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화 〉강한의 반격
"자, 이제 앞으로 모두 진성 게이가 됩니다. 그리고 턱관절이 빠질 때까지 상대의 성기를 미친듯이 빨아대다가 어느 누구든 사람이 등장하면 상대 성기를 이빨로 물어뜯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네."""
굵직한 남정네들의 대답에 내가 내린 지령임에도 혐오스레 쳐다보곤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원래는 돼지새끼 두 놈을 공개능욕시키는 것이 계획이었지만 이 조폭새끼들도 결국 다를바없는 쓰레기들이기에 계획을 살포시 수정한 것이다.
덕분에 아주 기괴하지만 진귀한 광경을 구경하게 됐지만.
"자, 앞에 돼지새끼 두 놈은 경찰을 만나면 이제껏 저지른 죄들을 모두 자백하고 증거물도 고스란히 넘겨줍니다. 아시겠습니까."
""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누워있는 돼지새끼 한 마리의 머리채를 잡아들었다.
"그리고 너이 씹새끼는 앞으로 박인아와 인연을 끊고 살게 될 거다. 항상 미안해하며 도망치게 될 거야. 알겠냐."
"네."
머리채를 한번 바닥에 찍어버린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옥고추열차를 계속 쳐다보고 있자니 구토가 올라올 것 같아 시선을 멀리 두었다.
"자, 그리고 앞으로 제 말에 절대복종하게 될 것이고 절대 저를 배신하지 못합니다. 아시겠습니까."
뒤통수 조심 암시까지 마무리한 난, 핑거스냅으로 컨트롤을 풀어버렸다. 그리고 눈에 띄지않는 구석 기둥 뒤에다 몸을 숨기고 놈들의 역겨운 펠라를 촬영했다.
돼지새끼 두 놈의 얼굴을 담아두는 것은 절대 빼먹지 않았고, 만족스런 결과물에 영상을 저장하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몇번의 착신음 후, 전화연결이 되었고 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국장님? 제가 재미난 영상 하나 땄는데.. 보내드릴테니 속보로 터뜨려주세요. 시청률 대박날 겁니다."
- 왓? 뭐라구요?
"큭큭, 바로 터뜨려주세요."
- 무슨 영상인가요?
"보시면 기절하실지도 모르니 조심하세요. 바로 보내드리죠."
나의 첫 시니어 히로인 레이나킴은 머뭇거리다 이내 알겠다며 승낙했다. 이미 정신지배당한 그녀는 내 말에 절대복종할 수밖에 없으니까.
레이나킴에게 문자로 영상을 보내준 다음, 다시 휴대폰으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며 이 지옥고추열차의 현장에서 빠져나왔다.
- 네, 상후돔 경찰서입니다.
입은 웃고 있지만 살짝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왠 남자들이 건물에서 단체로 게이짓을 하고 있어요! 경현상가 2층이에요! 어서요!"
- 네, 네? 어, 어디라구요?
"경현상가 2층요!"
전화를 뚝 끊었다.
마치 엄청 위급한 상황인 것처럼 말이다.
위급한 건 맞다.
공공장소까진 아니더라도 트인 공간에서 단체로 떼사까시를 하는 게이들은 굉장히 위험해보일 테니까.
건물 바깥으로 나와 잠시 기다리자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다가왔다.
난 마치 살인사건현장을 목격이라도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2층을 가리켰다.
"저, 저기에요!"
"장난전화거신 거 아니겠죠?"
"진짜라니까요! 미친 놈들이 일렬로 쭈욱 늘어져서 서로 사까시를 해주고 있다니까요. 그중에 그, 그… 민중당 당대표도 있는 것 같던데요!?"
"네? 당대표요?"
하기사, 믿기는 힘들겠지.
내가 저지르고도 믿기 힘든, 눈 앞에서 지옥고추열차를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인데 말이다.
"어서요!"
"아.. 예예. 어서 가자."
남경이 동료경관을 데리고 급히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잠시 후, 2층에서 남정네들의 악에 받힌 비명소리가 길거리에 울려퍼졌다.
듣는 사람이 나뿐이라는게 아쉬울 정도로 만족스러운 비명이었다. 지금쯤 인간의 치악력이 얼마나 강한지 여실히 깨닫고 있겠지.
"큭큭, 자ㅡ 이제 다시 가볼까."
난 그 비명소리들을 뒤로한 채, 차에 올랐다.
그리고 휴대폰을 열어 동영상을 익명게시판에 올려주었다. 인간이란 원래 노모 버전에 환장하는 법이다. 방송국에선 모자이크로 내보낼테니, 노모를 찾는 이들을 위해 올려주면 그들은 쉴 새 없이 퍼다나를 것이다.
희대의 게이떼씹영상은 길이길이 남을테지.
이제 두 돼지새끼들은 사회적으로도 끝장이고, 제 인생도 끝장인 것이다.
라디오를 틀어 주파수를 맞추자 역시, 발빠른 매스컴 매체들은 벌써부터 떠들썩하다.
[ NTBC에서 속보로 방영된 영상에 시청자들이 경악을 했다는데요. 그 내용이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바로 모 고위관료 두 명과 스무명의 남성들이 마치 기차처럼 이어져 서로의 성기를 애무해주는 것이었는데요... ]
라디오를 껐다.
더 이상 들을 가치는 없다.
매스컴에서 얼마나 빠르게 퍼져나가는지가 중요했었으니까. 이정도면 당분간은 그 어떤 가십거리로도 덮기 힘들겠지.아니, 당대표가 저리된 마당에 지들이 뭘 어쩌겠어, 큭큭.
좆을 좆대로 놀리면 좆된다는 말이 토씨 하나 틀린게 없다. 좆을 좆대로 놀려도 좆되지 않으려면 나처럼 전능한 시스템이라도 있던지 말이야.
"가볼까."
* * * *
펜트하우스로 돌아온 난 곧바로 인아에게로 가보았다. 그녀는 이제야 소식을 접한 건지 거실에서 티비를 틀어 충격먹은 표정으로 제 아비가 나오는 영상을 쳐다보고 있었다.
모자이크가 철저히 되어있었기에 남들은 알아보지 못하겠지만 그녀는 고위관료라는 말에 누구인지 정확히 유추해낸 모양이다.
난 옆집 부부싸움 이야기를 하듯, 겉옷을 벗으며 태연히 얘기했다.
"세상이 엄청 시끄럽네요. 동성 남정네들과 난잡한 난교를 펼치는 정치인이라니, 쯧쯧."
"저 영상 속 사람이 내가 생각하는 사람들 맞아…?"
"그런 것 같네요. 인과응보죠. 몹쓸 짓을 했으니 몹쓸 짓을 당한 것 뿐이에요."
"…서, 설마 너가 그런 거야?"
피식, 그녀를 향해 미소를 날리며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크ㅡ 시원한 청량감이 달아올랐던 온 몸을 차갑게 식혀준다.
"풋. 제가 무슨 수로 저렇게 만들어요."
"그건 그렇지만… 오늘 만나러 나갔던 거 아니었어…?"
그런데 계속 듣다보니 그녀의 말 분위기에 옅은 두려움이 깔려있는 것 같았다. 나와 있으면 생기는 기이한 현상들에 겁을 먹은 걸까?
얼굴만 봐서는 살짝 겁을 먹은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담 살살 구슬려줘야겠군.
"못 만났어요. 저런 일이 일어났는데 어떻게 만났겠어요. 아니, 만약 만났으면 저도 저 영상 속에 있게 될지도 모르죠. 으으. 상상만해도 끔찍하네."
"그러게… 끔찍한 일이야.."
"그런데.. 통쾌하지 않으세요? 보니까 경찰한테 이제껏 저지른 비리도 전부 자백한다는 것 같던데."
인아가 복잡미묘한 얼굴로 다시 티비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곤 모자이크된 영상 속에서 열심히 남정네의 자지를 빨아대는 아비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측은?
통쾌?
걱정?
갖가지 감정이 그녀의 얼굴에 비쳐졌는데, 한가지 확실한 것은 통쾌라는 감정은 거의 비치지 않았다. 설마 그래도 제 아비라는 호구 같은 혈연을 따지는 걸까.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아버지는 절대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
그녀에게 다가갔다.
"뭐, 단체로 마약 같은 거라도 했나보죠."
"그런..걸까?"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런데 이전처럼 손을 포갠다든지, 고개를 꺾어 내 손등에 볼을 비빈다든지의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옅게 몸이 떨리는 것 같기도 했다.
"시장님은 그 놈들 걱정을 할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할 지에 신경을 쓰셔야합니다."
"뭐, 뭐를?"
"민중당 수뇌부의 대가리를 잃었으니 어서 새로운 사람을 앉히려할 겁니다. 하지만 기존 수뇌부 인물이 대체하기엔 힘들겠죠. 당 수뇌부가 각종 비리에 엮여있다는 사실이 온 세상에 퍼질 테니까요. 그러면 차기 대선에선 정권이 바뀔 확률이 기정사실화되겠죠."
현재 집권당은 민중당이다.
하지만 당 수뇌부의 충격적인 행실과 각종 비리의 대형 게이트 사건이 터지며 민중당에 대한 민심이 곤두박질을 칠 것이다.
뭐, 워낙 장기집권당이라 탄탄한 콘크리트층이 있긴 하지만 이번 충격 집단게이씬부터 비리 게이트 사건이 줄줄이 터지면 다음 집권은 힘들 수도 있다.
고로, 민중당에선 기존 수뇌부 인물이 아닌, 새로운 인물이 당대표를 맡아 이끌어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것이다.
나의 말이 이어질수록 인아의 얼굴에 당혹감이 차올랐다.
"그럼… 설마 나보고 당대표를 하라는 거야?"
"당대표가 하고 싶다해서 되는게 아니죠. 하지만 시장님이 되지 말란 법도 없잖아요?"
"하지만 어떻게…"
그녀의 어깨를 꽈악 한번 잡으며 말했다. 이미 내 머릿속엔 시나리오가 완성되어있었다.
"자신감을 가지세요. 시장님께선 대중들의 민심을 얻기에 지금 정말 좋은 상황을 가지고 계시니까요."
"하지만 나는.. 비리 당원의 딸인걸."
"그점을 부각할 겁니다.시장님껜 아픈 과거지만 결국 민심은 그 아픈 과거에 다시 돌아설 거에요. 저만 믿으세요."
"그치만.. 두려워."
두렵다면서도 그녀는 하기 싫다는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일생을 정치판에서 굴러먹은 탓일까, 마음 속 깊은 곳에 권력에 대한 야욕이 숨어있는 듯했다. 솔직히 하기 싫다면 어쩌나, 마컨을 또 써야하나 했는데 말이다.
그간 생각해본 결과, 만약 국가원수자리가 탐난다면 내가 직접 대통령이 되는 것이 아닌, 허수아비를 세워두고 귀찮은 공적인 업무는 허수아비에게 맡기고 이득될만한 알짜배기 일은 내가 지시하는.
그런 포메이션이 훨씬 내게 편하고 유리할 것 같았다.
국민들의 시선 속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고, 하고 싶은 건 대통령에게 얘기해 다 할 수 있는.
일명, 비선실세라고들 하지.
소파 앞쪽으로 이동해 그녀의 옆에 앉았다. 그녀가 슬금 몸을 멀리한다. 설마 두렵다는 말의 목적어가 나였던 건가?
"저를 보는 눈빛이 달라지신 것 같네요."
인아가 급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렇게 잠시 머뭇대다 다시 입을 열었다.
"뭔가.. 이해하기 힘들지만 너가 살짝 두려워졌어. 이유는 나도 모르겠어. 그냥.. 느낌이 뭔가..."
두려움이라, 같은 인간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기란 쉽지가 않을 텐데. 전능한 시스템 탓일까, 내게서 이질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모양이다.
"하하. 신경이 많이 약해지셨나봐요. 요즘 힘든 일을 많이 겪으셔서 그런 거 아니에요?"
물흐르듯 자연스런 나의 언사에 인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수긍하는 눈치를 비췄다.
"그, 그런가? 하긴.. 힘들긴했어. 정신적으루."
"그래서 그런 걸 거에요. 이리와요. 안아줄게요. 시장님."
인아가 또 머뭇거리다 이내 내 품속을 파고들었다. 향기로운 샴푸냄새가 코끝을 매혹시킨다. 가녀린 체구가 품 안에 쏘옥 들어오자 왠지모르게 안락함이 느껴진다,
그녀를 꼬옥 안아주었다.
그녀에겐 앞으로도 미안할 일이 투성이었다. 나의 꼭두각시가 될 테니까. 뭐, 따지고보면 그녀에게도 좋은 일이긴 하지만.
대한민국 역사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 세상에 남길 커다란 업적을 이루는 것인데 말이다. 탄핵만 되지 않는다면?
고로 객관적으로 따져본다면 서로 윈윈하는 전략이다. 그녀는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나는 그녀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줄 테니까. 인아가 내 가슴팍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편안해.. 역시.."
"언제는 무섭다면서."
"..아니야. 내가 정신이 나갔었나봐."
마음 속 두려움이 어느정도 풀렸는지 내 품에서 웅얼대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허벅지에 닿는 그녀의 부드러운 젖가슴 촉감에 덮쳐버릴까싶었지만, 아비의 집단게이씬에 받은 충격이 아물 때까지기다려주기로 했다.
대신 그녀를 품에 안고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본래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젓어야 적은 힘으로 멀리 나아갈 수 있는 법이다.
"아, 국장님. 기자회견 하나만 잡아주세요. 이왕이면 크게."
전화를 끊고 인아를 내려다보자 그녀가 휘둥그레 뜬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난 그녀의 그 흔들리는 눈망울에 입을 맞추고 씨익, 웃었다.
"제가 시장님 도와드릴게요. 걱정마세요."
"..고마워."
이제, 대한민국을 슬슬 가지고 놀아볼까.
나의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를 가동해보자고.
으음, 생각해보니 미래에 탄핵되었던 대통령이 기억나는군. 비선실세에게 놀아나다 등신같이 들통나 탄핵되었었지.
비선실세 이름이.. 굉장히 정겨웠던 것 같은데.
최.. 최순심이…?
좀 찐따 같은 이름이긴해.
그러니 걸리지. 본래 사람은 이름대로 인생을 살아가게 되어 있다고.
쨌든 난 그렇게 처참한 말로가 안 되도록 조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