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흑문주 심온-67화 (67/125)

# 67

“그런 의미에서 욕 한번 해볼까?”

“좋지. 씨발!”

“크하하하, 개새끼 욕 잘하네.”

“쥐새끼 같은 놈들, 너희들은 내 상대가 아니다.”

“쥐새끼? 너 좀 말이 심한 거 아니냐? 이 씨발놈아!”

“어쭈, 한 대 때릴 기세다? 너 뒤질래?”

“이 존만 새끼봐라.”

“콱 뒈져라!”

젊은 층들은 삼삼오오 모여 천하욕설대회에 대해 찬사를 늘어놓았고, 참가 명목으로 욕을 연습하다가 끝에 가서는 욕설에 서로 흥분하여 주먹다짐으로 이어졌다.

결국 이빨 서너 개와 눈두덩이가 퍼렇게 된 후에야 서로들 눈을 흘기면서 '개새끼', '씨발놈'이라고 중얼거리면서 각기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그런 몰골 덕에 집에 가서는 부모님께 먼지 나도록 맞은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대회 기간이 공식적으로 알려지면서 천하 각지에서 전문 욕쟁이들과 호기심으로 참가하려는 이들이 모여들었다.

예선 시작 날은 6월 초하루였지만 사람들이 모인 건 거의 5월 중순경부터였다. 덕분에 낙양은 몰려드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지경이 되고 말았다.

상인들은 느닷없는 호황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일반 가정을 이룬 이들은 대개 불만이 가득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때부터 낙양 어디를 가더라도 욕이 들리지 않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이 골목마다, 마을 어귀마다, 객방마다 욕을 연습하느라 고래고래 소리치는 덕분에 낙양 전 지역이 욕으로 뒤덮였다. 만약 욕이 안개와 같다면, 낙양은 거의 한 치 앞도 보기 힘들 정도의 안개에 덮힌 형국이랄 수 있었다.

천하욕설대회를 개최한 곳은 낙양에서 부자로 손꼽히는 은하전장이었다. 이곳의 장주 은협천은 날 때부터 곱추였다. 그러나 하늘은 공평하여 그에게 비록 평생 곱추로 살게 하였으나 뛰어난 두뇌를 허락했다. 그는 매우 뛰어난 수완을 발휘해서 물려받은 재산을 수백 배로 늘릴 수 있었다. 즉, 오늘날의 이름 높은 은하전장을 만든 건 순전히 은협천의 힘이었던 것이다.

은협천은 천하욕설대회를 개최하면서 그 의의를 이와 같이 밝혔다.

―오늘날 세상에는 많은 악들이 존재합니다. 험담과 욕설, 무례, 음행, 강간, 심지어 살인까지. 이런 것들은 하나같이 어둠 속에서 자행됩니다. 사람들은 애써 이러한 것들을 거론하지 않으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어둠 속에서 더욱 커져만 갑니다. 이제는 앞장서서 하나씩 타파하려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천하욕설대회를 개최합니다. 여러분들 중에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들도 계시리라 봅니다. 하지만 일단 욕이 얼마나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직접 보고 듣노라면, 앞으로 다신 욕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즉, 이 대회는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어가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은협천이 밝힌 내용만을 보자면 어느 누구도 대회 참가를 꺼릴 것이 분명했다. 자랑스러운 우승이나 모두의 귀감이 되는 명예로운 승리가 아닌, 절대로 '저런 새끼'처럼은 되지 말자는 다짐을 하자는 것이니 그 누가 나서려 하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예상과는 달리 성대한 참여를 불러일으켰는바, 까닭인 즉 우승 상금이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수많은 어떤 대회보다 많은 상금은 사람들의 눈을 뒤집어놓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비록 손가락질을 받을지라도 일평생 돈 걱정없이 살 수만 있다면 그까짓 욕이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들을 한 것이다.

개최자인 은협천은 이런 현상에 흐뭇해했다.

그는 사실 이렇게 큰 대회를 개최할 생각은 꿈에도 해보지 못했었다.

후흑문에 대한 막연하지만, 어떤 절대적인 신뢰가 그를 움직인 결과라 할 수 있었다.

이제 많은 이들이 호응하자 그는 과연 결과가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사뭇 궁금해졌다.

후흑문에서 말하길, 대회 우승자를 1년 이내에 욕 한마디 없는 공손한 자로 만들어놓겠다고 장담하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물론 통증왕 굉운이 해내야 할 일이기도 했다.

드디어 6월 초하룻날, 천하욕설대회의 예선이 시작되었다.

1차 예선은 기본적인 관문이었다.

내용인즉 빠른 입놀림으로 머뭇거림 없이 열 가지의 욕설을 쏟아내야만 하는 것이었기에, 참가자들은 저마다 이 정도는 마치 땅에 침을 뱉는 것만큼이나 간단한 것이라며 우습게 여겼다.

“개쉑들, 사람을 너무 우습게 여기는군. 시장 바닥에서 칠 년을 구른 나다.”

“씹새, 이거 이러다 내가 우승하게 생겼는걸.”

“본 식단이 나오기 전에 죽으로 속을 달래는 격이로군. 염병할!”

그러나 이 관문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자, 욕설에 있어 삼류급에 해당하는 이들과 호기심에 참가한 이들은 얼굴이 헬쓱해지고 말았다.

욕을 평가하는 담당관들이 저마다 아름답고 청초한 미모를 지닌 천상의 꽃과 같은 여인들로 배치된 까닭이었다. 험상궂은 남자나 보통의 미모를 지닌 여자 앞이라면 욕을 쏟아내는 것이 어려울 것이 없겠으나 수줍은 아침 이슬 같은 여인들의 면상에 대고 쌍욕을 해대는 건 그야말로 난감한 상태였던 것이다.

지극히 평범한 심장을 지닌 자들은 욕은 커녕 제대로 입도 열지 못하고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물러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심지어 어떤 이는 자신이 천하욕설대회에 참가한 것을 여인 앞에서 용서를 구하는 이까지 있을 정도였다.

“죄송합니다. 저 원래 이런 사람 아니거든요. 앞으로 바르게 살겠습니다.”

대회 참가 목표를 잃고 참가를 후회한 이들은 여인들의 수줍은 미소를 참가상으로 받은 채 집으로 귀가했다.

이들의 숫자는 예선의 거의 팔 할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그만큼 여인들의 미모가 빼어나 잔챙이들은 거의 다 걸러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다.

칠 일에 걸쳐 1차 예선이 마쳐지고, 이틀을 쉰 후 2차 예선이 열렸다.

이때 남은 자는 삼백여 명에 달했다. 본선에 오를 수 있는 자는 백 명 이하였기에 이백여 명은 예선에서 떨어져 나가야 할 무리였다.

곧바로 2차 예선의 내용이 발표되었다.

역시 2차는 1차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러나 이미 청초한 미인들에게도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고 욕을 날려댄 삼백여 명은 2차 관문의 발표에 그저 냉소와 함께 욕을 한 방씩 날려줄 뿐이었다.

“씨바, 그까이꺼.”

“흐흐, 조깐네.”

“이거 자못 흥미로운걸. 어떤 쉐끼가 짱구를 굴린 거야?”

“존내 우습다. 본좌를 이런 식으로 시험하다니.”

“노부가 능히 감당해 주마, 존만쉐이들.”

모두들 과격한 표현을 쏟아냈지만 그렇다고 모두들 진심으로 우습게 여기고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2차 예선에서 욕을 해야 할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개와 고양이였기 때문이다. 오로지 욕설로써 짐승을 움찔하게 만드는 이들이 2차 예선을 통과할 수 있었다. 모두는 이제껏 사람을 상대로만 욕을 했지 짐승에게 욕을 해본 적은 거의 없었기에 속으로는 나름대로 대책을 세우느라 분주했다.

2차 예선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러했다.

<주어지는 시간은 일 각!>

<개와 고양이 중 선택 가능!>

<개는 꼬리를 뒷다리 사이로 넣는다든지, 눈을 피하면서 딴청을 피운다든지, 낑낑 하는 소리를 내는 등 누가 보기에도 회피 동작이 나오면 통과한 것으로 인정!>

<고양이 역시 몸을 파르르 떤다든지, 털을 곤두세우는 등의 움츠리는 동작이 나오면 곧바로 인정!>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고양이보다는 개를 선택했다.

사람에게 개가 고양이보다 훨씬 더 가깝고 충성되기에 욕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 중 약 오십여 명 정도는 아주 태연자약하게 고양이 새끼든 개새끼든 아무 문제 될 것도 없으니 주최자 쪽에서 알아서 하라고 말하는 호기를 부렸다.

2차 예선이 진행되면서 여러 가지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사천성에서 왔다는 사십대 중반의 모종표란 이는 개를 향해 신랄하게 욕을 퍼붓다가 도리어 개가 이를 드러내며 노려보자, 그만 깜짝 놀라 겁을 먹어 딸꾹질을 하기 시작하더니 그날 하루 종일 딸꾹질을 멈추지 못했다.

하남성 조령 땅에서 십 년간 생선 장사를 했다는 조강은 고양이에게 할큄을 당해 뺨에 시뻘건 선혈 자국을 남겼고, 자신은 약 칠 년여 동안 모든 대화에 욕을 하지 않은 때가 없었다던 오십대 초반의 대머리 장겸이란 작자는 개가 놀라기는 커녕 졸린 듯 하품을 찍찍 해대자, 이건 개가 피곤해서 욕을 제대로 듣지 못한 것이라며 다른 개로 바꿔줄 것을 요구하다 실격 처리되었다.

공식적인 실격 사유는 '피곤한 개일지라도 욕으로 섬세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약 오 일간 진행된 2차 예선에서도 많은 탈락자를 낳았다.

삼백 명 중에서 고작 일흔한 명만이 남게 된 것이다. 주최 측인 은하전장은 이 결과에 만족했다. 예상했던 내용과 거의 흡사한 숫자였기 때문이다.

만일을 대비해 3차 예선의 항목도 준비하였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진 까닭에 하루를 쉬고, 바로 본선을 치른다는 발표가 났다.

은하전장의 주인 은천협은 총관으로부터 금번 '천하욕설대회'의 중간 보고를 받았다.

그는 방 안에 마련된 깊고 푹신한 등받이 의자에 등을 기대고 있었는데, 이것은 돌출된 그의 곱사 등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것이었다.

그 맞은편에는 총관 금량이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아 서류철을 들고서 보고를 올릴 자세를 갖추었다.

금량은 뚱뚱한 체격에 얼굴 또한 살집이 가득 올라 있었는데, 턱 밑에 염소의 털마냥 자라난 수염은 어딘지 어울리지 않은 듯하면서도 어울려 보이는 기묘한 형태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본선에 오른 자의 숫자는 총 예순다섯 명입니다. 예선에서 탈락한 자들 중 몇몇이 난동을 피웠지만 적당히 손을 봐주어서 현재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은하전장에는 많은 고수들이 상주하고 있었다.

돈의 힘은 언제나 위력적이어서 석학들, 고수들, 기술자들 등 그 누구라도 돈만 있으면 휘하로 둘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머무는 이유가 단지 돈 때문만은 결코 아니었다. 은천협의 덕망과 바른 인간 됨됨이로 인해 그들은 진정한 수하로서 머물고 있었다.

총관 금량이 말을 이어갔다.

“본선에 이른 예순다섯 명은 욕쟁이로 타고난 자들처럼 하나같이 짐승들을 압도하는 신기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들 중에서도 일곱 명은 진정 탁월한 솜씨를 보였는데, 비유가 좀 그렇습니다만 쓰레기들 가운데 피어난 아름다운 꽃과 같다고 할 만했습니다.”

의자에 몸을 거의 절반 이상 파묻은 채 은천협은 자못 진중한 표정으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름다운 꽃이라…….”

금량은 준비해 온 서류를 한 장 넘기면서 주인의 궁금증을 해소해 가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민고랑이란 이름의 노파입니다. 나이는 육십오 세로 장안의 동쪽 변두리에서 객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그 노파를 가리켜 '욕쟁이 할매'라고 부르고 객점 또한 만상루라는 이름이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욕쟁이 할매네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식사를 하러 오는 손님에게 건네는 첫 인사말은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밥 처먹으로 왔냐? 잡놈의 새끼'랍니다. 물론 여자 손님에겐 잡년이란 표현을 사용하지요. 하지만 그 뒤 이어지는 욕들은 상상을 불허하기 때문에 처음에 들었던 잡놈, 잡년 등의 말이 따스한 인삿말처럼 여겨질 지경이라고 합니다.”

금량은 말을 하면서도 구체적인 설명을 위해 욕을 해야 해서 괜히 송구스러워져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은천협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두 번째 인물은 특이하게도 복면을 쓴 자입니다. 처음 규정을 발표할 때 복면 착용에 대한 불허가 정해지지 않은 까닭에 참가시켰습니다만, 본선에까지 이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인물입니다. 등록된 이름은 서문기인데 아마도 가명인 듯 보입니다. 더불어 절정고수로 파악되고 있어 돌발 사태가 우려되는 바, 긴밀히 살피는 중입니다.”

“감시는 누가 하고 있나?”

“은하칠객입니다.”

은천협이 안심이 되는지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도 한 것이 은하칠객은 은하전장의 고수들 중 가장 탁월한 능력을 지닌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호북성 출신의 개장수 문추라는 자입니다. 이 사람은 출신이 개장수이다보니 예선 두 번째 관문을 식은 죽 먹듯 통과하였습니다. 그 과정이 사뭇 재밌습니다. 그를 관찰하는 임무를 맡은 이(욕설 대회의 참가자들은 어느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세밀히 관찰되고 있었다)는 그가 개장수이기에 당연히 개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했었답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는 고양이를 택하였고, 고양이를 향해 '개새끼'라는 한마디 말을 하는 것으로 고양이의 다리를 풀리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이번 욕설대회에서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가 아닐까 싶습니다.”

금량은 거기까지 말한 후 은천협의 표정을 빠르게 살폈다. 마땅히 웃음을 머금으시리라 생각했건만 아무 표정의 변화도 없자, 그는 곧바로 다음 설명으로 넘어갔다.

“네 번째로는 반신불수가 된 중풍에 걸린 노인입니다. 칠십 세의 고령자로 이름이 문철귀인데, 중풍에 걸린 후부터 세상을 원망하고 사람을 원망하며 욕을 해대다 욕이 어느 경지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번 대회의 최대 숨은 복병이 아닌가 싶습니다.”

은천협의 미간이 아주 작게 꿈틀거렸다.

금량은 아무래도 장애를 지닌 공통점 탓에 철귀 노인의 심정을 어느 정도 공감하였기 때문일 것이라 짐작했다.

“다섯 번째 인물은 하오문 출신의 손곤입니다. 현재 나이 34세로 아직 미혼이며, 여러 잡일을 하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의 평상시 모습은 늘 젖은 빨래처럼 축 처져 있습니다만, 신기하게도 욕을 할 때만큼은 관운장이나 털복숭이 장비처럼 호쾌해지는 자입니다. 아마도 잠재된 힘이 욕을 할 때 폭발되어 나오는 듯합니다.”

이어 금량의 설명은 하남성 개봉의 부녀회(婦女會)의 장을 맡고 있는 보요화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졌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말이 있지만 보요화는 몇 마디 욕설만으로 항아리를 박살 냈다고 했으며, 입심이 강해 말로 그녀를 당할 자가 없다고 했다. 그리하여 개봉의 부녀회는 무림의 구파일방에 뒤지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라는 설명이었다.

“일곱 번째는 파계승 자충 대사입니다. 이자는 돼지가 몸을 씻었다가 다시 더러운 구덩이로 들어가 더욱 더러워졌다는 말과 같이 쓰레기 중에 쓰레기로 알려진 자입니다. 이미 설명드린 여섯 욕쟁이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면이 있으나, 워낙 쓰레기 같은 작자인지라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모를 인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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