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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마존-60화 (6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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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일직선으로 뛰어오르는 일이기에 비천무영신법의 경신법을 이용해서 어기충소(御氣衝溯)를 펼쳤다.

슈우욱.

바람을 가르며 치솟은 청운은 곧장 용천혈에 내공을 집중하고 허공에서 중심을 잡았다.

하늘을 계단처럼 밟고 다닌다는 전설의 신법인 허공답보(虛空踏步)의 묘를 잠시나마 흉내 냈다.

그 찰나의 순간에 혈황이 다시 하늘로 더 솟구쳤다.

이십 장 가까이 솟구친 청운보다 더 높은 곳으로 뛰어오른 혈황은 이내 한곳을 바라보다가 아래로 내려섰다.

청운 역시 서서히 아래로 내려앉았다.

일 년간 수련할 때는 십 장 조금 넘게 솟구칠 수 있었는데 그동안에 실력이 많이 늘었는지 더 솟구칠 수 있었다.

그가 땅에 내려서자, 지켜보던 금의위들이 경외의 표정으로 청운을 바라보았다.

자신들로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신위를 보았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혈황은 청운에게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 능선 위에 있는 바위지대가 의심스럽다.]

파밧.

청운은 혈황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경공을 펼쳤다. 곧장 혈황이 가리킨 곳에 도착해서는 주위를 살폈다.

혈황은 커다란 바위 밑에 있는 돌무더기를 가리켰다. 청운은 지체없이 반룡장을 이용해서 바위를 후려쳤다.

콰과쾅!

청운의 일 수에 무너진 돌덩어리들이 치워졌다. 바위가 치워지고 드러난 공간에는 작은 동혈이 뚫려 있었다.

“찾았군.”

놈들은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혈황에 의해서 흔적이 발견되었다.

잠시 주위를 살필 때 금의위들이 청운을 쫓아서 장내에 내려섰다.

청운은 금의위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곳이 비밀통로 출구네. 안에 독이 풀어져 있을 확률이 높으니 독공의 고수를 찾아서 살필 수 있도록 하고, 함구하게.”

“예, 대인.”

아직 놈들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 정보를 흘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청운은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금의위들도 조심스럽게 흔적이 있는지 찾기 시작했다.

“여기 나뭇가지가 끊어진 흔적이 있습니다.”

숲속을 살펴보던 금의위가 소리쳤다.

청운은 곧장 소리친 금의위에게 다가갔다. 그가 가리킨 곳에 가지가 끊긴 나무가 있었다.

짐승에 의해서 끊어졌을 수도 있기에 청운은 주위를 유심히 관찰했다.

산짐승이 되었든, 사람이 되었든, 능선 너머로 이동한 흔적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청운은 추격술이 뛰어난 금의위에게 흔적을 살피게 하고는 질문했다.

“시간은 얼마나 지난 것 같은가?”

“적어도 일주일은 넘었습니다.”

“그래? 그럼, 사람인가, 짐승인가?”

“예, 짐승은 아닙니다. 위치가 다릅니다.”

청운에게 지목된 금의위는 손을 가슴 언저리까지 들어 올렸다.

“여기까지 오는 짐승은 곰밖에 없습니다. 호랑이나 멧돼지는 허리까지입니다. 그리고 이곳에 대호라고 불릴 만한 커다란 호랑이는 없다고 합니다.”

“흔적을 철저하게 지우던 자들이네. 이렇게 흔적을 남긴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마 밤에 이동을 하면서 생긴 흔적 같습니다. 조심한다고 해도 밤에 산길을 이용하면 흔적은 남기 마련입니다.”

청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놈들이 자룡궁을 빠져나갔다면 밤이었을 것이다.

더욱이 일주일 전이라면 그믐달이 뜬 날이었다.

그믐달은 달빛이 없는 날을 제외하고 가장 어두운 밤이다. 놈들이 들키지 않고 도주하기 딱 좋은 날이었을 것이다.

청운은 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탕산의 남쪽이 한눈에 들어왔다.

탕산이 안휘이기는 하지만 뾰족하게 혼자 뻗어 나온 곳에 있었는데, 그 아래쪽은 지리적으로 하남성에 속해 있었다.

그는 길게 고민하지 않고 명령을 내렸다.

“당장 영성으로 사람을 보내게. 혁련휘와 그 일당들의 용모파기를 일대에 뿌려서 비슷한 자들을 찾으라고 하게나. 또한 개방에 연락해서 놈들이 영성으로 들어갔을 거라 알리고.”

“예, 대인.”

혁련휘와 도망친 자들이 영성에 들렀을 가능성은 사람의 손가락이 열 개라는 사실만큼이나 컸다.

“지금 바로 자룡궁의 영성지부에 대해서 조사한 다음 보고하게.”

서둘러야 했다.

이미 일주일이나 뒤처졌다.

청운은 금의위들로 하여금 흔적을 쫓게 하고, 자신은 자룡궁으로 돌아가서 금의위 백호들을 소집했다.

청운은 석덕조에게 자룡궁을 다시 맡기며 명령을 내렸다.

“석 천호는 감찰원의 감찰어사들과 잘 공조하게. 그리고 송인호 천호장과도 부딪치지 말고 잘 공조해서 이곳에서의 일을 마무리한 뒤에 합류하게.”

“예, 대인, 아무 걱정 하지 마십시오.”

“아참, 풍운장에 나가 있는 윤 백호에게 혁련장 일을 함께 처리하라 전하게.”

“예, 알겠습니다.”

“웅천 백호는 삼조의 백인대를 따로 준비하게.”

“네, 대인”

“먼저 출발할 것이니 준비되는 대로 영천으로 오도록.”

“곧 뒤를 따르겠습니다.”

웅천에게 마지막 명령을 내린 청운은 자룡궁을 나섰다.

* * *

영성은 망탕산을 끼고 있었다.

이곳 망탕산은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곳이었다.

한고조 유방이 봉기하며 뱀의 머리를 자른 곳으로 유명했다.

그곳이 망탕산의 적재봉 남쪽 기슭인데, 그곳에 청운이 경공을 펼쳐서 내려섰다.

[왜 멈춘 것이냐?]

“아, 지나는 길이기에 잠시 들렀습니다.”

[유방이 뱀 대가리 잘랐다는 곳에 볼일이라도 있느냐?]

“무언가 큰 뜻을 펼칠 때 천하의 영웅들이 한 번쯤 들르는 곳이기도 하지요.”

유방이 부하들과 함께 이곳을 지나갈 때 큰 뱀이 앞을 막았다고 한다. 그때 술에 취한 유방이 뱀의 대가리를 베고 호기를 부렸다는 유래(由來)가 전해진다.

유방참사처라 불리는 이곳에는 유방을 기리는 커다란 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예로부터 많은 사람이 유방의 큰 뜻을 기리며 향화를 올렸다.

지금도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몰려와서 향을 올리고 있었다.

청운 역시 순서를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이곳은 비석을 빼면 딱히 특별한 것이 있는 곳은 아니었다.

한고조 유방의 비석이 없다면 이곳에 사람들이 몰릴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청운의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혈황 님, 여기 오기 잘했습니다.

[무슨 말이냐?]

혈황의 고개가 청운이 보고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막 향을 피우고 돌아서는 인물이 보였는데, 얼굴을 가리려는지 창이 깊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모습, 하지만 청운과 혈황에게는 바닷가에서 잃어버린 바늘을 찾은 것만큼이나 반가운 자였다.

[하늘이 돕는구나.]

청운은 천천히 사라지는 사내의 뒷모습을 곁눈질로 살피며 향에 불을 붙였다.

운명처럼 이뤄진 일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극진하게 향을 올렸다.

누가 봐도 향화객으로 보일 만큼 이상한 점이 없었다.

청운은 뒤돌아서서 산을 내려갔다. 십여 명의 사람이 삼삼오오 짝을 이뤄서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저 멀리 청운의 눈에 띈 자가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청운은 서두르지 않고 다른 이들과 함께 영성으로 길을 재촉했다.

* * *

청운은 식사와 잠을 함께 처리할 수 있는 객잔의 뒤쪽 별채에 여장을 풀고 본관으로 나갔다.

저녁이 되려면 아직 시간이 있었기에 객잔은 한산했다.

이층 창가에 자리 잡은 청운은 간단한 음식을 시켰다.

영성이 인근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기에 오가는 사람들은 제법 되었다.

음식을 대충 먹은 청운은 차를 내온 점소이를 불러 세웠다.

“말 좀 묻지.”

“예, 말씀하십시오.”

열대여섯은 되어 보이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점소이였다.

“저쪽으로 가면 제법 큰 상단이 있던데, 그곳은 뭐하는 곳이냐?”

청운의 손짓에 점소이의 고개가 돌아갔다가 다시 돌아와서는 말했다.

“저기는 영풍상단입니다.”

“영풍상단이라……. 들어보지 못한 곳인데 유명한 곳이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장원의 크기는 큰데, 그저 인근에서만 활동하는 상단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상단이라 안 부르고 영풍장이라고 부릅니다. 가끔 멀리 원행을 다녀오기는 하는데 규모가 크지 않고 어쩌다 한번 가는 정도입니다.”

“고맙구나.”

청운은 점소이에게 철전 몇 개를 쥐여 주었다.

그의 고개가 다시 창가로 향했다.

-확실히 이상한 곳입니다. 상단을 하는 이유가 정체를 숨기려는 위장 같습니다.

[그렇겠지. 그 정도 크기의 장원에 잘 벼려진 칼 같은 무사들이 지키는 곳이 상단이라고?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청운은 목표물이 영풍상단의 장원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고는 곧장 만사은신사형을 펼쳐서 장원으로 스며들었었다. 그리고 그곳에 혁련휘와 무공 사부가 숨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그곳에 있던 자들은 누구일까요?

[두 노괴를 말하는 것이냐?]

-예, 제가 숨어 있는 곳을 봤지 않습니까.

청운이 더 자세하게 살피지 못하고 뒤돌아 나온 데는 이유가 있었다.

혁련휘와 함께 있는 일남일녀의 노인이 문제였다.

제법 멀리 떨어져서 몸을 숨기고 있었는데 자신이 숨은 곳을 정확하게 쳐다봤기 때문이었다.

화들짝 놀라서 빨리 몸을 빼내지 않았다면 들켰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늙은이의 무공이 제법이더구나. 그렇다고 네가 펼친 은신술을 간파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단지 기감이 뛰어나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 것이겠지.]

간혹 실력보다 민감한 자들이 있었다. 그 노인도 그런 경우일지 몰랐다.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 두 노괴가 제법 강해 보였다.]

-알겠습니다.

무림에 출도해서 그동안 만난 인물 중 가장 강할 수도 있었다.

물론 강자 중에는 구호량이 있었지만 그는 청운을 경시하다가 제대로 된 실력을 펼치지 못하고 불귀의 객이 되었다.

그렇다고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숱한 고수들과 자웅을 겨뤘고 언제나 승리했었다.

[수련을 게을리 하지 마라. 적을 경시했다가는 구호량 꼴이 될 수도 있다. 천잠사가 뭐라고 방어를 도외시하는지. 쯧쯧.]

혈황의 말대로였다.

자신 역시 단 하루도 책을 읽지 않은 적이 없었다. 끊임없이 노력했기에 삼원이라는 영광된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무공도 마찬가지라 생각했다. 끊임없이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무공의 극의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바로 칠 거냐?]

혈황의 질문에 청운은 잠시 고민을 한 다음 겨우 입을 열었다.

“아뇨. 좀 더 지켜보지요.”

본래는 바로 잡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또 수상한 자들이 나타났다.

어쩌면 자룡궁의 배후와 관련된 자들일지 몰랐다. 천교의 배신자나, 그들과 손을 잡교 천교를 무너뜨린 자들의 후예.

그렇다면 당장 혁련휘를 잡겠다고 들쑤시는 것은 악수가 될 수 있었다.

청운은 객잔에 머물며 영풍장을 살펴보려고 했다.

그런데 영풍장 근처에 있는 장원이 매물로 나왔다는 말이 들렸다.

공가장(公家莊)이라는 곳인데, 운영하는 상단이 망하기 직전이어서 싸게 내놓았다고 했다.

청운은 그곳 주인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았다.

주인은 공선이라는 자로, 나름 평판이 괜찮았다. 상단을 운영하며 남는 이익으로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기도 했고, 사정이 어려운 학사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청운은 생각을 정리한 후 공가장을 찾아갔다.

공선은 젊은 사람이 찾아와서 뜻밖의 말을 하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투자를 하시겠다고요?”

“그렇습니다. 이 장원을 담보로 하면 될 것 같습니다만.”

공선은 청운이 장원을 거저먹으려 하는 거라 생각하고 거절하려고 했다.

앞서서 그런 뜻을 품고 찾아온 사람이 두엇 있었다. 개중에는 삼천 냥을 내놓고 이만 냥 가치의 장원을 담보로 잡겠다는 자도 있었다.

그런데 청운이 말했다.

“은자 만 냥이 모자라서 장원을 매물로 내놓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소. 미리 말하지만, 은자 만 냥 이하로는 장원을 팔거나 담보로 내놓지 않을 거요. 그 점 생각하시고 말씀해 주시오.”

“은자 이만 냥을 내놓지요.”

공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만 냥에 장원을 팔려고 했는데, 장원을 담보로 이만 냥을 내놓겠다니.

그 돈이면 장원을 제값을 받고 파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청운이 한술 더 떠서, 흔들린 공선의 마음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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