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EP.51) 스트리머 지민의 꿈
그 무렵, 헬스장 샤워실.
서연은 머리에 거품을 내며 예진을 쳐다본다.
"아무리봐도 이상하단 말이지."
"네가 이상한게 한 두번이냐?"
"나 말고. 지민 언니랑 매니저!"
그 말을 듣더니 엘로디도 끼어든다.
"맞아요. 두분 왠지 모를 묘~한 기류가 흘렀죠."
"그렇다니까. 썸 타는 느낌이였어."
"썸...? 쓰리썸할때 썸?"
서연은 크게 당황해 허둥지둥 머리를 만져댔다.
"무, 무슨. 아악! 눈에 샴푸들어갔다."
"따지고 보면 그 썸이랑 똑같은 단어긴 한데..."
예진은 속으로 서준과 지민이 나란히 서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자기도 모르게 잘 어울리는 한쌍이라고 생각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야! 서준이는 나랑 제일 잘 어울려.'
"이 새끼 왜 또 발작하냐."
"귀에 물 들어갔나봐요!"
탈의실 안, 옷을 갈아입으며 서연은 아까 느꼈던 지민의 시선을 언급했다.
"아무튼 간에 내가 봤을때 지민 언니도 조만간이야."
"하여튼 서준이 매력에 빠지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거야?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지랄났다."
엘로디는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해맑게 웃었다.
"저희 동료가 된다는거네요!"
"동료는 무슨! 경쟁자야."
"히익. 서연 언니, 갑자기 예진 언니 눈이 불타오르기 시작했어요."
"지랄났다."
***
저지른다니 뭘 저지르려나. 당연히 그거겠지.
"지민 씨."
"네?"
흥분을 가라앉히고 서둘러 떠나려던 지민을 치켜 세웠다.
"나중에 언제 마사지 한번 더 해드려도 될까요? 그땐 오일 마사지 해드릴게요."
"..."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를 쓰는 표정, 꼴린다.
"그럼 나중에 부탁드릴게요."
헬스장 카운터 앞.
세 사람을 기다리며 커피를 한잔 마신다. 의외로 지민의 호감작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 행복 회로긴 한데 어쩌면 오일 마사지할때 해버릴지도.
'너무 나갔나?'
생각에 빠진 도중 동료 트레이너와 함께 있는 지민과 눈이 마주쳤다. 너무 티가 날 정도로 시선을 회피한다.
"왜 그래요?"
"아. 아니야아... 아무것도 아냐."
"얼굴 빨간데?"
"진짜 아무 것도 아냐."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으론 운동 선수가 그렇게 성욕이 강하다던데 정말일까. 동료 트레이너와 대화가 끝난것 같아 찾아갔다.
"지민 씨. 저녁에 시간 되세요?"
"저녁요? 왜, 왜요오?!"
"사장님이 회식한번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지민 씨 환영 회식."
"아...!"
뭔가 단단히 착각한 건지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이다. 그러다 침착하게 심호흡 몇번으로 다시 평정심을 유지했다.
"네. 안 그래도 저녁은 제가 사려고 했는데 좋아요. 저녁에 시간 비워둘게요."
살짝 땀이 나 번들거리는 지민의 몸, 뒤태를 보여주며 살랑살랑 걸어가는 모습.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곧 있을 오일 마사지가 너무 기대된다.
"매니저 오빠~ 우리 왔어요."
"하. 운동하니 뒤질 것 같다."
"서준아. 별일 없었지?"
좋은 향기가 맴도는 세 사람, 헬스장에 있던 사람들도 이목을 확 끈다.
"별일 있지."
"뭐! 지민 언니랑 뭐 했는데?"
"응? 회식 얘기 하려고."
예진의 얼굴이 새빨개진다.
"김예진 씹변태련. 혼자 어디까지 상상한거냐?"
"어쨌거나 저녁에 지민 씨 환영회식 하기로 했어. 시간 되는 사람?"
"당연히 되죠! 코리아에서 회식 불참은 죽음을 뜻합니다."
"그, 그 정도는 아니고."
서연은 덜 말린 머리카락을 휘날린다.
"이번에 또 선배로서 한수 가르쳐줘야겠구만."
"오오! 서열정리 들어가는건가요."
"아니. 싸우면 내가 져."
"그런 말을 왜 폼 잡으면서 하는건데."
그날 저녁. 유명한 삼겹살 집 앞.
장소를 정한건 엘로디였다.
"회식하면 삼겹살에 소주 아니겠습니까!"
엘로디는 배실배실 웃으며 내게 팔짱을 꼬옥 꼈다. 그냥 지켜만 보고 있기 그랬는지 서연이도 옆에 팔짱을 꼬옥 껴댄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어쪄려고. 둘 다 20만 뉴투버라는걸 자각해."
"예진이 너도 안길래?"
"음... 사람도 없고 어두컴컴해보이니까... 그럼 잠시만."
예진은 중앙에 포옥 안겼다.
"20만 뉴튜버인걸 자각하시라면서요. 예진 씨."
"자, 잠깐은 괜찮거든. 그나저나 사장님이랑 지민 언니는 언제 오시지..."
말 끝나기 무섭게 저 멀리서 지민이 걸어오고 있어 팔짱을 풀었다. 우릴 발견한듯 반갑게 뛰어온다.
"늦진 않았죠? 최대한 헬스장 뒷정리 빨리하고 온 건데."
"아슬아슬하게 safe!"
약속 시간 2분 전, 저 앞에서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우와 저사람 최하은 아니야?"
"오... 진짜네?
"헐 씨발."
자세히 살펴보니 사장님 곁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어있었다.
"사진 찍어주세요!"
"싸인 해주세요."
"아하하. 이거 곤란하네. 저 회식하러 가야하는데."
사장님이 난처해 하고 있는 것 같아 잠시나마 연예인 매니저가 된 기분으로 사람들을 통솔했다. 갑작스레 진행된 사장님 팬미팅을 끝내고 삼겹살 집 앞으로 모셨다.
"에헤헤. 우리 매니저 없었으면 큰일 날뻔 했어."
"아줌마 1분 지각."
남한텐 아주 엄격한 서연이.
"그 정도는 봐줘어~ 오늘 하루 어땠니? 지민 씨랑 운동 방송한 거."
"말돌리기 금지."
"그냥 넘어가줘어~ 우리 서연이도 매번 일어날 시간에 5분만 더 자겠다고 하잖아."
"읏...!"
"이서연 판정패!"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사장님이 생각나서 호감작 어플을 들어가봤다. 굳게 잠긴 자물쇠, 언제쯤 개운하게 풀릴까.
"서준 씨. 왜 그러세요?"
좀 느끼하지만 지민만 알아채릴 수 있을 정도로 옅게 눈웃음지었다.
"크흡!"
효과는 굉장했다.
"그만 갈까요?"
"네에..."
넓직한 테이블에 자리잡고 앉았다. 벌써 내 옆에는 예진과 지민이 앉아있다.
"다들 엄청 빨라. 매니저 오빠 옆에 앉으려고!"
"우리 매니저 인기 좋네."
앞에는 엘로디, 사장님, 서연이 앉았다. 예진은 능숙하게 호출벨을 누르고 아주머니를 불렀다.
"저~ 사장님."
"응!"
"우, 우리 사장님 말고..."
"꺄하하! 사장님 드립 재밌다."
"그치! 나 방금 고깃집 오면서 생각해온 거야."
서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 이렇게 말한다.
"지민 언니 우리 회사 분위기 어때요?"
"오! 우리 서연이 직설적이야."
"저희 헬스장이랑 닮은 것 같아서 보기 좋아요."
"크으~ 확실히 우리 지민이가 사회생활 해봐서 말을 예쁘게 잘하네."
"하하. 과찬이십니다."
때마침 소주 여러병이 도착해 테이블 위에 세팅 되었다.
"술은 저, 엘로디한테 맡겨주세요. 뭐랬더라. 한손으로 라벨을 가린다음 이렇게 두 손으로..."
"아하하! 우리 엘로디 회식 문화 열심히 배워왔네. 근데 그렇게 형식 갖춰 할거 없어. 나 그런거 무지 싫어하거든."
사장님이 싫어한다는 말에 엘로디는 충격받은 표정이다.
"열심히 배워 왔는데..."
"와. 아줌마 꼽주는 거봐."
"아니야! 그런 느낌으로 말한거 아냐! 그러니까... 무지 좋아해. 엘로디!"
사장님은 다급하게 엘로디를 다독여주기 시작했다.
"그럼 따라드리겠습니다. 장유유서. 즉, 사장님 제일 먼저."
"끄흑. 제일 마지막은 안 될까요."
너무 격식차려 소주를 주는 바람에 다들 하나같이 두 손으로 받았다.
"엘로디는 내가 따라줄게."
"잘 마실게요. 매니저 오빠. 아니지 사는건 사장님이니까 잘 마실게요 사장님."
"후후~ 이래서 우리 엘로디를 미워할 수 없다니까."
그 무렵,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을 잘랐다.
"환영회식! 지민 씨. 건배사 준비됐어요? 다른건 몰라도 그거 하나는 저 칼같이 지키거든요."
"아. 안 그래도 서준 씨가 말해주더라구요. 이 자리에서 선전포고를 해도 될까요?"
선전포고?
"한번 들어볼게요."
"저. 서준 씨를 만나고 스스로 가치있는 사람이란걸 다시금 깨닫게 됐어요. 그래서 한번 더 위를 향해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오오... 뭔가 엄청난게 나올것 같아요."
지민은 눈을 꼭 감았다가 다시 떴다.
"먼저 파트너 스트리머가 된 다음 올해의 스트리머 노려보려고 합니다."
"오오...! 지민 언니 개 멋져."
"역시 경쟁자셨어."
지민의 각오와 함께 짠하고 소주 다섯 잔이 청아한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하으... 오글 거리진 않았죠? 그게 서준 씨가 옆에 있으면 뭐라도 될 것 같은 기분이여서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나봐요."
"멋있었어요. 같이 힘내봐요."
"두 사람 분위기 좋은데~."
"아, 아녜요! 아무 관계 아녜요오...!"
지민은 열심히 손사례를 쳤다.
***
회식 후... 세 사람은 또 자취방에 신세진다며 찾아왔다.
"하아암~ 엘로디는 그냥 매니저 오빠 옆에서 자고 싶어요."
"자기전에 씻고 자야지."
예진은 마치 엄마처럼 축 늘어진 엘로디를 일으켜 세웠다.
"얼른 씻고 와. 세 사람한테 입힐 잠옷 사놨으니까."
"아하하... 우리가 얼마나 자주왔으면 그런 것까지. 왠지 미안한걸."
"뭐 또 이상한 옷 사온거 아니지?"
빤히 째려보는 서연의 눈빛은 모른 척 무시했다. 좋은 향기와 함께 씻고온 세 사람에게 하얀 민소매와 각각 색이다른 돌핀팬츠를 건넸다.
"내 이럴줄 알았다."
"서준이도 남자란거지. 그래 오늘 하루 신세지게 됐으니까 입어줄게."
"저는 분홍색으로 입을래여!"
예진은 흰색, 서연은 검정색으로 갈아입었다.
***
다음날 아침, 아랫도리가 축축한 느낌에 눈을 떴다. 뭐지. 몽정했나. 하루가 머다하고 물을 빼는데 몽정을 할리는 없을텐데.
"야. 좀 옆으로 가봐."
"이게 최선이야!"
뒤척거리던 이불을 들쳐보자 세 사람이 혀로 정성스럽게 자지를 핥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