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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화 〉세나 변태 암캐로 진화하다 (34/129)



〈 34화 〉세나 변태 암캐로 진화하다

"네."

얇은 이불보가 미끄러지듯 그녀의 유려한 몸태를 쓸며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제대로 먹지 못해 갈빗대가 옅게 드러나있다. 어깨뼈 또한 움푹 들어가 며칠만 더 안 먹으면 해골에 살가죽만 붙어있는 꼴이 될 것만 같다.

스켈레톤을 조교하고싶은 생각은 없기에,  우선 암시를 걸고 그녀가 오늘 내가 만든 음식에 손을 대게끔 만들어볼 심산이다.


"세나."

"네."

"지금부터 암시를 걸 테니, 내 말  들어. 알겠어?"

"네."


"넌 앞으로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싶게 돼. 그리고 먹을 때마다 극도의 흥분감을 느끼게  거야. 그래서 꼭 내가 만든 음식에 환장하게 되지. 그리고 내 손가락이 너의 신체 어디에나 닿아도 애액을 뿜어대게  거야. 알겠어?"

"주인이 만든.. 음식.. 흥분.. 손가락.. 애액 뿜는다…"


그녀 역시 소유와 마찬가지로  속에 각인시키듯 주요단어들을 읊조린다. 암시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절대 어길 수 없다는 사람의 3대 욕구 중, 두 가지나 건드린 것이니까 충분하고도 남았다.

성욕과 식욕.


나머지 한가지의 욕구도 건들면 조교 효과가 좋긴 하겠지만 애석하게도 나머지  가지의 욕구는 바로 수면욕이다.

잠이 오도록 암시를 걸면 당연히 재미가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잠이 오지 않도록 암시를 걸면 그녀는 수면부족으로 미쳐버릴 것이다.


그렇기에 두 가지의 욕구면 충분했다.


"흐음~ 시간이 많이 남았네."


이제 제법 많은 업그레이드를 한 덕에 마컨의 시간은 아직 28분이나 남아있었다. 하지만 딱히 할 게 없었다. 조교란 자고로 자아가 깃든 상태에서 하는 것이 최고니까.

자아가 없는 인간에게 조교해봤자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어리석은 짓밖에 되지 않는다.

심심풀이 땅콩용으로 그녀에게 장난이나 쳐볼까했지만 그 역시도 크게 내키진 않았다. 암시를 테스트해보고픈 기대감이 훨씬 컸으니까.


"마인드컨트롤 해제."

하여 그냥 해제시켜버렸다. 어차피 암시가 주목적이었기에 허무하게 끝나버린 한번의 횟수도 크게 아깝진 않았다. 마컨에서 벗어난 세나가 주변을 두리번댄다.


큭큭, 분명 장농 안에 웅크리고 있었을텐데 정신차려보니 또다시 경멸하는 나의 앞에서 헐거벗고 있음을 인지하면  자괴감이 하늘로 치솟겠지.

난 그런 그녀를 비릿한 미소와함께 올려다보며 말했다.

"정신이 드니?"

"뭐, 뭐야!"


그녀가 황급히 이불보를 다시 추켜 올리지만 손이 묶인 상태에서 쉽진 않았다. 밑빠진 독처럼 계속 이불보를 걸쳤다놓쳤다를 반복한다. 큭큭, 그 모습에 피식, 미소를 날리곤 주방으로 걸어갔다.


물론 그녀를 지나쳐갈 때, 손가락으로 살포시 그녀의 등어리를 터치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읏.❤"

이불보와 씨름하다말고 내 손길에 소유처럼 콧바람이 세는 듯한 신음을 흘린다. 아마 푸슛하고 애액을 뿜었겠지? 고개를 돌려 그녀의 사타구니 쪽을 훔쳐보니 살짝 윤광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큭큭, 조교 효과가 금방 나타나겠는걸. 아아, 확장능력이여 정말 감사드리옵니다. 이 전능한 능력으로 한마리의 암캐를 만들어 바치겠나이다.

"요리를 해볼까~"


주방으로 들어선 나는 냉장고를 열어 냉동 삼겹살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금고를 열어 식기류를 꺼낸 뒤, 삼겹살을 굽기 시작했다.

조선의 후예, 한국인치고 삼겹살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기름기가 많아 비교적 적은 목살을 선호하는 이도 있겠지만, 그렇다고해서 그들이 삼겹살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취향의 높낮이가 다를 뿐.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삼겹살은 그녀의 식욕을 미친듯이 유린하고 굴복시키는 촉매제가 되어줄것이다.


-치이익.


색깔마저 영롱하고 곱다. 적당한 순백의 비계가 섞인 두툼한 삼겹살을 달궈진 프라이팬에 올리자 환상적인 소리가 집안 가득 울려퍼진다.


-치익. 치이익.

일명 겉바속촉, 강한 화력에 구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굽기에 성공한 난 먹기 좋게 잘라 접시 위에 예쁘게 담았다.


음식이든, 여자든, 자고로 예쁘게 담아낸 것이 맛도 좋은 법이다. 잘려진 삼겹살에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힐금, 세나를 흘겨보자 이미 이쪽에 시선이 고정이다. 며칠간 제대로 먹지를 못했으니 아마 굶주린 복부에선 음식을 내놓으라며 쿠데타를 일으키고 있을 것.


쌈장 한 스푼과 햇반 하나까지 데워 식탁에 놓은 뒤 화룡정점으로 새콤달콤한 파절이를 만들어 셋팅해준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제대로 구웠으니 아주 맛있을 거야. 한점이라도 먹어보는게 어때?"

하지만 역시나 그녀는 망설인다. 경멸하는 내가 만든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내키지 않겠지. 하지만 암시를 걸어놓았기에 이번만큼은 절대 이전처럼 스테이크에다 주먹질을 하는 반항은 하지 못할 것이다.

흐음, 먹방을 보여줄까.

뜨끈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군침도는 연갈색의 삼겹살이 시각을 사로 잡았으니 이제 청각을 자극시켜줄 차례다.


식탁에 앉은 나는 상추를 뒤집어 삼겹살 두점, 쌈장, 햇반 조금, 그리고 파절이를 예쁘게 올려 쌈을 쌌다.

그리고 그녀에게 보란듯이 쌈을 크게 입에 쑤셔넣었다.


-찹찹찹, 쩝쩝쩝..


상추의 아삭한 식감과 삼겹살의 쫀득한 식감이 어우러져 식욕을 자극하는 ASMR이 그녀의 고막을 강타한다. 이제 참기 힘들 것이다. 시각에 이어 청각까지 함락되어버렸으니 말이다. 결국 그녀가 신기루에라도 홀린듯 식탁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끼릭.


의자를 빼려다말고 멈칫한다. 경멸하는 나와 마주앉아 식사를 한다는 것이 내키지않겠지. 하지만 앉을 수밖에 없을 거다. 삼겹살은 한정적이고 곧, 내가 다먹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다시 한 쌈을 푸짐하게 싸서 입에 밀어넣고 일부러 소리가 크게 나도록 씹어댔다.

-아그작, 아그작.

티비 소리 한점없이 고요한 실내에 ASMR이 더 효과적으로 그녀의 고막을 공격한다.

"으음~ 맛이 기가 막히군."

어느새 삼겹살은 다섯 점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이거이거, 내가 너무 든든하게 먹어버린걸, 큭큭.

-끼릭.


결국 세나는 의자를 완전히 빼고 자리에 앉았다. 교육의 효과다. 하루에 한번 식사를 차려주는 것을 거부하면 그날 하루는 굶게 된다는 교육말이다.


그녀가 내 맞은편에 자발적으로 앉자 등어리에 소소한 전율이 일어났다. 잔뜩 노기가 가득한 길고양이를 집고양이로 길들여간다는 충족감이 포만감보다 더 크게 차오른다.


"어서 들어."

난 수저를 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은 암시를 걸었기에 어떻게든 음식을 먹게 만들어야한다. 물론 예전처럼 아가리를 강제로 벌려 쑤셔박으면 그만이지만, 이제는 자발적인 암캐가 되도록 서서히 끌어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자괴감을 느끼면서도 어쩔  없는, 전생의 내가 겪었던 지옥 같은 기분을 십분의 일이나마 스스로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프라이팬과 식기류를 정리하고있자 등 뒤에서 플라스틱 수저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큭, 미소가 절로 나온다.

조금 기다려주기로 했다. 쓸데없이 싱크대를 닦고 정리된주변을 다시 정리하며 조금 기다려주자 드디어, 오물오물 삼겹살을 씹는 소리가들려왔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에 소리를 내기 싫은듯 조심스레 씹는 것이 느껴져 피식, 또 한번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집안은 절간이라도 된듯 조용했기에 오물오물 씹는 소리가 아주 또렷히 잘 들렸으니 말이다.

그러다, 갑자기 ASMR을 뚫고 흘러나온 신음소리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흐으응..❤"


큭큭, 걸어두었던 '내가 만든 음식을 먹을시 극도의 흥분'이란 암시가 아주 제대로 작용한 탓이다. 앙칼진 소리만 내뱉던 그녀의 입에서 흥분에 찬 신음이 나오자 제법 듣기가 좋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뒤론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한번 음미에 한번 흥분을 느끼도록 되어있는 모양이다. 흥분했으니 이제 소음순이 벌렁벌렁하겠는걸?


내가 몸을 돌리자 세나는 자신의 입에서 신음이 나왔다는 것에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도 역시나 삼겹살을 계속 오물오물 씹고 있다.

감칠맛에 침샘이 폭발해 한강을 이루고 있을 터, 난 마지막 비장무기인 탄산음료 한잔을 가득따라 식탁 위에 놓아주었다.


-치이이익.

삼겹살엔 소주긴 하지만.

투명한 플라스틱컵에 담긴 탄산들이 승천하며 방울져 톡톡 터진다. 세나는 삼겹살을 오물오물 씹어대며 탄산음료에 시선을 고정했다.

음, 탄산음료는 내 손길이 전혀 가미되지 않았기에 흥분을 느끼지 않겠지?

세나는 거의 5분가량을 씹으며 삼겹살을 음미하고 있다. 내가 보는 앞인데도 이젠 개의치 않는 듯했다. 하긴 굶주리다 못해 아사 직전에 먹는 삼겹살은 상상만해도 황홀 그자체일 테니까.

꿀꺽, 삼겹살을 삼킨 그녀가 이번엔 밥을 한숟갈 퍼넣은 다음 삼겹살을 집어넣었다.


"흐으응..❤??"

또다시 세어나오는 흥분에 찬 신음소리에 그녀가 입을 뒤늦게 틀어막아본다. 하지만 이미 세어나간 소리는 주워담지 못하는 법이지, 큭큭.

아마 지금쯤이면 '극도'의 흥분감에 보지가 간지러워서 미칠 것이다. 깨끗하게 씻겨두길 잘했군.

세나는 치욕스럽게도 내 앞에서 신음을 흘려놓고는 젓가락질에 제동력을 잃어버린듯 계속 삼겹살과 밥을 입에 쑤셔넣는다.

"흐응❤"

"흐으읏…❤"

"흐으응!❤"

큭큭큭, 삼겹살 한점에 신음 한점씩 내뱉는 그녀에 노골적인 웃음을 보였지만 그녀는 기어코 그릇을 싹싹 비워냈다. 게다가 아쉬운듯 비어버린그릇을 바라본다.

역시 인간이란 첫 시작이 힘든 법이지, 한번 시작하고나니 식욕이 이성을 곧바로 지배해버린 모양이다.


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배떼지가 부른 짐승은 다른 생각을 품기 마련이니까. 그녀 앞에 놓인 접시와 수저를 치우고있자 이번엔 그녀가 탄산음료컵을 집었다.


역시, 한번 입이 풀리자 목구멍이 마려운 모양이다.

과연 내가 따라주기만한 탄산음료를 마시고도 신음을 흘릴까?


사약이라도 마시듯 그녀는 눈을 굳게 감은  탄산음료를 벌컥벌컥 들이킨다. 옅은 목젖이 몇번 상하운동을 마치자 음료잔은 비어버렸다.


큭큭, 잔을 놓은 그녀가 소변이 마려운듯 하부를 움찔대더니 이내 몽롱하게  눈으로 신음을 내뱉고만다.


"하으응…❤"


다행히 내가 만들었다는 기준은  손길을 조금이라도 거쳐가면 되는 모양이다.  비웃듯 미소지으며 어리둥절한 그녀에게 말했다.

"맛이 좋았나봐? 그렇게나 신음을 흘려대다니 말이야."

하지만 그녀는 아직 상황파악이 되지 않는지 어리둥절해한다.하기사, 자신이 신음을 흘렸지만서도 믿지 못할 것이다. 음식을 먹으며 흥분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말이다.


첫 입에서 나온 신음은 그저 오랜만에먹는 음식에 저도모르게 세어나온 깊은 숨이었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두번째 입부터 계속 흐르는 신음과 극락을 다녀온듯 아찔한 흥분감에 이상하게 느껴졌겠지. 그리고 거듭되는 탐식과 거듭되는 신음에 그녀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세나가 눈을 다시금 앙칼지게 뜨며 말했다.

"개새끼… 음식에 뭘 탄 거야."


흐음, 그녀가 생각해낼 수 있는 최선의 답이군. 음식에 최음제를 섞어 상대를 흥분시킨다. 가장 간단하고도 직설적인 방법이긴 하지.

고로, 그녀는 지금 자신이 흥분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큭큭, 재밌군.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뭐? 난 음식에 장난따위를 치는 치졸한 놈은 아니라고."

"거짓말하지마! 음식에 약 탔잖아!"


"풋. 약은 무슨, 난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거지?"


"그, 그거야…."


내 물음에 세나가 기운을 죽이며말을 얼버무린다. 경멸하는 나의 앞에어 흥분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발설하기도 죽을만큼 싫을 테지. 하지만 구릿빛 피부에 옅게 얹어진 홍조는 흥분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난 하이에나처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기로 했다. 그녀의 완전한 굴복을 위해서.

"왜? 음식에 약을 탔다고 생각해?"

"그, 그거야!…"


목구멍까지 튀어나온 소리를 다시 삼켜버린다. 큭큭, 악동소년으로 빙의한 난 식탁으로 걸어가 아예 그녀와 시선을 맞추며 다시금 익살스레 물었다.

"음식에 약을 탔다는 말은 음식을 먹고 흥분이라도 했다는 거야? 변태암캐처럼?"


노골적으로 수치를 주는 나의 말에 그녀가 눈을 이글거리다가 시선을 피해버린다. 수치스럽겠지. 경멸하는 나의 앞에서 오르가즘을 느꼈다는 것이말이다.


아마 지금 나무의자바닥이 미끌거릴 터다. 그리고 그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애액에 사타구니까지 촉촉하게 젖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약을 타다니, 나쁜 새끼…!"

이를 곱씹으며 나를 힐난해보지만 흥분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헌데, 저 악에 받힌 눈빛을 마주하고 있으니 욕정이 치솟는군. 조금 더 괴롭혀볼까?

"그럼, 확인시켜줄게. 약을 탔는지 안 탔는지 말이야."

난 냉장고에서 새로운 탄산음료를 꺼내 그녀에게 보이도록 뚜껑을 열었다. 푸쉬싯, 새것을 알리는  청량한 소리와함께 다시 플라스틱 컵에 따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마셔봐. 개봉도 하지 않았던 거니까."

의심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는 음료를 벌컥 들이킨다.


"흐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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