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가 (403)
오 장여를 내려간 부활전사단 대원들은 날개를 펼쳤다.
“드디어 나타났군.”
금장생은 얼굴을 찌푸렸다.
“영감님!”
금장생은 악마수에 내기를 주입하며 라를 불렀다.
―하암, 잘 잤다.
“잤어요?”
―우리도 가끔은 잠을 잔다.
“혹시 몸에 이상이 생긴 거 아니에요?”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
“정말 문제가 생긴 건가요?”
금장생은 놀란 얼굴로 다시 물었다.
몸에 이상이 생긴 거냐는 질문은 한번 해 본 말이었다. 그런데 라가 시인을 한 것이다.
―하하! 농담이다, 녀석아. 그런데 저것들은 다 뭐냐?
라는 웃으며 말했다.
“신족입니다.”
―네게 신족 부하가 있을 리는 없고, 적이구나.
“맞습니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적이다! 위에서 적이 날아온다!”
누군가가 고함을 내질렀다.
금장생은 바타르를 찾았다.
바타르와 천마 혁지광은 다른 무인들과 섞여 드워프를 없애고 있었다.
“아악!”
“크아악!”
“으아악!”
사방에서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주공!”
그때 팔장군이 금장생 주변으로 다가왔다.
그들의 옷은 피로 범벅이었다.
“갑시다!”
금장생은 선두로 달려갔다.
선두는 난전 중이었다.
팔왕가 가솔들과 드워프가 얽혀 있는 곳으로 신족들이 날아내리며 공격을 했다.
그들이 가세한 탓인 듯, 선두에서는 아군이 불리하게 진행되었다.
금장생은 왼팔을 들었다.
악마수로 내기를 보내자 악마수와 왼팔이 붉게 변했다.
“파이어!”
발사 명령이 떨어지자 적안이 튀어 나갔다.
한 번에 튀어 나간 적안의 수는 열 개였다.
금장생은 머릿속에 나타난 열 개의 적안을 조종했다.
적안은 빠르게 날아다니며 신족의 목을 잘랐다.
“크악!”
“아악!”
“으악!”
허공에서 처절한 비명들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뭐냐, 저건?”
이호는 질겁했다.
허공을 날아다니는 붉은 물체는 그리 크지도 않다. 그걸 특별하게 생각한 대원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그것들에 의해 대원 십여 명이 목이 잘린 것이다.
“무깁니다.”
“어떤 놈이냐?”
“저잡니다.”
대원은 금장생을 가리켰다.
“팔왕!”
이호는 차가운 눈으로 금장생을 노려보았다.
“영사대는 들어라!”
이호는 크게 소리쳤다.
“네.”
그러자 싸우던 자들 중 수십 명이 대답과 함께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저놈을 죽여라!”
그는 금장생을 가리켰다.
“영사대는 나를 따라라!”
영사대 대주 육인겸이 금장생을 향해 날아가며 소리쳤다.
그러자 대원 백여 명이 육인겸을 쫓아 날아갔다.
날개를 활짝 펼친 채 두 줄로 날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인간이 아니었다. 전설에 등장한다는 조인鳥人이었다.
“파이어!”
신족을 발견한 금장생은 다시 적안 열 개를 더 발출했다.
내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스무 개의 적안을 발출하자 머리가 아파 왔다.
“산散!”
강한 외침이 떨어지자 스무 개의 혈반이 사방으로 흩어져 신족을 공격했다.
신족들의 대응도 신속했다. 어떤 자들은 날개를 펄럭여 피했고 어떤 자들은 혈반을 쳐 냈다.
“크악!”
“아악!”
“으아악!”
하지만 많은 자들이 죽임을 당했다.
“도대체 저게 뭐기에.”
그 광경을 지켜보던 육인겸은 신음을 내뱉었다.
검강이 실린 검이면 잘라 내야 하는데 튕겨 나가 버린다. 어떤 무기인지 알 수가 없었다.
―육 대주.
그때 이호의 전음이 들려왔다.
육인겸은 고개를 돌렸다.
십 장 상공에 이호가 떠 있었다.
―네.
그는 전음을 보냈다.
―지금부터 이 번 작전을 펼친다.
“응?”
육인겸의 눈이 커졌다.
방금 전에 적장을 없애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제 막 공격을 시작했는데 명령이 변경된 것이다.
그건 곧 이호에게 명령을 내릴 위치에 있는 자가 이곳으로 왔다는 뜻이 된다.
육인겸이 아는 한 그런 자는 집행사자단 단주 엘뿐이다.
―알겠습니다.
육인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호가 말한 이 번 작전은 철수다.
그런데 혼자 철수하는 게 아니다. 아래쪽에서 싸우고 있는 이들을 안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시작하라!
“이 번 작전을 시작하라.”
육인겸의 명령이 떨어지자 금장생을 공격하던 부활전사단 대원들이 일제히 방향을 틀어 앞쪽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드워프족 전사들을 잡고 절벽 위로 날아올라 갔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는 속담은 지금과 같은 경우에 해당하는 말이었다.
금장생을 비롯한 팔왕가 가솔들은 황당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지금처럼 하늘로 도망치는 경우는 처음 본 탓이었다.
“던져라!”
“쏴라!”
그들이 절벽 위로 올라가자마자 두 가지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자 절벽 좌우측에서 수백 명이 나타나 아래를 향해 화살을 쏘고 검은 물체를 내던졌다.
육인겸의 예상대로 그들은 엘이 단장으로 있는 집행사자단이었다.
‘그들도 왔나?’
육인겸은 좌우를 살폈다.
그가 찾는 자들은 천상기사라고 부르는 신족 최강 전사들이다.
총 오백 명으로 구성됐다고 하는데 말로만 내려올 뿐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들 중 열두 명이 집행사자단에 소속돼 있다고 하였다.
‘저기 있네.’
천상기사단 기사 열두 명은 엘 주위에 늘어서 있었다.
쾅! 쾅! 쾅쾅쾅! 쾅쾅! 쾅!
“아악!”
“으악!”
화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육인겸은 아래로 고개를 돌렸다.
뿌연 흙먼지 속에서 수백 명이 협곡 입구를 향해 빠르게 내달리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화살과 화탄이 날아갔다.
콰앙! 쾅쾅! 쾅쾅쾅쾅!
또다시 화탄이 터지고 시뻘건 불길이 솟구쳤다.
그리고 수백 대의 화살이 비처럼 쏟아졌다.
‘우리가 이겼다.’
육인겸은 싱긋 웃었다.
“유공, 어디 있습니까?”
금장생은 소리쳤다.
“네.”
앞에서 달리던 유공이 대답하며 금장생 곁으로 갔다.
“진식을 발동해도 나가는 게 가능한가요?”
“이곳에 구축된 진식은 계곡을 숨기기 위한 기능만 있는 거라 문제없습니다.”
“좋아요. 그럼 진식을 발동하세요.”
“알겠습니다.”
유공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전방으로 내달렸다.
“각 왕들은 선두로 나오세요!”
금장생은 맨 앞으로 달려가며 소리쳤다.
곧 각 진영에서 왕들이 금장생 옆으로 모여들었다.
“잠시 후에 진식을 구축할 겁니다. 그럼 시계가 거의 나오지 않게 될 거예요. 소리를 최대한 죽이고 출구까지만 이동하도록 하세요. 계곡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왕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스스스스! 스스스스스! 스스스스!
갑자기 대기가 변하는 듯싶더니 바닥과 좌우측에서 운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천년곡을 숨겼던 진식이 다시 발동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응?”
아래를 내려다보던 엘의 얼굴이 흠칫 굳었다.
운무가 끼기 시작하면서 아래쪽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그건 곧 준비한 화탄과 화살이 무용지물로 변했다는 걸 뜻한다.
“부활전사단 단주는 어디 있느냐?”
엘은 이호를 불렀다.
“네.”
이호는 엘 앞으로 갔다.
황실로 들어가면서 부활전사단은 집행사자단 소속이 되었다. 이젠 엘이 직속상관인 것이다.
“놈들의 위치를 파악하라.”
“놈들의 위치요?”
이호는 아래를 보았다.
운무가 차오르면서 팔왕가 무인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소리까지 죽인 듯, 이천 명이 훨씬 넘는 자들이 있는데도 기척이 감지되지 않았다.
“우린 화살 일만 개와 화탄 오천 개를 준비했다. 그런데 아직 절반도 소모하지 못했다. 힘들게 가져온 건데 써먹지 못하면 너무 아쉽지 않겠느냐?”
“하지만 운무가 저렇게 차 있는데 무슨 수로…….”
“찾아낼 방법이 없다는 거냐?”
엘의 눈초리가 치켜 올라갔다.
“일단 화탄을 던져 보면…….”
“적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곳으로 화탄을 던져 낭비를 하라는 거냐?”
“그럼 방법이…….”
“아무래도 넌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자격이 없는 것 같구나.”
엘의 시선이 이호 옆에 있는 옥구에게로 향했다.
“아닙니다. 당장 알아내겠습니다.”
―척준.
이호는 은사대 대주 장척준을 전음으로 불렀다.
―네.
장척준 역시 전음으로 대답했다.
―저 아래로 드워프 쉰 명만 내려놓고 와라. 놈들 앞으로 내려놔야 한다.
―알겠습니다.
장척준은 곧바로 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곧 부활전사단 대원 쉰 명이 드워프를 붙잡고 절벽으로 몸을 날렸다.
“어?”
“억!”
“무, 뭐요?”
드워프 전사들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들은 금세 운무 속으로 묻혔다.
“이게 무슨 짓이오?”
드워프 왕 타고가 엘 앞으로 가서 따졌다.
“우리는 전쟁을 하러 왔지 놀러 온 게 아니다, 타고.”
“그렇다고 우리 전사 쉰 명을 내려 보낸 건…….”
“타아아아!”
“차하아아!”
“이얍!”
창! 창창창!
“크악!”
“아악!”
“으악!”
병기 부딪치는 소리와 처절한 비명이 절벽을 타고 올라왔다.
“화탄을 던지고 화살을 쏴라!”
엘은 버럭 소리쳤다.
“은사대는 드워프 전사 쉰 명을 더 투입하라!”
이호는 다시 고함을 내질렀다.
부활전사단 대원들은 드워프 전사를 잡고 절벽으로 뛰어들었다.
“우리를 모두 보내 주시오!”
보다 못한 타고가 소리쳤다.
쉰 명씩 내려가면 전멸밖에 없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잘 생각했소.”
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호를 보았다.
“알겠습니다.”
이호는 대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전 대원은 드워프족 전사를 지상으로 내려라.”
“존!”
부활전사단 대원들이 드워프를 안고 아래로 몸을 날렸다.
“카단!”
엘은 천상기사단 수장 카단을 불렀다.
“네.”
카단은 엘을 보았다.
“천상기사를 데리고 가서 출구를 봉쇄해.”
“거기서 막을까요, 아니면 무너뜨릴까요?”
“두 가지를 다 해.”
“알겠습니다. 가자.”
고개를 숙인 카단은 대원들과 함께 몸을 날렸다.
천상기사단 열두 명이 자리를 뜨는 사이 드워프 전사들은 계곡 바닥으로 내려섰다.
바닥은 손을 뻗으면 운무가 농밀했다. 최대 시계는 일 장 정도였다.
“개자식들!”
타고는 이를 부드득 갈았다.
신족들이 동료 취급을 해 주지 않는다는 건 익히 느끼고 있었지만 미끼로 이용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놈들의 위치를 파악하라!”
타고는 고함을 내질렀다.
창! 창창창! 창창!
“으악!”
“아악!”
“크악!”
좌측과 우측에서 처절한 비명이 들렸다.
스아아아아! 스아아아아!
슈육! 슈육! 슈육! 슈육!
곧이어 절벽 위에서 화살과 화탄이 떨어졌다.
퍽! 퍽퍽퍽! 퍽퍽!
콰앙! 쾅쾅! 쾅쾅쾅!
“크아아악!”
“으아아악!”
“아악!”
처절한 비명이 사방을 가득 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