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가-369화 (369/524)

황금가 (369)

“응?”

무혼의 얼굴이 흠칫 굳었다.

“적이다!”

“적입니다.”

슉! 슉슉슉!

어둠 속에서 암기로 보이는 것들이 호위대를 향해 날아왔다.

“커억!”

“큭!”

창! 창창창!

암기를 막아 내지 못한 자들의 입에서 비명이 비어져 나왔다.

“모두 마차 쪽으로 와라!”

주육승이 고함을 내질렀다. 호위들은 재빨리 몸을 날려 마차가 있는 곳으로 왔다.

“쳐라!”

곧 어둠 속에서 살기 어린 외침이 터져 나왔다.

스윽! 스윽! 스윽! 스윽!

마치 그림자가 밀려오는 것처럼 검은 인영들이 무혼 일행 마차를 향해 달려왔다.

무혼은 오른팔에 힘을 주었다.

차앙!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수라가 튀어나왔다.

“죽고 싶다면…….”

파앗!

무혼의 신형이 전방으로 폭사됐다.

곧 수라가 붉은 광채를 전방으로 뿌려 놓았다.

슈캉! 슈캉! 슈캉!

“크악!”

“아악!”

“으아악!”

먼저 무기 잘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처절한 비명이 뒤를 이었다.

“차하!”

무혼의 입에서 또다시 기합이 터져 나왔다. 곧 붉은 광채가 전방을 가득 채웠다. 수라도법의 이 초 수라폭우修羅暴雨였다. 순간 그의 전방 오 장 주위가 초토화됐다.

“아아악!”

“으아아악!”

“크아아아악!”

후두둑!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조각조각 잘려 나간 육편이 우박처럼 떨어져 내렸다.

그 순간 바타르가 마법을 펼쳤다.

바타르가 펼친 마법은 파이어 애로였다. 파이어 애로는 하위 마법이고 하급 마법사만 돼도 펼칠 수 있는 쉬운 마법이다. 하지만 드래곤이 펼치자 더 이상 하급 마법이라 부를 수 없었다.

불길에 휩싸인 화살 오십여 개는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살인 무기였다.

푹! 푹푹푹! 푹푹푹! 푹푹푹! 푹푹!

“크억!”

“아악!”

“으악!”

“아악!”

바타르의 전방에서 불길이 솟구쳤다. 파이어 애로에 맞은 자들이 타면서 생겨난 불길이었다. 불길에 휩싸인 자들은 곧 재가 돼 사방으로 흩어졌다.

“대원들은 철갑거인을 소환하라!”

어둠 속에서 다급한 외침이 흘러나왔다.

“투바하!”

“아일라카!”

“카티아!”

“…….”

여기저기서 우렁찬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십 기의 철갑거인이 일행 앞에 나타났다.

“저건?”

무혼의 눈이 커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바타르를 보았다.

“그 여자에게 정신 속박 마법을 건 자의 부하들인 모양이다.”

바타르가 말했다.

“그 여자가 이런…….”

무혼은 곧바로 몸을 날렸다.

“어디 가는 거냐?”

바타르가 물었다.

“척 각주를 찾으러!”

“여긴 어떡하고.”

“혁 영감님과 함께 막으면 되잖아!”

무혼은 버럭 소리쳤다.

“철갑거인을 보유한 사람은 너뿐이야, 인마.”

“너나 혁 영감은 철갑거인보다 더 강하잖아, 자식아.”

무혼의 신형이 금세 어둠에 묻혔다.

“빌어먹을 자식.”

바타르는 욕설을 내뱉었다.

따가운 시선이 왼편에서 느껴졌다. 바타르는 고개를 돌렸다. 천마 혁지광이 이편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왜?”

“제가 아는 드래곤은 철갑거인 정도는 우습게 처리하는 존잰데…….”

“그 정도는 나도 해.”

바타르는 신경질적으로 오른팔을 앞으로 뻗었다.

“빅 바이스 핸드!”

우렁찬 외침과 함께 허공에 거대한 손바닥이 나타났다. 바로 그 순간 바타르의 시선이 가장 앞에 있는 철갑거인의 머리로 향했다.

스악!

허공에 나타나 있던 손바닥이 빠르게 이동하더니 철갑거인의 머리를 그러쥐었다. 철갑거인의 손바닥이 얼마나 큰지 마치 달걀을 그러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바타르는 쥔 손에 힘을 주어 돌리면서 홱 잡아 뜯었다.

퍼억!

철갑거인의 머리가 단숨에 뜯겨져 나갔다.

“아악!”

철갑거인에게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왜?”

“귀찮아서 그렇지 뭐.”

“에…….”

혁지광은 황당한 얼굴로 바타르를 보았다. 철갑거인을 없애는 게 귀찮다고 말하는 존재를 보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하나 없앴으니까 너도 없애야지. 뭐 하고 있어.”

“아, 알았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천마는 조금 전 바타르가 그랬던 것처럼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동작은 같았지만 드러난 결과는 달랐다.

퍼억!

그가 손으로 가리킨 철갑거인의 머리 부근에서 둔탁한 소성이 흘러나왔다.

푸스스!

그리고 뿌연 먼지기 피어올랐다. 시간이 흐를수록 먼지의 양은 점점 많아지고 철갑거인의 머리는 작아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철갑거인의 머리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맙소사.”

그 모습을 지켜보던 태월령의 입이 쩍 벌어졌다.

바타르나 무혼의 강함은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혁 노야라고 부르는 자는 아니었다. 무공을 익힌 흔적도 전혀 나타나지 않아 평범한 촌로라고 생각했다. 범상한 면이 간혹 보이곤 했지만 그게 무공 때문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런데 그 촌로의 무공이 세 사람 중 가장 강해 보였다. 조금 전에 그가 손을 펼친 무공은, 무인을 신의 반열로 올려 준다는 심검이었다.

말로는 많이 들었지만 심검을 펼치는 건 처음 보았다. 그런데 그동안 들었던 것보다 훨씬 강한 무공이 바로 심검이었다.

경악한 사람은 비단 척사랑뿐만이 아니었다.

기습 공격을 한 자들의 수장인 아르카 또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철갑거인을 최강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검사는 아무리 강해도 철갑거인을 상대로 승리할 수 없다고 믿었다. 왜냐면 철갑거인에 탑승하고 있는 자도 검술을 익힌 검사이기 때문이다.

철갑거인은 기본적으로 검사의 능력을 몇 배 증폭시켜 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갑옷보다 더 강한 장갑은 검과 도를 튕겨 낸다.

그런 상태에서 검사와 싸우면 승자는 뻔하다.

백이면 백 철갑거인이 이긴다.

그런데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바살라!”

아르카는 바살라를 불렀다.

“네.”

바살라가 아르카 앞으로 뛰어왔다.

“저기 오른편 놈을 없애라.”

아르카가 가리킨 사람은 천마 혁지광이었다.

“존!”

바살라는 곧바로 철갑거인을 소환했다. 그의 피부는 검은색이지만 철갑거인은 황금색이었다.

파앗!

철갑거인에 탑승한 바타르는 바닥을 차고 몸을 날렸다. 순식간에 마차 근처에 도착한 바타르는 천마 혁지광을 향해 검을 쭉 뻗었다.

그러자 철갑거인의 검 끝에서 불그스름한 광채가 혁지광을 향해 폭사됐다.

혁지광은 오른손 주먹을 쭉 내질렀다.

주먹 모양의 검은색 강기가 허공을 갈랐다.

콰앙!

두 기운이 부딪치자 둔탁한 소성이 터져 나왔다.

바살라는 곧바로 검을 내리찍었다.

“마차를 부수면 안 되지.”

혁지광은 곧바로 바닥을 찼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검 한 자루가 쥐어져 있었다. 그가 든 검은 무혼이 얻었던 혼천이었다.

차앙!

이번에는 대검과 소검이 부딪쳤다. 크기 차이가 엄청났지만 혁지광의 혼천은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철갑거인의 검을 밀어냈다.

슈캉!

자신이 탑승한 철갑거인의 검이 밀리자 바살라는 뒤편으로 몸을 날렸다.

쿠웅!

그가 내려서자마자 혁지광이 몸을 날렸다.

“차하!”

바살라는 기합과 함께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바살라의 철갑거인과 혁지광이 얽힌 사이, 아르카는 바타르를 향해 갔다. 그 역시 철갑거인을 소환한 상태였다. 그의 철갑거인은 먹물처럼 검었다.

“드래곤인가?”

아르카는 바타르를 향해 가며 물었다.

“너는 어느 쪽이냐?”

바타르는 질문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나는 암흑마족이다.”

“암흑마족이란 말은 처음 듣는구나.”

“저승으로 가면 우리 암흑마족에게 죽은 자들이 많이 있다. 그들에게 물어보면 자세하게 알려 줄 거다.”

“풋!”

바타르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보자 보자 하니까 이젠 별 시답잖은 놈들까지 우릴 우습게 보는구나.”

바타르의 오른손에서 황금색 물체가 튀어나왔다. 일 장 정도 길이까지 늘어난 그것은 곧 검 형태로 바뀌었다.

“드래곤이 천하제일이었던 시대는 지났다. 너희들은 덩치가 조금 큰 몬스터일 뿐이다!”

아르카가 고함을 내지르며 몸을 날렸다.

그가 탑승한 철갑거인의 검에서 검붉은 기운이 넘실댔다.

“차하!”

바타르 앞에 도착한 그는 전력을 다해 검을 내리찍었다. 덩치가 큰 몬스터라고 이죽거리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성을 잃게 만들기 위한 술수일 뿐 진짜 약하다는 건 아니다. 드래곤은 여전히 전력을 다해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최강자다.

차앙!

철갑거인의 검과 바타르가 마법으로 만들어 낸 검이 부딪쳤다. 두 무기가 부딪친 반발력으로 인해 바타르의 신형이 뒤로 밀렸다. 실력 때문에 밀린 게 아니라 몸무게의 차이로 인해 어찌해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뒤로 밀리던 바타르가 허공에 멈춰 섰다.

“리버스 그래비티!”

그는 왼팔을 앞으로 쭉 내밀며 소리쳤다.

그러자 철갑거인 근처 중력이 역전됐다. 중력이 반대로 작용하자 철갑거인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무게지만 드래곤이 펼치는 마법 앞에서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철갑거인은 순식간에 오십 미터 높이까지 올라갔다. 그 상태에서 마법을 해제했다.

슈아악!

마법이 풀리자 철갑거인은 엄청난 속도로 떨어졌다.

“차하!”

아르카의 입에서 광포한 외침이 나왔다. 그의 전신이 먹물보다 더 새카맣게 변하고. 철갑거인 등에서 수십 장 길이의 날개가 생겨났다. 오라 블레이드와 마법으로 만들어 낸 날개였다.

날개를 좌우로 활짝 펼치자 떨어지는 속도가 대폭 줄어들었다.

쿠웅!

철갑거인은 별다른 충격 없이 지상으로 내려섰다.

파앗!

이어 깊숙한 발자국을 남기고 바타르를 향해 몸을 날렸다. 날개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순식간에 바타르 앞에 도착한 철갑거인은 검을 횡으로 쓸어 갔다.

바타르는 황금색 검으로 몸을 보호했다.

콰앙!

또다시 반발력이 바타르를 저 멀리 날려 버렸다.

파앗!

이번엔 마법을 펼칠 시간을 주지 않으려는 듯 아르카는 바타르를 쫓아갔다.

화르르르!

일 장을 채 나아가기도 전에 거대한 불덩어리가 철갑거인 전신을 덮었다. 바타르가 펼친 마법이었다.

“하아!”

아르카는 전 내기를 끌어 올렸다. 어둠의 기운이 그의 몸을 감싸고 차갑고 서늘한 기운이 외부로 뿜어져 나갔다. 순식간에 철갑거인 표면에 서리가 끼었다.

치익! 치이익! 치익!

마법으로 만든 불길과 아르카가 끌어 올린 차가운 기운이 부딪치며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수증기는 시계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짙었다.

그 수증기 속에서 바타르가 나왔다. 이십여 장 높이까지 올라간 그는 왼팔로 아르카의 철갑거인을 가리켰다. 그러자 눈처럼 새하얀 기운이 철갑거인을 향해 밀려갔다.

쩌엉! 쩌엉! 쩌엉!

철갑거인의 표면에 새하얗게 서리가 끼었다.

“마그마 블래스트!”

바타르의 입에서 우렁찬 기합이 터져 나오고 거대한 불덩어리가 쏘아졌다. 불덩어리는 철갑거인을 덮쳤다.

“이미 한 번 겪었는데도 같은 공격을 하는 걸 보면 넌 역시 머리가 나쁜 몬스터가 분명해.”

아르카는 이죽대며 바타르를 향해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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