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천검-83화 (83/175)

# 83

화산천검 4권(8화)

3장 인연과의 만남(3)

[말해 보든지.]

[어떻게 나의 행적을 아는 거지? 어떤 정보 조직과 연계를 한 거지?]

[종남파에 가면 알게 되어 있어. 그분도 혈천회와 원한 관계가 있는지라 혈천회를 조사하면서 나와 너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화산파의 복잡한 사정을 알고 있는지라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종남파의 나에게 먼저 접근을 하신 거야. 그리고 그것을 계기로 나도 조그마한 정보 정도는 그분의 정보 조직에서 빼돌릴 수 있게 되었지.]

[그렇다면 알았다. 종남파로 가면 알게 될 거라니 뭐…….]

[아무튼 알아낸 것을 얘기해. 그리고 그동안 겪은 세부적인 사항들도.]

[일단 무진 사부님이 당한 것은 알지? 무진 사부님이 당한 것은 창마(槍魔) 황신 때문이다.]

[그리고?]

[그리고 그것이 철검파와 관련되었다는 것을 알고 일 년 정도의 수련을 한 후 우가장과 함께 철검파에 쳐들어갔지. 그리고 철검파의 분타에서 우가장의 식객으로 머물고 있는 초풍도객과 흑검대주가 격돌하고, 낭인 혈호와 나, 그리고 나머지 우가장의 인물들이 철검파의 사람들과 싸워 승리했지. 그런데 몸 상태가 안 좋은 초풍도객이 흑검대주보다 뛰어난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져 버려, 결국 혈호가 흑검대주와 싸워 이겼지. 마지막 한 방을 날릴 체력밖에 없기에 혈호가 이긴 것이야. 원래는 상대도 되지 않았지. 아무튼 그렇게 이기고 우가장으로 돌아가 우가장주를 보게 되었다. 마치 시체와도 같은, 음습한 한기가 묻어 나오는 사람이었지. 그런데 그렇게 대화를 하다 보니까 단전 쪽에서 이상한 것이 느껴지더군. 나를 빼고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어. 그래서 방 안으로 들어가 그것을 살피고 있는데, 그곳의 장자인, 나보다 먼저 우가장의 비밀을 알고 있던 내 또래의 우승빈이라는 후기지수가 와서 나에게 협력을 제안했지. 그곳에 있는 주가의원이라는 곳에서 초풍도객을 살리고 대도문의 사람들을 만났다.]

[대도문?]

[대체 뭘 주어 먹으려고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되었다. 그런데 대도문에도 혈천회의 녀석들이 있더군. 잡아온 무리들 중 하나가 나머지 사람들을 죽이더니 달아났다.]

[허, 것 참 대단하군.]

[그리고 우가장으로 돌아오니, 얼마 지나지 않아 고를 가진 자들이 모두 쓰러지기 시작했다. 고가 생기를 흡수하기 시작한 것이지. 그래서 우가장의 심처로 쳐들어가 우가장주의 인피면구와 우가장 총관의 인피면구를 쓰고 있던 자들을 쓰러뜨리고, 흑영대의 대주를 쓰러뜨렸다. 그 와중에 많은 사람들이 다쳤지. 아니, 싸움이 아니라 고로 말이야. 그렇게 우가장은 우승빈을 빼고 모두 죽어 버렸다. 그리고 그 이후에 화산파의 지시에 따라 철검파로 가 옛날 합동훈련 때에 나에게 벽력탄을 날렸던 마살문의 정예들과 만나 싸워 승리했다. 그 와중에 엄청난 폭탄을 쓰더군. 벽력탄보다 더욱 강한 폭탄이었어. 아무튼 이기고 나가려는데, 무언가가 보였다. 철판이었지. 기묘한 느낌에 철판을 들어 올리고 그 안으로 들어가자, 구파의 정보 수집 공간이 보였어. 우연히도 그 공간 안에서 나오는 사람을 보아 그를 쓰러뜨리고 그곳에 들어가 모든 공간에 들어가는 방법을 알아내고, 그 안에서 몇몇 정보를 보고 기관을 정지시키며 화산파라 쓰여 있는 공간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혈천회의 칠사도 중 사사도라고 하는 초령을 만났지.]

[칠사도? 사사도?]

[나도 자세한 것은 모른다. 하지만 혈천회에 칠사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뿐이지. 아무튼 웬일인지 그녀는 나에게 호의를 보이더군. 이 자하검도 그녀가 준 것이야. 그리고 바깥으로 나왔는데 철검파의 소식들을 알았는지 많은 무림인들이 모여 있더군. 그중에는 우리 화산파와 더불어 오대세가 중 두 세가도 있었어.]

[오대세가?]

[사천당가와 황보세가다. 몇몇 일이 있긴 했지만 일단 나는 화산파의 사람들에게 혈천회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내 이야기를 믿으신 청도 장로님은 금정일이라는 속가제자와 함께 화산파로 돌아가셨고, 나는 냉혈철심과 옥화녀와 함께 다시 철검파로 돌아가 군중들에게 사정을 설명하는데, 황보세가가 끼어들었다. 다행히 황보세가와는 얘기가 좋게 끝났는데, 이번엔 사천당가가 꼬투리를 잡아 하마터면 싸움이 일어날 뻔했지. 그 일은 황보세가의 장로, 의기통천 황보진군 덕분에 잘 넘겼는데, 이번엔 사건이 일어났다. 당가십걸 중의 한 남자와 황보세가의 십팔권사 중 하나가 난동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이었지. 그래서 각 세가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지. 당가의 무리와 함께 온 당가십걸 중의 한 남자가 당가십걸 중의 하나인 소란을 일으킨 당의걸을 잘 제압했지만, 황보세가의 십팔권사 중 하나, 소란을 일으킨 황보관이 기습으로 의기통천을 쓰러뜨리고, 십팔권사를 거의 다 쓰러뜨렸다. 그 상황에서 할 수 없이 마지막에 독살성이 나서 그 녀석을 제압했지. 모두들 떠나고 옥화녀와 냉혈철심과 나, 그리고 독살성만이 남았을 때, 독살성이 난동을 부린 후기지수가 인피면구를 쓰고 있던 것이라는 걸 알아냈다. 난 일단 옥화녀와 냉혈철심을 돌려보내고, 황보세가의 인물들이 치료받는 곳으로 가서 혈천회에 대한 것을 들려주었다. 그러자 그들도 사정을 들려주더군. 황보세가에 어떠한 일이 있었고, 누군가가 그 일을 뒤에서 조종했으며, 그 조종한 남자가 황보세가에 직접 쳐들어와 난동을 부린 것까지. 모든 것을 듣자, 거의 모든 것이 혈천회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 그래서 그 두 세가의 힘을 빌리고자 부탁하여, 사천당가와 황보세가가 나를 도울 거라고 약조를 받는 데 성공했다.]

[사천당가와 황보세가, 그곳까지 마수가 뻗쳐 있었나? 그것참, 대단하군. 구파를 넘어 속세의 오대세가까지 넘보다니 말이야. 아무튼 네가 말해 준 대로라면 무척이나 잘된 일이다. 우리 구파는 뒷 공작 같은 것이 오대세가에 비해 많이 뒤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야. 만일 그들이 우리를 도와준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마찬가지일 거다.]

[게다가 내가 화산에 알렸으니 곧 무림맹이 소집될 거야. 그리고 청도 장로님이 종남파에 소식을 알렸다고 들었는데?]

[아아, 그렇다면 아마도 그건 본산으로 전서구가 갔기 때문일 거다. 우리가 있을 동안에는 너에 대해서나 혈천회에 대해서나 아무런 말이 없었거든. 그러니 우리가 이쪽으로 나오고 난 후에 그쪽에서 본산으로 전서구를 날렸다는 소리가 되지. 나도 멀리서 전황을 둘러보고 있지 않았으면 네가 왔는지 몰랐을 거다. 그만큼 실력이 일취월장(日就月將)했다는 뜻이지.]

왠지 모르게 기쁘기도 하고 묘했다.

마진천에게 그 실력에 대한 칭찬을 받아서 그런 것 같았다.

[아무튼 그럼 우리를 따라서 종남파로 같이 가면 되겠군. 어차피 화산파의 인물이니 도오연 장로님께서 놔두시지 않을 거지만 말이야.]

[…….]

[거의 다 끝난 것 같은데 이렇게 붙어 있지 말고 가자.]

마진천이 나를 툭 쳤다.

정리가 끝난 듯 몇몇 후기지수들을 빼고는 모두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도오연 장로가 나를 쳐다보았다.

마진천과 함께 다가가자 도오연 장로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화산파의 선검수가 이곳까지 혼자서 온 것을 보면 무언가 사정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떤가? 종남파로 같이 가지 않겠는가?”

“그럴 목적으로 온 것입니다. 이미 종남산의 종남파에는 화산파에서 보낸 전서가 도착했을 것입니다.”

“호오, 그런가? 그렇다면 같이 가세나.”

“예.”

“모두 일어나라!”

도오연 장로가 크게 소리치자 휴식하고 있던 종남파의 후기지수들이 일어나 정렬했다.

“다행히 무뢰배들을 모두 쓰러뜨렸으니 이제 본산으로 돌아간다. 살아남은 몇몇 무뢰배들은 종남파로 가서 천천히 심문하고 돌려보낼 것이니 도망치지 못하도록 잘 감시하기 바란다. 안 된다면 혈도를 제압해도 좋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후기지수들이 남은 철검파 잔당들의 혈도를 짚었다.

그러자 철검파 잔당들이 축 늘어졌고, 몇몇 후기지수들이 그들을 들쳐 메었다.

“가자!”

도오연 장로가 휙 몸을 돌리자 그를 따라서 모든 후기지수와 내가 종남파로 향했다.

4장 종남파 장문인과 개방(1)

종남파에 도착하였다.

종남파는 무척이나 커다랗지만 화려하진 않았다.

종남파의 수려한 경관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듯한 그런 건물들이 이곳저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화산파와는 왠지 모르게 다르면서도 비슷해 보이는 듯한 그런 모습.

종남파 안으로 들어가자 한쪽에서 커다란 기합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 새로 들인 제자들이 수련을 하는 소리다. 처음이니만큼 긴장해서 그런지 크게 기합을 지르는 거지.”

마진천이 말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뭐, 화산파와 다를 것이 없네.”

연무장에서 훈련을 하는 소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바람이 나무들을 휘감아 돌면서 내는 소리, 조용하지만 왠지 모르게 위압감을 주는 풍경들.

모두가 매일매일 본 듯한 모습들이었다.

“그럼 다른 게 있을 것 같았냐? 어차피 화산파도 속에 도문이 있을 뿐이지 겉으로는 검파잖아? 똑같은 거지. 아마도 소림사나 무당파, 아미파 등과 같은 완벽한 도문과 불문으로 가지 않는 이상 구파는 거의 대부분이 똑같을 거다.”

“구파에도 서열이 있잖아? 그런데도 똑같단 말이야?”

“요즘에야 조금씩 속가에 물들어 그런 것도 보이긴 하지만, 대부분은 아니야. 우리 구파는 속세와는 다른, 정도 무림의 정신적인 지주를 택하고 있다. 그렇게 치장하는 것으로는 절대 정신적인 지주가 될 수 없지. 근처 민초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인데 민초들이 호화롭게 치장된 것을 좋아할 것 같나? 절대 아니지. 부호들도 문파가 그렇게 호화롭게 치장되어 있으면 경계를 하기 마련이지 절대 좋아하진 않지. 기본적인 상식이다.”

마진천이 자신의 관자놀이를 집게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약을 올렸다.

하지만 별 감흥은 없어 무시하듯 흘려들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리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장로님. 그리고 후배들.”

포권을 취하며 절도 있게 인사하는 열 명의 후기지수.

하나같이 빼어난 용모와 더불어 절도 있는 움직임.

툭 튀어나온 태양혈이 인상적이었다.

‘고수들.’

화산파의 매화검수들과 막상막하로 보이는 후기지수들이었다.

‘열 명의 후기지수, 십검수겠지?’

그렇지 않다면 저들을 설명할 말이 없었다.

십검수.

화산파 매화검수와 마찬가지로 종남파의 후기지수들 중에서 가장 강한 자들.

화산파 매화검수는 그 수에 제한이 없는 데 반해 종남파의 십검수는 딱 열 명으로 제한되어 있어, 그들은 끊임없이 정진하고 정진한다고 알고 있다.

그렇기에 예전 성세였을 때는 매화검수를 뛰어넘어 소림사의 자랑인 나한전의 소림승들과도 맞먹을 정도로 높게 평가되었다.

지금 보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호승심이 일지는 않았다.

아무리 살펴봐도 매화검수와 비슷한 정도일 뿐, 그 이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미 매화검수인 설비연 사저의 실력도 뛰어넘었고, 계속해서 혈천회의 인물들과 싸우고 있는 바, 나도 모르게 계속해서 강해졌기 때문인지 마진천을 볼 때와는 달리 그렇게 호승심이 일지는 않았다.

마진천이 그런 나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

“이곳에 화산파의 선검수, 청우가 있소?”

“여기 있습니다.”

앞으로 나서자 그들이 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쭉 훑어보았다.

“장문인의 명이오. 선검수 청우, 따라오시오.”

그들이 그러더니 내 옆의 마진천을 쳐다보았다.

“마진천, 너도 오거라.”

“또 그 장문인의 명이라고 할 것이라면 가서 단단히 말하십시오. 그런 일은 내 성격상 맞지 않는다고. 차라리 무당파의 태극검사(太極劍士)와 같은 직위를 만들어 달라고. 그렇다면 내가 그건 할 테니까.”

무당파의 태극검사.

무당파에는 그들의 얼굴을 대표하는 두 사람이 있다.

바로 장문인과 태극검사다.

장문인이 무당파 내부의 일을 모두 통솔하며 대외적인 회담과 같은 일을 한다면, 태극검사는 무당파에 해가 되는 것들을 그 강력한 무로 처리하고 비무행과 같은 일을 하며 무당파의 무(武)에 대한 명성을 드높이게 한다.

‘그렇다면 마진천이 차기 장문인으로 내정된 건가?’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십검수들의 얼굴을 보니, 마치 변을 씹은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네가 그 정도로 강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후기지수들 중에는 우리 십검수가 있고, 아직 정정하신 장로님들도 많으시다. 네가 무당파의 태극검사와 같이 될 것이면 한참이나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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