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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무신, 무림학관을 제패하다-162화 (162/250)

제162화

제162화

……조수강의 손아귀를 바라보는 천무린의 두 눈에서 뭔가 쏟아질 것만 같은 기색에 조수강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이리저리 허공에 휘저었다.

휙. 휙.

그 손길을 따라 움직이는 천무린의 시선.

그에 재미가 들렸는지 조수강이 열심히 움직이다 말고 천무린의 시선과 딱 마주쳤다.

뻐엉!

“꾸엑!”

“이 새끼가 돌았나! 지금 누구한테 장난을 치는 거야?”

뭐에 홀린 듯 쳐다볼 땐 언제고 정신을 차리자마자 걷어차는 심보라니.

크흑흑.

그러면서 손아귀에 쥔 상징패를 홀라당 집어서 품속에 넣는 천무린이었다. 입가에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그것도 치아가 훤히 드러나는 환한 미소.

“이거 있으면 어디든 쓸 수 있는 거지?”

“……예. 낙양, 섬서, 하남, 광서, 운남, 사천, 산동. 모든 지역에 자리 잡았다고 할 순 없지만, 대부분의 대도시에는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습니다. 점조직으로 되어 있어서 멸마신군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으니 이용하시기에 아주 적합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남았지.

“살수 놈들은?”

골수까지 빼먹겠다는 천무린의 의지에 공야찬은 고개를 꺾어 버렸다.

“……언제든 이용하실 수 있도록 몇 붙여 놓겠습니다. 필요하신 곳마다 들러 주셔서 이야기하시면 이틀 내에 당도할 것입니다.”

정돈된 공야찬의 말에 천무린이 그제야 흡족하다는 듯 입가를 말아 올렸다. 자신의 손발이 되어 줄 살수 녀석들까지.

크으, 역시.

마구 팬 만큼 역시 성과가 나오는 법.

두들겨 패니까 이렇게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가.

이로써 쓸 만한 녀석들을 다시 한번 거두게 되었다.

그러면 이 녀석들의 대가리로서 아무것도 안 할 수야 없지.

쳇.

결국엔 이 녀석들 때문에 패 하나를 까야 된다는 거다.

어쩔 수 없으려나.

두 눈을 질끈 감은 천무린이 공야찬과 조수강을 바라본다.

“……무형노괴가 오면 말해.”

그러면서 천무린의 두 눈이 깊이 침잠한다.

“천마신공의 흔적을 찾았다고.”

그럼 죽을 만큼은 맞아도 죽진 않을 거다.

아마도?

* * *

“…….”

“……?”

타닥, 타닥.

경공을 펼치며 낙양을 벗어난 천무린과 일행들.

“운남이라니 갈 길이 멀구먼. 어이. 길잡이, 잘 아는 거 맞지?”

그 말에 갑작스레 추가된 한 인원이 대답했다. 그는 다름 아닌 공야찬과 조수강이 공들여 키운 정예 살수 중 하나인 ‘아삼’이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운남 출신입니다! 가는 길 하나는 빠삭하게 압니다!”

아삼은 천무린의 말에 씩씩하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야찬과 조수강이 누누이 특급 주의 인물로 늘 손에 꼽던 천무린이다.

하늘을 우러러 속일 생각 말고 진심을 다하여 대하라는 말만 수십, 수백 번을 들었다. 경련마저 일으키던 두 사람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는 아삼은 최악의 상황까지 들었다.

혹여 아삼이 잘못이라도 하는 날엔.

「 우, 우리 모두 죽는 거야. 그 양반 눈깔 돌아가는 날엔 무조건 몸을 바짝 엎드려! 」

「 아삼아, 너만 믿는다. 」

졸지에 두 사람의 명줄(?)까지 손에 쥐게 된 아삼은 자신이 아는 경로를 통해 가장 빠른 길로 안내하였다. 덕분에 편하게 움직이는 일행이었지만.

“…….”

“…….”

“…….”

숨 막혀 오는 압박감에 먼저 백기를 든 천무린이 결국 일행을 노려봤다.

“아오! 뭔데! 말을 해!”

천무린이 일행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하루를 멀다 하고 경공을 펼치며 운남을 향해 달려갈 때도, 끼니를 때우기 위해 객잔을 들르거나 야영을 하며 입에 뭔가 넣을 때도, 잠을 자려고 이부자리를 펴고 눕기 직전까지도 침묵으로 일관하던 일행이었다.

그저 천무린을 빤히 쳐다볼 뿐.

오죽 답답하면 천무린이 이랬을까 싶지만.

“아, 뭐. 아니에요.”

“그럼, 아무것도 아니지. 아까 쥐소굴주들에게 한 말이 왜 나왔는지? 아유, 그런 거 하나도 안 궁금해.”

“커흐흠.”

빠-안히, 그저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설화린, 당지운, 악교운마저 궁금해 미치겠단 눈빛으로 천무린을 바라봤다.

결국엔.

“켁! 케엑, 케엑. 콜록! 콜록! 아오! 이 인간들 때문에 밥이 제대로 안 넘어가네.”

사레들린 천무린이 먼저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아니, 뭔 인간들이 하루 온종일 말도 없이 쳐다만 봐?

속 편하게 뭔 소리냐고 질문이라도 하면 일축해 버리기라도 할 텐데, 말없이 자꾸만 쳐다보니 이건 숫제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사람을 앞에 두고 말도 없이 쳐다보기만 하다니.

제X랄.

“설마 처, 천마…….”

“에이, 아니겠지.”

“누가 그 이름을 올리겠나.”

하아.

그제야 이 인간들이 왜 이러는지 알았다. 하여간.

“천마신공이 왜!”

“천마신공이라니…….”

정말 천마신공(天魔神功)을 말한 것이라니.

설화린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천무린을 빤히 쳐다봤다. 그녀가 늘 천무린을 통해 듣는 이야기는 놀라운 일들뿐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천마신공은 그 궤를 달리하는 이야기였다.

섬서에서 넘어올 때만큼 전력을 다하지 않았기에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었고, 운남이라는 먼 거리를 감안하면 나름 체력 안배를 하면서 달렸기에 호흡을 충분히 고르고 있는 그녀였건만.

그런 그녀의 숨이 대번에 거칠어졌다. 무형노괴에 이어 이번엔 천마신공이라니.

천마신공이라는 이름값.

무형노괴라는 이름 넉 자와 비교해도 결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중요한 값어치였다.

증오스럽기까지 한 이름이자 한편으론 경외하는 무공이었다.

천마신교의 교주이자 마신이라 불리는 역대 천마들만이 익히는 무공.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단 한 사람이 펼친 천마신공으로 인해, 전 중원 무림인이 알게 되었다. 천마신공이라는 무공이 어느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는지.

그것은 다름 아닌.

천마 천무린.

그가 천마신공을 극성으로 익히고 자유자재로 펼쳐서 현 삼대 무관주 4인을 상대로 홀로 자웅을 겨뤘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 천마신공을 당신이 어떻게 알아요?”

“어떻게 알긴! 당연히 내가 익혔……!”

“익혔……?”

“익혔…… 으면 어떨까 싶을 정도로 고강하다니까……! 얼마나 강할지 익혀 보고 싶지 않아? 하하하하!”

말의 앞뒤 아귀가 안 맞다.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횡설수설하는 천무린의 모습에 일행은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봤다.

“안 그러던 인간이 저렇게 당황하니까 더 수상한데요?”

“그러니까. 진짜 천마신공에 대해 아는 거 아냐?”

“……흐음?”

게슴츠레 뜬 세 쌍의 눈이 집중되자, 천무린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젠장.

천마신공의 구결이 떠올랐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괜스레 저런 눈빛들을 받으니 더 빡치네.

다른 마공의 구결들은 다 머릿속에 떠올라도 천마신공만큼은 떠오르지 않는걸.

「 살인을 하지 못하는 금살(禁殺)을 각인시켜 놓겠다. 그리하여 네가 역천의 세상을 행하지 않을 마음가짐이 되었을 때 비로소 네가 가진 마(魔)의 무공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

저승사자 놈이 뱉은 말만 떠올려도 치가 떨렸다.

금살령에다 금마령까지.

“으아악! 생각만 해도 빡치네!”

“꺄악! 왜 소릴 지르고 그래요?! 귀청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욧!”

설화린이 두 귀를 틀어막는 시늉을 하며 노려보자, 천무린이 위축된 어깨로 한숨을 푹 하고 내쉬었다.

“……그런데 말이다.”

“……?”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면, 천마신공에 대하여 왜 이야길 꺼낸 것이냐. 또한, 그리 두 사람을 두고 가면 어쩌자는 것이냐. 해코지를 당할 것이 분명하거늘.”

해코지?

아니다. 잘못하면 죽음이다. 무형노괴는 자비가 눈곱만큼도 없다.

그리고 더없이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기 그지없는 악귀다. 그런 이를 앞에 두고 막 거둔 수하들을 내버려 두고 가는 천무린이 무심해 보이는 악교운이었으나, 굳이 책망하진 않았다.

그저 ‘해코지’라는 표현으로 상기시켰을 뿐.

그 말에 천무린이 고갤 절레절레 저었다.

“보아하니, 내가 기껏 거둔 수하들을 절벽 끝으로 내몬 악덕 주인쯤으로 보시는 것 같은데…….”

“그럼 아니냐?”

“아니야! 이 양반아! 사람을 뭐로 보고!”

“……악덕 주인.”

“악마.”

“야차.”

“양아치.”

옆에서 거드는 시누이들이 더 밉다더니, 설화린과 당지운까지 거드는 것을 보고 절로 주먹이 쥐어졌다.

꽈악.

다 쥐어패고 그냥 혼자 가 버릴까.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아니라면 말해 보거라. 무슨 연유인지.”

악교운은 그런 천무린을 참 잘 다루는 사람이었다.

“하아, 영 못 알아들으시는 것 같으니 어쩔 수가 없네요. 무형노괴가 왜 여기까지 왔을 거 같아요?”

“제갈벽의 심복을 찾는다고 하지 않았더냐.”

“그러니까 왜요?”

“그야 당연히…… 혈마공 때문에……?”

“혈마공에 대한 이야기의 근원지가 어디였는데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에 악교운이 눈을 가늘게 떴다.

“말해 무엇 하냐? 이곳 낙양……. 음! 설마……?”

“네, 맞아요.”

뭔가 알아챈 눈빛을 보이는 악교운이 눈을 크게 뜨며 입을 열었다.

“이번 마공서 회수를 한 것까지 영향이 있는 것이냐?”

그 말에 천무린이 고갤 끄덕였고,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악교운은 죽어도 알 턱이 없는 천무린이 만들어 낸 가짜 무공서.

그가 만들어 낸 미끼를 문 것이다.

거기다 무공서 아닌 마공서들이 우후죽순 퍼진 소문의 근원지는 다름 아닌 쥐소굴이었다. 천무린이 지시하여 퍼뜨린 마공서에 대한 소문이 전국 각지로 퍼져나갔으니 마교라고 그 소문을 듣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그놈들도 말하는 입이 있고, 듣는 귀가 있다.

그래서 하오문을 통해 쥐소굴을 찾았고, 제갈벽의 심복을 노리는 것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아무도 모르는 천마신교의 방식이었으나 천무린에겐 더없이 익숙했다. 천무린이 정마대전을 일으키기 전에 늘 써먹던 방식.

정보를 모으고, 행동하고, 목적을 달성한다.

간결하고 간단명료한 방법이지만, 더없이 실리적이고 신속하다.

그리고.

“놈이 여자에게 미친놈이지만, 더 미쳐 있는 게 하나 있죠.”

“그게 설마 마공이냐……?”

“역시 눈치가 있으시네.”

악교운의 대답에 천무린이 가볍게 고갤 끄덕였다

“혈마공 따위에도 눈이 뒤집히는 놈들이에요. 그러니 천마신공이라고 하면 부리나케 달려오겠죠.”

놈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일 것이다. 무형노괴가 중원 무림 한복판까지 잠입하여 난장판을 벌인 이유.

‘그놈의 역린(逆鱗). 다른 장로들에 비해 뒤떨어진 마공.’

무형노괴가 가진 최대의 약점이자 그의 역린. 다른 여섯 장로에 비해 한 수 뒤처지는 마공을 익혔다는 것.

그게 무형노괴에겐 자격지심이 되었고, 이토록 마공서에 혈안이 되어 있는 이유였다.

천무린의 두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이렇게 쥐새끼들을 아예 끌어내 버리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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