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
화산천검 3권(15화)
6장 우가장의 심처(3)
따앙!
“큭!”
섭선과 부딪친 청강검.
뒤로 날아갈듯 튕겨 나갔다.
‘강철? 아니야, 이 강도는 강철이 아니야.’
“회에서 준 현철(玄鐵)로 만든 섭선이다. 네 청강검 정도는 가볍게 부술 수 있는 강도지.”
깡! 까앙! 쩌적!
‘이런!’
청강검.
보통의 저잣거리에서 살 수 있는 청강검을 이렇게나 오래 사용한 것이 용한 것이다.
금강불괴에 다다랐다는 괴인의 몸에 그렇게나 부딪치고, 이번엔 현철과 부딪쳤다.
조금씩 금이 가는 청강검.
콰차창!
마지막 부딪침과 동시에 청강검이 산산조각 났다.
파편이 어지러이 흩날리는 가운데 우문혁이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묵색 섭선을 돌려 잡은 후 손잡이 부분으로 치명적인 부분, 목을 찔러 왔다.
재빨리 철판교의 수법으로 공격을 피해 냈다.
바로 앞으로 스쳐 지나가는 묵색 철이 무척이나 위험해 보였다.
“핫!”
따앙!
신류퇴 승추로 섭선을 튕겨 내며 뒤로 물러났다.
“별거 아니군. 쉽게 끝낼 수도 있겠어.”
우문혁의 말에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끓었다.
“이 정도가 선검수면 화산파도 별거 아니군. 나 혼자서도 화산파 전체를 상대할 수도 있겠어.”
“정말로 그렇게 자신 있나?”
나의 조용한 말에 우문혁이 피식하고 비웃었다.
“그럼, 이런 실력이면 별거 아닌데 뭐가 자신 없겠나?”
“그 발언, 후회하게 해 주지.”
청운검을 뽑아 들며 부서진 청강검의 검병을 우문혁에게 던졌다.
“귀찮게!”
퍼걱!
검병이 우문혁의 섭선과 부딪치자 반으로 쪼개졌다.
그리고 그 틈으로 나의 청운검이 푸른 검신을 드러냈다.
“아닛!”
매화검로 구 초 매화정개.
강력한 검력을 품은 직선적인 일격.
콰앙!
섭선과 부딪치자 강력한 폭음과 함께 기의 파도가 사방으로 몰아쳤다.
섭선이 튕겨 나감과 동시에 멈추지 않고 매화검로 팔 초 매화지변을 펼쳤다.
피피피피핑!
평범한 환검의 궤도를 벗어난 환검.
분열하는 기묘막측한 초식에 섭선이 공격을 모두 방어하지 못하였다.
우문혁의 몸에 생겨나는 혈선들.
하지만 얕았다.
많은 상처이지만 치명상이라고 할 수 있는 상처들은 없었다.
“크윽, 이 자식!”
우문혁의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분노에 몸을 맡긴 우문혁이 달려들었다.
매화검로 칠 초 매화종지.
후우우웅∼ 콰쾅!
뿜어져 나가는 반월형의 검기가 우문혁의 섭선과 마주치며 커다란 굉음을 냈다.
우문혁이 뒷걸음질을 치는 순간.
‘끝이다!’
왼손으로 장을 만들어 기를 끌어모아 충(衝).
퍼어억!
“컥!”
하복부를 격한 장천수의 일격에 우문혁의 무릎이 꺾였다.
“후우∼”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살기가 가슴속 깊은 곳에서 바깥으로 나오려고 했지만, 기를 중단전으로 휘돌리며 평정을 되찾으려 노력했다.
나를 무시하고, 화산파를 무시한다.
겨우 열등감이라는 감정 때문에 위험한 단체의 제안에 손을 잡는 그 어리석음. 그리고 자신의 가족과 가족 같은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그 독선.
죽어 마땅한 일이지만 그렇게 되면 이 세상에 살아갈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 어디에 있겠는가?
게다가 아직 회에 대해 물어볼 것이 남아 있다.
타다닥!
우문혈의 혈을 제압하며 우승빈의 싸움이 끝나길 기다렸다.
싸움도 거의 막바지였다.
우승빈이 괴인의 바로 앞까지 전진하여 목을 꿰뚫으려 하고 있었다.
‘끝인가? 아니!’
그 순간, 옆에 있던 우문혁이 순식간에 일어나 우승빈에게 내달렸다.
‘분명히 혈을 제압했는데 어떻게 달릴 수 있는 거지?’
아니, 지금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우승빈이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우승빈의 검이 괴인의 목을 꿰뚫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우문혁의 비수가 우승빈의 옆구리를 꿰뚫었다.
“크윽!”
‘다행이다.’
무언가 위험한 느낌을 받은 것인지 우승빈이 몸을 비틀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공중에 떠 있다.
피하기에는 부적당한 공간.
만일 우문혁이 비수를 하나라도 더 빼어 든다면 그 상태로 끝이다.
콰콰쾅! 콰창!
그때, 문 쪽에서 커다란 굉음과 함께 붉은 빛이 날아왔다.
붉은 빛은 우승빈의 몸에 꽂혀 있는 비수를 부러뜨린 것도 모자라 안쪽의 휘장을 갈가리 찢어 놓았다.
“다행히 늦지 않았군.”
조금 피로한 목소리지만 다행히 살아 돌아온 낭인.
혈호가 온몸이 피범벅이 된 상태로 박살 난 문 사이로 들어왔다.
“고맙다, 혈호. 덕분에 살았군.”
“별말씀을.”
우승빈이 우문혁을 찢어 죽일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자, 우문혁. 이제 너 하나뿐이다. 이제 내막을 알려 주실까?”
혈호가 호조를 툭툭 치며 물었다.
“칫, 성공일 줄 알았는데.”
“우문혁, 네 죗값을 치러라.”
우승빈의 말에 우문혁이 대소했다.
“푸하하하!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구나, 승빈아. 대체 내 죗값이 뭐더냐?”
“가족을 배신하고, 자신을 배신했다. 그것만으로도 죽어 마땅해.”
“우습구나. 난 배신하지 않았다. 그저 조금의 추락만을 허락했다고 말했을 텐데?”
“그게 문제인 거야. 그 조금의 추락이란 것이 모두를 고통스럽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넌 배신을 한 거야.”
“강호는 약육강식(弱肉强食), 힘이 진리다. 지금은 너와 우가장의 무인들에게 원망을 듣겠지만 힘이 있으면 모두 무시할 수 있어. 식솔들은 다시 들이면 되고, 소문은 새로운 우가장의 힘으로 누르면 돼. 그러면 되는 것인데, 어째서 이렇게 나를 방해하는 것이냐!”
“다시 한 번 말하지, 우문혁. 남에게 피해를 주는 진보는 퇴보만 못한 법이다.”
우승빈이 씹어뱉듯 말하며 우문혁에게 달려들었다.
콰차창! 챙! 카가각! 태앵!
우문혁의 비수가 뒤로 날아가 건물의 바닥에 떨어졌다.
우승빈이 검을 우문혁의 목에 겨누었다.
“자, 끝이다.”
나는 우승빈이 우문혁을 제압한 것을 보고 앞으로 나섰다.
“잠깐 멈춰. 죽이면 안 돼.”
“나도 알아.”
타다닥!
“잠깐만, 혈을 제압하는 것으론 안 돼. 아까도 혈을 제압했는데, 어째선지 쉽게 몸을 움직였다.”
“그래? 이혈공(移血功)이라도 익힌 건가?”
“이혈공?”
“혈의 위치를 바꾼다는 무공인데, 옛날에 사라졌다고 알려져 있어. 그러니 이혈공과 비슷한 무공을 익혔겠지. 아무튼 그렇다면 방법은 있어.”
스걱!
“큭…….”
우문혁의 사지 근맥에서 피가 솟구쳤다.
“무슨!”
“근맥을 베서 움직이지 못하게 했을 뿐이야. 이 정도면 되지?”
“아무리 그래도 네 가족이었는데…….”
[아니야.]
[응? 갑자기 전음은 왜?]
[이봐, 네가 궁금해야 할 것은 그게 아니야.]
우승빈의 한심하다는 듯한 말투에 조금 찔끔했다.
[……그래, 뭐가 아니라는 거지?]
[이제야 제대로 짚었군. 이 녀석은 내 가족이 아니야.]
[아무리 잘못을 심하게 했어도 그건 좀 아니지 않나?]
[또 잘못 짚었어. 말 그대로 이 녀석은 내 가족이 아닐 뿐이야.]
[무슨?]
[나중에 설명해 줄 테니까 우선은 네가 묻고 싶은 것부터 물어. 이 녀석이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니까.]
[알았다.]
“묻는 말에만 대답해. 쓸데없는 말을 해 봤자 소용없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우승빈이 우문혁의 몸을 걷어차며 말했다.
“물어보지. 첫 번째, 회라는 곳의 목적은?”
“난 너희 구파를 증오한다.”
“시끄러.”
퍽!
“큭…….”
“두 번째, 회라는 곳의 정식 명칭은?”
“……혈천회(血天會)다.”
“흠, 의외로 순순히 대답하네? 맞은 곳이 그렇게 아파?”
우승빈의 능글맞은 말에 우문혁의 눈썹이 꿈틀했다.
“세 번째, 혈천과는 어떤 관계지?”
“모른다.”
“네 번째, 철검파와 같은 배후를 가지고 있는 것이 맞는가?”
“모른다.”
“다섯 번째, 대체 이러는 목적이…….”
“너무 무르구나, 승빈아.”
푸욱!
“크윽…….”
오른쪽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통증.
옆구리를 뚫고 밖으로 삐져나온 검의 날이 보였다.
“그리고 너무 방심했구나, 선검수.”
쑤우욱∼
“으윽…….”
검날이 빠져나오자 마치 불에 덴 듯 상처가 무척이나 뜨거웠다.
옆구리의 상처를 부여잡고 뒤로 몸을 돌렸다.
어두운 휘장의 뒤편.
찢어진 휘장 사이로 몸을 일으키는 인영이 보였다.
“싸움이란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는 법. 적을 모두 죽일 때까지는 방심을 하면 안 되는 법이다.”
부우욱∼
나를 찔렀던 검으로 휘장을 갈가리 찢어 놓으며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퀭한 눈과 푹 파인 볼.
내가 기습을 눈치채지 못하게 만든, 죽은 사람과도 같은 희미한 기.
“장난은 끝이다, 꼬맹이들.”
우가장의 장주, 우정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장주님!”
“시끄럽다, 문혁아. 회에서 그렇게 공을 들여 너에게 무공을 가르쳐 놨건만 저런 꼬맹이들도 못 이기는 것이냐?”
“죄송합니다.”
우정군이 다가와 사지의 근맥이 잘린 우문혁의 어깨를 잡으며 우리를 쳐다보았다.
“그런 몸으로는 복수도 하지 못하겠구나, 쯧쯧.”
“……예.”
부들부들 떨고 있는 우승빈.
그런 우승빈을 직시하며 우정군이 말했다.
“아들아, 문혁이가 말하지 않았더냐? 세상에 믿을 사람은 없으며, 모두가 각자의 뜻을 품고 옆의 사람을 이용할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것은 부자 관계라도 예외는 아니다.”
“날 이용했다는 말입니까?”
“난 널 이용하지 않았다. 그저 우가장을 이용했을 뿐.”
“그렇죠, 망나니는 이용할 것도 없죠.”
냉정을 되찾았는지 우승빈이 장난스럽게 얘기했다.
“네 망나니 행세가 거짓이라는 것을 눈치챘으면 이용을 했을 수도 있었겠지.”
그런 우승빈에게 우정군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크윽.’
검에 깃들어 있는 경력이 혈도를 건드린 것인지 진기의 유통이 어려웠다.
탁기가 옆구리로부터 시작되어 온몸을 타고 도는 느낌이었다.
그런 나를 봤는지 우승빈이 혈호와 함께 조금씩 물러서며 나에게 다가왔다.
“제대로 꿰뚫은 모양이구나. 그 상태로는 도움도 되지 못할 텐데 차라리 죽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시끄럽다, 우정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