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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144화 (144/524)

황금가 (144)

그는 아수수를 보았다.

“제가 너무 세게 쥐었나요?”

그는 아수수가 아파서 비명을 지른 거라고 생각했다.

“풋!”

아수수는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다.

그걸 아파서 내지른 비명일 거라고 생각한 금장생이 우스웠다.

“웃는 이유가…….”

“계속해요.”

“네?”

“계속 씻겨 달라고요.”

“흐음.”

금장생은 다시 가슴을 문질렀다. 그 후로도 비명 비슷한 걸 몇 번 더 들었지만 이번엔 무시했다.

그의 손은 미끈한 배를 지나 배꼽에 이르렀다.

‘끙!’

금장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무리 다른 생각을 해도 본능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아수수가 꿈틀거리는 걸 보자 피가 아래로 쏠리더니 급기야 남성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완벽하게 발기하는 데는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반짝!

바로 그때 아수수가 눈을 떴다.

그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금장생의 몸을 훑었다. 그러다가 금장생의 중심에서 멈췄다.

그녀의 시선이 다시 금장생의 얼굴로 향했다.

그녀의 눈에 열꽃이 피어난 건 그때부터였다.

물론 조금 전에도 약간은 달뜬 상태이긴 했지만 갈증이 일 정도는 아니었다.

그때 문득 술을 마시던 유인태와 나눴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유인태는 원활한 치료를 위해 금장생에게 춘약을 복용시켰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듣고 춘약 성분을 해소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그러자 유인태는 깜짝 놀랐다. 해소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은 사정하지 않았다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유인태는 아내를 지극히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칭찬을 했다.

그리고 크게 문제 되진 않겠지만 유혹에 약해질 수 있다고 하면서, 바람피우는 걸 막으려면 어떤 방법으로든 해소하는 게 낫다고 하였다.

‘순전히 그 때문이에요. 당신 몸에 들어 있는 춘약 말이에요.’

그녀는 오른손과 왼손을 동시에 뻗었다.

왼손으로는 단전에 머물러 있는 금장생의 손을 자신의 은밀한 곳으로 이끌고 오른손으로는 금장생의 성기를 쥐었다.

“억!”

금장생의 입에서 신음이 비어져 나왔다.

“이번 한 번뿐이에요. 당신 몸속에 춘약이 남아 있지 않다면…….”

아수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휙!

금장생은 아수수를 덮쳤다.

아수수 위로 엎드림과 동시에 입을 맞췄다.

두 사람의 입이 열리고 서로의 혀가 오갔다. 아수수의 혀가 금장생의 입안을 훑고 나면 금장생의 혀가 아수수의 입안을 샅샅이 탐험했다.

입맞춤을 마친 금장생의 입술은 아래로 향했다. 턱을 지나 목에 잠시 동안 머물렀다. 아수수의 몸이 꿈틀거리며 신음이 조금씩 비어져 나왔다.

목에 머물던 입술이 다시 내려가 가슴으로 향했다.

아수수의 배가 눈에 띄게 출렁이기 시작했다. 가슴은 그녀의 약점 중의 한 곳이었던 것이다.

마침내 금장생의 입술이 가슴을 점령하자, 아수수는 격하게 신음을 내뱉었다.

그녀의 신음은 금장생의 이성을 잃게 하는 기폭제였다.

오감을 말살하는 자객 수업도,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게 하는 인자술도 아무 소용 없었다. 그는 아수수의 육체 속으로 침몰하고 말았다.

사실 금장생이 이렇듯 완전하게 욕망의 포로가 돼 버린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건 바로 아수수를 치료할 때 복용한 춘약 때문이었다.

춘약의 성분이 이성을 잃게 할 정도로 강하진 않았지만, 어떤 형태로든 배출을 해야만 한다. 유인태 또한 치료가 끝나면 배출할 거라 생각하고 지어 준 약이었다.

그런데 금장생은 춘약 성분을 배출하지 않고 지금까지 지니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소변이나 땀 등에 섞여 배출되겠지만 아직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몸속에는 춘약 성분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지금 폭발해 버린 거였다.

이성을 잃은 금장생은 거의 야생마였다.

그는 거칠게 아수수를 탐했다.

아수수의 몸에 잔뜩 묻어 있던 조두는 빠르게 그의 입안으로 사라졌다. 그런 그의 행동이 아수수를 더욱 흥분시켰다.

아수수 또한 이성을 끈을 놓아 버리고 본능에 모든 걸 맡겨 버렸다.

거칠게 서로를 탐하는 두 사람에게 단은 너무 좁았다.

금장생은 아수수를 번쩍 안고 단에서 내려왔다.

아수수는 두 다리로 금장생의 허리를 감았다. 팔로 목을 감싸고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다.

그 상태로 침대로 향했다.

아수수를 거칠게 내동댕이친 금장생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먹이를 노리는 짐승처럼 덮쳤다.

그를 지배하는 건 본능 한 가지뿐이었다.

그는 곧바로 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경험이 거의 없어 쉽게 성공하지 못했다.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친 건 아수수였다.

아수수는 능숙하게 금장생을 이끌었다. 그리고 금장생이 주도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다시 금장생에게 몸을 맡겼다.

금장생의 힘은 엄청났다.

순식간에 아수수를 최고점까지 밀어붙였다.

아수수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금장생에게 매달렸다.

하지만 금장생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 아수수가 쉴 시간도 주지 않고 다시 밀어붙였다.

“아, 안 돼요. 조금만 쉬었다가…… 헉!”

아수수는 질겁했다.

또다시 몸이 금장생의 움직임에 반응하고 있었다.

십 년 넘게 결혼 생활을 했으니까 자신의 몸은 누구보다 잘 안다. 단 한 번도 이런 경우가 없었다.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한 식경 이상은 쉬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몸이 곧바로 반응하고 있다.

더 놀라운 건, 느낌이 훨씬 더 깊고 강하다는 사실이었다.

곧 아수수는 모든 걸 지운 듯 완전히 몰입했다. 그리고 두 번째 파도에 올라탔다.

두 번째 파도는 처음보다 훨씬 높았다. 떨어져 내릴 때 이대로 기절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온 힘을 다해 금장생에게 매달렸다.

“이제…….”

숨을 내쉬려는 순간 금장생이 또다시 움직였다.

“안 돼요. 난 쉬어야 해요. 쉬지 않으면…… 맙소사.”

아수수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또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그것 때문이야.’

문득 혈령사왕근에 대해 들은 말이 떠올랐다.

내공을 이 갑자나 높여 주는 엄청난 영약이지만 음란마귀가 되는 부작용이 있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들을 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사내와 잠잘 일도 없는데 색녀가 되면 어떠랴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혈령사왕근의 부작용은 상상 이상이었다.

어느새 온몸은 땀으로 푹 젖었다.

점점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파도를 탈 때마다 쾌감은 더욱 커지고 아득해지는 시간도 길어진다.

놀라운 건 계속해서 금장생의 움직임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무서운 약이네. 그리고 약보다 더 무서운 건 당신이고.’

아수수는 금장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금장생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다. 그의 입술이 움직일 때마다 격한 쾌감이 몰아쳤다.

아수수는 금장생의 머리카락 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다시 본능 속으로 침몰해 들어갔다.

전쟁 같았던 관계가 끝난 건 그때부터 한 식경 후였다.

관계가 끝나고 둘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잠이 들었다. 그리고 저녁때가 돼서야 잠에서 깼다.

둘은 아직 알몸이었다. 두 사람의 몸에는 격렬했던 관계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춘약을 복용했으면 말을 해야지 아무 말도 안 하면 어떡해요.”

아수수는 숨을 토하듯 말했다.

“괜찮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 건 빨리 해소하지 않으면 큰일 나요. 요녀에게라도 걸리면 정혈을 다 빨리고 죽을지도 몰라요. 그땐 바로 제게 달려오세요. 알았죠?”

“알았습니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함께 가자고 하면 데리고 갈 건가요?”

아수수는 물었다.

“가고 싶어요?”

“당신이 허락한다면 함께 가고 싶어요.”

“나는 당신이 여기 남아서 상단 일을 좀 더 배웠으면 좋겠어요.”

“상단 일요?”

“어젯밤에 석 단주와 저는 상단을 집어삼킬 음모를 꾸몄던 자들을 없앴어요. 만일 시간이 더 있었다면 그들은 석 단주를 살해하고 대륙황가의 주인이 됐을 겁니다.”

“그런 일이 있었어요?”

아수수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전날 밤에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만일 석 단주가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거죠?”

이야기를 듣고 난 아수수가 물었다.

“상단에 대해 모르면, 놈들이 상단을 꿀꺽해도 찾지를 못하게 됩니다.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상단 일에 대해 배워 둬야 합니다.”

“대륙황가의 주인이 서천왕부라는 걸 밝히는 건 어떨까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그게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선조들이 비밀로 했던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해서요.”

“천장과 촌장들과도 상의를 해 봐야겠네요.”

“그게 나을 것 같습니다.”

“알았어요. 여기서 상단 일을 배우며 당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릴게요.”

아수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씻어야겠습니다.”

금장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제 제가 씻겨 준다고 하지 않았나요?”

“씻어 준다고 하진 않고, 피 냄새가 진동한다고는 했습니다.”

“그게 그 말이에요. 아무튼 지금이라도 씻겨 줄게요.”

아수수는 먼저 침대에서 내려가 욕실로 향했다.

‘윽!’

아수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금장생은 신음을 내뱉었다.

밤새도록 더듬었던 몸임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피가 아래로 쏠렸다.

금장생은 시선을 내렸다.

“괴물 같은 놈!”

그는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금장생의 중얼거림을 들은 아수수는 빙그레 웃었다.

‘괴물 같은 놈!’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내 생각도 그래요.’

그녀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혼인 전 남자 경험은 그리 많지 않고 혼인 후엔 남편 외에 사내는 금장생이 처음이다.

그 사내들 중 가장 강한 자는 금장생이었다.

끝도 없고 한계도 없는 사내. 그가 바로 금장생이었다.

대단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사내. 그의 말처럼 괴물이 분명했다.

‘어?’

욕실로 들어선 아수수는 왼편 탁자 위에 놓인 종이 뭉치를 발견했다.

호기심에 그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녀가 집어 든 종이는 석보산과 금장생이 체결한 천주 운송에 관한 계약서였다.

“이건 뭐죠?”

아수수는 계약서를 집어 들며 물었다.

“제가 그랬잖아요, 돈은 알아서 벌어 가겠다고.”

금장생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요?”

아수수는 계약서를 다시 읽어 보았다.

“완전 거저네요? 그러면서도 손해가 났을 땐 두 배로 보상받고요.”

“아직 사업이 일천해서 그 정도는 대륙황가 짐 한편에 쑤셔 넣어도 아무런 표시도 나지 않습니다.”

“사업이 잘되면 술병의 수가 늘어나지 않나요?”

“대신 망하면 더 이상 운송하지 않아도 되지요.”

“당신 성격에 망하는 사업을 시작할 리가 없을 것 같은데요.”

아수수는 다른 종이를 집어 들었다. 그건 황금전가에 발행한 차용증이었다.

“사업은 운칠노삼이란 말이 있습니다.”

금장생은 욕조 앞으로 걸어갔다.

“단에 누우세요.”

“네?”

“제가 씻겨 준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운칠노삼이 무슨 뜻이죠?”

“운이 칠 할이고 노력이 삼 할이란 말입니다.”

“운이 좋아야 사업에 성공한다는 뜻인가요?”

“네.”

금장생은 단 위에 누웠다. 아직 발기한 상태지만 내버려 두었다.

“이건 차용증 같은데 맞나요?”

아수수는 차용증서를 가리키며 물었다.

“당신이 가장 신경 써야 할 증섭니다.”

“어떤 부분을 신경 써야 하죠?”

“위좁니다.”

“이걸 위조도 하나요?”

“쌍방의 수결과 직인이 들어가면 돈을 빌린 게 되기 때문에 가장 많이 위조가 일어나는 증서이기도 합니다.”

“혹시 황금전가가 이것 때문에 망한 건가요?”

아수수는 증서를 내려놓고 세숫대야에 물을 떠서 금장생 옆으로 가며 물었다.

“현재로선 그렇습니다. 그리고 대륙황가가 일천만 냥의 손실을 입은 것도 그런 위조 증서 때문이고요.”

“그랬군요.”

아수수는 물을 끼얹고 조두를 풀어 거품을 낸 후 문질렀다.

몇 번 씻기다 보니 금장생의 알몸은 익숙했다. 성기를 씻을 때도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앞을 다 씻고 나자 일으켜 세운 후 뒤를 씻어 주었다.

“저녁은 먹고 갈 건가요?”

금장생을 헹궈 주며 물었다.

“네.”

“그럼 함께 먹어요.”

“알았습니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몸을 헹군 후 닦고 옷을 빨아 삼매진화로 말린 후 입었다. 그사이 아수수는 말라붙은 땀을 씻어 냈다.

그리고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함께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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