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감작 하는 인방 매니저-29화 (29/81)

[19] (EP.29) 저 엘로디, 스트리머왕이 되겠어요!

촬영...

엘로디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가 고생했을 그녀를 다독여주었다.

"엘로디. 고생 많았어. 사진 한장 찍을래?"

"사진요...?"

자연스럽게 설득하는게 중요하다.

"잉스타 알지? 그거 만들어서 홍보 해보려고. 예진이도 하고 있어."

"아! 잉스타 알아요! 헤헤. 재밌겠다."

그러자 같이 스튜디오에 들어온 서연이 날 째려본다.

"야. 나는 왜 해보라고 안 해."

"너 어차피 하라해도 안 할거잖아. 할래?"

"으음... 귀찮아."

"그거봐. 사진 한장 찍을게 엘로디."

"넵!"

해맑게 웃으면서 한 손으로 브이하고 눈가에 가져다대는 엘로디. 죄책감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늘 그렇듯 호감작은 못 참기 때문에.

찰칵!

즉석해서 잉스타 아이디 @Elordi20 를 만든뒤 첫번째 사진을 올렸다.

"해시태그... 도 달아야 하나?"

잉스타는 해본적이 없어 머뭇거리던 사이, 예진과 사장님이 들어왔다. 수고 많았다며 엘로디를 격려해준다.

"고마워요! 예진 언니가 준 토마토 주스 너무 맛있어요."

"나중에 또 먹고싶으면 말해."

마침 예진이가 잉스타 하고 있으니까 물어봐야겠다.

"잉스타? 풉. 서준이 그런 거 관심 있어?"

"저예여! 제 계정 만들어서 홍보삼아 하기로 했어여."

"아~ 엘로디꺼."

예진은 내 옆으로 바싹 붙어 잉스타에 대해 알려준다. 인기 해시태그를 붙이면 사람들이 더 많이 본다고 그런다.

"엘로디 인스타 사진 내용은 뭐라고 할까?"

"으음... 이거요!"

[오늘 첫방송 무사히 성공했습니다!]

#인방 #일상 #싱글벙글 인방 매니지먼트

이렇게 엘로디 잉스타에 첫 사진이 올라갔다.

"우리 엘로디. 스스로 해본 첫 방송 느낌이 어때?"

"우음... 사람들이 엄청 많이 들어와서 놀랬어요. 게다가 다들 좋아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고요."

의욕이 활활 타오른다.

"다음 컨텐츠도 기가 막힌걸로 준비해와야겠어요!"

다들 엘로디와 첫방송에 관해 얘기하는 사이, 잠깐 몇발자국 뒤로 물러나 호감 스택을 확인했다.

[엘로디의 호감 스택이 +0.3 쌓였습니다.]

역시 간단한 잉스타 사진 한장으로는 그리 많이 쌓이지 않는구나.

'사진이 야할수록 더 많이 오른댔지?'

이번 호감작은 촬영 행위 자체에 호감스택이 쌓인다. 달리 말해 잉스타 용이 아닌, 나만의 엘로디 사진을 찍어봐도 괜찮아 보인다.

내 휴대폰, 갤러리 속 환하게 웃고 있는 엘로디 사진...

그 동안 촬영에 흥미는 없었지만 이제 생길 것 같다.

***

며칠 정도 잉스타를 구실로 엘로디의 사진을 찍고 호감 스택이 대략 2정도 쌓였을 무렵.

[I am 엘로디]

[구독자 5만명]

엘로디의 뉴튜브 채널은 그야말로 대박이 나서 개설한지 이틀차에 구독자 5만명을 찍었다. 아마 인기를 끌게 된건 이 영상 덕분일거다.

[은발의 엘로디! 불닭 도전 해보겠습니다!]

조회수 약 200,000회. 좋아요 892회. 싫어요 74회.

'외국인 불닭 조합은 진짜 치트키구나...'

물 들어올때 노 저어라고 지난번 보상으로 받았던 [확정 보상형 광고 받기]를 사용할 차례다.

하꼬 시절의 스트리머를 따먹는 것과 유명해졌을때의 스트리머를 따먹는 것, 곰곰히 생각해보면 역시 후자니까 일단 스트리머로서의 체급을 키우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싱글벙글 인방 매니지먼트 안.

사장님과 엘로디가 테이블 앞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다.

"매니저 오빠! 어서오세여."

"아. 우리 매니저 왔어?"

사장님은 가파르게 오르는 엘로디의 채널을 보며 감탄사를 뱉는다.

"이거 봤니? 우리 엘로디 뉴튜브 채널 벌써 구독자 5만명 됐더라!"

"아하하. 네. 봤어요."

"나도 외국인 코스프레 한번 해볼까."

"...?"

아무 말없이 사장님을 쳐다보자 요상한 영어를 하기 시작했다.

"아임 하으니~ 아이 윌 잇 파이어 치킨~! 어땠어?"

"바보 같았어여!"

"우리 엘로디 너무해..."

서연과 예진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황. 사장님은 보여줄게 있다며 우릴 스튜디오로 부른다.

"매니저 오빠 어서가봐요."

라며 건네는 손을 덥썩 잡자 팔짱을 꼬옥 낀다.

"오늘 치킨 광고 방송 있는 건 알지?"

"그럼요. 기가 막히게 준비해왔으니 걱정 마세요."

부쩍 늘어난 스킨십과 애교가 볼만하다.

사장님의 스튜디오로 들어가자 보여준 건 실버 버튼과 골드 버튼이였다.

"우와아...!"

"어때? 내 실버버튼, 골드 버튼이야. 구독자 수가 더 늘어나면 받을 수 있어."

관심을 보이는듯 다가가는 엘로디. 아무래도 사장님은 엘로디에게 동기 부여를 해주고 싶은 모양인가 보다.

"살짝만 만져 봐도 돼요?"

"응."

"우와아아... 매끈거려어! 거기다 거기다...!"

실버 버튼에 적힌 채널명, 하은♥를 읽는다.

"채널 이름까지 박혀있어... 제 엘로디 채널도 구독자 10만, 100만 넘어 갈수있을까요?"

"충분하지. 우리 엘로디 방송감 하나는 죽여주잖아."

내 대답도 듣고싶은건지 초롱초롱하게 쳐다본다.

"서연이, 예진이도 이제 구독자 10만명이 넘는 뉴튜버고 구독자 100만을 넘어 올해의 스트리머를 목표로 하고 있어. 엘로디, 너라고 못할 건 없지."

"매니저 오빠~!"

당황스럽게 갑자기 내 품에 와락 안긴다. 다행히 대답이 맘에 든 모양이다.

"너, 넘어질뻔 했잖아."

"좋아요! 저도 정했어요. 나는 '스트리머왕'이 될테다!"

어느 만화 속 명대사를 따라하는 엘로디. 스트리머왕이 아니라 올해의 스트리머이긴 한데. 하긴 의미만 비슷하면 됐지.

"그러면 오늘 방송도 힘내서 해보겠습니다."

"오늘은 광고 방송이랬지?"

"네. 사장님! 오늘은 무려 치킨 먹방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전부 매니저 오빠덕이에요."

또 한번 팔짱을 꼬옥 껴댄다. 다들 첫광고 할때는 긴장하는 반면 엘로디는 평소보다 더 자신만만 해보인다.

"긴장 되지는 않고?"

"물론이죠. 이런걸로 긴장하기엔 밥통이 큰 사람이라."

"밥통...?"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가슴쪽으로 향한다. 확실히 서양인답게 애기밥통이 큰 사람이야. 그러다 사장님이 피식 웃으며 단어를 고쳐주셨다.

"하하. 밥통이 아니라 그릇 아니니?"

"마, 맞아요 그릇. 빅 그릇 엘로디의 첫광고! 다들 기대해주세요."

은근히 말 실수한걸 부끄러워하는듯 후다닥 자기 스튜디오로 뛰어갔다.

"하여튼 얘가 너무 순수해보인다니까."

"그러게요."

"이번에도 비비 치킨 광고지? 너무 잘 받아와줬어. 대기업 광고를 여러차례 받다니..."

사장님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날 쳐다본다.

"우리 매니저 설마?! 대기업의 숨겨진 자식?"

"허허..."

무슨 소리를 하시나 했네. 그랬으면 진짜 좋았을텐데 말이야.

"그럴리가 있나요. 운이 좋았던거죠 뭐."

"아하하. 대기업의 자식이 아니여도 다 가진거나 다름 없지. 회사 사장이 바로 나, 인간 비타민 최하은이니까~!"

"..."

싸늘한 분위기, 절묘한 타이밍에 서연이와 예진이 도착했다. 방금 그 대사도 들었나보다.

"우와. 이게 직장내 괴롭힘인가. 아줌마 실망."

"아니거든!"

그 시각, 엘로디는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 제목 : 머박사건! 오늘은 치킨광고가 있는 날이에요.]

-머박사건 ㄷㄷ

-제목 매니저가 대신 써주는거냐?

"에헤헤. 제가 썼답니다! 한국에 유행하는 거 열심히 공부하고 있거든요. BXS좋아요! 오X어 게임 너무 재밌어."

-합격 ㅋㅋㅋ

-오늘도 달달하게 국뽕스택 풀충전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좋은건 비비 치킨이죠."

대본이라도 짜온듯 물 흐르게 치킨을 소개한다. 타고난 끼는 못 속인다는 말, 조금 이해가 가는 것 같다.

"오늘 먹어볼 치킨은 비비 치킨에 아이고 매워 양념반 후라이드 반입니다."

-ㅗㅜㅑ;;;

-아매양념 빡셀텐데

"저. 엘로디에게 불가능은 없습니다. 지켜봐주세요."

광고주에게 매우면 억지로 먹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도 받았고 지난번에 먹었던 불닭 컵라면보다 맵지 않으니까 걱정할 건 없다. 마침 치킨이 도착해서 엘로디의 스튜디오 문을 두드렸다.

"꺄~ 벌써 왔나봐요."

콩콩 뛰어오듯 내게 달려와 치킨을 건네 받는다. 호감스택이 쌓인 후로는 애교가 잔뜩 늘어 윙크까지 해준다.

"벌써부터 치킨 냄새가 장난이 아니네요."

-ㅗㅜㅑ;;;

-비비치킨!비비치킨!

-맛있겠다

-위꼴 자제점요

아매 양념 치킨 한 입을 베어먹자 갑자기 흐느껴 울기시작한다. 큰일났네. 많이 매운가...

엘로디로디님이 1,000원을 후원, thank you!

엘로디 울지마 ㅠㅠㅠ

-ㄱㅊ???

-많이 매워?

"아뇨. 흐윽... 매워서 우는게 아니라 맛있어서 우는 겁니다."

-???

-방송감 미쳐

휴지 한장으로 눈물을 토닥토닥 닦는다.

"전세계가 울었다! 미국인이 감동하는 K 비비 치킨...!"

-ㅅㅂㅋㅋㅋㅋ

-국뽕 제목까지 배워왔네 ㄷㄷ;;;

ㅇㅇ님이 10,000원을 후원, thank you!

"치킨의 본고장은 한국의 비비치킨이다" 미국 치킨 전문가 엘로디가 아매양념을 먹고 운 이유는?

"꺄하하. 재밌다. 그거 뉴튜브 제목으로 쓸게요."

한바탕 비비치킨 광고를 끝내고 난 뒤, 방종한 엘로디를 찾아갔다.

"매니저 오빠~ 덕분에 치킨 맛있게 먹었어요. 조금 남았는데 먹을래요?"

"괜찮아."

"그럼 제가 먹겠습니당."

먹는건 정말 좋아하는 엘로디. 여느때와 똑같이 호감작 할 차례다. 휴대폰을 들어 치킨 먹는 모습을 찍는 순간, 양념을 가슴 골 위에 다 흘린다.

"꺄아악. 양념 묻었다."

"하하... 이 사진은 잉스타에 못 올리겠네."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사진.

그래도 덕분에 호감스택이 단번에 0.5 스택 쌓였다.

"...꿀꺽."

주변을 살핀 뒤, 엘로디를 바라봤다.

"엘로디... 내가 닦아줄까? 양손 다 양념묻어서 닦기 힘들잖아."

"그러네... 그럼 부탁할게요."

얇은 휴지 한장을 손에 끼고 가슴골을 닦는다. 만질때마다 부드러운 살갗이 손에 닿는다.

"흐웃... 흐우 매니저 오빠 잠시. 뭔가 찌릿찌릿해서..."

"조금만 참아. 다 닦았어."

양념은 진작에 닦았고 자연스럽게 터치하느라 빨개진 가슴골을 빤히 바라봤다.

"이것도 사진 찍어도 될까? 잉스타에 올리는 건 아니고 그냥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싶어서. 너무 예쁘길래."

"예뻐요? 헤헤... 매니저 오빠가 그렇다면야..."

가슴을 내밀자 골짜기가 더 적나라하게 보여 주저없이 사진 찍었다.

"가슴 말이야. 그 정도면 사이즈가 어느정도야?"

"음. 한국 브라로는 65E 정도 입으니까 안 불편했어요. 브라 구하는게 불편해서 그렇지."

"그래. 고생이 많네."

이제 광고 얘기를 할 차례다.

이번 광고로 구독자도 그렇고 시청자 수도 크게 상승될거다.

"먹을만 했어? 아이고 매워 양념 치킨."

그러자 혀를 차며 쯔쯔쯧 거린다.

"아매 양념 치킨이라 해야죠."

"그래. 아매 치킨. 안 매웠어?"

"매웠긴 한데 동시에 기분 좋은... 이게 뭐라고 해야할지."

먹다 말고 우물쭈물 새빨개진 얼굴을 보여준다.

"아무래도 저 약간 마조인가봐요."

"마, 마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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