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한계돌파
오후 3시쯤 겨우 집을 빠져나왔다. 히로인 뽕짝파티가 성황리에 마쳤기에 배보다 마음이 든든하다. 이 집진짜 맛집이란 말이야.
"다시 가볼까~"
다음을 기약하며 흡족한 미소와 함께 난 다시 차에 올랐다. 이제 안전감옥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그리고 전무후무한 새능력 육체조작으로 세나 그 계집년을 제대로 조교해볼 생각이다.
기억조작은 그녀에게 애초부터 딱히 쓸모가 없었으니까. 지옥 같은 기억은 내가 직접 심어주고 싶었고, 그녀의 기억을 지워주고 싶지도 않았다.
고로, 그녀에게 가장 필요했던 건 육체조작능력이었다. 내 손길만 닿아도 절정에 흐느끼고 애액을 뿜어대며, 내가 이름만 불러도 제 보지에 손가락을 쑤셔댈 수 있게끔 만들어버릴 테니까.
아.. 그런데 잠깐만.
히로인 뽕짝파티에 심취해있다보니 다음 퀘스트를 확인하지 못했군. 어서 알려줘.
[ 퀘스트 6 : 1억원을 모아라. 완료 시 보상으로 스텟 포인트 10개와 마인드컨트롤 능력이 업그레이드됩니다. ]
잠깐, 1억원이라면 일전에 사설토토로 획득한 돈만해도 1억 6천이니까 바로 완수되어야하는 거 아냐?
아니나다를까, 곧바로 전언이 다시 들려왔다.
[ 퀘스트 6 : 1억원을 모아라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스텟 포인트와 특성치가 업그레이드됩니다. ]
큭큭, 이거 완전 거저먹기잖아? 그나저나 퀘스트 패턴이 일정하다. 섹스 퀘스트 한번에 돈 모으는 퀘스트 한번으로 말이다. 계속 이런 패턴이려나? 조금 뻔해서 지루한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 아닙니다. ]
그럼 어떻게.. 아, 아니다.
물어봤자 스포극혐충인 네가 내게 알려줄 리가 없지. 흐음, 그나저나 퀘스트가 자동으로 완수되어버렸으니 지력을 또 올려야겠군.
[ 지력이 10 포인트 올랐습니다. ]
[ 스텟 ]
[ 근력 : 10 ]
[ 지력 : 75 ]
[ 매력 : 5 ]
[ 체력 : 15 ]
지력이 압도적으로 높다보니 이젠 다른 스텟들이 일반적으로 보이는게 아닌, 마치 하등수준으로 보인다. 꼭 몸도 체력도 허약하기 그지없어 골방에 틀어박혀 괴짜 논문이나 써내는 미친박사의 스텟치 같다고 할까.
만약 지력을 올리다 7년간의 기억이 모두 돌아와버린다면 그땐 다른 스텟을 찍는게 낫지 않을까? 인간의 신체도 이롭다하더라도 한가지 영양만 과하게 공급되다보면 탈이 나기 마련이듯 이 스텟치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지지기둥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그 위에 계속 탑을 쌓으면 미풍에도 쉽게 무너져내리 듯이 말이다.
흐음, 그렇다고 게임처럼 현질해서스텟포인트를 초기화할 수도 없는 것 같고,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만약 된다하더라도 대가가 든다면 딱히 초기화를 할 생각도없긴 했다.
우선 지력에 올인하다가 7년간의 기억들이 세세하게 모두 돌아오면 그땐 다른 스텟에 투자하는 거다.
사실 우주의 법칙을 통달한다한들, 그게 무슨 의미겠는가.
그런 절대적인 지식을 얻어 명성을 거머쥐면 귀찮은 족쇄가 따라붙을 것 같은 느낌이다. 마치 톱스타들에게 파파라치가 붙는 것처럼 말이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한다면 이 전능한 마인드컨트롤의 능력을 발휘하는데에 걸림돌이 생길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아니, 분명히 마인드컨트롤 능력발휘에 제약이 생길 게 뻔했다. 우주의 법칙따위를 깨우치는 것보다 마인드컨트롤의 자유로운 구사가 더 중요하다고.
아니면 우주의 법칙까지 통달 시에 주신으로 각성해 생명을 살리고, 생명체를 만들며 생명체들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마인드컨트롤의 능력이 훨씬 값어치있는 것이다.
이봐, 혹시 지력이 맥스치까지 상승하면 뭐.. 판타지 소설처럼 고차원의 어떤 신 같은 것으로 진화되거나 그런 건 없는 거야?
[ 그건 모릅니다. ]
니가 모를리는 없고,스포극혐충이시니 아무 것도 알려주기 싫은 거겠지. 그렇게 내가 잡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다른 전언이 한통 도착했다.
역시 말 돌리는덴 선수라니까..
하지만 예상과달리 뒤이어 도착한 전언은 심드렁했던 내 눈동자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 지력 포인트 1단계 한계치 70을 돌파해 '권능 : 상식돌파자' 패시브 효력이 생성됩니다.]
뭐?! 권능? 상식돌파자?
대체 무슨 말이야. 이런 시스템 설명은 또 없었잖아!
[ 지력 1단계 패시브 권능 상식돌파자로 귀하가 기거하는 세계사회의 기본적인 상식을 깨우치게 됩니다. ]
뭐? 기본 상식을 모두 깨우치게 된다고? 그것도 대한민국이 아닌, 세계사회의 기본 상식을 모두?
아니, 그게 말이 돼? 뇌용량이 세계 사회의 기본 지식을 모두 담을 수 있다고? 으으, 생각만해도 갑자기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프다.
거듭된 물음에 머리가 지끈거려와 관자놀이를 꾸욱 눌러본다. 하지만 통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다 경탄에 차 크게 벌어진 내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한마디로, 존나게 똑똑해졌다는 거잖아! 뭐, 사회 상식이라 크게 써먹을 곳은 없어보인다만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머리가 똑똑해진다는 것을 마다할 사람은 절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우주의 법칙이 아닌, 사회 상식은 소소하게 써먹기 좋을 테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겁나 짜릿하잖아. 한계돌파 시 권능이라니 말이야. 그렇다면 근력을 거듭 한계 돌파하다간 나중엔 정말 영화에 나올 법한 헐크가 되는거 아냐? 총알도 모두 막아내고 탱크도 부숴버리는, 생각만해도 정말 짜릿한걸.
아니아니, 잠깐만.
그러면 1단계 돌파니까 2단계, 3단계도 있다는 건가? 그럼 2단계부터는 상식이 아닌 전문적인 지식을 깨우치게 된다는 건가? 마지막 단계까지 가면 정말 우주의 지식을습득하게 되버리는 건가?
하지만 내 상기된 물음에 역시나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스포극혐충이 확실하다. 그때그때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서만 설명해주는 것을 보면 말이다. 무슨 영화보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아, 저 년 세상에선 장편영화를 보는 것과 같으려나? 고귀하신 고차원 존재이실텐데 말이야. 나는 그들의 유희를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는 주인공일 테지.
어때, 내 추리력이?
[ … ]
쳇, 김이 세긴 했지만 어쨌든 기분은 정말 하늘을 날아가버릴 것처럼 짜릿하다못해 황홀 그자체다.
세상의 상식이 내 머릿속에 모두 들어오다니 말이다. 지금 당장 떠올리기만해도 그 나라의 문화나 근대 역사 등이 떠오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언어는 상식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지 얄팍한 영어단어 따위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사회상식을 어디가서 대뜸 자랑했다간 손쉽게 아싸로 전락해버릴 테지만, 무엇이든 모르는 것보단 아는게 힘이다.
거기다 지력 상승에 1단계한계치 돌파로 7년간의 기억력도 제법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로또번호나 부동산 투기같은 것들은 당연히 '상식'의 범주 밖인데다 관심이 없었기에 기억나지 않았지만 관심있었던 스포츠, 연예계 쪽은 훗날의 일들도 어렴풋이 기억나기 시작한 것이다.
스포츠 경기 결과나, 연예계의 떠들썩했던 사건사고들 말이다. 이것만 정보로 팔아내도 상당히 막대한 부와 명예를 쌓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물론 정보 따위를 팔아 돈이나 벌기엔 이 마인드컨트롤을 가진 현생은 너무나도 값진 삶이다. 고로 풍족히 먹고살정도만 정보를 쓰는게 이로울 터다.
마인드컨트롤이 지겨워질 때쯤 명예와 부를 찾아도 늦지 않을 테니까. 음, 지겨워질 순간이 명줄이 끊기기 전에 올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색무새로 거듭나고 있는 지금의 나로 보아선 확신하기 힘들다.
흐음, 그나저나 다음 퀘스트는 뭐야. 귀찮게 스포해달라 안 할테니, 어서 알려줘.
[ 퀘스트 7 : 유명인사와 성관계를 나누시오. 보상으로 스텟 포인트 20개와 특성치가 업그레이드됩니다. ]
이건 또 무슨 소리야, 5명의 여성을 따먹으라는 뻔한 패턴일 줄 알았더니 유명인사?
무슨 이런 퀘스트가 또 다있담. 이봐, 유명인사의 기준에 대해선 알려줘야할 거 아냐.
[ 유명인사의 기준은 분야별은 상관없으며 인지도에 따라 판별됩니다. ]
아니, 그러니까 인지도를 무슨 수로 측정하냐고. 스카우터로 전투력 측정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다 따먹다가 하나만 걸려라 이거냐? 퀘스트 완료하려다 진짜 복상사하겠네.
그런데 그때, 찰나의 순간에 시야가 점멸했다 돌아왔다. 평범한 느낌은 아니었다.
[ 퀘스트 한정, 인지도 기준 판별 능력이 부여되었습니다. 시야에 잡히는 대상자의 인지도가 머리 위에 표시되며 인지도 100이상의 유명인사와 관계를 나누시면 됩니다. ]
오호라, 시야에 잡히는 모든 사람들의 인지도가 보인다고? 퀘스트랑 별개로 왠지 재미있을 것 같은데.
우선 내 인지도부터 확인해볼까?
백미러를 틀어 내 얼굴이 비치도록하자 전언의 말대로 내 머리 위에 숫자가 새치름히 표시되었다. 시야에 방해되지않게끔 하려는지 반투명한 작은 글자였다.
"푸핫."
그 숫자에 난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 인지도 1 ]
유명인사 기준이 100인데 나는 고작 1이다. 하긴 뭐, 부모도 없어 여자친구도 없어 친구라곤 하나 있는 순재 녀석도 이제 언제 다시 볼 수 있을 지도 모르는데다 지금은 골방에서 썩어가며 시나리오나 써대는 찐따기에 인지도 1은 당연한 거겠지.
그리고 대강 짐작가는 바로는 MC 상태로 인간관계를 맺은 여성은 인지도에 포함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신천문예상을 수상하는 날엔 인지도가 제법 상승할 것이다. 신인상만해도 그 상의 무게가 어마어마하기에 글쟁이들 사이에선 유명인사가 될 테니까.
뭐, 내가 인지도가 오른다고해서 아무 쓸모는 없을 테지만 혹시 아는가, 다음 퀘스트가 인지도 50을 달성하라 일지.
가만, 만약 내가 인지도 100이 넘어버리면 자위만해도 퀘스트가 완료되는건가?
이봐, 이봐?
[ …. ]
음.. 조금 심했지? 요새 히토미를 24시간 켜놓고 다니다보니 점점 뇌세포끼리 섹스라도 해대는 모양이다. 아마 그런 퀘스트 완료 전제는 애시당초 생각해두지도 않았겠지.
좋아, 우선 집으로 출발해볼까.
운전대를 잡은 내 손등에 닭살이 돋아났다. 한계 돌파로 얻은 상식돌파자란 패시브 권능에 전능한 육체조작능력까지, 거기다 뻔한 패턴을 벗어난 퀘스트는 숨겨두었던 내 모험심을 자극한다.
하, 이렇게 재미난 세상이었다니.
우선 나의 찬란한 인생서막을 알릴 신천문예상이 발표나기 전에 세나 그 계집년을 제대로 조교 한번 해보자고.
난, 차천정의 안경케이스를 열어 새까만 선글라스를 꼈다. 그래, 이번 생은 제대로 폼나게 살아보는 거야.
-부우우웅.
.
.
차에서 내린 난 차문을 잠그고 기지개를 켰다. 으으으, 히로인 파티를 하느라 고생한 근육들이 아우성을 쳐댄다. 흐읍, 기지개를 크게 키며 숨을 한가득 들이키자 청정구역의 피톤치드가 폐부를정화시킨다.
하아, 공기마저 너무 맛있군.
잠시 주변의 기척을 확인한 난 산새의 지저귐외엔 느껴지지않는 기척에 곧장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신발을 벗으며 거실을 둘러보았는데 세나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위험도구도 이곳을 벗어날 방법도 없음을 잘 알기에 딱히 동요하진 않았다.
거실로 들어선 난 온갖 잡동사니 더미로 더럽혀진 바닥과 벽을 쳐다보았다.
내가 없는 사이, 싱크대 수채구멍에 들어가있던 스테이크까지 꺼내와 텔레비전에 던져버린 모양이다. 딱딱해진 스테이크에 티비 액정에 금이 가있었다.
-띠리링.
다행히 금이 갔더라도 화면은 잘 나온다. 기껏 집에 갇혀있을 자기를 위해 문자 보낼 수 있는 방송채널을 제외하느라 제법 애를 먹었건만 이 조교자의 노고도 모르고 미쳐 날뛰는군.
"세나."
당연히 내 부름에 응답하지않겠지.
팔이 묶인 채 어디엔가 숨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도둑고양이처럼 말이다. 풋, 귀엽군.
하지만 오늘은 어리광을 받아줄 수 없다고.
해볼 것이 있으니까.
'마인드컨트롤 시전. 대상자 박세나.'
[ 인접한 박세나에게 마인드컨트롤을 시전합니다. ]
잠시 후, 성공 알람이 떴고 난 집 안 구석구석 목소리가 뻗쳐나가도록 크게 말했다.
"세나- 당장 거실로 나와."
조용하다.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나싶어 다시 소리치려던 찰나, 내가 잠을 자는 방의 맞은 편 작은 방에서 부시럭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로 듣자하니 아마 장농 같은 곳에 숨었던 듯싶다. 끼이익, 하는 낡은 농의 문소리가 들려왔으니까.
꼭, 애완동물같다.
이리오면 이리오고 저리가라면 저리가는, 큭큭.
잠시 후, 작은 방의 문이 열리고 얇은 이불보를 망토처럼 몸에 두른 세나가 나왔다. 평상시였으면 그녀를 대충 흘겨보았을테지만 인지도 확인 능력을 퀘스트 한정으로 얻었다고하니 그녀의 머리 위로 자연스레 시선이 향한다.
[ 박세나, 인지도 0.5 ]
"푸핫."
소수점으로 떨어지는 숫자에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0.5라니, 교우관계도 원만치 못하고 부모도 여자친구도 없는 나도 1이란 정수로 떨어지건만, 쯧쯧.
대체 인간관계를 어떻게 한 거야?
꼴페미년의 정신수준으로보아 대강 짐작은 간다만.
불쌍한 것.
"이리와."
내 명에 그녀는 이불보를 질질 끌며 소파의 앞에 섰다. 여름용 얇은 이불이라 그녀의 속살이 아스라이 비친다. 흠, 점점 먹음직스러워 보인다는 말이지.
"벗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