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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7화 (7/524)

황금가 (7)

금장생의 협박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동료들의 의리 때문인지 모르지만, 여항은 다음 날 돌아왔다.

“찾았습니까?”

금장생은 물었다.

“상천제일루에 묵고 있어요.”

“하룻밤에 지불하는 돈이 얼맙니까?”

“일백 냥이에요.”

“그럼 엿새가 지났으니까 내 생명 같은 돈이 육백 냥이나 사라진 거군요.”

“그게 어제였으니까 일백 냥을 더 얹어야죠.”

“칠백 냥이라는 거군요.”

“맞아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저기로 가 주십시오.”

금장생은 밧줄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풀어 준다고 하지 않았나요?”

“물론 풀어 줄 겁니다. 그자가 정말로 있는지 확인한 후에.”

금장생은 초가 있는 곳으로 가서 불을 켰다.

“그 촛불에서 수면향이 나오는 것 같던데 맞습니까?”

이장팔이 물었다.

“아닙니다.”

금장생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왜 촛불만 켜면 졸음이…….”

“그건 내가 수면향을 뿌려 두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촛불을 켤 때만 졸음이…….”

이장팔은 눈까풀이 다시 무거워짐을 느꼈다. 잠시 후 그는 깊은 잠에 빠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자들 또한 전부 잠에 취해 떨어졌다.

여덟 명이 전부 곯아떨어지자 금장생은 줄을 풀었다. 그러자 여덟 명이 일제히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들 모두에게 옷을 입힌 다음 한 명을 둘러메고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짐을 싣는 수레가 세워져 있었다.

둘러메고 온 자를 수레에 싣고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여덟 명을 전부 실은 후 출발했다.

한 시진 반 동안 남쪽으로 쉬지 않고 달려 그가 도착한 곳은 이하伊河 선착장이었다.

선착장에는 검은 배 한 척이 정박해 있었다.

금장생은 그 배 앞으로 수레를 몰고 갔다.

수레가 배 앞으로 도착하자 건장한 체격을 가진 사내 둘이 나왔다.

“몇 명이오?”

둘 중 오른편 사내가 물었다.

“여자 한 명을 포함하여 여덟 명입니다.”

“사내는 일인당 오십, 여자는 백, 총 사백쉰 냥. 됐소?”

“어제 육백 냥으로 계약했습니다. 거기서 한 냥도 뺄 수 없습니다.”

“그럼 가져가십시오.”

“지금…….”

금장생은 사내를 빤히 보았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가져가라고 했나요?”

‘헉!’

섬뜩한 느낌에 사내는 자기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났다. 하지만 그 느낌은 금세 사라졌다.

‘내가 잘못 본 건가?’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겁니다, 대협.”

“아, 알았소.”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루 하나를 꺼내 금장생에게 건넸다.

“내가 이걸 셀 동안에 저들을 옮기십시오.”

금장생은 수레 한편에 돈을 쏟았다. 그리고 수를 세었다.

그사이 두 사람은 수레에 실려 있던 이장팔 일행을 배로 옮겼다.

“맞습니다.”

돈을 전부 헤아린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그런 걸로 속이지 않소이다.”

“그런데…….”

금장생은 사내를 빤히 바라보았다.

“할 말이라도 있습니까?”

“지금도 삼백 냥을 받는지 궁금해서요.”

“삼백 냥이라는 건…….”

“멍텅구리 배에 넘길 때 가격을 말하는 겁니다.”

“그걸 어떻게…….”

“그 정도는 알아야 적정 가격을 산출할 거 아닙니까.”

“좀 알아봤다는 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선주께서는 십 년 전부터 이 업에 종사했더군요.”

“응?”

사내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사람을 사고파는 업종의 특성상 많은 사람이 알아서 좋을 게 없었다.

그는 순간 앞에 선 자를 없애 입을 막아야 할지를 고민했다. 그러다가 여덟 명을 데려온 자 또한 같은 처지라는 생각이 들어 살기를 거뒀다.

“궁금해서 그런 거니까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해할 리가 있겠소. 두당 오백으로 올랐소.”

“그런 줄 알았으면 좀 더 부를 걸 그랬네요. 그런데 언제 떠납니까?”

“아직 인원이 덜 차서 닷새 정돈 더 머물 거요. 이번엔 데려오면 두당 백을 주겠소.”

“백 냥요?”

“단, 신체 건강한 자라야 하오.”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그럼.”

금장생은 고개를 숙이고는 마부석에 올랐다. 잠시 후 그를 태운 수레가 선착장을 떠났다.

“어수룩한 것 같은데…….”

멀어지는 금장생을 보며 왼편 사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게 보여?”

오른편 사내가 물었다.

“형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까?”

“어수룩한 자가 여덟 명이나 되는 사람을 팔아넘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십 년 동안 이 짓을 했지만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조금 전 느낌이 떠올라 선주는 진저리를 쳤다.

“모르겠다. 들어가자.”

사내는 고개를 젓더니 배로 올라갔다.

“어수룩한 자를 보니까 문득 그놈이 생각나네요.”

뒤따르던 자가 말했다.

“누구?”

“지금은 망했지만 중원삼대부자였던 황금전가 아들 말입니다.”

“맞아, 그놈이 있었지. 이름이 금장생이었던가?”

선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왠지 모르지만 방금 그자를 보니까 금장생이 떠오릅니다.”

“풋! 그런데 그놈은 어떻게 됐을까?”

선주는 피식 웃으며 물었다.

선주가 금장생을 기억하고 있는 건 처리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인질로 삼으면 황금전가에서 더 많은 돈을 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갈등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했다.

결국 목숨을 걸기보다는 안전을 택했다.

“그런 여린 녀석이 중원도 아니고 동영의 멍텅구리 배에서 살아남는다는 건 기적이 아니고는 일어나기 힘든 일입니다.”

“그렇겠지.”

선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곧 선실로 들어갔다.

* * *

금선달은 기분이 무척 좋았다.

너무 쉽게 구백 냥을 벌어들인 탓이었다.

워낙 완벽해서 실패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장생이란 자는 생각보다 신중했다.

혼자 가게를 가 보기도 하고, 총관을 만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가짜 총관을 심어 두었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더라면 실패로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돈은 내 손에 들어왔겠지만, 강도 짓을 해서 빼앗는 것과 작업을 통해 버는 건 느낌부터가 확연하게 다르니까.’

금선달은 한번 표적으로 정하면 어떤 짓을 해서건 목적을 달성한다. 다만 칼을 들고 빼앗는 것보다는, 금장생에게 그랬던 것처럼 머리를 써서 상황을 만들어 스스로 꺼내 놓도록 하는 게 훨씬 보람찼다.

그가 작업을 하는 이유였다.

“이곳에서 너무 오래 있었습니다, 도련님.”

바로 앞에 앉아 있던 자가 금선달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낙양만 한 곳이 없지 않으냐?”

“여기가 물이 좋긴 하지만 자칫 그분의 귀에 들어가면 우리는 죽은 목숨입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그래서 내가 좋은 곳을 물색해 보라고 하지 않았느냐.”

“가문으로 돌아가지 않으실 겁니까?”

“반겨 주는 사람이 있어야 돌아갈 거 아니냐. 그보다 네 말처럼 여기서 너무 오래 있었던 것 같으니까 자리를 옮기자. 항주나 소주로 갔으면 좋겠는데, 네 생각은 어떠냐?”

“도련님!”

“잔말 말고 둘 중 괜찮은 쪽으로 알아봐. 그리고 나 졸린다.”

“저도 졸립니다. 여기서 한숨 자고 가겠습니다.”

사내가 먼저 쓰러졌다.

“나도 졸린다…… 헉!”

금선달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실은 졸린 게 어젯밤 잠을 자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그는 방금 마신 차로 시선을 주었다. 그 차 때문이 분명했다.

“누, 누가…….”

“접니다.”

문이 열리고 회의를 걸친 자가 들어왔다.

“너는 장생? 네가 여길 어떻게…….”

금선달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픽 쓰러졌다.

“다 방법이 있습니다.”

금장생은 금선달 앞으로 갔다. 그리고 품속을 뒤졌다.

잠시 후 그의 손에 백 냥짜리 전표 두 장이 들려 나왔다.

“어디 보자.”

그는 전표를 꼼꼼하게 살폈다.

수결을 하지 않아도 되는 무기명 전표였다.

“하지만 증거품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지.”

그는 전표를 다시 금선달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것 말고는 현금이 한 푼도 없었다. 금선달 앞에 곯아떨어진 자도 다르지 않았다. 땡전 한 닢도 없는 거지였다.

“한 이레만 푹 자고 나면 새로운 세상에 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금장생은 찻주전자를 들었다. 그리고 금선달의 입을 벌리고 들이부었다.

절반을 먹인 후, 나머지 절반은 금선달 앞에 쓰러진 자에게 먹였다.

주전자가 비자 한편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 금선달이 남긴 음식과 술을 마셨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 무렵이 돼서야 한 사람씩 밖으로 옮겼다.

그가 타고 다니는 짐수레에는 선객이 있었다.

아무렇게나 쓰러져 자고 있는 그들은 금선달의 가게에서 바람을 잡았던 자들이었다. 금선달과 총관 역할을 했던 자를 싣고 이하로 향했다.

그가 이하 선착장에 도착한 건 새벽 무렵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전번에 보았던 선주와 사내가 나왔다.

“이번엔 여섯 명입니다.”

금장생은 수레를 가리켰다.

선주는 수레 앞으로 와서 휘장을 들춰 보았다.

“셋은 젊고 셋은 나이를 먹었군요.”

선주가 말했다.

“일을 못할 정도로 늙은 건 아니니까 깎아 줄 수는 없습니다.”

“나도 깎을 생각 없소.”

선주는 옆에 선 사내를 보았다.

“옮기고 있겠습니다.”

사내는 먼저 금선달을 걸머졌다.

“나도 하나 지지 뭐.”

선주는 총관 역할을 했던 자를 짊어지고 배에 올랐다.

잠시 후 육백 냥이 든 자루를 금장생에게 건네고, 나머지 네 명을 배에 실었다.

“방금 실은 자들에 대해 알아야 할 게 있소?”

다시 내려온 선주가 금장생에게 물었다.

“그자들의 과거 신분이 중요한가요?”

“쿡, 그렇군.”

선주는 피식 웃었다.

“즐거운 거래였습니다.”

금장생은 선주에게 포권을 취했다.

“나도 즐거운 거래였소. 삼 개월 후에 또 들어올 예정인데 그때도 부탁하겠소.”

“다시는 볼 일 없을 겁니다.”

“이제 그만하는 거요?”

“나도 더 이상 할 생각이 없지만 선주도 하기 힘……. 아무튼 우리 인연은 여기까집니다. 참! 조금 전에 옮겼던 그놈들은 여드레 후에나 깨어날 겁니다. 그럼.”

금장생은 포권을 취하고는 수레에 올랐다.

“관가에 밀고하는 건 아니겠죠?”

선주는 금장생을 가만히 쳐다보며 물었다.

“내가 선주에게 받은 돈이 천이백 냥인데, 미치지 않고서는 밀고할 리가 없겠지요.”

“우린 공범이라는 걸 명심하쇼.”

“물론입니다. 그럼. 이럇!”

금장생은 수레를 몰고 선착장을 떠났다.

“우리도 출발하자.”

선주는 서둘러 배에 올랐다.

자꾸만 조금 전 금장생이 하다가 만 말이 떠올라 께름칙했다.

두 사람이 타고 나자 검은 배는 바로 출발했다.

이하 선착장을 떠난 배는 황하로 가서 동쪽으로 이동하다가 발해만으로 빠져나가 동영으로 향한다.

다른 때와 달리 선주는 쉬지 않고 계속 항해했다. 이번에는 물건을 팔러 가는 게 아니라 주문받은 걸 가져다주는 거라 급할 것도 없는데 공연히 조급했다.

그가 마음을 놓은 건 배가 발해만을 벗어났을 때였다. 이젠 명나라 황실에서 쫓아온다고 해도 도망칠 자신이 있었다.

“그자들은 깨어났느냐?”

항해사가 안으로 들어오자 선주는 물었다.

“여드레가 지나야 한다고 했으니까 내일입니다.”

“깨어나지 못하는 건 아니겠지?”

“설마 그럴 리가요.”

“크악!”

“아악!”

바로 그때 처절한 비명이 밖에서 들려왔다.

“응?”

“헉!”

선주와 항해사의 얼굴이 흠칫 굳었다. 두 사람은 벌떡 일어났다.

벌컥!

그 순간 문이 열리고 청년이 들어왔다. 그는 금선달이었다.

“차앗!”

자기가 실었던 자 중의 한 명이란 사실을 알아차린 선주는 그대로 몸을 날렸다.

선주는 겉보기엔 무공을 익힌 것 같지 않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강자였다.

퍼억!

갑자기 펼친 거라 위력은 생각보다 약했지만 정확하게 금선달의 가슴에 격중했다.

“크윽!”

금선달은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물러나지 않았다.

그는 전력을 다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선원을 없앨 때 빼앗은 검을 휘둘렀다.

“이건?”

선주의 눈이 커졌다.

금선달의 검에서 풍기는 기세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는 급하게 물러나며 가슴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스악!

“커억!”

선주는 선실 벽에 등을 기댄 상태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목에 깊은 상처가 난 듯, 피가 울컥울컥 쏟아져 나왔다.

“날 건든 대가다, 천한 놈!”

금선달은 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선주를 향해 다가갔다.

그가 보기에 선주는 더 이상 힘을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네 시체는 고기 밥으로 던져 주마.”

금선달은 검을 힘껏 내리그었다.

휙!

그 순간 가슴으로 들어가 있던 선주의 손이 튀어나왔다.

철컥!

푹!

쇳소리가 들렸다 싶은 순간 금선달의 복부에서 섬뜩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금선달의 검은 멈추지 않았다. 그대로 선주의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아악!”

선주의 가슴에 붉은색 선이 생겨났다. 이어 그 선은 급격하게 넓어졌다.

“크으!”

“으으!”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누군가?”

선주는 금선달을 보며 물었다. 그의 상체는 온통 피투성이였다.

“나는 네가 더 궁금해.”

금선달의 상태 또한 좋지 않았다. 선주가 던진 암기는 치명적이었다.

“나는 이름 없는 무부일 뿐이다. 만일 네가 방심하지 않았다면 어린월魚鱗月로도 소용없었을 거다.”

“이게 어린월이란 말이냐?”

금선달은 놀란 얼굴로 물었다.

어린월은 무림삼대암기 중 하나였던 것이다. 아울러 물속에서는 천하제일암기로 통한다.

“그렇다.”

선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 없는 무부가 천하제일암기를 가지고 있다니 놀랍군.”

휙!

바로 그때 차가운 광채가 선주를 향해 폭사돼 갔다. 그리고 총관 역할을 했던 자가 뛰어들어 왔다.

푸욱!

“커억!”

선주의 입이 쩍 벌어지고 피가 넘어왔다.

“도련님!”

총관 역할을 했던 사내는 금선달을 껴안았다.

“잘 왔다, 장하. 나를…….”

금선달의 눈이 커졌다. 자신을 껴안은 장하의 손끝에서 차가운 기운이 쏟아져 들어오는 거였다.

“장, 장하 네가…….”

“도련님의 죽음을 원하는 분이 계십니다.”

장하는 금선달의 귓전에 대고 속삭였다.

“그, 그가…….”

허공을 휘젓던 금선달의 손이 뚝 떨어졌다.

“도련님!”

“도련님!”

바로 그때 네 명이 안으로 뛰어들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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