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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205화 (205/250)

제205화

제205화

격전은 곧바로 시작되었으나 교룡검과 거산도, 이 두 사람은 요지부동이었다.

그 모습에 괜스레 초조해진 하후성이 입술을 비틀고 말문을 열었다.

“……역시 사파 놈들인가. 수하들을 앞세워 힘을 빼게 하려는. 정말 비겁하기 짝이 없군.”

하후성의 말에 교룡검 풍산이 입가를 꿈틀거리더니 이내.

“뭐? 푸흐하하하하하하하!”

앙천대소(仰天大笑)를 터뜨렸다. 눈가에 물기까지 그렁그렁해질 정도로 말이다.

“하하하. 나 원 참. 정파라는 놈들이, 그것도 위세 당당한 무림맹의 천성검협이 우리처럼 별 볼 일 없는 사파 놈들의 식량이나 태우고, 식수에 독이나 탄 건 전혀 생각 안 하나 봐? 내가 하면 정의고, 남이 하면 불의라고. 완전 내정남불이야 뭐야?”

교룡검 풍산의 말에 하후성은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풍산이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었기에.

“후후, 아쉽게도 이 친구의 말을 곡해해서 들은 모양이야. 정말 눈앞의 수하들을 내세워도 되겠는가. 그것이 걱정되어 하는 말이었다네.”

“……아아, 걱정하지 마쇼. 이래 봬도 우리 장강수로채가 또 강한 놈들한텐 강하거든.”

그리 말하는 교룡검 풍산의 두 눈엔 자신감이 넘쳤다. 그의 말마따나 절정의 고수들로 이루어진 귀왕수룡대의 수적들이 형형한 안광을 번뜩이고 있었다.

“하나같이 고약하게들 생겼군.”

다가오는 수적들을 바라본 신준건의 감상이었다. 그런 그의 말이 어이가 없었는지 수적들의 표정이 대번에 일그러졌다.

“……뭐?”

“아아, 자네들에게 한 말이 아닐세. 자네들이 쥐고 있는 병장기들을 보고 한 말이지. 왜? 찔리기라도 하는가?”

그 말에 수적들은 하나둘씩 갈고리가 있는 사슬과 작살, 그리고 삼지창 등을 꺼내기 시작했다.

“늙은 놈이 아주 입심이 좋구나. 나잇값 못 하고 헛짓거리만 안 했어도 말년에 손주들 재롱이나 보면서 여생을 한가로이 보냈을 텐데.”

“낄낄! 손주는 무슨! 아랫도리에 힘이 있었을랑가.”

“크크크크, 내 아랫도리라면 정신 못 차리게 만들어 줄 수 있는데 말이야.”

신창 신준건을 향해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리는 말을 쏟아 내기 시작한 수적들이었다.

“흐음.”

수적들의 이야기에 동요가 없던 신준건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저들의 병장기들은 검이나 도, 창과 같은 살상을 위한 무기라기보다는.

“방해하기 위함이로군. 혹은 힘을 빼기 위함이라 해야 하나.”

갈고리 사슬로 상대의 검이나 창의 공격을 방해하고 작살로 허벅지, 어깨에 부상을 입혀서 전투 불능으로 만들기 위한 무기로 보였다. 전형적인 수로채의 전법.

“수로채는 여전하구먼.”

“전통과 역사가 어디 가겠어?”

“전통과 역사라……. 사파 놈들에게 전통과 역사가 어디 있는가. 다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겠지.”

그 말에 교룡검 풍산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다른 말이 더 필요할까. 살아남기 위해서 얼마나 피땀을 흘렸는데. 신창을 잡았단 말이 나오면 수로채 이름값이 제법 올라가겠지.”

“……허허, 노부를 잡는다니 좋은 포부일세. 그러나.”

휘리리릭!

은은한 달빛에 빛나기 시작한 신준건의 창끝이 번쩍하더니 대번에 눈앞에 있던 수적의 목을 꿰뚫었다.

푸욱!

“커, 커억!”

절정 고수였다. 밤이라 어둡고 게다가 길이가 긴 장창이었기에 반응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단박에 절명할 정도로 약하지 않은 절정 고수의 수적이었건만.

그 상황을 지켜본 수적들은 대번에 당황하여 주춤거렸다. 하지만, 교룡검과 거산도는 콧김을 내뿜을 뿐 선뜻 나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선공을 한 신준건이 하후성에게 전음을 보냈다.

「 ……천성검협, 우리의 전략이 제법 통한 모양일세. 이들의 상태는 최상이 아니야. 며칠 굶주렸고, 우리가 방해한 덕분에 잠도 제대로 못 잤지. 내가 길을 뚫을 테니…… 자넨 빠져나가게. 」

그 말에 하후성의 두 눈이 커졌다.

「 어르신, 그게 무슨……. 」

「 우리가 인질이 되면 운남에선 반드시 우릴 구하러 오게 될 걸세. 」

「 그럼 되레 좋은 것 아닙니까. 천성검대라면 이 상황을 뚫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

「 그리되면 결과적으로 정파 무림이 사파 무림을 친 격이 되겠지. 」

「 ……! 」

「 그러니 어서 가게. 」

하후성에게 신준건의 말을 곱씹을 수 있는 시간 따윈 주어지지 않았다.

쇄애애애액!

작살 서너 개가 동시에 신준건과 하후성을 향해 쇄도했다. 날카로운 작살의 끝에 묶인 사슬은 철겅거리며 날아왔고, 은은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

“쯧!”

팅! 팅팅!

신준건의 창이 풍차처럼 돌아가더니 정확하게 창끝으로 작살을 모조리 쳐 내며 전진했다. 자신들의 동료가 당했지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전진하는 수적들의 모습에 하후성은 혀를 내둘러야 했다.

하지만 신준건의 말마따나 타격대를 활용한 것이 제법 효과가 있었는지 절정 고수이면서도 뻗어 내는 기운이 미약했다.

“어르신! 제가 뚫겠습니다!”

하후성이 땅을 박차더니, 거산도와 교룡검이 있는 반대편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검 끝에 담긴 기운을 그대로 내리긋자.

후우우웅!

반월형의 검기가 뭉쳐지더니 서넛이 모여 있는 수적들과 격돌했다.

콰앙!

삽시간에 검기를 뭉쳤음에도 불구하고 담겨 있는 기운이 상당하여 수적들은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

다시금 길을 뚫기 위해 반월형의 검기를 서너 번 연속으로 쏘았다. 그것이 응축되고 응축되어 쏘이자, 검강과도 같은 위력을 발휘하면서 사방으로 비산하였고, 그 기운에 혼비백산하여 수적들은 뒤로 물러났다.

쾅! 쾅! 쾅!

하후성이 왜 천성검협인지.

왜 정파 무림의 십대 고수로 군림하고 있는지 대번에 알 수 있는 무위였다.

“어르신! 가시죠!”

그리 말하며 몸을 돌리려는 찰나.

스륵.

착, 착착착.

쓰러진 수적들의 자리에 다시 다른 수적들이 자리를 채웠고.

그 뒤에는 호피와 거적때기를 걸쳐 입은 산적들이 자리를 메웠다.

“아마 이들은 우리를 곱게 보내 줄 생각이 없는 것 같으이.”

“……젠장.”

“힘을 아끼게. 아직 저 둘은 나서지도 않았네.”

신창 신준건은 이미 수적들과 산적들 뒤에 서 있는 교룡검과 거산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신준건과 하후성의 무위를 지켜보며 교룡검 풍산이 나직하게 입을 연다.

“웬일이냐?”

“……무엇이 말인가?”

“거산도 나리가 웬일로 이런 격전에 직접 안 나서냐고? 신창이나 천성검협 정도면 몸이 근질근질할 줄 알았는데.”

“나서면 죽이게 될 것 같으니까.”

“……하여간. 무게는 혼자 다 잡아요.”

말은 그리했지만, 전위의 얼굴은 전투에 참여하고 싶어 죽겠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수하들을 앞세우고 뒤로 빠져 있는 것은 그의 성격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과 같았다면 대번에 끼어들어 무인 대 무인으로 전투를 벌였을 무지성의 거산도였지만.

“그 꼬맹이와의 싸움에서 뭔가 깨달은 게 있었나 보지?”

“돌아가는 상황이나 잘 지켜봐라.”

“볼 게 있나. 신준건은 몰라도 하후성은 오래 못 버틸 거다.”

그 말마따나.

챙챙챙!

채애앵!

신준건과 하후성을 노리는 수십 개의 작살이 쏘아졌다. 신준건은 창을 유연하게 휘두르며 후두둑 단박에 쳐 내었다.

하후성 역시 작살을 쳐 내면서 자세를 고쳐 잡았지만.

쐐애애액!

갈고리 사슬들이 하후성의 검과 옷소매, 그리고 허벅다리를 노리고 매섭게 날아들었다.

“……후웁!”

하후성이 가벼운 몸놀림으로 갈고리 사슬 하나를 쳐 낸 후 땅을 박차고 허공에서 몸을 한 바퀴 회전하자 사슬들이 목표물을 찾지 못하고 제멋대로 나아갔다.

그러나.

“킥킥킥! 잡았다, 요놈!”

수적들은 작살을.

산적들은 도끼를.

투척하기 시작하자, 하후성은 입술을 질끈 깨물면서 전신에서 내력을 끌어올린다.

파앙!

호신강기(護身强氣).

투명한 막이 씌어진 것처럼 전신에서 폭사한 기운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모든 작살과 도끼를 쳐 냈다.

처억.

“후웁, 후웁.”

“내력을 아끼라고 했지 않은가.”

“……후웁. 예.”

하후성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난전도 난전이거니와 상대를 죽이기 위함이 아니라 병장기를 노리거나 움직임을 방해하기 위한 공격을 저리도 거세게 해 대니.

“정마대전 때 이후로 전쟁이 없었으니 검이 무뎌질 만하네.”

“……반성하게 됩니다.”

“괜찮네. 잠시 내 뒤에서 호흡을 고르시게.”

신준건은 흘러가는 상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전장에서의 싸움과, 무인과 무인의 단일 싸움은 명백히 다르다.

신준건은 애초에 낭인으로 살아온 삶이었기에 난전에 익숙했고, 이처럼 지저분한 싸움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러나.

하후성은 무림맹에 입맹하여 널리 무명(武名)을 떨쳤을 때부터 고수와 고수끼리의 단일 결전이나 비무는 여러 번 치렀어도 지금처럼 살기등등한 난전은 겪어 보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저들도 그것을 알고 저리 힘을 빼놓으려 하는 것일 터.

“사파 놈들치고 제법 머리가 좋구먼.”

“제가 경솔했을 뿐입니다.”

“지금부터라도 내 말을 듣는 게 어떻겠나?”

“싫습니다. 어르신을 여기에 두고 저만 어떻게 빠져나가겠습니까.”

“쯧, 고집하고는.”

“어르신도 상당하십니다!”

후우우우!

검기, 푸른 기운이 삽시간에 응축된다.

그리고 그 검기가 단번에 검강으로 변모하여 하후성의 검 끝에 모였다.

“어르신의 말씀처럼 내력을 아껴야 하는 것도 맞지만, 오히려 체력과 내력 모두를 소모해 놈들의 머릿수를 하나라도 줄이는 게 더 좋아 보입니다.”

“……내가 호위하지.”

“부탁드립니다.”

밤하늘에 유성우가 떨어지듯, 대번에 검강이 수적들과 산적들을 노리고 쏟아졌다. 반월형의 검기를 쏟아 냈을 때도 위협적이었는데.

서걱!

서거걱!

“크아아아아악!”

“피, 피해라!”

“거, 검강이야!”

쏟아지는 검강의 난무에는 제아무리 노련한 절정 고수들이라고 할지라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살벌한 소리와 함께 대번에 일곱의 수적이 그 자리에서 절명했고, 여전히 남은 검강의 기운은 그 뒤를 둘러싸고 있던 산적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제, 젠장! 무슨 저렇게 무지막지한 검강이 다 있담.”

“마, 막으려고 하지 말고 피해! 이 새끼들아!”

“어차피 막을 수가 없다고오!”

촤라라락!

동시에 뚫린 포위망에 신준건이 창을 풍차처럼 돌리면서 진각을 밟아 허공으로 몸을 띄운다.

그리고.

상산창법(常山槍法).

뇌우창격(雷雨槍擊).

허공에서 쏟아지는 신준건의 창이 벼락처럼 수적들과 산적들을 향해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다. 창끝이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하니 흡사 별빛이 쏟아지는 듯 보였다.

푹! 푹푹푹푹!

그리고 다가오는 수적들의 머리통을 꿰뚫기 시작하더니 다섯 명의 수적들이 그 자리에서 절명하고 말았다.

철퍼덕.

고꾸라지는 수적들을 보면서 남은 수적들과 산적들은 두려운 나머지 주춤주춤했다.

이렇듯 초절정 고수 두 명이 제대로 된 무위를 발휘하기 시작하자, 그 무지막지한 무위에 놀라서 수적들과 산적들이 저도 모르게 주춤거렸고 대번에 포위망이 뚫리기 시작했다.

“어서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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