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가-393화 (393/524)

황금가 (393)

“십만무적검이 뭐지?”

바타르가 물었다.

“잠마가 창안한 무공 중 가장 강한 무공입니다. 아니 잠마, 수라, 나를 포함한 우리 셋이 창안한 무공 중 가장 강한 무공이 바로 십만무적검입니다.”

“그런데 왜 네가 가장 강자가 된 거지?”

바타르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가장 강한 무공을 지녔다면 잠마가 최강자로 기록돼야 한다. 그런데 중원무림사에는 천마 혁지광이 최강자로 기록돼 있었다.

“혹시 내공 때문이었냐?”

“아닙니다.”

“그럼?”

“십만무적검이 이론상의 무공이기 때문입니다.”

“저게 이론상의 무공이라고?”

“네.”

“내가 보기엔 매직 미사일이나 매직 애로의 변형 같은데. 물론 그것들보다 수만 배 더 강하긴 하지만.”

바타르는 고개를 갸웃했다.

“매직 미사일이나 매지 애로는 마법입니까?”

“맞다.”

“그럼 저 무공은 마법에 무공을 합친 거군요.”

혁지광은 허공에 떠 있는 수천의 검을 가리켰다.

“그건 모르겠지만 우리 드래곤도 저런 힘은 만들어 내지 못한다.”

바타르는 경이로운 눈으로 허공에 떠 있는 수천 개의 검을 보았다. 만일 자신이 저런 공격을 받아 내야 할 입장이라면 방어할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바타르 님도 무공을 익히면 가능할 겁니다. 그리고 저 친구는 그 당시 부상을 입었던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 당시에는 십만무적검의 원천이 되는 저 역장을 만들어 내지 못했습니다.”

“저자에게는 천오백 년의 시간이 있었다.”

“저 친구가 부상을 입었다고 하는 건 저 역장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럼?”

“그 당시에는 몸이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무 형을 보는 것 같았지요. 그런데 지금은 무 형이 아니라 바타르 님을 보는 것 같습니다.”

“부족했던 게 사라졌다는 거구나?”

“그렇습니다. 그리고 내가 말한 부족함은 약한 것과는 다릅니다. 어떤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극복할 수 없는 결함 같은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없다?”

“네.”

“저 녀석이 받아 낼 수 있을까?”

바타르는 무혼을 가리켰다.

“글쎄요…….”

혁지광은 말끝을 흐렸다.

“일부러 가만있는 거겠지?”

바타르는 아직 공격을 하지 않고 있는 헌원소야를 바라보며 물었다.

“저 친구가 원래 허세를 좀 부리는 성격입니다.”

“허세?”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기 위해 하는 행동을 말합니다.”

“관중석에 앉아 있는 가솔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공격을 하지 않고 있다는 거냐?”

“네.”

“아무튼 인간이란.”

“저자는 인간이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가 보기엔 다 같아. 그리고 더 웃긴 건 뭔지 알아?”

“뭔데요?”

“너희 인간들에게는 저런 허세가 아주 잘 먹힌다는 거야.”

“풋!”

혁지광은 피식 웃었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많은 인간들은 내면보다 외향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시작했다.”

바타르의 목소리에 긴장감이 어렸다.

헌원소야의 몸에서 갑자기 강한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기운들은 곧 앞으로 내밀고 있는 오른손을 타고 올라갔다. 그 기운들이 손바닥에 이른 순간 헌원소야는 펴고 있던 손바닥을 움켜쥐었다.

슉!

그러자 오 장 높이 허공에 떠 있던 기검 중 한 자루가 무혼을 향해 쏘아져 갔다.

슥!

수라가 쭉 뻗어 나가고 기검 끝을 쳤다.

창!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검붉은 색 기검이 스러졌다. 기검이 스러진 순간 무혼이 만든 역장 표면이 약간 흔들렸다. 기검에 내재된 힘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었다.

슉! 슉!

이번엔 기검 두 자루가 무혼을 향해 쏘아졌다. 아니, 두 자루가 아니었다. 기검은 이어진 것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무혼을 향해 쏘아져 갔다.

“이동!”

나직한 외침과 함께 무혼의 신형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헌원소야가 조종하는 검은 멈추지 않았다. 검 역시 무혼처럼 허공을 건너뛰고 무혼을 공격했다.

“차하!”

무혼은 수라를 휘둘렀다. 그의 수라가 수많은 잔상을 남기고 헌원소야가 만들어 낸 검들이 튕겨져 나갔다. 검이 튕겨져 나간 거리는 모두 달랐다. 일 장을 튕겨져 나간 검도 있고 이 장 혹은 십여 장까지 튕겨 난 검도 있었다. 그것들은 다시 방향을 바꿔 무혼을 향해 쏘아졌다. 헌원소야의 공격이 거칠어질수록 무혼 주위도 점점 더 붉게 변했다.

수라도법의 기운 때문이었다.

무혼은 수라도법을 차례로 펼쳤다.

주변 십 장이 초토화되는 수라겁우까지 펼쳤지만 헌원소야가 만든 검은 어쩌지 못했다. 수라겁우는 도법의 마지막 초식이었다. 그 사실은 헌원소야도 알고 있었다.

―이젠 어떻게 할 테냐?

헌원소야는 텔레파시로 물었다.

그가 아는 한 수라 남천기는 수라도법보다 더 강한 무공을 남기지 않았다. 남천기의 진전을 이었다면 방금 펼친 수라겁우가 마지막 초식인 것이다.

―나는 남천기가 아니다, 잠마.

파앗!

무혼의 신형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는 순식간에 십 장 높이까지 올라갔다.

그를 향해 헌원소야의 검이 쫓아갔다.

“차하!”

무혼의 입에서 기합이 터져 나왔다. 순간 수라의 끝에서 붉은 광채가 떨어져 나왔다. 그 광채는 순식간에 검 모양으로 변하더니 헌원소야 검으로 폭사돼 갔다.

퍽! 퍽퍽! 퍽퍽퍽! 퍽펄!

수십 자루의 검이 부딪쳐 폭발했다.

폭발 반발력으로 인해 무혼은 더욱 높이 밀려 올라갔다. 그 와중에도 무혼은 계속해서 수라를 휘둘렀다.

―이건 뭐냐?

헌원소야는 놀란 얼굴로 물었다. 그가 아는 한 남천기는 지금과 같은 무공을 창안하지 못했다. 그런데 무혼이 펼치는 무공의 바탕은 수라도법이 분명했다.

―너만 무공을 창안하라는 법 없잖아.

―네가 창안했단 말이냐?

―수라폭우修羅暴雨야.

수십 개에 달했던 붉은 검이 수백 개로 늘어났다.

―좋구나.

헌원소야는 빙긋 웃었다. 하지만 웃는 얼굴과 달리 그의 내심은 잔뜩 긴장했다. 붉은 검이 내리꽂히는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대부분 자신이 쏘아 낸 검과 부딪쳐 소멸됐지만 일부는 가로막는 걸 부수며 이편을 향해 쏘아져 왔다.

“타하!”

헌원소야는 기합을 내지르며 양 주먹을 그러쥐었다. 그러자 그가 만들어 낸 검들이 무혼을 향해 쏘아져 갔다. 검이 나아가는 속도는 육안으로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로 빨랐다.

슈캉! 슈캉! 슈캉! 슈캉!

두 검은 무혼 바로 앞이나 헌원소야 바로 앞에서 부딪쳐 폭발했다. 두 검이 부딪쳐 폭발할 때마다 헌원소야와 무혼은 움찔움찔하며 조금씩 물러났다.

두 사람은 얼굴을 찌푸렸다.

자신들이 만들어 낸 검이 부서질 때마다 정신적인 타격과 육체적인 타격이 함께 밀려온 탓이었다.

두 사람이 만들어 낸 검은 마법과 심검의 결합이라는 공통점 때문이었다. 마법은 물론이고 심검은 극한의 정신력의 산물이고, 그것들이 부서지면 정신력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충격이 심하다고 해서 숨을 돌릴 여유도 없었다. 잠시만 주춤해도 상대방의 검이 파고들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더욱 거칠게 서로를 공격했다.

점점 공격이 거세지면서 두 사람은 검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가솔들은 수백 개의 검이 서로를 향해 쏘아져 가는 광경만 볼 수 있을 뿐이었다.

지켜보는 이들은 숨을 죽였다.

아니 숨을 죽인 게 아니라 난생처음 보는 엄청난 비무에 할 말을 잃었다고 해야 했다.

두 사람이 펼치는 무공은 심검에 가깝다. 그런데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검이 서로를 향해 날아가 방어를 한다. 무림에 저런 식으로 심검을 펼치고 막을 사람이 과연 있을는지.

보는 사람을 위축되게 하는 대단한 무공이었다.

“누가 이길 것 같아요?”

아수수가 금장생을 보며 물었다.

“글쎄요…….”

금장생은 말끝을 흐렸다. 검들에 막혀 헌원소야와 무혼의 모습은 확인할 수 없지만, 검의 색에서 누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다. 무혼의 검은색이 조금씩 연해진 반면, 헌원소야의 검은 처음 그대로다. 즉, 무혼의 힘이 헌원소야보다 더 빨리 빠지고 있다는 뜻이다.

“해왕이 불리한 상황 아닌가요?”

“알아차렸네요?”

“해왕이 만들어 낸 붉은 검의 색이 연해졌잖아요.”

“맞습니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당신의 상대는 화왕이 되는 건가요?”

“비장의 수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기다려 봐야지요.”

“차하!”

금장생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무혼이 허공을 박차고 솟구쳤다. 허공에 뜬 상태에서 다시 십여 장을 솟구친 것이었다.

무혼은 그 상태에서 두 손을 합쳤다.

그러자 사방에 흩어져 있던 붉은 검들이 무혼 앞에서 뭉치더니 하나가 됐다. 마치 철갑거인의 검을 보는 것 같았다.

슈아악!

거대한 검이 진득한 살기를 흘려 대며 헌원소야를 향해 쏘아져 갔다. 검이 나아가는 속도 또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다. 무혼이 펼치는 무공 또한 심검의 변형이었다.

“하아!”

헌원소야는 기합과 함께 양팔을 회전시켰다. 그러자 사방에 흩어져 있던 검들이 회오리바람에 빨려 드는 물체들처럼 가운데로 모여들었다. 그것들이 다 모였다 싶은 순간 무혼이 쏘아 낸 검과 부딪쳤다.

카카카카캉!

무혼이 쏘아 낸 검은 헌원소야가 만든 판을 뚫기 위해 밀고 들어갔다.

“하아아아아아아!”

무혼의 입에서 기합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거대한 검의 색이 더 붉어지면서 조금씩 파고들어 갔다.

“어림없다!”

헌원소야는 가슴 앞으로 모았던 양팔을 힘껏 앞으로 내밀었다.

푸악! 푸아악! 푸아아아악!

그러자 무혼의 검을 방어하고 있던 방패의 가장자리에서 검들이 떨어져 나갔다. 그것들은 곧바로 무혼을 향해 쏘아져 갔다.

“헉!”

무혼의 눈이 커졌다.

헌원소야가 그런 식으로 공격을 해 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한 탓이었다.

‘빌어먹을!’

무혼은 욕설과 함께 전 내공을 끌어 올려 호신강기를 펼쳤다. 한계 이상을 끌어 올리면 내상을 입게 될 테지만 그것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렇다고 헌원소야를 공격하고 있는 검을 거둬들일 수도 없다. 그 검을 거둬들이는 순간 전력을 다한 헌원소야의 공격이 쏟아져 들어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헌원소야를 공격하는 검은 그대로 두고 다른 힘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차하하!”

그는 함성을 내질렀다.

퍽! 퍽퍽퍽! 퍽퍽!

헌원소야가 쏘아 낸 검 수십 자루가 무혼의 전신에 작렬했다.

“커억!”

무혼의 입에서 비명이 비어져 나왔다. 무혼은 뒤로 날리면서도 거대한 검과 이어져 있는 끈을 놓지 않았다.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액체가 입가로 흘러내렸다.

“타하!”

우렁찬 기합과 함께 헌원소야가 바닥을 찼다.

그러자 그의 신형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 앞에는 여전히 검으로 만들어 낸 방패가 있고 방패 중앙에는 무혼이 만들어 낸 대검이 금세라도 뚫고 들어올 것처럼 강력한 기세를 머금고 있었다. 반 푼이라도 힘을 거두는 순간 구멍이 뚫릴 게 분명했다.

“설사 구멍이 뚫린다고 해도 검은 파고들지 못한다, 놈!”

“누가 이기는가 보자, 놈!”

헌원소야는 양팔을 가슴 앞으로 모았다. 그러자 방패의 지름이 커졌다. 일정 두께의 방패의 크기를 키우면 두께가 얇아지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두께가 얇아지자 무혼의 검이 드디어 방패를 뚫었다. 하지만 구멍만 뚫었을 뿐 완전하게 파고들지는 못했다.

“그게 너의 한계다!”

헌원소야는 크게 소리치며 가슴 앞으로 모았던 양팔을 힘껏 내질렀다.

또다시 방패 가장자리에서 수십 자루의 검이 무혼을 향해 쏘아져 갔다.

퍽! 퍽퍽퍽! 퍽퍽퍽! 퍽퍽!

“커억!”

무혼은 처절한 비명과 함께 허공으로 솟구쳤다. 검이 파고든 그의 전신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무혼의 신형은 순식간에 십여 장을 솟구쳤다.

“끝이다, 해왕!”

헌원소야는 버럭 소리치며 허공을 찼다. 하늘로 날려 가는 무혼을 쫓아가서 마무리를 지을 참이었다.

“뚫렸다.”

무혼의 입에서 희열에 찬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는 허공으로 밀려 올라가면서도 오른손 주먹을 사정없이 내질렀다.

퍼억!

그의 주먹은 강하게 허공을 쳤다.

그러자 수라가 그의 손을 벗어나 거대한 검을 파고들어 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