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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160화 (160/524)

황금가 (160)

다음 날.

금장생의 탁자 위에 사백오십만 냥이 든 돈 자루가 놓였다. 자루 안에 든 건 전표였다.

“현금을 좋아한다고 말할 걸 그랬나?”

자루 안쪽을 흘끔 바라본 금장생은 중얼거렸다.

“일단!”

금장생은 돈을 나눴다.

적지영, 적풍영, 적운영 세 사람이 횡령한 돈은 이백이십만 냥이었다. 하지만 금장생은 그 두 배 금액을 받아 냈다.

“시간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벌어들이는 돈의 액수가 달라지지.”

금장생은 콧노래를 부르며 이백이십만 냥을 꺼내 탁자 위에 놓고, 자루 주둥이를 묶은 후 혼자만 아는 장소에 숨겼다. 그리고 집무실로 들어갔다.

집무실에는 아수수가 와 있었다.

대륙황가에 다녀온 후 아수수는 더욱 바빠졌다. 그녀가 가장 집중하는 건 마가 운영이었다.

그러다 보니 낮에는 얼굴 볼 시간도 없었다. 오늘도 아침 먹을 때 보고 처음이었다.

“나도 모르게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예요?”

아수수는 탁자 위에 쌓여 있는 전표 다발을 보며 물었다.

“잃어버린 돈을 찾은 것뿐입니다.”

“잃어버린 돈이라면…… 그들이 횡령한 돈을 내놨어요?”

아수수는 놀란 얼굴로 물었다.

그녀가 아는 한 잃어버린 돈은 그것뿐이었다.

“네.”

“그들이 횡령을 시인하고 돈을 내놨다고요?”

“횡령했다고 하면 절대 받아 낼 수 없습니다.”

“그럼?”

“계산상의 실수라고 해야 합니다. 그리고 장부를 작성한 자를 잡아다가 모처에 숨겨야 하고요.”

“그러니까…….”

“현재까지는 계산상의 실수지만 고문을 하게 되면 횡령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죠.”

“풋!”

아수수는 피식 웃었다.

금장생의 말은, 설사 횡령이 아니라고 해도 횡령으로 만들면 된다는 뜻이었다.

결국 적지영 일행은 횡령으로 내몰리기 전에 돈을 가져와 타협을 한 모양이었다.

“얼마죠?”

“이백이십만 냥입니다.”

“이게 전부?”

“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에요?”

아수수는 미심쩍은 얼굴로 물었다. 이게 전부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아니, 금장생의 성격으로 볼 때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절대 없다.

아수수는 얼른 실내를 훑었다. 집무실 어딘가에 더 받은 돈을 숨겨 두었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돈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 이상하게 만들지 말고 총관이나 불러 주세요.”

“흠! 알았어요.”

아수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총관 나박이 안으로 들어왔다.

“이거 가져가서 수입으로 잡도록 하세요.”

금장생은 탁자 위에 있는 돈을 가리켰다.

“세 천장이 횡령한 돈입니까?”

나박은 돈으로 시선을 주며 물었다.

그는 금장생이 세 천장의 입출금관리 대장을 조사하여 횡령 사실을 찾아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돈을 받아 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횡령이 아니라 회계 담당자의 계산 실숩니다.”

“아, 그렇군요.”

나박은 고개를 끄덕였다.

‘계산 실수’란 말에서 사건을 확대하지 않으려는 마왕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번 일은 계산상의 실수가 아니라 명백한 횡령이다. 사건을 공론화하면 적지영 일행에게서 천장의 지위를 박탈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마왕은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기회를 포기하고 세 사람에게 계산상의 실수라는 면죄부를 주고 있다.

마왕이 실수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금장생이 돈 때문에 적지영 일행에게 면죄부를 주었다는 걸 꿈에도 알지 못한 나박으로서는 당연한 생각이었다.

“내가 이런 기회를 그냥 날리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모양이군요.”

금장생은 나박을 보며 말했다.

“그게…….”

나박은 말끝을 흐렸다.

“적지영 일행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자들을 무작정 공격하면 오히려 역풍에 당하기 십상입니다. 그들을 쓰러뜨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격이 아니라 수빕니다. 즉, 그들이 공격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수비를 하다가 기회를 잡아 그들을 물리쳐야만 모두로부터 인정받는 완벽한 승자가 되는 겁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면죄부를 준 것 같은데, 아닙니까?”

“겉으로 보기엔 그렇습니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면죄부를 준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다른 게 또 있다는 말씀 같은데 맞습니까?”

“총관은 지켜보기만 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나박은 고개를 숙였다. 지켜보라고 한 것은 더 이상 말해 줄 수 없다는 뜻이었다.

“제갈휴는 어떻게 할까요?”

“그 친구는 내가 풀어 줄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나박은 돈을 챙겨 들고 방에서 나갔다.

“내게도 말해 줄 수 없어요?”

아수수가 금장생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뭘 말하는 거죠?”

금장생은 되물었다.

“총관이 다른 게 또 있냐고 물었잖아요.”

“아! 그거요.”

금장생은 싱긋 웃었다.

“뭔데요?”

“별것 아닙니다.”

“그러니까 뭐냐고요?”

“우리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해야 하는 건 급전, 즉 사채라고 하였습니다.”

“사채요?”

“네.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놈이라면서, 목숨을 걸 경우가 아니면 절대 사용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당신 말은 조금 전 그 돈이 사채라는 건가요?”

“제가 파악한 적지영 일행이 지니고 있던 비자금은 오십만 냥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돈은 누군가로부터 빌릴 수밖에 없는데, 친구에게 빌리기엔 규모가 너무 크지요.”

“전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거군요.”

“서천왕부 왕의 형제라는 신분을 이용하면 어렵지 않을 겁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된 거죠?”

“그들은 짧게는 보름, 길게는 한 달 정도를 사용할 급전을 썼습니다.”

“그걸 벌써 알아봤어요?”

“당연히 알아봐야죠.”

“어떻게 갚으려고 그런 큰돈을 빌린 거죠?”

“그들이 돈을 갚는 방법은 딱 한 가지뿐입니다.”

“마왕이 되는 거군요.”

“맞습니다. 그들이 돈을 갚는 방법은 그것뿐입니다.”

“만일 마왕이 되지 못했을 때는 어떻게 되죠?”

“사채업자들이 돈을 어떻게 받아 내는지 아세요?”

“아뇨.”

“그들이 돈을 받아 내는 걸 한 번이라도 본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자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기준이 바뀔 겁나다.”

“갚지 않고는 배길 수 없다는 거군요.”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게 사채라고 했잖습니까.”

금장생은 방긋 웃었다.

“참! 몸은 어때요?”

“몸요?”

금장생은 의아한 얼굴로 아수수를 보았다.

“미염 말로는 얼음장처럼 차갑다고 하던데.”

“사 비주가 그런 말을 했어요?”

금장생은 깜짝 놀랐다.

“왜 놀라요?”

“노, 놀라기는 누가 놀랐다고 그러십니까? 괜찮습니다.”

“이젠 말까지 더듬고. 혹시 둘 사이에 무슨 일 있었어요?”

아수수는 미심쩍은 얼굴로 금장생을 보았다.

“무슨 일이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그리고 이젠 괜찮아졌습니다.”

얼음장처럼 차가웠던 몸이 풀린 건 그날부터 사흘 후였다. 그 후로는 다시 차가워지는 일은 없었다.

“몸이 왜 차가워진 거죠?”

“정확한 원인은 모릅니다. 천불성력이란 녀석 때문이라고 짐작만 할 뿐입니다.”

“목욕하고 싶어요.”

아수수가 불쑥 말했다.

“목욕요?”

“일 배운다고 이틀 동안 못 했거든요.”

“아직 천장에 있는 자들 없애지 않았어요?”

“그럴 시간이 없잖아요.”

“이번 기회에 아예 없애 버리는 건 어때요?”

금장생은 천장으로 시선을 주며 말했다.

“그러다가 그들이 뭔가를 눈치채고 도전을 포기해 버리면 어떻게 하려고요?”

“그들은 포기할 수 없다고 했잖아요.”

“한 달만 참으면 되는데 공연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아요. 잔말 말고 따라 올라와요.”

“알았습니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수수를 따라 나섰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침실로 들어섰다.

천장을 흘끔 바라본 아수수는 옷을 벗었다. 잠시 후 그녀는 알몸이 되었다.

그사이 금장생도 알몸이 되었다.

금장생이 앞서고 아수수가 뒤에 선 채로 두 사람은 욕실로 들어갔다.

금장생은 욕조에 손을 집어넣어 이화태양강을 펼쳤다. 곧 뿌연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물이 따뜻해지자 아수수는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당신도 들어오세요.”

“알았습니다.”

금장생은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금장생이 들어오자 아수수는 자연스럽게 왼 다리를 들어 금장생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 몸이 정말로 차가운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괜찮네.’

아수수는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내 몸이 차가운지 알아보려고 그런 건가요?

금장생은 전음을 보냈다.

―네.

―어때요?

―이상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왜 체온이 떨어진 거죠?

아수수는 금장생 앞으로 가서 그의 허벅지 위로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다리 좀 벌려 줄래요?”

금장생은 붙이고 있던 두 다리를 좌우로 벌렸다. 그러자 아수수의 엉덩이가 두 다리 사이로 들어왔다.

“등 밀어 줘요?”

“당연한 걸 묻고 그래요.”

금장생은 뒤편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조두 하나가 허공을 건너뛰어 그의 손안으로 날아왔다.

뚜껑을 열고 조두 가루를 손바닥에 부어 물과 섞은 후 비볐다. 그러자 하얀 거품이 생겨났다.

―피가 왜 차갑게 식었는지 그 이유는 모릅니다.

거품으로 가득한 손으로 아수수의 등을 문지르며 대답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아수수의 피부는 정말 매끄럽다. 원래 좋았던 피부가 환골탈태를 거치면서 더 부드러워진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부드러움에 취한 듯 갑자기 피가 데워졌다.

그때 아수수가 두 팔을 머리 뒤로 돌려 깍지를 꼈다.

그녀가 팔을 들어 올린 건 오래된 습관이었다. 남편이 등을 밀어 줄 때는 겨드랑이를 씻어 달라며 두 팔을 들어 올리곤 했던 것이다.

하지만 남편 적천영은 등을 미는 대신 겨드랑이로 손을 밀어 넣어 가슴을 그러쥐곤 했다.

손을 들어 올려 머리 뒤로 깍지를 끼자 겨드랑이 아래로 가슴이 도드라졌다.

그걸 보는 순간 금장생의 피가 급격하게 뜨거워지고 아래로 내달렸다. 아울러 금장생의 손에 힘이 더해졌다.

아래로 피가 쏠리면서 성기는 금세 경도를 높였다.

‘이상 없네.’

금장생은 피식 웃었다.

사실 그동안 전혀 내색하지 않았지만 내심 걱정했다. 아무리 삶에 필요 없다고 해도, 있지만 쓰지 않는 것과 없어서 못 쓰는 경우는 심리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돈이 있는데도 안 쓰는 건 마음은 편하지만 없어서 못 쓰면 불안하고 때로는 비참한 기분까지 들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와 비슷하다.

아직 서른도 되지 않았으면 발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의 하나이어야만 한다. 그런데 전날 새벽까지도 발기가 되지 않았다.

약을 먹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수수의 알몸을 보자 거짓말처럼 발기를 한 것이다.

그것도 아주 확실하게.

―그래도 뭔가 있을 거 아니에요.

―몸이 차가워지기 전에 천불성력이라는 걸 얻었습니다.

―천불성력이라고요? 그러니까 정령신력精靈神力을 얻었다는 거예요?

아수수는 깜짝 놀랐다.

―정령신력은 또 뭐죠?

금장생은 되물었다.

―그게 뭔지 몰라요?

―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혼천오대천력이란 말도 들어 보지 못했겠네요?

―혼천오대천력이라고요?

금장생의 눈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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