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가-404화 (404/524)

황금가 (404)

창! 창창창!

“크악!”

“아악!”

쾅! 쾅쾅쾅! 쾅쾅!

슈우욱! 슈우욱! 슈우욱!

화살과 화탄은 쉬지 않고 떨어졌다.

“절벽으로 붙으라고 하세요.”

금장생은 지시를 내렸다.

그의 지시 사항은 빠르게 전달됐고, 팔왕가 무인들은 절벽으로 바싹 붙었다.

“놈들이 사라졌습니다!”

드워프족 전사 한 명이 소리쳤다.

“어디로 사라졌다는 거냐?”

“절벽 아래로 이동했습니다.”

“빌어먹을!”

타고는 욕설을 내뱉었다.

적은 없고 드워프족 전사들만 있는 곳으로 화탄과 화살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젠 드워프족 전사들이 표적이 된 셈이다.

“전부 내 쪽으로 모여라!”

타고는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자 드워프족 전사들이 전력으로 내달려 타고 옆으로 모여들었다.

시계가 거의 나오지 않는 이곳에서 이렇게 빨리 달릴 수 있는 것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 덕분이었다.

대지의 종족이라 불릴 정도로 땅과 친화력이 강한 드워프족은 맨발로 땅을 밟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

“은밀하게 이동하라!”

타고는 나직하게 말했다.

드워프족은 조용히 움직였다.

우르릉!

그때 전방에서 굉음이 들렸다.

“뇌웅!”

금장생은 군사 유공을 불렀다.

“네.”

“확인하고 오세요.”

“알았습니다.”

유공은 곧바로 앞으로 달려갔다.

―여하!

금장생은 불여하를 불렀다.

“네? 네.”

금장생이 갑자기 자기 이름을 부르자 불여하는 깜짝 놀랐다.

―흠! 앞으로 사노왕이라고 부를까요?

―아, 아니에요. 여하라고 불러 주세요.

불여하는 얼른 말했다.

―이 계곡에 비밀 통로 같은 건 만들지 않았나요?

안쪽에 최후의 보루를 만들었다면 적을 막을 장소는 천년곡 입구와 이곳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절벽에도 대피 장소나 혹은 비밀 공간을 만들어 두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 전쟁을 대비한 자라면 만들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가 장원을 지을 계획을 세울 때는 있었는데 나중엔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위치는 기억해요?

―그건 장원을 먼저 짓고 나서 하기로 했던 거라 세부 계획은 세우지 않았어요.

―있을 가능성은 높지만 위치는 모른다는 거네요?

―네.

―알았습니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혼을 전음으로 불렀다.

―무 형.

―왜?

―여기에…….

그는 비밀 통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말해 주었다.

―바타르에게 부탁해서 찾아 달라고?

―입구를 마법으로 막아 두었다면 바타르는 바로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한번 물어볼게.

무혼은 지체 없이 바타르에게 일렀다.

바타르는 마법을 펼쳐 통로를 찾아보았다.

그가 마법으로 통로를 찾는 방법은 간단했다. 마나가 집약된 장소를 찾아내면 그곳이 비밀 통로일 가능성이 높았다.

“없다.”

바타르는 고개를 흔들었다.

―없대.

무혼은 곧바로 금장생에게 전음을 보냈다.

―알았습니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벽에서 벗어났다.

“여보.”

아수수가 금장생을 불렀다.

“잠깐 다녀올게요.”

금장생은 일행을 보며 말했다.

“어딜 가려고요?”

“적장을 만나 봐야 할 것 같아요.”

“적장은 왜요?”

“그들과 우린 싸울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거든요.”

“이미 싸움을 시작했는데 당신 말을 들을까요?”

“내가 적장을 만나려고 하는 건 마지막 통보를 하기 위해섭니다. 듣지 않으면 여기서 모두 죽게 될 겁니다. 그리고 가지 말고 여기서 기다리세요.”

금장생은 걸음을 옮겼다.

그가 드워프족과 이야기를 나눠 보려고 하는 건 지금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이들을 설득하면 엘프족과 인간들을 심무극 일행으로부터 떼어 놓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그 문제가 지금 당장은 승패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지 몰라도 나중에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운무 속으로 들어간 금장생은 천마구유이혼대법을 펼쳤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귀신이 나타났다.

우연히 안으로 들어왔다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죽은 자들의 귀신이었다.

머리가 절반가량 부서진 귀신과 눈이 마주쳤다.

―내가 보이는 모양이지?

귀신이 말했다.

‘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날 볼 수 있지?

‘내가 당신을 볼 수 있는 이유를 궁금해할 게 아니라 저승으로 보내 달라고 부탁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

‘가능한 거라면 들어 드리겠습니다.’

―나는 저 위에서 영약을 발견했다.

‘그러셨군요.’

―불치병에 걸린 내 딸의 치료제다.

‘그걸 채취하다가 떨어진 겁니까?’

―맞다.

‘제가 어떻게 해 드리면 됩니까?’

―그걸 채취해 다오.

‘어디 있습니까?’

―따라와라.

귀신은 곧바로 날아올랐다.

금장생은 적신천사마공을 펼쳐 날개를 생성해 내 귀신을 따라갔다.

잠시 후 귀신은 절벽 위에서 십 장 정도 아래쪽을 가리켰다.

금장생은 위를 보았다.

절벽 정상이 희미하게 보였다.

―저거다.

귀신은 전면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용처럼 생긴 자색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뭡니까?’

―자룡목紫龍木이다.

‘저 위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았을 텐데 어떻게 발견한 겁니까?’

―자룡목은 꽃이 피면 술 냄새를 풍기는데, 그 냄새를 맡으면 술에 취한 것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나는 저 위에서 아래를 살피다가 술에 취해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여기에 자룡목이 있다는 걸 알았군요.’

―그렇다.

‘알았습니다. 뽑아 드리겠습니다.’

금장생은 자룡목 앞으로 갔다. 그리고 귀신이 지시하는 대로 자룡목을 뽑았다.

자룡목의 뿌리는 꼭 인형설삼 같았다.

그걸 가지고 바로 아래로 내려갔다.

십 장 정도를 내려가자 선반처럼 튀어나온 곳이 있었다. 그곳에 두개골이 함몰된 유골이 있었다.

금장생은 유골 옆에 자룡목을 놔 주었다.

―이제 네가 원하는 걸 말해라.

귀신이 말했다.

‘키가 작은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그들을 찾고 있습니다.’

―따라와라!

귀신은 곧바로 날아갔다.

삼십 장을 날아간 귀신은 아래로 내려갔다.

―저 앞에 있다.

전면을 가리키는 귀신의 몸이 조금씩 투명해졌다.

원하는 것을 이루자 저승으로 갈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극락왕생하십시오.’

금장생은 귀신을 향해 합장을 했다.

―고맙다.

이내 투명하게 변한 귀신은 미지의 힘에 이끌려 어디론가 떠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금장생은 걸음을 옮겼다.

삼 장을 걷자 드워프족 선두가 나왔다.

“앗!”

“어?”

금장생을 발견한 드워프족은 일제히 무기를 들었다.

“싸우러 온 게 아닙니다. 나는 타고 왕을 만나러 왔습니다.”

금장생은 손바닥을 편 채 양팔을 들어 싸울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누구냐?”

드워프 왕 타고가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나는 팔왕가의 수장인 팔왕입니다.”

“팔왕?”

타고의 눈이 커졌다.

“그와 동시에 마신과 마신검의 주인이며, 발카 아무르 헬데아 님으로부터 가드헬을 물려받은 후계자이기도 합니다.”

“저, 정말 마신과 마신검 주인이며 가드헬의 전수자란 말이냐?”

타고는 경악한 얼굴로 물었다.

“그렇습니다.”

“증명하라!”

“내가 말한 사실의 증거를 내놓으면 불필요한 전쟁을 그만둘 겁니까?”

“나는 드워프 전사 이백 명을 잃었다.”

“나 또한 많은 가솔을 잃었습니다. 아울러 전쟁을 시작한 건 당신들이지 우리가 아닙니다.”

타고는 반박할 말을 찾기 힘들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금장생은 차분하게 말했다.

“만일 전쟁을 계속하겠다면 어떻게 할 거냐?”

“당신들은 마신과 마신검과 가드헬의 강함을 목격하는 목격자가 될 겁니다. 그리고 당신 가족들은 매년 이곳으로 와서 제사를 지내게 될 겁니다.”

“우릴 전부 죽이겠다는 거냐?”

“네.”

“우리는 아직 삼백 명이나 남았다.”

“숫자는 의미 없습니다. 내가 마음을 먹으면 당신들은 전부 죽습니다.”

“그럼 다 죽일 것이지 왜 온 거냐?”

“내가 여기 온 건 불필요한 희생을 줄여 보기 위해섭니다. 불필요한 희생에는 드워프족뿐만이 아니라 엘프와 인간, 암흑마족과 암흑신족도 모두 포함됩니다.”

“누구냐, 너는?”

타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

그는 금장생이 엘프나 암흑마족, 암흑신족까지 알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조금 전에 내게 마신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신검은 당신네 암흑오부족이 살던 곳에 숨겨져 있었고, 그것을 빌미로 당신네들이 갈라섰던 거 아닙니까.”

“그때 들어왔던 인간이구나.”

타고는 그제야 금장생을 알아보았다.

“맞습니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네게 마신과 마신검 가드헬이 있다면 이 싸움을 멈추겠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금장생은 빙긋 웃었다. 그리고 마신을 소환했다.

“세상에…….”

마신을 본 타고는 입을 쩍 벌렸다.

왕 중의 왕 칼베이더가 탔던 마신은 그림으로만 보았다. 그런데 진짜를 보게 된 것이다.

실물은 그림보다 훨씬 더 위압적이었다.

금장생은 곧바로 마신에 탑승했다. 그리고 마신검을 뽑아 발치에 꽂았다.

타고는 마신검을 확인했다.

정말로 여덟 가문의 왕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확인했습니까?”

금장생은 물었다.

“그렇소.”

타고는 자기도 모르게 반공대를 했다.

금장생은 마신검을 원래 자리에 장착하고 마신을 돌려보냈다.

“이제 가드헬을 보고 싶소.”

타고가 말했다.

“이겁니다.”

금장생은 손바닥을 펴고 가드헬을 발출했다.

반투명한 물체가 손바닥에서 솟아 나왔다.

그것을 바라보던 타고는 가드헬 내부에 내재돼 있는 가공할 힘을 읽어 내고는 부르르 떨었다.

의심할 나위 없이 가드헬이었다.

“됐습니까?”

금장생은 물었다.

“그렇소.”

타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협조 감사드립니다.”

금장생은 고개를 숙였다.

화살과 화탄을 다 소모한 듯, 위에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내려오지 않았다.

휘이익!

대신 날개를 펼친 자가 운무를 뚫고 날아내려 왔다.

아래쪽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인 듯했다.

“이쪽입니다.”

금장생과 드워프족을 발견한 신족은 위쪽으로 날아올라 가며 소리쳤다.

“가드헬의 위력을 보고 싶으십니까?”

금장생은 타고를 보며 물었다.

“궁금하오.”

“보십시오.”

금장생은 오른손을 휘둘렀다.

슉!

반투명한 물체가 그의 손에서 빠져나가 운무를 뚫고 날아갔다.

“크아아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신족 한 명이 일행 근처로 떨어졌다.

스아아아아아! 스아아아아!

화살이 다 떨어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또다시 화살과 화탄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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