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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473화 (473/524)

황금가 (473)

―남궁 군사요?

지중천의 전음이 되돌아왔다.

―그렇소.

―혼자가 아닌 것 같은데…….

―황금철장 장주 부인인 불여하와 함께 있소.

―아! 그 여자가 마음에 드나 보오.

지중천은 저녁 식사를 할 때부터 남궁창하가 불여하를 마음에 들어 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단둘이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살림을 차리고 싶은데, 밖으로 나가면 이 여자의 마음이 변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해결하겠다는 거군요.

―그런데 문주처럼 누군가 올까 두렵습니다.

―알았소. 누군가 오면 내가 처리해 주리다.

―이 은혜 잊지 않겠소.

남궁창하는 싱긋 웃었다.

“불편하면 여기서 잠깐 쉬었다가 가시지요.”

그는 웃으며 불여하에게 말했다. 그가 가리킨 곳은 바닥에 이끼가 끼어 약간 푹신푹신했다.

“네.”

불여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그자가 폭력을 행사합니까?”

“그게…….”

불여하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는 말끝을 흐렸다.

“이제부터는 걱정 마십시오. 내가 지켜 드리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내가 바로 옆에서 부인을 지켜 준다는 말입니다.”

남궁창하는 불여하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고, 고마워요.”

불여하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기는…….”

남궁창하는 오른손을 불여하의 가슴으로 쑥 집어넣었다.

“악!”

불여하는 비명을 내질렀다.

“쉿! 남들이 들어.”

남궁창하는 불여하의 옷을 사정없이 찢었다.

투툭!

상의가 뜯겨 나가고 가슴이 절반가량 드러났다.

“이, 이게 무슨 짓이죠?”

불여하는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

“당신 남편으로부터 구해 주겠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이번엔 가슴을 그러쥐기 위해 손을 뻗었다.

턱!

하지만 가슴을 쥐기도 전에 불여하의 손에 막혔다. 남궁창하는 팔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불여하도 완강했다. 남궁창하의 손은 조금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익!’

남궁창하는 더 힘을 주었다.

그러자 손등에 힘줄이 불뚝 튀어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의 손은 여전히 불여하 가슴 앞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게 죽으려고…….”

남궁창하는 팔로 내공을 밀어 넣었다.

밀어 넣은 내기가 손으로 들어간 순간 갑자기 붙잡고 있던 불여하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그러자 남궁창하의 손이 불여하의 가슴을 후려쳤다.

“아악!”

불여하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 이건?”

남궁창하는 당황했다. 그 상황에서 불여하가 손에 힘을 풀어 버릴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풋!

바로 그때 그의 귓전으로 웃음소리가 들렸다. 전음이었지만 여자 웃음소리가 분명했다.

그는 불여하를 보았다.

“억?”

그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놀랍게도 조금 전 비명을 내질렀던 불여하가 조소를 머금고 있었다.

“서, 설마…….”

―맞아요.

불여하는 전음을 보내면서 남궁창하의 손을 가슴으로 이끌고 남궁창하의 얼굴을 잡아당겼다.

“아악! 아, 안 돼. 안 돼요.”

그 상태에서 불여하는 비명을 내질렀다.

‘아, 안 돼. 나는…….’

남궁창하는 경악했다. 조금 전 쏟아져 나오던 내기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불여하에게 잡힌 손을 빼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없었다.

찌익!

그 순간 불여하의 하의가 찢겨 나갔다.

“안 돼!”

불여하는 다시 비명을 내질렀다.

‘아냐. 난 아냐. 내, 내가 한 게 아니라고!’

남궁창하는 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입에서 터져 나오지 않았다.

스릉!

허리춤에서 검 뽑히는 소리가 들렸다.

“아아악!”

이어 불여하가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남궁창하는 시선을 내렸다. 불여하의 입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 당했다.’

푸욱!

그 순간 섬뜩한 기운이 옆구리로 파고들어 왔다.

“커억!”

남궁창하의 입이 쩍 벌어지고 비명이 비어져 나왔다.

“무슨 일이오, 남궁 군사.”

지중천이 소리치며 달려왔다.

“억!”

상황을 확인한 지중천은 질겁했다. 불여하는 피 묻은 검을 들고 있고, 남궁창하는 옆구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다.

상황은 불 보듯 뻔하다.

지중천은 남궁창하를 보았다. 피를 흘리고 있는 상태지만 아직 숨이 끊어진 것은 아니었다. 잘만 치료하면 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죽일 년이…….”

지중천은 검을 뽑아 들고 불여하를 향해 달려갔다.

순간 불여하가 남궁창하 뒤편으로 갔다. 그리고 남궁창하를 힘껏 밀었다. 순간 남궁창하의 신형이 빠르게 나아갔다. 마치 신법을 펼치는 것 같았다.

지중천은 불여하를 보았다. 그녀가 공격하기 위해 달려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불여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턱!

그는 남궁창하를 껴안았다.

“내, 내가 당했소?”

그 말을 끝으로 남궁창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숨이 끊어진 것이었다.

“그게 무슨…….”

푸욱!

“크윽!”

지중천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는 고개를 숙였다. 검 한 자루가 남궁창하와 자신을 꼬치 꿰듯 꿰고 있었다.

“넌?”

지중천의 눈이 커졌다. 그는 불여하가 검을 던지듯 것도 보지 못했다. 그런데 남궁창하와 자신의 몸을 동시에 뚫어 버린 것이다.

“당신도 그자와 같아요.”

불여하는 지중천을 쏘아보며 말했다.

“빌어먹을!”

지중천과 남궁창하는 동시에 스러졌다. 지중천의 몸에서도 피가 꾸역꾸역 흘러나왔다.

“무슨 일이오?”

철선문 문주 철선검객 부양호가 다가가며 물었다. 불여하에게 다가가는 부양호의 얼굴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저자 둘이 날…….”

불여하는 남궁창하와 지중천을 가리켰다.

“부인을 겁탈하려고 했다는 거요?”

“네. 남궁창하는 나를 덮쳤고 저자는 망을 봤어요. 위기의 순간에 남궁창하가 검을 그대로 차고 있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쯤 죽임을 당해서 버려졌을 거예요.”

“그래서 두 사람을 부인이 죽였소?”

“먼저 남궁창하의 옆구리에 검을 찔렀어요. 그가 비명을 내지르자 지중천이 달려왔고요.”

“지중천이 남궁창하를 부축하는 순간 검을 던졌구려.”

“네.”

“여기서 나가면 이번 일에 대해 말을 할 거요?”

“말을 하지 않으면 남궁창하와 지중천을 없앤 것에 대해 설명을 할 수가 없잖아요.”

“남궁창하는 남궁세가의 차기 가주고 지중천 대협은 백호당의 문주요.”

“남궁세가의 차기 가주이고, 백호당의 문주니까 입을 다물라는 말인가요?”

“그래 줬으면 좋겠소.”

“그럴 수는 없어요. 그들은 남편이 있는 나를 겁탈하려고 했어요. 그런 인면수심의 자들이 존경받는 건 절대 안 돼요.”

“그들은 이미 죽음으로 죗값을 치렀소.”

“그래도 안 돼요. 남궁창하 그자는 내 남편을 죽이겠다고까지 했어요. 아니 어쩌면 내 남편을 이미 살해했는지도 몰라요. 나는 반드시 저들의 만행을 만천하에 밝힐 거예요.”

슉!

바로 그때 부양호가 지풍을 쏘았다.

지풍은 정확하게 불여하의 마혈을 때렸다.

“억!”

불여하는 신음을 내뱉었다. 곧 부양호가 지풍을 쏘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그녀는 원독에 찬 눈으로 부양호를 노려보았다.

“미안하게 됐소. 나는 오늘 처음 본 자네 정조보다 남궁 군사와 지중천 문주의 명예가 더 중요하오.”

부양호가 이렇게까지 하는 건 그들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세인들은 지중천이나 자신을 비슷한 급으로 놓고 평가를 한다. 그런데 지중천이 인면수심의 파렴치한으로 드러나면 자신에 대한 평가도 좋지 않게 될 게 뻔하다. 대장장이 부인 한 명 때문에 남궁창하와 지중천, 더 나아가서는 운성과 자신들의 명예에 먹칠을 할 수는 없었다. 여자만 없애면 모든 게 해결될 터였다.

“그 검으로 날 죽이면 바로 발각될 텐데요?”

“좋은 지적이네.”

부양호는 싱긋 웃으며 불여하 바로 앞까지 갔다. 그는 사혈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끝낼 수 있는데 굳이 검을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 사혈을 누르는데도 지풍을 사용해도 되지만 좀 더 확실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직접 누르기로 했다.

그는 손을 들어 불여하의 얼굴로 가져갔다. 내기를 잔뜩 머금은 손가락이 사혈에 닿으려는 순간이었다.

푹!

부양호의 심장에서 섬뜩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부양호의 동작이 그대로 멈췄다.

그는 고개를 숙였다. 심장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방금 그게 뭐냐?”

“지풍이에요.”

불여하가 나직하게 대답했다.

“네, 네가 무공을…….”

“내가 무공을 익힌 건 아마 이천 년이 더 됐을 거예요.”

“그게 무슨…….”

“참! 내가 무공을 언제 익혔는지 하는 건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네요.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당신보다 훨씬 강하다는 거예요.”

“그, 그럼 일부러…….”

“맞아요. 나는 일부러 당한 척했어요.”

불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

“왜냐면 남편과 나는 운성을 없앨 생각이거든요.”

“그, 그게 가능하리라 보느냐?”

자기가 죽어 가는 상황이라는 사실도 잊고 부양호는 소리쳤다. 운성을 없앨 생각이라는 불여하의 말이 그만큼 황당한 탓이다.

“가능해요. 왠지 아세요. 그 사람은 루하고 나는 불여하이기 때문이에요. 사노왕 불여하 말이에요.”

불여하는 부양호의 볼을 툭툭 쳤다.

“컥!”

부양호는 나직하게 비명을 내지르고는 풀썩 쓰러졌다.

“다른 먹잇감을 찾아가 볼까?”

불여하는 주위를 살폈다.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그녀의 신형이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 * *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보구나.”

철검우는 금장생을 보며 싱긋 웃었다.

“꼭 나를 죽여야 하겠습니까?”

금장생은 물었다.

“이미 늦었다, 놈!”

파앗!

철검우는 금장생을 향해 폭사됐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그는 금장생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가 펼친 무공은 천권天拳이었다.

천권은 그의 아버지의 독문 무공인 천장天掌의 변형이다. 아버지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겠다며 철검우가 창안한 무공이다. 물론 천권의 바탕은 천장이었다. 철검우는 천권으로 아직 적수를 만나 보지 못했다. 그래서 천권에 대한 자부심도 남달랐다.

그는 단 일 초 만에 금장생의 머리를 부술 거라 확신했다.

금장생이 박도를 뽑아 든 것을 보면서도 콧방귀를 뀌었다.

박도와 천권이 부딪쳤다.

카앙!

“아악!”

쇠가 부딪칠 때 들을 수 있는 경쾌한 소리에 이어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철검우는 자신의 오른 주먹을 보았다.

뼈가 보일 정도로 심한 상처가 생겨나 있었다.

그는 금장생을 노려보았다.

“무, 무공을 숨기고 있었구나.”

“몸을 지킬 정도의 무공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오냐. 이번에도 막아 내는지 보자.”

파앗!

철검우는 다시 몸을 날렸다. 이번에는 왼팔을 내뻗었다. 왼손으로 그가 펼치는 무공은 천장이었다. 수십 개로 변한 손 그림자가 금장생을 향해 쏘아졌다.

금장생은 무적검을 좌우로 몇 번 휘둘렀다.

캉! 캉캉! 캉캉캉! 캉!

금장생과 철검우 사이에서 불똥이 사방으로 튀었다.

“커억!”

그리고 삼 장여를 튕겨져 나간 철검우가 비명을 내질렀다. 그의 왼손에서는 더 이상 손가락이 보이지 않았다. 손바닥과 손가락 경계 부분이 싹둑 잘려 버린 것이었다.

“죽여 버리겠다. 크아아!”

철검우는 왼손을 확인하지 않았다. 괴성과 함께 금장생을 향해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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