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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6화 (6/524)

황금가 (6)

돈은 나의 생명이시니

그 돈 일천 냥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단순한 돈이 아니라 금장생 팔 년 삶의 결정체였다.

아니, 돈을 잃어버린 건 그렇다 쳐도 사기를 당한 건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았다. 금선달보다 금장생 자신에게 더 화가 났다.

몇 번을 확인했다.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 혼자 가 보기도 했고, 총관과 점소이 얼굴까지 다 머릿속에 저장해 두었다.

그런데도 사기를 당하고 만 것이다.

“이런 개자식들을 그냥!”

금장생은 망루를 뛰쳐나갔다.

그가 가장 먼저 간 곳은 금선달의 가게였다.

하지만 금장생을 반긴 건 썰렁한 공기와, 여전히 같은 자리에 놓여 있는 책뿐이었다.

“끝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금선달. 나는 악귀로 불렸던 놈이다. 반드시 찾아낸다.”

금장생은 주먹을 힘껏 그러쥐었다.

“침작해라, 금장생. 침착! 침착!”

심호흡으로 노화를 진정시키고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첫째, 금선달은 내가 가진 돈이 일천 냥이라는 걸 정확하게 알았다. 내가 가진 돈을 몰랐다면 망루의 가격을 일천이백 냥으로 불렀을 리가 없다.

하지만 나는 금선달에게 가게를 구입할 총금액을 말하지 않았다. 내가 팔백 냥 정도의 금액으로 인수할 수 있는 가게를 물은 곳은 딱 한 곳이다.

둘째, 망루로 가서 소면을 먹을 때 옆자리에 앉아 있던 네 명은 바람잡이다.

셋째, 금선달은 진짜 총관에게 복통을 유발하는 약을 먹여 출근을 못 하게 하고, 패거리 중 한 명을 총관처럼 보이게 했다.

넷째, 숙소로 돌아갈 때 돈 주머니를 노렸던 자들 또한 바람잡이였다.

다섯째, 이번 일에 동원된 자는 금선달, 가짜 총관, 망루에서 음식을 먹던 네 명, 가게를 살 것처럼 했던 가짜 구매자 네 명, 건달 네 명, 총 열네 명이다. 그들 중 주모자는 금선달과 가짜 총관 그리고 손님으로 가장한 놈들까지 여섯 명이고, 나머지는 돈을 주고 산 자들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금선달을 비롯한 주모자들은 증거를 지우고 도망쳤을 테지만 바람잡이들은 여전히 이곳에 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자들의 얼굴에 난 점의 위치까지 전부 알고 있다.

“갑자기 돈이 생긴 놈들이 갈 만한 곳은 몇 군데 없지.”

술집, 도박장, 홍루 셋 중 한 곳이다.

그 많은 술집과 도박장, 홍루를 언제 다 확인하느냐 하겠지만 몇 가지 조건을 대입하면 범위를 상당히 좁힐 수 있다.

첫 번째 조건은 바람잡이들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통상 일 할로 잡으니까 백 냥을 받았을 테고, 또 그들 중에서도 대장이 있다. 대장이 좀 더 많이 가져간다고 했을 때 나머지에게 돌아갈 금액은 일인당 열 냥이다.

두 번째 조건은 사기를 쳐서 번 돈은 절대 절약해서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하룻밤에 대부분 소비해 버리고 만다.

이제 세 번째 조건은, 열 냥을 가지고 갈 수 있는 술집이나 홍루를 찾는 것이다.

퍼억! 퍼억! 퍼억!

검은 천으로 둘둘 만 쇠몽둥이가 팔이 묶인 채 매달려 있는 세 명의 명치를 강타했다.

“커억!”

“으악!”

“아악!”

세 명은 비명을 내질렀다.

“제, 제발 뭐라도 좋으니까 질문을 해 주십…….”

휙!

퍼억!

“커억!”

급기야 사내의 명치가 찢어지며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지금 질문을 해 달라고 했나요?”

금장생은 사내를 보며 물었다.

“네.”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매질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는지 아십니까?”

“바, 반 시진 정도 됐습니다.”

“그럼 시간이 됐군요.”

금장생은 몽둥이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옆에 두었던 삽을 집어 들고 사내들 아래쪽에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사내들은 의아한 얼굴로 금장생을 보았다.

반 시진 동안 복날 개 패듯 패더니 이젠 땅을 파고 있다. 무슨 일인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의아함도 잠시, 세 사내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금장생이 파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무덤이었다.

금장생은 구덩이 세 개를 다 파고 다시 몽둥이를 들었다. 그리고 조금 전 질문을 해 달라고 하였던 사내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저 아십니까?”

금장생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네, 압니다, 알고말고요.”

“댁은?”

이번엔 두 번째 사내와 세 번째 사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주 잘 압니다.”

“네.”

두 사내는 거의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제가 사람을 잘못 본 건 아니군요. 잘못 데려왔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퉤!”

금장생은 손바닥에 침을 뱉었다.

그리고 쇠몽둥이를 휘둘렀다.

그가 몽둥이질을 멈춘 건 다시 반 시진 후였다. 세 사내는 이미 한 번씩 기절을 경험한 후였다.

“우, 우린 백 냥과 반지 하나를 받았습니다.”

맨 오른편 사내가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말했다.

퍼억!

금장생은 몽둥이를 휘두르는 강도를 더 높였다.

사내는 그가 아는 모든 이야기를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서없이 뱉다 보니 나중엔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조차도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장생의 몽둥이질은 약해지지 않았다.

“그, 금선달 그는 안휘성 사람입니다.”

금선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금장생의 몽둥이질이 우뚝 멈췄다.

“그는 두 달 전에 이곳으로 왔고, 망루라는 가게를 샀습니다.”

“내가 알고 싶은 건 그자가 어떤 가게를 샀는지 하는 게 아니라 지금 어디 있느냐 하는 겁니다.”

퍼억! 퍼억! 퍼억!

다시 몽둥이질이 이어졌다.

“그, 그에 대해서는 모, 모릅니다.”

“당신네 여덟 명은 그자에 대해 알아내든지 아니면 내 돈 일천이백 냥을 몽땅 토해 내야 합니다. 이 몽둥이는 이자일 뿐입니다.”

“우린 셋뿐인데…….”

“그건 두고 보면 압니다.”

금장생은 몽둥이를 내려놓고 밖으로 나갔다.

“어떻게 당한 거냐?”

맨 오른편 사내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모릅니다.”

가운데 사내가 대답했다.

“넌?”

오른편 사내는 가장 왼편 사내를 보았다.

“저도 마찬가집니다.”

“눈을 떠 보니 여기였다는 거냐?”

“그렇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졸리다니…….”

오른편 사내는 기가 막혔다.

지금은 죽을지 살지 모르는 절박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잠이 오다니.

“저도 졸립니다, 대형.”

“저도요.”

“설마…….”

두 사람이 다 졸린다고 하자 오른편 사내는 촛불로 시선을 주었다. 그 순간, 사내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잠들었던 사내들이 다시 깨어난 건 둔탁한 소리와 비명 때문이었다.

눈을 뜬 그들이 처음 목격한 건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나란한 걸려 있는 다섯 명이었다. 그들도 자신들처럼 발가벗겨진 채였다.

특히 유일한 여자인 여항마저도 알몸이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회의를 걸친 자는 무자비하게 몽둥이를 휘둘렀다.

“나는 돈을 찾기를 원합니다.”

금장생은 가장 먼저 잡아 왔던 사내를 보며 말했다.

“나는 이장팔이고, 별호는 피망치요.”

피망치 이장팔은 작은 규모의 조폭 두목이었다.

“계속하세요.”

금장생은 쇠몽둥이를 들고 이장팔 앞으로 갔다.

이장팔을 가만히 바라보던 그는 손바닥에 침을 뱉었다.

“그, 그자는 무인이었습니다.”

“그자라면…….”

“그, 금선달을 말하는 겁니다.”

“무인이 뭐가 아쉬워서 사기를 친단 말입니까?”

금장생은 이장팔의 명치를 힘주어 후려쳤다.

“커억! 거, 거짓말이 아닙니다. 그자는 분명 무림인입니다. 경공술을 펼치는 걸 제가 봤습니다.”

“나도 눈이 상당히 예리하다고 자부하는데 그자가 무공을 익힌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군자산을 이용해서 무공 익힌 흔적을 지운 상태였습니다.”

“군자산이라고요?”

“그렇습니다.”

“군자산을 이용해서 무공을 익힌 흔적을 감출 정도면 한두 번 해 본 게 아니라는 거군요.”

“그것까지는 모릅니다.”

“아무튼 나는 당신네들이 훔쳐 간 내 돈을 원합니다. 그 돈만 주시면 바로 풀어 드리겠습니다.”

“우리에겐 돈이 없다!”

이장팔 옆에 있던 사내가 버럭 소리쳤다.

사내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었다.

저축해 놓은 돈이라도 있으면 꺼내 주겠지만 자신들에게는 땡전 한 닢도 없다. 몽둥이질 아니라 그보다 더한 짓을 당해도 없는 건 없는 거였다.

“없다고요?”

금장생의 눈초리가 사정없이 치켜 올라갔다.

“그렇다. 아무리 두들겨 패 봐야 나오는 건 먼지뿐이고, 피곤한 건 네 몸밖에 없다.”

“그거 일리가 있는 말이네요. 하지만…….”

“아니에요. 한 가지는 찾을 수 있어요.”

여자가 금장생을 보며 말했다.

“얼마를 말입니까?”

금장생은 여자를 보았다.

“그 반지는 아직 처분하지 않았어요.”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거겠지요.”

“그, 그래요.”

“반지는 어디 있습니까?”

“거긴…….”

여자는 반지가 있는 위치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쉬고 계십시오.”

금장생은 몽둥이를 내려놓고 밖으로 나갔다.

“너희도 여기 와서 정신을 차린 거냐?”

이장팔은 나중에 온 자들을 보며 물었다.

“네.”

“네.”

“저는 아닙니다.”

다섯 명 중 한 명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가 뒤통수를 맞고 기절한 것 같은데…….”

“깨어 보니 여기였다는 거구나?”

“네.”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놈으로 보이냐?”

“그걸 모르겠습니다.”

사내는 멍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무인은 아닌 것 같지?”

“절대 아닙니다.”

“두삼 네 생각은 어떠냐?”

두삼은 앞에서 금장생에게 반말을 했던 자였다.

“무인이 아니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반말을 한 겁니다.”

“놈이 우리를 어쩌지 못할 거라는 거냐?”

“죽이려면 우리 여덟 명을 전부 죽여야 하는데 미치지 않은 이상 그렇게 할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보통 놈이 아니기도 해요.”

여자가 두삼의 말을 받았다.

“여항 네가 유혹해 보는 건 어떠냐?”

두삼이 말했다.

“그 자식 고자예요.”

“고자?”

“내 알몸을 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자가 고자 아니면 뭐겠어요.”

“하긴, 머리에 든 건 없지만 몸매 하난 끝내주지.”

“지금 뭐라고 했어요?”

여항이 표독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

“싸우는 건 나중에 하고, 일단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야 해.”

“놈에게 금선달 그놈이 있는 곳을 가르쳐 주기만 하면 됩니다.”

바로 옆에 있던 자가 말했다.

“금선달이 낙양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금선달 그자가 무인이라면 무공도 모르는 그자를 피해 도망쳤을 리가 없습니다.”

“낙양 어딘가에서 돈을 쓰고 있을 거란 말이구나.”

“그렇습니다.”

“그럼 장생 그놈에게 복수를 하려면 금선달의 위치만 가르쳐 주면 되겠구나.”

“그렇습니다. 아마 금선달은 장생 그놈과 마주치더라도 모른 척할 겁니다. 함께 있는 자들은 증인이 돼서 금선달 편을 들 테고요. 그리고 금선달이란 이름도 가짜일지도 모릅니다.”

“장생 그놈이 악다구니를 쓰고 달려들면 죽여 버릴지도 모르겠구나.”

“우린 멋지게 복수를 하는 겁니다.”

“좋다, 그렇게 하자.”

이장팔은 크게 웃었다.

“욱!”

크게 웃자 금장생에게 맞은 부위가 욱신거리며 아팠다.

“두고 보자, 장생.”

이장팔은 이를 부드득 갈았다.

금장생이 돌아온 건 저녁 무렵이었다.

안으로 들어서는 그의 손가락에는 녹주석이 박힌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몽둥이를 집어 들었다.

“그, 그자가 있는 곳을 알아내겠소.”

이장팔은 다급하게 말했다.

“알아낸다는 건 무슨 뜻이죠?”

“시간을 주시면 알아내겠다는 말입니다.”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거 아시죠?”

“저, 정말입니다.”

“그자들이 있는 곳을 알려면 당신들 중 누군가를 풀어 줘야 하는 건가요?”

“네.”

“풀어 줄 사람은 내가 선택하고 싶은데 괜찮겠죠?”

“무, 물론입니다.”

“저기 몸매가 끝내주는 여자분으로 할게요.”

금장생은 여항을 묶은 줄을 풀어 주었다.

“하루를 드리겠습니다.”

옷을 입고 있는 여항을 보며 금장생은 말했다.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죠?”

“이자들 거시기를 전부 자른 다음 풀어 줄 겁니다.”

금장생은 턱으로 이장팔 일행의 성기를 가리켰다.

“풀어 줘요?”

“소저가 약속을 지키면 저들은 성기를 잃을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날부터 성기를 잃은 일곱 명은 소저를 찾아다니게 될 겁니다.”

“여항, 꼭 돌아와야 한다.”

“꼭 돌아오라, 여항!”

“알았어요.”

여항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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