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EP.48) 스트리머 강지민
"풉... 술자리때도 그렇고 서준 씨는 방송 일을 정말 좋아하시네요."
"어쩌다보니 천직이 되어버렸죠."
조금 더 노골적인 소원을 말할줄 알았다는 표정이라 되물어보았다.
"근데 지민 씨가 이기셨으면 뭐라 하려고 그랬어요?"
"저요? ...꿀꺽."
머뭇머뭇 망설이더니 부끄러운듯 고개를 돌린다.
"글쎄요. 비밀이에요."
방금 뭐였지? 묘하게 고백 분위기였는데. 기분 탓이겠지?
그때 엘로디가 스포츠 브라에 레깅스로 갈아입고 나왔다.
"얼리 엘로디 환복 완료!"
색깔은 회색에다 검정색. 은발 머리에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오잉. 매니저 오빠와 지민 님. 오묘한 분위기가 흐르는데요? 이게 무슨 상황일까요~"
"아. 다른게 아니라..."
나름대로 부끄러워 하고 있는 지민을 보더니 이렇게 헛다리를 짚는다.
"설마 섹..."
"그런 거 아니야. 지민 씨 생방송 해보기로 한 거야."
자초지종 사정을 설명했다.
"네?! 지민 님도 트x치에서 방송을? 그럼 저처럼 스트리머가 되는 건가요."
"응. 그러기로 했어. 마침 아이디도 만들어둔 거 있으시대."
"아하하. 잘 부탁드려요."
"엣헴."
엘로디는 허리에 두 손을 얹고 선배 노릇을 시작했다.
"그 동안 운동을 가르침 받았으니 방송은 제가 가르쳐 줘야하는 게 도리겠죠. 엣헤엠!"
"그렇게 힘 줄 필요는 없지않아...?"
그러자 한번 더 기합넣듯 엣헴 거린다. 지민도 나처럼 엘로디가 귀엽다고 생각하는 듯 웃음을 참지 못한다.
"하하하. 잘 부탁드려요. 엘로디 님."
"아뇨! 선배님이라고 하세욧!"
나이차 많이 나는 막둥이 보듯 해맑게 웃으며 대답한다.
"잘 부탁해요. 엘로디 선배님."
"으헤헤."
방송 준비하는 동안 엘로디와 지민은 각각 뉴튜브 커뮤니티에 생방송 예고 공지를 올렸다.
[다들 감사합니다.]
처음으로 올려본 브이로그 영상이 이렇게 큰 인기를 끌줄 몰랐어요. 그래서 한번 더 용기를 내어 트x치에서 생방송을 진행 해보려합니다. 주소는 https:// ... ... ...
엘로디 님이 게스트로 나올 예정이에요.
-꼭 갈게요 지민님!!!
-오 지민님 생방송도 하세요?
-지민눈나 나죽어~~~
-두분 케미 괜찮던데 ㅎㅎ 기대된다
"지민 님 첫 방송! 대박 났으면 좋겠다."
방송 시작 직전, 지민의 표정을 살폈다.
"떨리진 않으세요?"
"왜일까요. 떨린다기보다는 설레이기 시작했어요. 음... 아무래도 서준 씨가 옆에 있어서일까."
뭐지? 이 묘한 분위기와 오묘한 대사는...
"저도 옆에 있어여!"
"맞아요. 엘로디 님도 있죠."
어쨌든 내가 괜한 걱정을 한 모양이였다.
[방송 제목 : 지민 방송 1일차.]
"시작했나요?"
"네. 시청자 분들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민하~
-ㅁㅎㅁㅎ
-트x에 괴물신인 등장 ㄷㄷㄷ
-오 진짜 키셨네 ㅋㅋㅋ
"일단은 가볍게 인사부터 하는거예요. 지민 님. 하나 둘 배꼽인사."
"아, 안녕하세요."
엘로디를 따라 배꼽 인사했다.
-예절주입기 엘로디
-이상한거 가르치지마 ㅋㅋ
오늘도운동님이 10,000원을 후원!
뉴튜브 매번 챙겨보고있어요! 요긴하게 써주세요
"우와아... 시작부터 만원! 지민 님. 이럴때 리액션 한번 시원하게 해주셔야해요."
"리액션. 뭐가 좋을까..."
휙!
조금 더 고민하더니 기합과 함께 마치 하이킥처럼 머리 위로 다를 쭉 뻗는다.
-자세뭐야 ㅎㄷㄷ;;;
-지민 눈나 나 죽어
-싸우면 질 자신있음
"히이익! 방금 뭐예요? 지민 킥?"
"태권도예요. 예전에 겸사겸사 배운적 있거든요."
"우와아아...! 이게 말로만 듣던 태퀀도..."
엘로디는 발음이 잘 안되는 모양이다.
"그러면 우리 오늘은 운동 대신에 태퀀도 해요오!"
"풉. 그럴까요?"
어느덧 시청자 수는 4,000명을 돌파했다.
말하면 괜히 부담주는 것 같겠지? 나중에 끝나고 말해주자.
"엘로디 펀치! 엘로디 킥!"
배운걸 그대로 응용하는 엘로디. 나름대로 귀엽다.
-아 ㅋㅋㅋ 뭐하냐고
-어릴때 초등학생들 태권도하는거 생각나네
"하하하! 엘로디 님. 잘 하시는데요?"
"그쵸? 태권도는 기합이 중요하대서 빡세게 넣는 중입니다."
웃음이 끊이지 않던 지민은 그 말을 듣더니 주저앉아 꺽꺽 소리를 내며 웃기 시작했다.
"아... 너무 웃겨서 눈물 날거 같아요."
-ㅋㅋㅋㅋㅋ
-기합은 못 참지
"이렇게 웃어보는게 얼마만인지."
"저는 진지한데요! 이것이 K무술...!"
계속 태권도 수업이 이어지다 잠깐 쉬는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두 사람을 촬영하며 물과 수건을 건넸다.
"오늘 운동 재밌었다. 그쵸 지민 님?"
"네? 아직 더 할거예요."
"흐이잉..."
-어림업지 ㅋㅋ
-이제 20분 했어 엘로디
"한 시간은 한 것 같았는데!"
뭔가 시간을 끌게 없나 싶은 얼굴로 선수 시절의 지민 사진을 가리킨다.
"저. 지민 님. 선수시절 보고싶은데~"
"선수 시절요?"
저 행동,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거 아닐까? 말려야하나.
하지만 지민의 표정은 한결 밝아보였다.
"음. 그럴까요?"
지민뉴튜브구독중님이 1,000원을 후원!
지민님 선수셨어요?
"네! 무려 멀리뛰기 선수세요! 매니저 오빠 우리 선수 사진 보여주러가요. 괜찮죠 지민 님?"
그 증거로 눈이 마주치자 방긋 웃어주었다.
"같이 가죠. 서준 씨."
"네. 그래요."
엘로디는 나열된 사진을 보며 방방 뛰어대다 이렇게 말했다.
"멀리뛰기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해보고싶다."
"실내에서 하기엔 좀 어렵죠. 음... 아니다 할려면 할수는 있겠다."
지민은 사람이 없는 빈 공간으로 데려가 큰 매트를 하나 깔았다.
"제자리 멀리뛰기 해보는거죠."
"오호~ 저 예전에 신체검사 할때 많이 해봤어요. 잘 보세요!"
엘로디는 신난듯 매트 앞에서 멀리뛰기 자세를 취했다.
"조심해요 괜히 다칠라."
폴짝!
"으럇 엘로디 점프!"
"하하하..."
쿠웅!
중심을 잘못 잡은건지 엉덩방아를 찧고 만다.
"아아악! 내 엉덩이!"
-아 ㅋㅋㅋㅋ
-클립 땃다 딱대 ㅋㅋㅋ
"엘로디 괜찮아?"
"반응이 없다. 그냥 시체 같다."
"진짜 모르는 밈이 없네..."
-ㄹㅇㅋㅋ
-그걸 아는 매니저 형님도
그러다 넘어진게 창피해졌는지 벌떡 일어나 내 옆으로 다가왔다.
"엉덩이 괜찮지?"
"그럼요. 매트가 푹신해서 별일 없었어요."
아무일 없는듯 지민을 보며 해맑게 웃는다.
"이제 지민 님 차례! 저보다 못 하면 큰일 나는 거예요."
"간만에 해서 잘 되려나."
말은 그렇게 하지만 매트 앞에 선 그녀의 표정은 누구보다 행복해보였다.
쿵...!
힘찬 발소리와 함께 도착한 지점. 매트를 훌쩍 넘어 바닥에 닿아버렸다.
-ㅗㅜㅑ;;;
-짬에서 나오는 실력...
-엘로디 압살당했는데?
"허."
"holy shit... 에, 엘로디 절때 안깝칠게요."
***
방종 할 무렵, 시청자 수는 무려 6,000명을 넘겨버렸다.
지민님꿀잼님 1,000원을 후원!
오늘 생방 재밌었어요 앞으로도 쭉 해주세요!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
오늘 거도 뉴튜브에 올려주세요~ 제발요
....또, 후원이 계속해서 이어져 점차 메시지가 밀리고 있었다.
"와. 이게 다 얼마야. 진짜 여러분... 정말 감사드려요."
"으헤헤."
엘로디바보님이 1,000원을 후원!
엘로디도 고생많앗서 후원비율 몇대몇으로 가져가냐?
"어허! 감동적인 분위기 깨지마세요. 지난번 방송은 제가 다 가져갔으니 이번 방송은 지민님이 다 가져가시는거죠. give and take! ok?"
-ㅇㅋ...
-캬 엘로디 멋지다
-넌씨눈 ㅡㅡ
후원 하나하나에 정성들여 인사하던 지민.
어느샌가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지민 님 울어여?!"
"아. 그게... 참으려 했는데 잘 안 참아지네요."
-울지마!울지마!
-지민눈나 꽃길만걸어ㅓㅓㅓ
-엘로디도 울어
"엘로디는 안 울어용."
-ㄲㅂ
-단호하네 단호박인줄
위이잉
그때 울리는 휴대폰 알람.
[영입 조건 달성! 지민의 트라우마 극복.]
그렇구나. 어제 일 그리고 오늘 생방송으로 완전히 트라우마를 극복했구나.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진다. 또, 지민이 대견스럽다고 생각들기도 하고.
[호오감 포인트 5 point를 이용해 강지민을 영입하시겠습니까?]
[Yes / No]
물어볼 거 없이 Yes 버튼을 눌렀다.
[영입 성공! 편하게 회사에 오라고 말하면 됩니다.]
그 후 티슈 몇장을 뽑아 지민에게 건네주었다.
"아... 정말 감사드려요. 다 못한 후원 감사 인사는 내일 꼭 할게요. 내일 방송도 찾아와주세요."
-내일방송도 있다 ㅅㅅㅅ
-ㄴㅇㅂㅈ
-ㅎㅎ 생방 재밌었어요 내일 또올게요
"내일의 지민 님과 저 엘로디 기대해주세요. 다들 안녕~."
영입 조건도 달성했으니까 이제 본업으로 들어갈 차례다.
"지민 씨. 오늘 방송 어땠어요? 방송 끌때보니까 시청자수가 6,000명이 넘던데요?"
"그렇게 많이여?! 대애박! 지민 님. 우리 방송 대박났어요!"
꽤 놀란듯 말문이 막힌 지민에게 명함을 건네주었다.
"싱글 벙글 인방 매니지먼트... 권서준 과장."
"저희 회사 들어오실래요?"
"네.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