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영 기병대-91화 (91/107)

91장

다른 병사들과 장군들의 심정은 아랑곳 하지 않고 망루에 있던 병사는 힘차게 종을 치며 소리쳤다.

“비상! 비상! 전방에 유령으로 보이는 부대 출현!!”

“!!!”

“그럴 리가. 전투가 채 시작되기도 전에 빠져 나왔는데 벌써 당했단 말인가?!”

이곳까지 힘들게 와서 보고를 한 병사의 입에서 신음소리와 함께 허무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과연. 대단하다.’

장군은 자신의 생각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적이지만 감탄 했다.

“검은 유령. 과연...”

하얀 평원 위에 얼룩덜룩한 색으로 통일 아닌 통일한 일단의 무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하얀 평원을 검게 만들며 달려오는 모습은 마치 악의 군대가 나타나 인세를 휩쓰는 것 같아 보인다.

장군은 목책너머의 그 들의 모습을 보고 신음을 흘리듯 명령을 내렸다.

“인질들을 끌고 오라.”

명령을 들은 병사들은 소란스럽게 인간포로들을 데려와 기다란 통나무에 묶고 그 통나무를 세웠다.

저 검은 유령들이 모두 볼 수 있게.

하나의 화살이 검은 유령들의 앞에 떨어졌다.

아무리 봐도 위협용으로 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땅에 쌓인 눈을 파고들며 그 화살이 땅에 꽂히자 적조부에 속해 있던 남궁소명이 말을 달려 그 화살을 낚아 채 용악에게 건네주었다.

용악은 화살에 묶여 있던 내용물을 확인하고 저 멀리 적들의 목책 위에 올라 와있는 두 명의 인영을 바라보았다.

“분명 어제까지 오기로 돼있던 대장군부의 전령으로부터 현재까지 연락이 없긴 합니다만! 놈들의 농간일수도 있습니다!”

주성무가 그 내용물을 보고 빠르게 용악에게 소리쳤다.

‘그렇기는 하지. 허나.’

“그러나 이 군령패와 서신은 틀림없는 진품이다!”

“...”

자신들이 쏘아낸 화살을 보고서 걸음을 멈춰 가만히 이곳을 바라보는 검은 유령들의 그 모습을 놀족 장군과 병사들은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행동할 것이냐. 너희들은...’

“이게 대체 무슨 짓인가!?”

아까 자신에게 소리쳤던 그 포로가 다시금 소리친다.

‘저 녀석은.. 지금의 심각함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냐! 대체 뭘 믿고 그리 날뛰는 것이냐!’

“아무리 무례한 놀족이라지만 사신을 이따위 식으로 대하다니! 군령패를 본 이상 저들은 결코 이곳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속히 나를 풀어줘라!”

그는 묶여 있으면서도 바락바락 소리를 치며 꿈틀대고 있었다.

‘정말... 짜증나는 놈이군. 이리도 상황판단이 안 된단 말이냐! 너는 저들의 상관이면서 저들이 어떤 자들인지 모른단 말이냐!!’

장군의 날카로운 송곳니 사이로 살기가 섞은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장군은 자신의 뒤에서 떠들어 대던 자를 흘겨보며 말을 했다.

“잊고 있었던 것 같은데. 이곳의 책임자는 나다. 너는 단지 포로일 뿐. 계속 시끄럽게 떠들어 댄다면 그 입을 찢어버리겠다!”

“....!”

“흡!”

인간포로는 놀족장군의 살기에 깜짝 놀라 말을 멈추고는 장군을 죽일 듯이 바라보았다.

“장..장군님 놈들이!!”

“철수 하고 있습니다!!!”

망루의 병사가 소리치자 자신의 뒤에 있던 부관들과 병사들의 안도하는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다행이군. 제 아무리 살인귀들이라 해도 제 놈들의 상관이 인질로 있는 다음에야 물러설 수밖에 없겠지.’

장군은 침통한 표정을 하고 있는 그 포로를 바라보고는 명령을 내렸다.

“풀어줘라. 그러나! 놈들이 언제 다시 도발해 올지 모를 일. 절대 경계를 늦추지 마라! 알겠습니다!”

장군의 명령을 따라 이동하던 병사들을 바라보던 부관은 잠시 저 하얀 평원위에 나타난 무언가를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다.

‘뭐지...? 저건!!’

“자...장군!!”

눈발을 헤치며 한 마리의 말과 사람이 달려온다. 녹색의 안광이 이곳까지 보일 정도로 짙었다.

그리고

그 의 손에는 커다란 궁이 들려 있었고 그 궁에는 2개의 화살이 달려 있었으며 그 화살은 무언가로 붉게 물들여져 갔고 놀족에게 날아왔다!!

융!

마치 붉은 빛살처럼 두 줄기의 빛살이 놀족들의 진지를 파고들었고....

“으아아아!!!”

그 빛살의 종착점이 자신인 것을 안 통나무에 매달려 있던 두 명의 인간포로들은 비명을 부르짖었다.

하지만 그 비명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빛살은 정확하게 그들의 가슴을 꿰뚫고 등 뒤로 삐져나왔다.

!!!!

“아...아니...”

부관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신음을 내 뱉었다.

‘이놈들이 이럴 줄은!! 사신을 죽여 버리다니!!’

“전... 전투준비!!!”

그들의 소란스러움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평원위에 서서 휘날리던 눈발을 맞던 검은 인형은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동이 트기 전가지 길을 막고 서 있는 것들을 모조리 치우도록....”

드르르르....

쿠쿠쿠쿠.....

그를 중심으로 세 분대로 나누어진 검은 군대는 하얀 눈을 옆으로 날려 버리면서 언덕 아래로 달려 내려가며 목책을 향해 달려들었다.

뿔 달린 투구를 쓰고 있는 수많은 피풍의를 입은 대원들이 마치 먹이를 향해 달려드는 개미처럼 눈에 뒤덮여 흰색으로 둘러싸인 적군의 진지를 향해 달려들었다.

콰과과과

언덕을 내려오며 가속력을 물결들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자신들을 막고 있는 목책을 들이 받았다. 당연히 목책은 멀쩡하고 들이받은 말과 병사가 날아가야 정상이지만 오히려 그 반대의 상황이 발생했다.

가장 먼저 달려든 3명의 사내의 창끝은 얼핏얼핏 조금 씩 창날 부분만 조금 희뿌연 무언가로 뒤덮여 있었고 그들의 창은 2중으로 된 목책의 문을 뚫고 목책을 무너뜨리며 난입했다.

단단히 서로를 지탱해주던 목책들은 한쪽이 무너지자 그 충격으로 인해 방금 전보다 강하지 않은 충격만으로도 쉽게 무너졌고 그 무너진 목책을 타넘으며 인마들이 떨어져 내렸다.

우오오오오!!!

유령들의 기세를 타고 눈발이 하늘로 거꾸로 솟구친다.

그리고 그 기세가 놀족병사들을 향해 칼을 겨눈다!

“와아아아!!!”

“....!!”

최선두에선 3명의 부장.

3명의 부장은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적들에게 창을 들어 강렬한 일격을 내린다.

그들의 창이 지나가는 곳마다 적의 창이 부러지며 적의 팔이 잘라진다.

주성무

왕호

유천

모두 거침  없이 나아가며 적군을 휘몰아친다.

전장의 기세가 그들의 뒤를 바친다.

전투의 마왕의 가호가 그들을 감싼다!

“우오오!!!! 모조리 쓸어버려라!!”

왕호의 입에서 포효가 터져 나오고 대원들은 더욱더 살기 넘치는 모습으로 적을 향해 달려든다.

놀족병사들을 지휘하던 놀족장군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누군가의 창을 옆구리로 잡아 잠시 멈추게 만든 후에 자신의 주위에 꽂혀 있던 검을 던져 투구속의  검은 유령의 얼굴에 박아 주며 창을 빼앗아 말에 올라탔다.

‘이미. 퇴각하기는 틀렸다. 이길 가능성도 없다. 하지만!!

“물러서지 마라! 최후의 최후까지 한명이라도 더 놈들을 저승길 동행으로 삼아라!”

놀족장군은 병사들에게 고함을 지르며 적에게 달려들었다.

놀족장군의 목소리와 분발에 그래도 힘을 얻은 병사들도 약간의 두려움을 꺽은 채 검은 유령들에게 적극적으로 덤벼들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유천의 눈에 대원들을 몰아치는 어떤 놀족병사의 모습이 보인다.

복장이나 실력으로 보아 꽤나 높은 위치에 있는 인물일 것이다.

‘저자가 분위기를 망치는 군...’

“소명!!”

“부장! 왜!”

소명은 말 위에서 능숙하게 쌍검을 휘두르며 적의 창대와 적의 몸을 함께 갈라내고 있다.

검날 위에 희미하게나만 희뿌연 무언가가 맺혀 있는 것이 보인다.

‘훗. 녀석 그래도 그동안 수련 성과가 있다는 것이냐?’

유천은 자신의 말을 노리며 말의 머리 바로 밑에서 창을 올려 찌르는 적을 알아채고는 말 옆으로 매달려 창을 뻗어 적의 창을 옆으로 밀치고는 기세를 몰아 적의 목까지 베어 냈다.

“저 녀석을 베라!”

유천은 다시 말위에 올라타면서 자신의 옆구리를 노리던 적의 창날을 허리에 차고 있던 검 집으로 막아내고 창으로 그 병사의 눈을 찔러 버린 후에 소명에게 소리쳤다.

소명은 유천이 소리치며 가리키는 곳에 있는 한명의 적군을 바라보았다.

‘유천이 말한 자가 저자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아마도 저자가 맞을 것이다. 그나마 신경쓸만한 자는 저자 뿐 이니까! 그렇다면!!’

남궁소명은 말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말위에서 싸우는 것은 영 아니다 이 말이다!

사방에서 자신을 노리는 창대를 오히려 밟고 지나가면서 남궁소명은 그 병사 위로 떨어져 내렸다.

물론 두 자루의 검을 겹쳐 휘두르면서.

채쟁!!

‘호... 막았다. 이건가!’

횡과 종이 섞여 있는 공격을 놀족장군은 단 한 번의 휘두름만으로 막아 냈다.

‘제법 하는군! 그럼 이것은!!’

소명은 낮게 말의 아래로 파고들면서 말의 발목을 베어나가는 동시에 다른 검으로는 놀족장군의 발목을 노렸다.

‘한꺼번에 둘 다 막을 수는 없지!’

하지만 소명의 생각과 다르게 놀족장군은 갑자기 고삐를 잡아당겨 말의 앞발을 들어 소명의 검을 피하고는 오히려 위에서 소명을 바라보며 창을 찌를 준비를 했다.

‘이런! 역시 한 수 한다 이건가!!’

소명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창을 피해 오히려 앞으로 몸을 굴려 들어갔다.

“말 따위에게 밟히는 것은 사양한다!”

그리고는 양손을 말의 배 옆으로 뻗어 적의 발목을 노렸다.

푸와악

그리고 성공.

비록 반쪽이긴 하지만 성공했다.

놀족장군의 발목에서 피가 터져 나오는 것을 본 소명은 놀족장군이 타고 있던 말의 뒤 발목마저 잘라내고는 몸을 웅크려 말의 발 사이로 빠져 나왔다.

“흐윽!”

그런 그의 등에서 후끈한 느낌이 온몸을 강타한다.

‘이런!! 이 자식 그냥 거기서 쓰러지지 끝까지 한방 먹였다. 이거냐!’

소명은 몸을 굴러 밖으로 나오며 자신을 노리던 병사들을 사정없이 베어 나가며 자신의 등을 그은 그 병사를 찾았다.

‘확실히 뭔가 있기는 있는 놈이군. 호위병도 있고 말이다. 응??’

쉬잉...

자신의 귓가를 바로 스치며 누군가의 창이 날아간다.

‘날 노렸는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기회!”

소명은 그 창의 뒤를 바짝 뒤쪽아 따라갔다.

발목이 잘린 그 놀족장군을 호위하던 병사는 창을 휘둘러 날아오는 창을 막았으나 오히려 그 창에 밀려 쓰러졌고 소명은 그 병사를 가볍게 타 넘으며 병사의 손을 잘라 버리고는 한발로 서서 자신을 맞아하고 있는 놀족장군을 향해 잠시 멈칫 했다가 다시 검을 휘둘렀다.

‘가문의 검법을 뛰어 넘는 검법을 만들겠다고 뛰쳐나온 내가 가문의 검법을 사용할 수는 없지!

네가 첫 번째다.

나의 새로운 검법의 희생자가 말이다!

끝임 없이 전장을 돌아다니며 만든 나만의 검법!’

창궁전검법(蒼穹戰劍法)!! 쌍익사독아(雙翼蛇毒牙)!!

남궁소명에 들린 두 자루의 검은 마치 날개 달린 뱀처럼 이리저리 예측을 할 수 없는 방향으로 움직이며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채재쟁.

푸학!

소명의 검은 놀족장군을 향해 날아가던 중 기이하게 꺾어지면서 그를 가로막는 병사의 목을 베어내고는 계속 나아갔다.

놀족장군은 창을 사정없이 휘둘러 소명의 검이 날아올 방위를 모두 방어 하면서 소명의 검을 막았다.

차차창.

푸핫!

하지만 그의 창은 처음 날아오던 소명의 검을 막은 듯 보였지만 소명은 한 번 멈추고는 다시금 밀고 나가며 놀족장군의 어깨를 잘라냈다. 그리고 좀 더 다가가 그를 뒤를 부드럽게 돌면서 그의 목을 한 바퀴 돌려 갈라냈다.

그 놀족장군의 머리채를 잡아 당겨 목의 상처를 벌려 확실하게 마무리 지었다.

“장군!! 이 놈!!”

하지만 그 순간!!

3명의 놀족 병사가 그의 하체를 달려들어 잡았고 다른 병사가 그를 향해 창을 겨누었다.

그 병사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리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 왔다. 소명은 그 모습을 보고 한 발짝 반응을 늦었고 그에게 생명의 마지막을 장식할 피 묻은 창이 날아들었다.

“젠장..!!”

소명이 자신에게 날아오는 창을 막아내려 가까스로 노력은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그런 소명의 생각과는 다르게 창은 날아오지 않았고 대신에 붉게 물든 창을 들고 선 녹안의 사내가 창으로 자신의 어깨를 때렸다.

“좋은 초식이더군. 하지만 이곳이 전장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정형화 된 초식은 비무 할 때 사용하는 것. 지금 그 행동이 수련의 일종이라면 할 말은 없군.”

소명은 자신의 어깨를 가볍게 치고 간 그 사내가 전장에 개입하자 전장의 흐름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의 붉은 창에서 사방으로 붉은 기가 퍼져나가며 적군을 집어 삼킨다.

목책도

막사도

망루도

병사도

뭐든지. 그의 앞에서는 무용지물.

그는 사정없지 자신의 앞을 가로 막는 적을 베어 나갔다.

“저것이 바로!!”

‘저것이 바로 내가 원하는 모습이다!

전장을 압도하는 신위!

병사를 지배하는 통솔력!!’

대참사를 만들어 낸 그는 고개를 돌려 알 수 없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 남궁소명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언제 까지 그렇게 있을 거지?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그래...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이 전쟁이 끝날 때 나 역시 당신에게 근접할 정도로 자랄 것이다!

나 자신을 그렇게 만들고 말 것이다!’

쓰러져 있던 아무 말(馬)이나 일으켜 세운 소명은 말에 올라타 적군을 베어 나가며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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