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중고차 매장으로
하, 완전 체력 방전이다. 시간을 대충 보니 거의 1시간을 그녀와 물고빨고한 듯했다. 집으로 돌아와 거울을 보니 볼덩이가 움푹 들어간 것같기도 하고 말이야. 왠지모르게 그녀와 섹스를 하고나면 정기가 빨리는 기분이다.
인큐버스? 빨리는게 서큐버스이던가?
"후.."
어쨌든, 빨리 씻고 눕자고. 내일 아침 일찍 볼일을 보러가려면 말이야. 그녀와의 섹스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화 한통이 걸려왔었다. 부동산중개업자였는데, 집주인이 내일 당장 계약하자고 했다며 살짝 상기된 목소리로 약속시간을 알려주었다.
애물단지 매물의 매각에 집주인이고 중개업자고 신이난 모양이다. 하기사, 그런 위치에 있는 집을 누가 사겠는가. 버스도 없고, 인적도 없는, 있는 거라곤 산짐승이나 음흉한 패거리들 뿐일 것 같은 그런 곳에 입주하려는 사람은 나같은 놈외엔 없을 것이다.
그곳을 주택이 아닌, 감옥으로 쓰려는 나같은 놈들말이다.
"드디어 내일이군."
내일 계약을 마치면 곧바로 그녀를 옮길 생각이다. 이제 이 비루한 공간은 다시 영원히 안녕이겠지. 내일 완전한 안전감옥을 만들기 위해 집으로 오는 길에 도어락도 하나 사두었다.
그 주택에도 2개의 출입문에 모두 도어락이 달려있었다. 바깥에선 비밀번호를, 안에선 버튼만 누르면 열리는 흔한 도어락들 말이다.
하지만 난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한다. 바깥에서 안 열리는 것은 기본 옵션이고, 오늘 구매해둔 도어락을 반대로 설치해 안쪽에서도 비밀번호를 쳐야만 열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다.
설치방법은 가게주인에게 몇 만원 쥐어주고 배워두었다. 보통 도어락을 사면 가게주인이 설치를 해주고 수고비를 받는게 일반적인 룰이었으니까.
그렇기에처음엔 살짝 심기를 불편해하던 사장도 신사임당 두분을 알현하곤 직접 시현 테스트까지 보여주며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었다.
역시, 이 세상은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는 곳이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으며 화장실로 들어서 옷을 벗었다. 얼굴과 몸에 치덕댄 미애의 애액과 모유가 굳어버려 온 몸에 마치 얇은 허물이 덮인 듯했다.
-쏴아아.
다행이 보일러는 건실해 따뜻한 물이 쏟아진다. 비누로 온 몸 구석구석 씯고 나온 나는 방에서 드라이기로 몸을 깨끗이 말렸다. 마지막으로 머리까지 대충 말리고 거실로 나오자 나를 쳐다보는 그녀가 보였다.
음? 아, 그러고보니 옷을 안입었네.
뭐, 상관있으랴. 앞으로도 많이 보게 될텐데, 큭큭. 그녀를 지나쳐주방으로 가 왕창 싸지른 덕에 메말라가는 몸에 수분을 보충해주었다.
"주인님 몸을 훔쳐보는 노예라니, 변태 노예였어?"
"우으으으!"
며칠간 제대로 쉬지도, 자지도 못해 움푹 파인 눈두덩은 퀭하다못해 꺼질 지경이건만, 또 사그라들었던 독기를 뿜어댄다. 대단한 정신력이야.
가만, 기억조작 능력이 있으니 그녀에게 내 손 끝만 닿아도 절정의 오르가즘을 느끼도록 셋팅하면 안 되려나?
그러면 조교하는 맛이 한층 짜릿할텐데 말이야, 마치 전기 스폿 자위기를 보지나 항문에 쑤신듯 내 손길만 닿아도 하아앗, 하면서 애액을 질질 흘리지 않겠는가. 그러다 나중엔 결국 내 손길이 아니면 흥분감을느끼지 못하는 변태암캐로 타락해버리겠지.
아주 볼만하겠는데? 큭큭.
[ 아직 그건 안 됩니다. ]
잊을만하면 튀어나오는군. 그나저나 '아직?' 그렇다면 단계 업그레이드를 하다보면 그런 조종까지 가능하다는 건가?
[ …저도 모릅니다. ]
NPC주제에 밀당하냐?
시원하게 답해주면 될 것을 몇단계의 MC엔 어떤 추가능력이 있는지 알려주면 되잖아. 일목요연하게 육하원칙에 입각해서, 응?
아니면 미래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선 함구하라고 누가 시키든? 젠장, 그녀는 또다시 입을 꾹 닫아버렸다. 대체 정체가 뭘까? NPC 같으면서도 꼭 사람 같다는 말이야.
"어쨌든, 그건 안 된다는거군."
무의식중에 생각이 입 밖으로 나와버렸지만, 그녀는 흐리멍텅한 눈으로 나를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혼미하겠지. 며칠간 제대로 먹지도 못했으니 말이야.
그나저나 꾀죄죄한 몰골을 보고있으니 꼬무룩이란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확연하게 실감이 난다. 조교할 재미가 없어보인달까, 모름지기 교육자는 열의에 찬 생글생글한 얼굴이여야 가르치는 보람이 있는 법인데 말이다.
"이사가면 씻기는 것부터 해야겠네. 더러움의 극치야."
내 읊조림에 그녀는 시선을 회피해버렸다. 그래도 수치스러움은 잘 알고 있는 모양이라 다행이다. 만약 수치심에 적응되어버린 인간이었다면 조교하는 재미가 없을 테니까. 경멸하는 인간한테 씻기는 치욕이 어떤맛인지 보여주지.
하암, 정력을 쏟아부은 탓인지 잠이 쏟아지는군.
"푹 자둬. 내일은 즐거운 이사날이니까."
그녀를 지나치며 머리에 손을 얹었지만 역시나, 고개를 휙 틀어 내쳐버린다. 훗, 계속 발악하라고. 내일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니까.
내일을 기약하며 오늘은 그녀를 순순히 내버려두기로 했다. 시작도 전에 지쳐버리면 곤란할 테니까. 방으로 들어온 나는 휴대폰을 키고 침대에 누웠다.
"하암- 꿀잠을 자볼까."
그녀를 노예로 잡아둔 이후, 신기하게도 악몽이 출현하는 빈도가 줄었다. 시계알람을 맞출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매일 같이 나를 괴롭히던 악몽이 이틀에서 나흘 주기로 늘어진 것이다.
아마도 나의 가슴깊이 내제되어있는 용암과도같은 분노가 얕게나마 식혀진 탓이겠지. 어서 이 화마가 시원하게 가라앉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오늘도 악몽에서 자유롭길 고대해보며, 스마트폰으로 메인 뉴스들을 훑어보았다. 잠들기 전에 마치 의식처럼 치루는 시간이었다. 정신이 잠에 녹아들며 몽롱해질 때까지 폰을 보는 것.
이 습관의 기원은 다소 서글프다.
바로, 개년들에게 인생을 매도당한 후부터 생긴 버릇이니까. 잠이 와 침대에 누웠지만서도 잠에 들기 무서워 폰을 보며 버티는 것,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 나도모르게 잠이 들지 않으면 잘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 시간에는 뉴스에서 나에 대한 기사들이 어떻게 올라오는지 눈여겨보았었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그 기사들을 보면 화마와 슬픔이 치밀어 눈을 감을 수가 없건만, 미련하게도 계속 기사와 댓글들을 확인하는것이 말이다.
하지만 그 행위는 나에게 희망을 찾기위한 가시밭길과도 같은 것이었다. 밟으면 아프지만, 밟지 않으면 희망을 찾을 수 없는 것 같은.
간혹 보이는 나를 위해주는 기사나 댓글 하나에도 100개의 비수도 뽑아내곤 했으니까.
그렇기에 일종의 습관으로 자리잡은 것이었다. 물론 개씹년 삼총사들을 모두 처단하게되면 이러한 습관도 없어지겠지만 말이다. 그전까진 전생의 복수 감정선을 잇기위해 습관을 유지하기로 했다.
"보자- 오늘은 어떤 기사가..음?"
그런데 메인 뉴스 기사들을 대충 훑어가던 나의 눈동자에 무언가 하나가 걸려들었다. 최애 관심사였던 스포츠가 아닌, 크게 관심이 없는 정치 뉴스 관련이었다.
정치는 여당, 야당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문외한인 나는 정치 탭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허구헌날 싸우는 얘기밖에 없었으니까. 뭐, 연예인들의 싸움은 불구경만큼이나 재밌지만 정치 놈들의 싸움은 복잡하기만하고 재미도 없다.
고로 정치뉴스 탭은 나에게 국어사전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항상 책상 서랍에 꽂혀 간혹 시선을 끌지만 절대 열어보지 않는, 그런 것 말이다.
"드, 드디어!"
그런 내가 눈을 부릅뜨고 클릭해 접속한 기사는 김희숙 의원이라는 자가 불법 부동산 투기로 역대 최고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원래 각종 비리로 서민들 등골을 빼먹는 족속들이 늘 하던 짓거리를 한 기사가 내 이목을 끌 이유는 없다.
국회의원이 국회의원했을 뿐이니까. 만약 보았더라도 욕지거리나 한번하고 그냥 넘겨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난 이번만큼은 그러지 못했다. 그 흔한 기사가 내 이목을 끈 것은 다름아닌, 내 기억때문이었으니까. 난 뉴스 창을 닫고 배경화면에 깔린 메모장 어플을 열었다.
그곳엔, 상세 날짜와 간략한 내용들이 몇 줄 있었다. 지력이 계속 상승하다보니 일전처럼 몰랐던 코렉스 기업의 순이익을 알게 된 것처럼 갑작스레 뇌리를 스치는 정보들을 그때마다 기록해놓은 것이었다.
대략 10줄 정도.
그리고 그중, 3번째에 기록된 '김희숙 부동산 투기'라는 짤막한 글자에 시선이 꽂혔다. 아직 상세하게는 기억나지 않았고 대체 왜 이런 정보가 기억난 건지도 모른다. 그냥, 혹여나싶어 기억 속 날짜와 내용을 메모해둔 것인데 아니나다를까 첫번째로 적중해버린 것이다.
물론 1,2번째 메모는 틀렸었다.
1번의 고위관료 연예인 성매매 사건은 날짜가 근소차로 틀려버렸고 2번의 일본의 7.6 지진은 진도수가 틀렸었다. 6.2인가 그랬지.
여하튼, 그렇게 기억들이 근사치로 틀리다 이번엔 날짜와 내용이 정확히 들어맞은 것이다.
"오… 이번 퀘스트만 깨면 지력이 20 상승하니까 제법 또렷하게 기억나겠는데?"
왠지모를 막연한 기대감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내 기억은 오로지 지금 시점에선 '미래'의 일들이니까. 미래의 사사로운 일들이 기억난다는 것은 곧,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예측은 가능하다. 오로지 나의 행보에 대해선 말이다. 시나리오 성공 이후, 역대급 흥행 영화 시나리오 집필, 그리고 망할 씹삼총사들의 등장 등등, 하지만 그것은 모두 개인에 국한된 것일 뿐이다.
하지만 지력상승으로 불현듯 스치는 기억들은 개인이 아닌 다수에 대한 것들이니, 내 기대감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후, 김칫국은 금물.. 우선 계속 확인해보자고."
메모장을 닫은 나는 다시 뉴스창을 열었다. 섣부른 기대는 일을 그르치기만 할 뿐이다. 그리고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는 것은 지나가는 똥개새끼도아는 것이니까.
뭐, 지금 전개상황으로 보아선 실망할 일은 크게 없을 것 같다만.
우선은 기억나는대로 기록해두며 적중률이 어느 한계선까지 가는지 확인해보기로했다. 그리고 그 기억들이 100퍼센트의 적중률을 자랑할 때, 음.. 뭐 재미난 일들을 해볼 수 있지 않겠는가?
이를테면, 선견지명 능력으로 미래를 예측해 주식 투자와 부동산 투자로 세계 부호 대열에 들 수도 있을 테고, 아니면 예언을 통해 이 세상 그 누구도 취하지 못한 명성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고.
뭐가 됐든 짜릿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물론 모든 일은 마인드컨트롤의 능력을 자유로이 쓸 수 있는 선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만약 마인드컨트롤을 쓰지 못한다면 명예도 부도 명성도 아무 필요없다.
거리를 돌아다닐지언정, 마인드컨트롤만 있으면 그 거리는 환락의 거리가 될 테니까.
"하암-"
휴대폰을 들여다 보고 있으니 슬슬 잠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난 몽롱해져가는 눈으로 기사들을 대충 훑어본다.
"하아암-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있을까…. 흠냐…"
마인드컨트롤, 그리고 스텟 능력치와 같은 전능한 시스템을 얻은 이후로 매일매일 내일의 하루가 기대된다.
내일은 또 어떤 여자와 은밀한 시간을 보낼지, 내일은 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말이다. 마치 판타지 세상 속에서 모험이란 배를 타고 즐겁게 유영하는 기분이다.
악몽만 꾸지 않으면 좋으련만 말이다.
내일은 음…
집계약..하고… 세나를 옮기고.. 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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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즐거운 이삿날이다. 뭐, 딱히 이사랍시고 거창하게 옮길만한 것도 없지만 말이다. 있다면 인간정도…?
집 계약은 순조롭게 끝이났다. 계약자는 노파였는데, 남편과 사별한 이후 혼자 살기가 무서워 자식네 집으로 들어갔다는둥 쓸모없는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다. 흔한 수다쟁이 노인네처럼 말이다.
여하튼, 집 자랑부터 자식 자랑, 거기다 저세상 건너간 남편 자랑까지 귀에 피딱지가 앉기 직전에 계약은 끝이났고, 난 택시를 타고 또다시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었다.
하마터면 노파에게 MC로 세상 지옥맛을 보여줄 뻔했다. 후, 잘 참았어.
그나저나 어떤 종류로 사야할까, 승합차? SUV? 승용차? 그것도 아니면 1톤 트럭?
짐을 옮기는 것은 문제 없으나, 세나를 옮기기 위해선 밀폐 공간이 있어야했다. 이사할 집은 여기서 제법 멀었기에 MC의 시간으론 턱도 없이 부족할 테니까.
도착하기 전에 깨고말 것이다. 물론 미애에게 구해놓은 수면제 효과로 충분히 감당이 가능하지만, 시체마냥 널브러지는 여자를 옮기는 남성을 보곤 신고하지 않을 사람이 세상 어딨겠는가.
그리하여 내가 도착한 곳은 바로 중고자동차 매장이었다.
흠, 왠지 재미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