 걸까.

마지막이란 아쉬움 때문에?
이제 드디어 복수가 완성된다는 기쁨 때문에?

모르겠다. 깊게 생각하지 말자고.
그저 복수를 완성시키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면 되는 거야.


우선 장 대표의 이름은 장수민이었다. 40대 초반의 나이에 가족관계는 아들과 남편이 있었다. 굳이 가족까지 건들 생각은 없었다. 연좌제 따위 같은 제도는 혐오하는 편이었으니까.


그녀는 예상대로 극성뷔페미즘에 찌들어있었고, 여러 극우여성단체에 가입이 되어 있었다. 덕분에 누그러들었던 복수심이 조금 반등하긴 했다.


전화를 받은 직후, 그녀가 사는 이곳으로 곧장 차를 이끌고 왔다. 상후돔 시가 있는 경기도 밑의 충청남도였다.


차로 1시간을 달려왔다. 과속 카메라 따윈 안중에 보이지도 않아 평균시속 140키로는 되었던  같았다. 네비도 1시간 30분이 걸린다고했었는데 과속 무시 덕에 1시간만에도착했으니, 과태료가 어마무시하게 날아올 터다.

과태료 따위는 상관없었다.
그당시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 내로 저 년을 잡아 족치는 것이었으니까. 분노가 일어나지 않는다해서 그녀를 순순히 보내줄 생각은 없었다.


그녀가 무너져야만 나의 복수가 완성되는 것이니까. 그래야만 전생의 억울한 넋을 달랠 수 있을 터다.


"..저, 무슨 말씀이라도..?"

그녀는 6년 후와 크게 달라진 것 없는 얼굴이었다. 온갖 탐욕과 욕망에 찌들어 있는 그녀의 얼굴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보기 역겨웠다. 이목구비의 조화는 아름다웠다. 아니, 아름다울 것이다.

지금의 내겐 그저 혐오스런 신체구조의 일부분일 뿐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아름다울지도 모른다.  속에 들어찬 마귀는 오로지 나의 눈에만 보이는 것일 테니까.

"아, 잠시 그때가 기억이 나서요. 생명의 은인이시니까요."


말을 하면서도 [생명의 은인]이라는 문구에선 헛구역질이 올라올 뻔했다. 장수민이 호호 가증스레 웃으며 입을 가렸다.


"호호, 그때 저도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사고가 컸으니까요."

푸핫, 커피잔을 입에 댄 순간 웃음이 터져나왔다. 하마터면 그녀의 면상판에다 뜨거운 커피를 뿜을 뻔했다. 역시나, 저 가증스럽고뻔뻔하기 짝이 없는 년은 미끼를 물어버린 줄도 모르고 거짓말을 해댄다. 내가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정도는 이미 그녀도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없던 기억까지 만들어내 내게 알랑방귀를 껴대는 것이겠지. 혹여나 사례금을 받지 못할까싶어 말이다. 장수민이 얼떨떨한 얼굴로 물었다.

"왜, 왜 그러세요?"


"하하, 아닙니다. 너무 좋아서요. 큭큭큭큭."

아예 커피잔을 내려놓고 배꼽까지 잡아대며 그녀의 면전 앞에서 꺽꺽 웃어댔다. 어쩔 땐 인생은 가까이서 보아도 희극일 때가 있는 법인 듯싶다. 요망한 년,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더니 그때나 지금이나 눈앞의 탐욕에 눈이 멀어 제 스스로 무덤을 파는지도 모르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웃겼다.

눈가에 눈물까지 맺혔다.


"끅끅끅.. 하.. 죄송해요. 너무 웃었나요? 크흡."


웃음을 갈무리하며 얘기하자 장수민은 표정을 구기며 시선을 돌리곤 커피를 홀짝였다. 어서 사례금이나 받고 집에 가고 싶은 기색이 역력했다. 뭐, 보내줄 생각은 없다만, 큭큭.


"혹시.. 사례금은?"

참을성도 지지리도 없다.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뽑다 못해 코를 베어가려고 덤벼드는 그녀에 피식,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드려야죠. 그러려고 은인을 찾은 건데요."

테이블 밑에 놓아두었던 가방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로 올렸다. 007가방처럼 생긴 큼직한 사각 가방이었는데 안에는 당연히 현금다발이 들어가있었다.

-딸각.


가방을 열어 그녀 앞에 건네주자 장수민은 역시나 더러운 주둥이를 활짝 만개하며 속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 그렇게 기뻐하라고. 기쁨의 끝자락에서 추락하는 기분을 너도 느껴봐야지 않겠어?


"이, 이게 얼마에요?"

"일 억입니다."


"네, 네? 일,  억원이요?"


장수민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원래부터 눈이 큰 탓에 쏟아져내릴 것만 같다. 돈에 홀린 그녀가가방을 낚아채려고 했다. 눈앞에 놓인 1억이란 거금에 눈이 돌아가버린 모양이다. 난, 순순히 가방을 밀어주었다.


"우, 우와.. 일 억원…"


장수민은 고운 자태를 뽐내는 신사임당을 내려다보며 입을 다물  몰랐다. 행복에 겨워 미치겠지. 내가 처음 시스템을 얻었을 때처럼 기뻐 날뛰고 싶을 것이다.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쓴 아메리카노인데도 왜인지,너무 달다. 설탕시럽을 떼려넣었나 싶을 정도로.


카페는 조용했다.
아니, 조용할 수밖에 없었다.

테이블이 세 개뿐인 작은 개인 카페였는데 오늘 하루를 통째로 빌렸기 때문이다. 나이가 지긋한 노사장에겐 은인과의 만남이란 귀중한 시간을 누군가에게 방해 받고 싶지 않다며 대관을 요청했고, 그 역시 500만원이란 돈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승낙해주었다.

한달치 이익을 넘는 금액이니 환장할 수밖에.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돈이 만사형통이다.

가게 문은 미리 잠궈두었고 블라인드까지 내려 이곳엔 그녀와 나뿐이었다. 노사장 역시, 커피만 만들어주곤 퇴장했었다.

500만원이란 돈에 붙은 [절대출입엄금]이란 조건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다. 거기다 늙은 노인이 운영하는 작은 카페라 그런지 CCTV조차 없었다.

내겐 최적의 장소였다.
물론 이곳에서 끝장을 볼 생각은 없다. 마지막이니만큼 성대하게 복수를 치룰 생각이었다. 대미를 장식하기에, 완벽한 대상이었으니까.

"큭큭, 좋으세요?"

"네, 네! 그럼요! 착한 일을 하면 역시나 하늘이 돕네요. 호호!"

그녀의 웃음에 난,눈빛에 갈았다. 당장 목을 내려쳐 대가리와 육신을 분리시킬수 있을 정도로 날카롭게.
장수민, 이 버러지 같은 년을 마주하고 있으니 어째 분노게이지가 점점 상승한다. 욕망에 찌들어 게걸스레 돈을 탐식하는 그녀의 모습이 잔잔하게 너울지던 분노의 파도에 소용돌이를 만드는  같았다.


차분히 가라앉아있던 심장박동이 점점 거세지기 시작했다. 수그러든 복수심에 장작을 아주 들이부어주신다.


 분수도, 앞으로의 상황이 어찌 될 지도 모른 채 그저 돈에 환장해 킬킬대는 그녀를 노려보며 뇌까렸다.


"..미친년.. 지랄하고있네."

"네.. 네, 네?"

히죽대며 웃던 장수민이 나의 욕설에 어벙한 표정을 지었다.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지 눈을 끔뻑이며 행동을 멈추었다. 말려올라간 입꼬리도 급격히 가라앉았다.

"좋냐?  버러지 년아."


"네, 네? 뭐, 뭐..요…?"

"좋냐고, 돈이 그렇게 좋아?"

이젠 내가 히죽 웃고 있었고, 장수민은 급변한 상황에 잔뜩 움츠러들면서도 나를 쳐다보며 불쾌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무, 무슨소리에요. 갑자기."


"사람은 고쳐쓰는 게 아니라는 말이 딱 맞아. 그때나 지금이나 탐욕에 눈이 멀어버린 꼴이라니."

"갑자기 무슨 소리냐고요! 무례하시네요!"


이상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장수민이 돈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서려했다.

"앉아. 씨발년아."

"네? 아니, 생명의 은인에게 대체 뭐하자는 경우죠?"


"도망치려면 돈가방은놓고 가야지? 그리고 생명의 은인? 하하하하ㅡ!"

한바탕 호탕하게 웃어젖힌  팔짱을 끼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웃음기가 가시고, 살기만이 그득하게 작은 공간을 메운다.


"넌 내 생명의 은인이 아니고, 죽음의 은인이다.  씨버러지년아. 어디 함부로 그딴 말을 지껄여? 험한  보기 싫으면 앉아."


장수민이 주춤하며 앉으려다가 이내 돈가방을 품에 안고는 카페 출입구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제법 재빠른 몸놀림이었지만 애석하게도 굳게 잠긴 출입구는 열리지 않았다. 안에서 잠궈버린 다음, 근력으로 걸쇠를 휘어버렸기 때문이다.


-덜크덩!


"이 씨발! 왜  열려!"


장수민이 이번엔 뒷문으로 향했지만, 역시나 안에서 잠겨버린 문은 열리지 않았다. 앞문을 잠그기 전에 뒷문의 바깥에다 문이 열리지 않도록 손잡이에 각목을 받쳐두었기 때문이다.

난, 느긋하게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달았던 커피가 점점 써지고 있었다.


모든 퇴로가 막힌 것을 인지한 장수민이 다시 홀로 나왔다. 출입구까지 봉쇄된 곳에 살기를 띄고 있는 나와 단 둘이 남은 이 상황에 이제야 상황이 조금 파악되는 모양이다.


"앉아."

"네.."

장수민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돈가방은 속에 꼭 안고 있는 것이 마땅찮았지만 딱히 거두어들이진 않았다.


"생명의 은인이랬지? 그날 사고가 어떻게 났고 어떻게 니년이 날 병원으로 데려갔는지 말해봐."


"대, 대체 왜 이러시는 건데요.. 제가  잘못했는데요.."

겁에 질린 장수민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래, 그런 표정을 지어야지.  흡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커피 잔을 내려놓았다.

"잘못이야했지. 6년 후에 넌 내 인생을 완전히 부숴버리니까."


"네.. 네? 6년 후요?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

"이해할 생각하지마.  이해시키고 싶은 생각도 없고, 넌 그저 죗값을 치룬다고 생각해."

장수민이 발끈하며 소리쳤다.
역시, 악바리 근성이 있는 년이다.

"아니! 내가 뭘 잘못했냐고요! 대뜸 사람 불러다가 이게 무슨 짓이에요! 경찰에 신고할 거에요!"


그녀가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난, 그런 그녀에게 마인드컨트롤을 시전했다. 그녀는 자아를 잃어버린 인형이 되었고, 난 그녀를 데리고 차로 편안히 이동했다.


"자.. 못다한 얘기는 장소를 바꿔서 하자고."


그녀를 차에 태우고 운전대를 잡았다. 버리지 년은 마컨에 당했으면서도 돈가방은 품에 꼭 쥐고 있었다. 악착 같은 년, 그러니 남의 인생도 쉽게 짓밟아버리는 거겠지.  쓰레기 같은 근성, 오늘 뿌리까지 뽑아주마.

우선 챙겨온 케이블타이로 그녀의 손과 발을 포박하고 테이프로 입을칭칭 감았다. 안전감옥으로 돌아가려면 마컨의 시간으론 턱없이 부족하니 말이다. 그리고, 가는 길에 들러야할 곳도 있고.




**


낯선 길가에 차를 주차한  인근 거리에 CCTV가 있는 것을 우선적으로 확인했다. CCTV가 도처에 깔려 있긴 하지만 어디에나 사각지대는 존재하는 법.

"흠, 저기가 좋겠네."

다시 차에 올라 CCTV가 찍히지 않는 사각지대로 차를 옮겼다. 완벽했다. 차에서 내리려하자 안전띠로 묶어둔 장수민이 꿈틀대며 눈을 떴다. 조롱 섞인 눈빛으로 태연히 그녀를 쳐다보고있자, 이내 시선이 마주쳤다.

"끄으으으으으! 으읍! 읍읍!"

소스라치게 기겁을 하며 발악을 해댔는데 이미 묶여버린 손과 발, 거기다 안전벨트에 속박된 몸에 차만조금 흔들릴뿐이었다.


"풋. 이제 사태가 좀 파악되시나보네?"

"으으읍! 으읍!"


눈꼬리를 내리며 그녀가 뭐라 하소연을 해댔지만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보나마나, 살려달라는 등의 시답잖은 소리겠지.


사례금이란 미끼에 즐거운 발걸음을 옮겼을 텐데, 미안하게 됐군. 뭐, 앞으로 더 미안하게 테지만.

-퍽!

대뜸 그녀의 얼굴에 주먹 한방을 꽂아넣었다. 코에서 피가 흘렀고, 그녀는 다시금 꿈나라로 향했다. 피식, 웃은 난 차에서 내리고 문을 잠궜다. 마지막 복수라 그런지, 왠지모르게 즐거웠다.

휘파람을 불며, 난 어디론가 걸음을 옮겼다.

5분여를 걸어 주택 한 채에 도착했다. 이미 전화로 집에 누가 있는지 확인해둔 터였다. 개인정보를 알아내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마인드컨트롤만 있으면 개인정보를 넘어 어떠한 정보 습득도 가능했으니까.

현관문을 치자 잠시 후, 문 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중후한 남정네의 목소리였다.


- 누구요?

"조간나 씨 되십니까?"

- 그런데요. 누군데요.

새끼, 띠껍기는.
배트맨이다. 이 씹새끼야.


난, 더 말할 것도 없이 곧장 이름으로 마인드컨트롤을 시전했다.

인접한 조간나에게 마인드컨트롤이 시전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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