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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천검 4권(13화)
5장 어둠 속의 소란(3)
스스슥∼
마치 갈라지듯 분열하는 검신.
순식간에 여덟 개로 분열한 검신이 나의 여덟 혈을 노리고 마치 독사처럼 움직였다.
매화검로 팔 초 매화지변.
내 검신 또한 부드럽게 움직이더니 점점 분열하기 시작했다.
수는 괴인의 것보다 더욱 많았다.
게다가 그 부드러움과 신묘함 또한 괴인의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뭣!”
콰콰콰쾅!
괴인의 환검을 모두 깨부순 매화의 잔영이 괴인의 몸을 덮치기 시작했다.
“큭!”
하지만 괴인은 역시 종남파의 장로라 추측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 실력 또한 대단했다.
괴인의 검이 위에서 아래로 하늘과 땅을 가르듯이 일단했다.
‘저건!’
분명히 마진천이 자주 쓰는 초식인 천하삼십육검의 육 초 천하일단.
‘역시 위험하다고 생각되니 본능적으로 익숙한 초식이 나오는군.’
괴인은 나의 매화지변을 막더니 자신이 천하삼십육검의 초식을 쓴 것을 알고는 황급히 나를 처리하려는 듯 움직였다.
하지만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나도 그에 비해 심하게 달리진 않는다.
찬찬히 방어만 하자 공격을 대부분 막아 낼 수 있었다.
“제길!”
욕설을 내뱉으며 괴인이 결국 다시 종남파의 검법을 전개했다.
천하삼십육검 일 초 천하도도.
마치 파도가 넘치는 듯한 기의 파동이 비단폭과도 같이 넓게 퍼지며 나에게 날아왔다.
맞받아치려 매화검로 삼 초 매화번복을 펼쳤다.
매화만개를 제외하고는 파괴력에서는 가히 으뜸이라 할 수 있는 초식.
펼치자 경력을 따라 바닥이 갈라지며, 매화번복의 경력이 괴인의 기의 파동을 종이를 찢듯이 갈라 버리더니 괴인의 몸을 덮쳤다.
콰아앙!
커다란 굉음과 함께 괴인의 몸이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쳤다.
“커헉!”
팔이 부러진 듯 어깨 부분에서 오른쪽 팔이 기괴하게 꺾여 있었고, 그 부분에선 피가 철철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오른쪽 옆구리 또한 매화번복의 경력에 피해를 입었는지 마치 비수에 난도질을 당한 것만 같은 상처가 있었다.
“어…… 어떻게 이런 경력이…….”
나 또한 놀랄 정도여서 잠시 숨을 멈추며 나의 손을 바라보았다.
분명 매화번복이 강하기는 했지만 저렇게 종남파의 장로로 보이는 자를 한 번에 쓰러뜨릴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나의 매화번복이 저자의 경력을 뚫고 오른팔을 부러뜨린 상황이다.
‘내가 강해진 것인지, 아니면 내가 원래 나의 강함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인지.’
아마도 전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언제 강해진 것인지 몰라 당황하고 있던 때, 갑자기 괴인이 대소했다.
“크하하하! 과연, 그분께서 인정하신 놈이라는 건가!”
“그분?”
“역시 살려 두면 방해만 될 뿐이로군.”
괴인이 순식간에 검을 왼손으로 바꿔서 쥐더니 오른손을 어깨에서부터 절단했다.
“뭣!?”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이런 건. 제대로 상대해 주지.”
괴인의 눈이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괴인이 검을 나에게 던지며 달려들었다.
핏!
“칫!”
던져 낸 검을 피해 내며 잠시 몸의 중심이 흔들린 사이, 괴인의 손이 빠른 속도로 나의 명치를 직격했다.
“컥!”
맞은 부위를 통해 나의 몸을 파고 들어오는 진중한 경력에 기혈이 뒤틀린 것 같았다.
마치 커다란 악력에 내장이 쥐어짜이는 듯한 고통이었다.
괴인은 그것을 보고 슬쩍 미소 짓더니 명치를 친 손을 빠르게 회수하곤 나의 얼굴을 치려 빠르게 내밀었다.
‘안 돼!’
피할 수 없어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는 식으로 매화종지를 전개했다.
기혈이 뒤틀려 평소에 전개할 만큼의 힘이 들어 있지는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위협은 충분했다.
괴인은 무시할 수 없다는 듯 내밀던 손으로 자하검의 검 면에 손을 대었다.
‘어?’
검날을 타고 파고 들어오는 독수(毒手).
독수에 몸이 상하기 직전, 위에서 무언가가 괴인의 독수를 찔렀다.
“큭! 누구냐!”
청록색의 봉이 괴인의 독수에 직격하자 괴인은 무척이나 괴로운 듯 맞은 부분을 문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씻지 않아 나는 지독한 냄새와 함께 개방 최고의 고수, 개방 용두방주 천풍걸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자라나는 새싹을 그렇게 짓밟으려 하면 안 되지. 비조각의 이인자, 야명 장로.”
괴인, 야명 장로의 몸이 크게 움찔했다.
“그걸 어떻게…….”
“내가 자세히 설명해 줬던 것 같은데? 이 청록색의 봉은 타구봉이라 불리며, 모든 거지들을 통솔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신물이라고.”
“설마 당신이 그…….”
“그래, 내가 바로 개방 용두방주 천풍걸개 홍소군이다.”
천풍걸개가 씨익 웃으며 타구봉을 앞으로 내밀었다.
“혈천회의 간세이자 종남파의 장로인 야명. 정도 무림을 위해 이곳에서 모든 것을 불어야겠다.”
천풍걸개가 말하며 앞으로 걸어가 야명 장로의 앞에 섰다.
“이익!”
야명 장로가 크게 얼굴을 붉히며 커다란 장을 휘둘렀다.
천풍걸개는 그런 야명 장로의 장을 흐느적거리는 몸짓으로 피해 냈다.
‘뭐지, 저 보법은?’
마치 술에 취한 취객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그 움직임이 무척이나 현묘해 야명 장로의 장은 단 한 차례도 천풍걸개를 적중시키지 못했다.
“개방의 자랑인 취팔선보(醉八仙步)다. 어디 네가 맞출 수 있는지 볼까?”
천풍걸개는 농을 하며 야명 장로를 놀려 댔다.
야명 장로는 그렇게 농을 들으면 들을수록 분노하더니, 결국엔 크게 분노하여 커다란 일격을 날리려 움직임을 크게 하였다.
‘빈틈이다.’
그 틈을 놓치면 개방의 방주라는 이름이 무척이나 아깝다.
천풍걸개는 눈을 빛내더니 타구봉을 움직였다.
청록색의 봉이 월광 아래 빛을 발하며 야명 장로의 아랫배를 찔렀다.
“컥!”
쾅!
가볍게 찌른 것 같았지만 그 위력만은 가볍지 않았다.
야명 장로는 그 한 방에 벽 쪽으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걸로 끝날 거라 생각 말아라!”
천풍걸개는 타구봉을 한 손으로 역수로 잡고, 다른 손으로 허리춤에서 술을 꺼내 마시기 시작했다.
‘어째서 술을?’
천풍걸개는 입안 한가득 화주를 들이붓더니 이내 푸∼ 하며 내뱉었다.
푸푸푸푸푹!
천풍걸개의 입안에서 내공을 가득 흡수한 주정(酒精)은 마치 철로 된 탄(彈)과도 같이 야명 장로의 몸을 강타했다.
그와 동시에 야명 장로의 몸이 뻣뻣하게 굳기 시작했다.
‘설마 혈도를 짚은 건가? 그 엄청난 수의 주정으로?’
정말 대단한 신공이었다.
“주정신공(酒精神功)이라고 불리는 독문무학이다. 본 것을 영광으로 여기도록.”
씨익 웃으며 천풍걸개가 야명 장로에게 다가갔다.
“그럼 이제 모든 것을 털어놔 볼까?”
천풍걸개의 웃음에 야명 장로의 몸이 혈도를 짚였는데도 불구하고 한차례 떨린 것처럼 보인 것은 착각일까?
6장 마진천과의 싸움(1)
그 밤에 야명 장로는 천풍걸개의 엄청난 고문에 결국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알고 있는 모든 것을 털어놓고 단전을 폐하게 한 뒤 종남파의 한 옥(獄)에 집어넣어 버린 것이다.
그곳은 천수신검이 직접 키운 부대가 지키고 있기에 그곳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종남파의 장로이자 혈천회의 간자는 사라졌다.
“이렇게 도움을 주셔서 무척이나 감사하오, 방주. 그리고 선검수 청우.”
“별말씀을 하시오. 구파의 힘이 더욱 강해지는 것이 바로 우리 정도 무림의 미래인 것을.”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둘 다 겸양의 말을 내뱉자 천수신검은 인자하게 웃었다.
물론 야명 장로가 사라진 것의 파장은 만만치가 않았다.
천수신검, 종남파 장문인의 사제일 뿐만 아니라 장로였던 그가 혈천회라는 어떤 집단의 간자라는 것이 알려지자 종남파는 엄청난 소란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천수신검은 그 모든 소란을 잠재울 만한 운영력과 힘이 있었다.
어떤 방법을 취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순식간에 모든 소란이 잠잠해졌고, 개방 방주가 이곳에 있다는 것 또한 알려졌다.
몇몇의 장로들이나 제자들은 개방의 방주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머지는 모두 모르고 있던지라 모두들 개방 방주의 그 잠행술과 은둔술에 감탄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종남파에 혈천회라는 집단의 간자는 더 이상 없는 것입니까?”
“그렇다고 보고 있소. 우리 개방의 정보력을 뛰어넘을 정도로 잠행술에 뛰어나다면 모를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네. 정보 수집 단체 중에서 수위를 차지하며, 또한 천하제일방이라는 개방의 정보력을 뛰어넘을 정도의 살수나 간자는 있을 수가 없으니 말이지.”
“하하, 그것 참 속이 뻔히 보이는 말이지만 기분은 좋구려.”
천풍걸개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 듯 짧은 수염을 쓸어내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우리 종남파가 이렇다면 다른 곳은 어떻단 말이오?”
“아마도 이곳과 비슷한 곳도 있을 것이고, 그보다 더한 곳도 있을 것이며, 이곳보다 못한 곳도 있을 것이오. 소림사는 간자는 없는 것으로 보이고, 무당파도 아마 그럴 것처럼 보이오. 구파의 태산북두인 무당파와 소림사까지 간자가 침투했다면 그것은 우리 정도 무림의 끝이라 봐도 옳으니 말이오.”
“그렇다면 방주께서는 어찌하실 예정이시오? 우리 종남파와 마찬가지로 다른 구파를 도와주러 가실 것이오?”
“그거야 당연한 일이지. 무림맹의 주축은 구파와 일방이오. 그리고 오대세가 전체는 아니지만, 둘에서 세 세가가 그 뒤를 잇고 있소. 그러니 당연히 주축이 무너지는 것을 볼 우리 개방이 아니오. 물심양면으로 어떻게든 도울 것이오.”
“개방이 우리 정도의 방파라는 것은 우리 정도 무림의 홍복이오.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소.”
“그런 칭찬은 이제 그만두고, 난 빨리 가 봐야겠소. 하나하나 처리하다가는 시간이 오래 걸릴 테니, 전체적으로 그림을 짜고 움직여야겠소.”
“개방 본타로 가는 것이오?”
“하남의 개봉에 본타가 있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니, 만일 도움을 청할 일이 있으면 이곳에서 개봉으로 가는 최단 거리에 있는 도시들에 전서를 보내시오.”
“알겠소이다. 그럼 무운을 비오.”
“그럼.”
천풍걸개가 허리춤에서 호리병을 들어 화주를 들이마시며 손을 흔들었다.
“자네는 어찌할 건가?”
천수신검이 개방 방주 때보다는 조금 냉막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일단 잠시 상황을 볼 예정입니다.”
“무슨 상황을 본다는 말이지?”
“혈천회의 동태를 살피다 조금이라도 움직인다는 낌새가 보이면 제가 바로 그쪽으로 갈 생각입니다.”
“그쪽과 무척이나 원한이 있어 보이는 듯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