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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마존-109화 (109/257)

# 109

109화

“그 이유도… 강해서 그렇기 때문입니까?”

“맞다. 역대 가문의 주인들은 그때마다 황궁을 들었다가 놓았다. 때로는 황제의 스승이 되어서 엉덩이를 걷어차 주기도 했었지.”

백철군의 말에 주위에 있던 관리들의 얼굴이 붉게 변했다.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말이었으며 불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저기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이놈!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막말을 하는 것이냐?”

“무장들은 무엇을 하는 것이냐? 당장 저놈을 꿇리지 않고.”

소란이 일자 밖에 있던 무장들이 달려왔다.

이미 보화전 주위를 병사들이 포위했다. 밖에서 구경하던 무림인들도 무언가 잘못된 것을 알아차리고 함께 움직였다.

그중에는 천하제일검이라 불리는 검왕 목유자도 있었다.

그는 경공을 이용해서 곧장 보화전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가 등장하자 백철군은 힐끔 시선을 준 뒤에 차갑게 말했다.

“치워라.”

“존명!”

백철군과 함께 보화전에 들어와서 절을 했던 자들이다. 그들은 여전히 절을 하는 자세로 있다가 백철군의 명령에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숨겼던 기세를 드러냈다.

후아아악!

우우웅!

기파가 목유자를 덮쳤다. 심상치 않은 기세에 목유자가 검을 뽑아 들었다.

“무슨…?”

깜짝 놀란 그는 검에 태극의 기운을 담아서 기세를 흩트렸다.

그 모습에 기세를 터트렸던 인물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과연, 우리 넷의 기세를 받아내다니, 검왕이라 불릴 만하군.”

“흥, 그래 봐야 호랑이 없는 산에서 왕 노릇한 여우에 지나지 않지.”

말을 마친 한 사내가 검을 뽑아 들고 앞으로 튕기듯이 나아가며 수평으로 검을 그었다.

쒜에엑.

목유자의 검과 사내의 검이 부딪쳤다.

쾅!

커다란 폭발음과 동시에 둘은 검을 맞대고 있었다. 아니 둘의 검에서 뽑혀 나온 검강이 불꽃을 피우고 있었다.

목유자는 이름도 모르는 상대가 검강을 두르고 자신을 공격하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천하제일검으로 불리는 그인 만큼 평정심을 빠르게 찾으며 반격했다.

그는 몇 수 만에 상대가 자신의 아래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결국 그의 최고 절기인 태극혜검을 꺼내 들었다.

스르륵.

태극혜검은 빠르지 않았다. 원을 그리며 태극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생과 멸을 주관한다. 한번 펼치면 주위를 압도하고 자신의 영향력 아래 놓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상대의 검공이 예사롭지 않았다.

파지지징!

목유자의 태극혜검이 유(柔)속에 강(剛)을 두르고 있다면 상대의 검은 강 속에 유를 두르고 있었다.

태극혜검과 정반대의 검법이었다. 둘은 다르지만 묘하게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시작은 다르나 종국에는 만난다는 만류귀종의 묘가 숨어 있었다.

목유자는 속으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찌 태극혜검의 묘리(妙理)가 저자의 검 속에 녹아 있다는 말인가?’

한 수 한 수 겨룰 때마다 그 속에 담긴 이치가 자신의 검법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이대로라면 언제 결판이 날지 모를 일이었다.

더군다나 다른 셋도 문제였다.

그는 검을 강하게 휘둘러서 상대를 떨쳐낸 뒤 뒤로 훌쩍 물러서며 물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은퇴한 늙은이라고 해두지.”

“뭐라? 설마 반노환동이라도 했다는 말인가?”

“검만큼 제법 보는 눈이 있군.”

상대의 말에 목유자는 입을 닫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고작 중년이건만 훨씬 많다는 말이었다. 그의 강함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목유자는 태극혜검의 묘리를 어찌 아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이들에게 시선을 두며 물었다.

“그대들도 반노환동하신 것이오?”

목유자의 물음에 다른 이들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그를 뿐이었다.

‘맞군. 좋지 않다.’

하나를 상대로도 힘겨운데 나머지 셋이 협공한다면 장담할 수 없었다. 밖에 있는 무림인들이 합류한다 해도 문제였다. 그들만으로는 부족해 보였다.

특히 저 앞에 오연하게 서 있는 백가장 가주가 신경 쓰였다.

목유자의 머릿속에 백가장에 대한 소문이 떠올랐다.

‘전설인 줄만 알았거늘, 사실이었단 말인가?’

오래전부터 한 가지 전설처럼 내려온 불문율이 있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백가장을 화나게 하지 마라.

-강서성에 들어서면 무공 자랑 하지 마라.

목유자는 이를 악물었다. 이미 이빨 빠진 호랑이인 줄 알았는데 아직 건재한 대호였다.

한편, 목유자의 등장에 황제는 안도했었다.

목유자는 선풍도골의 풍채를 지니고 있어서 묘한 안정감을 주었다. 천하제일검인 그라면 저 무례한 자들을 혼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상대 역시 만만치 않았다. 어찌 백가장의 일개 무인이 천하제일검과 맞수를 이룰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아직은 괜찮았다. 자신에게는 호신위가 있었고 그들 앞에는 청운이 버티고 있으니 말이다.

백철군은 뒤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신경도 쓰지 않고 황제를 보며 한 걸음 성큼 내디뎠다.

신호라도 되는지 호신위들이 백철군에게 달려들었다.

쉐에엑!

무언가 번쩍이더니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보다 빠른 공격이건만 백철군은 가벼운 손짓으로 모두 쳐냈다.

터더덩 퍼버벅!

그를 공격하던 호신위 셋이 바닥을 굴렀다.

다른 호신위가 연달아 백철군을 공격했다.

백철군은 다리를 벌리며 하체를 안정시키더니 양팔을 휘저었다.

순간 천수관음이라도 되는지 수십 개의 손이 생겨났다. 공격해 들어오는 호신위의 몸을 두들겼다.

퍼버버벅.

호신위들이 다시 바닥을 굴렀다.

죽지는 않았지만 혈도를 제압당하고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남은 호신위는 둘이었다.

남은 둘은 화경에 오른 고수들이었다. 그런데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자신들마저 쓰러진다면 황제를 지킬 수 없었다.

문제는 눈앞의 상대가 감당하지 못할 강자라는 사실이다.

호신위가 공격할지 방어할지 생각할 때에 청운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 모습에 백철군의 입가에 쓴웃음을 지었다.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말했다.

“막겠다는 것이냐?”

“송구합니다. 나라의 녹을 먹는 입장이라 그냥은 보내드릴 수가 없으니 이해해 주십시오.”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 내 미리 언질을 주지 않았더냐? 황실과 백가장 문제라고.”

청운은 백철군의 말에 안도했다.

그가 피를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렇다고 길을 열어줄 수 없었다.

“그 전통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역시 그냥은 보내드릴 수가 없습니다.”

“하하하. 좋다. 내 나중에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마. 그리고 어디 재주가 무엇인지 한번 보자꾸나.”

스르릉.

청운은 백철군의 승낙에 검을 뽑았다.

날갯짓하듯이 검을 서서히 들어 올렸다.

환우구검 기수식.

후아악!

평범하던 청운의 기세가 백철군을 덮쳤다.

예상이라도 했는지 가벼운 손짓으로 청운의 기세를 흩트렸다.

팟!

바닥을 차며 청운의 몸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챙!

상대의 가슴을 파고드는 빠른 찌르기가 가볍게 막혔다.

청운은 검을 뒤로 빼며 연달아 백철군의 허리와 다리를 노렸다.

슈슉.

백철군은 슬쩍 다리를 들며 몸을 빙글 돌렸다. 검이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스르륵.

백철군의 몸이 미끄러지듯이 청운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깜짝 놀란 청운은 검을 가슴으로 당기며 곧추세웠다. 그러고는 상대의 요혈을 향해서 거침없이 검을 휘둘렀다.

슈슈슈슈슉!

매서운 칼바람이 대전에 휘몰아쳤다.

백철군은 청운이 펼치는 검기의 그물 속에서도 여유로웠다.

청운은 이를 악물었다.

전력을 다해서 무공을 펼칠 수는 없었다. 공력을 온전하게 주입하고 펼쳤다가는 보화전이 무너져 내릴 것이다.

보화전 안에는 황제를 비롯한 대신들이 잔뜩 있지 않은가. 이들 중 대부분이 죽을 수도 있었다.

결국 공력을 최소한으로 끌어올리고 순수한 검법으로 상대했는데 결과가 썩 좋지 못했다.

백철군도 내공을 최소화하고 순수한 초식으로 청운을 상대하고 있었다.

쉭쉭 슈슈슉!

청운의 공격은 한 수 한 수가 허점 없는 완벽한 공격이었다. 그런데도 여유롭게 피하는 백철군의 실력에 청운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백영상 장로가 말한 것을 믿지 않았건만….’

대향림에서 만난 백영상은 가주와 가문의 어른들이 나서면 천하를 상대할 수 있다고 말했었다. 백가장의 진정한 힘이면 능히 마교와 자웅을 겨뤄도 밀리지 않을 거라고도 했었다.

어쩌면 그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몇 초식이 더 지나자, 청운은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최강의 무공초식들을 다 사용했다.

그럼에도 백철군은 입신의 경지에 다다른 인물답게 그의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

백철군은 청운이 잠시 멈추자 입을 열었다.

“설마 이게 다는 아니겠지?”

다소 실망한 목소리였다. 어서 가진 재주를 모두 풀어놓으라는 말이었다.

청운은 그 말에 화답이라도 하듯 청마룡을 운용했다.

“어디 이것도 받아보시지요!”

파지지직!

몸 주위로 뇌전이 번쩍였다. 푸른 번개가 몸에서 방전되듯이 지지직거렸다.

그 모습에 백철군의 한쪽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청운의 진산절학이라 알려진 무공이 분명했다.

“기대되는군. 어디 한번 견식(見識)해 볼까?”

우웅!

백철군의 기세가 달라졌다.

조금 전까지는 사정을 두고 겨뤘다는 듯이 기세가 한층 강화되었다.

다리를 안정적으로 벌린 그가 손을 휘저었다.

처음 호신위를 상대했던 무공이었다.

백팔환영수.

백가장이 자랑하는 무공이다. 처음 호신위에게 펼칠 때와 다른 점은 손 그림자가 훨씬 많아졌다는 것이다.

슈슈슈슝.

회오리치듯 손 그림자가 요동치며 청운을 덮쳤다.

청운은 검에 청마룡을 형상화시켜서 곧장 아래서 위로 올려쳤다.

크아아앙!

푸른색 청룡이 곧장 청운의 몸을 휘감으며 똬리를 틀더니, 날아드는 손 그림자를 튕겨냈다.

청운은 멈추지 않고 빙글 돌며 검을 휘저었다. 청마룡이 머리를 곧추세우더니 곧장 헤엄치듯이 손 그림자의 강을 해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타다다다당.

수없이 많은 수강이 청마룡을 두들겼다.

청운은 충격을 참으며 곧장 백철군의 가슴을 직격했다.

콰앙!

강력한 일격에 백철군은 상체가 크게 휘청거렸다. 그러나 뒤로 물러서지 않고 한 차례 상체를 털며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 했다.

백철군이 눈을 빛내며 청운에게 말했다.

“제법이구나.”

청운은 볼 수 있었다. 그의 몸 주위에 일렁이는 호신강기를.

백철군은 청운의 청마룡 위력을 알아보기 위해서 직접 몸으로 받아낸 것이다.

바람이라도 부는지 그의 옷자락이 휘날렸다.

양손을 칼날처럼 세운 그는 몸을 빙글 돌리며 휘저었다.

쉐엑, 쉐에엑.

허공을 가르는 날카로운 파공성이 공간을 찢어발겼다.

청운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청마룡을 다시 생성했다. 그러고는 날아드는 수강을 피하지 않고 맞섰다.

츠캉! 파지징!

청마룡과 백팔환영수가 다시 격돌했다. 처음과 달리 백팔환영수가 청마룡의 비늘을 뚫고 박혀 들기 시작했다.

청운은 이를 악물고 청마룡에 힘을 쏟아 부었다.

‘뇌룡천하! 천지난무!’

힘을 잃어가던 청마룡이 다시 꿈틀거리더니 고개를 쳐들었다.

순간, 백철군이 두 손을 흔들었다. 조금 전보다 더 강하게 느껴지는 공격이었다.

청마룡이 더 버티지 못하고 희미해졌다.

깜짝 놀란 청운은 옆으로 미끄러지며 몸을 틀었다.

동시에 백철군의 공격이 청마룡을 소멸시키고 그의 가슴을 두들겼다.

청운의 몸이 실 끊어진 연처럼 공중에 뜨더니 보화전 굵은 기둥에 처박혔다.

쿵!

‘제길.’

기둥에 부딪치고 바닥에 널브러진 청운은 자신의 대처를 후회했다.

강력한 한 방을 펼치느라 동작이 컸다. 장소가 협소한 것도 한몫했다. 도저히 신법으로 피할 공간이 나오지 않자 몸으로 받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가공할 공방에 장내의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조용해진 실내,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저벅, 저벅.

규칙적인 발걸음 소리가 보화전을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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