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감작 하는 인방 매니저-47화 (47/81)

[19] (EP.47) 소원 내기 게임

엘로디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멀뚱멀뚱 나를 바라봤다.

"진실 게임이 뭐예요?"

"술자리 게임중 하난데. 서로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는 거야."

대답 못 하는 경우에는 술을 마셔야하지만 그런 조건은 일부러 덧붙이지 않았다.

"그렇군요. 솔직하게 대답... 그렇다면."

엘로디는 오른 손을 번쩍들고 외쳤다.

"선서! 엘로디는 거짓말 하지 않겠습니다."

"아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고."

"풉... 하하. 두 사람 참 사이가 너무 좋아보인단 말이죠. 부럽게시리."

지민의 동의를 구하려 표정을 살폈다. 예상외로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한번 해볼까요. 저도 두 사람... 특히 서준 씨한테 궁금한게 많으니까요."

얼떨결에 나랑 엘로디, 지민으로 팀이 나뉘어졌다. 선공은 우리 쪽에서 먼저. 처음에는 약한 질문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앞으로 뉴튜브 계획이 어떻게 되세요?"

"엑. 매니저 오빠 여기서도 일 얘기 하는 거예요!"

"그냥 순전히 궁금해져서."

"음. 글쎄요... 그냥 이대로 5분 속성 영상 만 올릴까 싶은데."

지민은 더 이야기하기 싫은 지 서둘러 다음 질문을 말했다.

"서준 씨. 애인 경험은 있으세요?"

"아하하. 조금 부끄럽지만 이 나이 먹도록 한번도 없어요."

내가 그 유명한 모쏠후다다.

"동병상련이네요..."

"엘로디도 없습니다!"

"엘로디 씨도요? 두 분 사귀고 있는 줄 알았어요."

"사귀진 않지만 그에 버금가는 아주아주 친한 사이! 그쳐?"

"응."

아주아주 친하고 섹스도 겸사겸사하지만 사귀지는 않는 그런 사이지.

"아. 이거 너무 쉽게 대답해서 당황스럽네요. 분명 뒤에서 몰래 사귀는 느낌이였는데."

"사귀진 않아도 뒤에서 몰래..."

"크흡."

먹던 소주를 뿜을 뻔했다. 엘로디 위험하게 그런 소리 하면 안돼.

"뒤에서 몰래...?"

"그, 그... 질문은 한 턴에 하나만. 그러니까 이제 우리 차례에요."

"그런가요. 좋아요."

어찌저찌 잘 무마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 차례다.

"운동 선수 시절 얘기 해주세요. 부상으로 그만둔거 아니죠?"

"아... 역시. 그 얘기 할 줄 알았어요."

빈 소주잔을 채우려 하길래 소주 병을 받아 채워주었다.

쾅!

이내 원샷으로 비운 소주 잔을 테이블에 세게 내려놓는다.

"하아...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야할지."

"편하게 하셔도 돼요."

한 잔으로 부족 했는지 한번 더 소주잔을 원샷으로 때려넣는다.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아세요?"

엘로디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날 쳐다본다.

"그게 뭐져 오빠?"

"실패를 계속 겪다보면 후에 어차피 실패할거라 생각하고 시도조차 안 하는 그런거 있지? 그거야."

뭔가 찔리는게 있는 듯 지민의 표정이 울적해젔다.

"그게 저예요. 어렸을때 전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시합에서 져도 노력이 부족했다 생각하고 죽기살기로 운동만 했죠."

후우... 하고 깊게 한숨을 내쉰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어요.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뭣도 아니였다는 걸. 이제 위를 향하는 일은 지쳤어요."

뭘 해봤자 어차피 안된다. 난 그런 사람이니까.

이렇게 생각하는게 지민의 트라우마일까.

"전 동의 못해여! 지민 님은 엄청 대단한 사람인걸여. 운동 진짜 잘하잖아요."

"저 말고도 운동 잘하는 사람은 많은걸요."

어째선지 지민에게서 내 옛날 모습이 겹쳐보이기 시작했다. 어느샌가 영입 후, 호감작 그런건 뒷전이 되고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버렸다.

"저도 그건 동의 못 해요."

"네?"

스스로 대단한 사람인걸 깨우치게 한다면 트라우마가 극복 되지 않을까.

"지민 씨. 저희 게임 하나 더 할까요?"

"어떤 게임요?"

"운동 영상 말고 다른 영상 올려서 조회수 내기하는 거예요."

[추천 컨텐츠 : 게스트 불러서 운동하기]

호감작 어플에 적힌대로 엘로디 합방 영상을 올리면 반응은 폭발적이겠지. 하지만 이럴 경우에는 지민이 아니라 엘로디가 대단해서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지민 씨 브이로그 영상이 딱이겠네요. 그걸로 하루 조회수 10만 넘기기 내기."

"아, 아니 잠깐만요. 제 뉴튜브 보셨으니 아실거 아녜요. 저 5분 운동 영상만 올리는데 갑자기 브이로그 같은 걸 올린다면..."

알기에 하는 소리다. 지민은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이다. 댓글에 지민 그 자체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도 더러 있으니까.

"지민 씨 입장에서는 밑져야 본전이잖아요. 하루 조회수 10만 밑이면 그 쪽이 이긴거예요."

"흐음. 굉장히 자신있는 모양이시네요. 뭘 걸고 내기 하실건가요?"

"당연히 소원 내기죠."

지민의 얼굴이 순간 새빨갛게 달아 오른다. 야한생각이라도 하고 있었나. 싹이 보이는구만.

"하실래요?"

"음음. 좋아요... 진짜 들어주기예요."

뭔가 빌고싶었던 소원이 있었는지 넙죽 받아버린다.

"엘로디 네가 증인이야."

"히익! 보증은 쓰지 말랬어요."

"...많이 취한 모양이구나."

***

다음날 아침, 내 자취방 안.

내 품안에 꼬옥 안긴 엘로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생각에 빠졌다.

너무 홧김에 저질렀나. 안전빵으로 5만으로 할걸.

아니다. 이 참에 내 매니저 역량이 어떤지 시험해보자. 호감작 어플 도움없이 만든 컨텐츠의 결과는 과연 어떨지.

"엘로디."

"우으음..."

깨워서 헬스장에 데려갈 생각이였지만 도무지 일어나질 않는다.

"10분만... Just One 10 MINUTES... 내 것이 되는 순간..."

옛날 노래도 알고 있구나.

"엘로디 나 헬스장 가서 지민 씨 브이로그 찍어주기로 했거든. 같이 갈래? 아님 더 잘래?"

"후으응..."

이미 잠든 듯 미동이 없다.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웅..."

이마에 쪼옥 뽀뽀해주었다.

헬스장 안으로 들어가자 잔뜩 긴장하고 있는 지민이 날 반겨주었다.

"여, 여기에요. 서준 씨. 엘로디 님은..."

"오늘 하루 쉰다나봐요. 숙취때문에."

"아... 서준 씨는 괜찮아요?"

"네. 이 정도야. 저 은근 술 쌔거든요."

사실 체력스탯 빨이지만. 서론은 여기까지하고 곧바로 캠을 꺼냈다.

"어제 한 내기 잊으신건 아니죠?"

"아. 저기 그러니까 반응이 생각보다 저조하면 어떻게 하죠?"

벌써부터 실패를 걱정하고 있다.

"지민 씨는 상관 없잖아요. 저조하면 내기에서 이기는거니까 좋고. 반응이 좋으면 그건 또 그거대로 좋고."

"그, 그렇긴 하지마안..."

이 모습을 빨리 영상에 담고싶어 캠을 들었다.

"자. 시작할게요."

"아아아 잠깐만요!"

당황한듯 머리를 매만져대는 지민. 이제야 본 성격이 나오는 것 같다.

"돼, 됐어요. 촬영하세요."

"머리 만지실때부터 이미 하고 있었어요. 자. 소개 부탁드릴게요."

순간 얼굴이 화끈해지더니 금세 평정심을 되찾는다.

"안녕하세요. 한번 재미삼아 올려봤던 뉴튜브 5분 속성 운동 영상이 인기를 끌어 어느새 구독자 20만명이 된 뉴튜버. 강지민입니다."

그러면서 헬스장 곳곳을 자세하게 설명해주신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요. 그냥 운동기구 보여주는 건데 재미 없을 것 같은데..."

"그 말도 영상에 찍히고 있어요."

"히익!"

웃음을 참기어려워 캠 초점이 조금 흔들렸다.

"잠깐. 이거 생방송 아니지 않아요? 나중에 편집하면 되죠. 참 그러고보니 편집은..."

"걱정마요. 제가 외주 맡겨서 예쁘게 뽑아올게요."

이왕 내기한거 무조건 이겨야한다. 방금 히익 거린 것도 편집 안 하고 무조건 넣어야지.

"그럼 저기 외주비를 드릴까요?"

"아뇨 괜찮아요. 엘로디 도와주셨던 빚 값는거죠 뭐."

"서준 씨..."

"자. 그러면 계속 소개 부탁드립니다. 다들 되게 궁금해하고 있어요. 5분 속성 운동영상은 매트에 거울 벽 밖에 안 보이니까."

계속해서 브이로그를 찍던 와중 지난번에 만났던 트레이너가 신기한 표정으로 우리 곁을 맴돌기 시작했다.

"지민 언니 뭐하세요? 뉴튜브 촬영중?"

"브이로그 찍고 있어."

"브, 브이로그?! 언니가 그런 것도 찍어요?"

"그냥 서준 씨가 해보라고 해서..."

그 말을 듣더니 고개 돌려 나와 눈을 마주친다.

"좋은 변화네요. 제가 엘로디 영상에 댓글 달라고 말하길 잘했어요."

"아하하. 그런 내막이 있었군요."

하긴 먼저 영상에 댓글 달만한 성격은 아니였어.

"자. 계속 촬영하죠."

"네."

***

[강지민 5분 속성 Vlog.]

조회수는 대략 100,000회.

"어우 씹..."

다행이다. 내 안목이 틀리지 않았어. 단순히 조회수 뿐만 아니라 좋아요, 댓글도 폭발적이이였다.

-아 ㅋㅋㅋ 지민 언니 왤케 귀여워요?

-0:20 히익하는 지민 눈나 ㅋㅋㅋ

-항상 운동 영상만 보다 이런것도 보니 새롭네요 ㅎㅎ 나중엔 먹방도 해주세요 !!

그날 아침, 여느때처럼 엘로디와 함께 헬스장을 들렸다.

지민은 우리가 온 것도 모른 채 카운터에 앉아서 계속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었다. 대신 그때 그 트레이너가 우릴 반겨주었다.

"두 분 어서와요~ 지민 언니 어제부터 내내 브이로그 영상 댓글만 보고 있다니까요? 아하하. 그렇게 좋은가봐요."

"아. 그래요?"

이건 뭐 영상을 봤냐고 물어볼 필요도 없겠네. 나는 지민에게 다가가 방긋 웃음지었다.

"아 서준씨. 언제 오셨어요?"

"제 말이 맞았죠? 5분 속성 운동이 운 좋아서 뜬게 아니라니까요. 지민 씨가 매력적이여서 뜬거죠."

"네. 헤헤. 저 이렇게 댓글 많이 달린 적 처음이에요."

운동 영상에 비하면 조회수 대비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린 영상이라고 그런다.

"내기는 완벽하게 제 패배예요. 그런데 신기하네요. 이렇게 기분좋은 패배는 처음이거든요. 소원은 어떤 걸로 하실거예요?"

당연히 섹스...가 아니고.

그런건 나중에 호감도 MAX하면 원없이 할수 있으니까.

"라이브 방송 해봐요."

"네...?"

"이제 뉴튜버 겸 스트리머가 되는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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