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영 기병대-82화 (82/107)

82장 종전

옥항은 가만히 누워서 눈만 뜬 채로 거무튀튀한 막사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전쟁은 끝났다.

용악이 이끄는 천황기갑단이 후퇴를 한 후 도마후악토의 친위대를 향해 포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에 더불어 한제국군을 배신했던 오크족 역시 도마후악토을 다시 배신하고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그리고 잔뜩 화가 났던 북경수비군 총 사령관인 모용황기 장군은 도마후악토을 공격하던 오크족에게도 가차 없이 포격을 명령했다.

그러던 와중에 도마후악토은 이름 모를 오크의 칼에 맞아 숨을 거두었고 그를 따르던 부족들은 다른 부족들에 의해 전멸했다.

아니 전멸이라고는 말할 수 없으리라. 그들의 마을은 아직 건재하니까. 하지만 수많은 젊고 용맹한 전사들이 전멸한 것은 사실...

이제 오크는 한동안 한제국을 넘보지 못하리라.

적의 전사자 수는 거의 6만. 살아남은 오크족의 다른 병사들이 어디로 갔는지 어떻게 됐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원래대로라면 하나도 남김없이 처리를 해야 했지만 그럴 여유가 한제국군에게는 없었다.

도마후악토이 숨겨둔 마지막 한 수

수많은 부하들을 희생하면서 만들었던 그 한 수에 의해 천황기갑단의 반수가 죽었다.

중앙에 포위되었던 대원들의 반이 죽었고 우측에 갇혀서 끝까지 포위를 빠져나오지 못한 대원들의 거의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받았다. 좌측 역시 피해는 컸지만 숨겨져 있던 초절정고수인 진명헌를 중심으로 포위를 뚫고 본대와 합류할 수 있었다.

옥항의 예상을 뒤엎은 것은 오히려 본대였다.

북경수비군이 그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

아니, 어쩌면 모용황기 장군이 뛰어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적의 본대에서 온 오크족 1만을 병사 천명으로 몰살시켰을 뿐만 아니라 좌측을 포위하던 적군에게 포격을 감행함으로써 좌측에 있던 천황기갑단까지 탈출시켰다.

이번 승리의 최고의 수훈 장이라면 어쩌면, 용악이 아닌 모용황기일지도 몰랐다.

비록 도마후악토을 전장으로 끌어낸 것은 용악이 분명하지만 모용황기가 이끄는 북경수비군이 버텨주지 못했다면 비록 용악에 의해 도마후악토가 죽더라도 천황기갑단 역시 오크족에 의해 전멸했을 것이다.

전투가 끝난 후 얼마 안 있어 국경수비군이 도착하여 뒷수습을 시작했다.

전리품은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가장 큰 목표였던 도마후악토가 사망했고 수많은 오크족 병사들이 죽었다.

적어도 몇 년은 회복을 하지 못할 정도로.

그렇게 전쟁의 뒷수습은 끝나갔고 지금 옥항은 산서의 국경수비군의 어느 진지에 누워 있다.

사실 이곳이 어디인지는 몰랐다.

그냥 정신없이 다른 대원들과 함께 이곳으로 실려 왔다.

용악을 따랐던 중앙의 대원들 모두 그와 같은 상태이다.

누구도 움직이거나 말을 꺼내거나 활동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 모두 무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으며 그들의 몸은 완전히 탈진해서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들을 진맥했던 의원이 말하길 적어도 몇 달은 요양을 해야 한다 했다.

다행히도 진원진기는 상하지 않았으니 그렇게 걱정은 하지 말라는 위안 아닌 위안을 해주었다.

‘대체 의원 주제에 진원진기는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뭐... 그 의원이 뛰어나서 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옥항은 계속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옥항이 바라보고 있던 천장 위로 서서히 녹안의 마왕이 모습을 드러내며 그를 내려다본다.

오만하고도 냉혈한 표정을 한 채 말이다.

‘대체... 당신이 우리에게 무엇을 한 것입니까?

대체 무엇을 어찌했기에 단 몇 시간만의 전투로 우리를 이렇게 만들어 버린 것입니까...‘

옥항은 전투가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자신이 했던 행동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젠장... 내가 정말 그런 짓을 했다는 말입니까. 스승님 저는 마에 빠진 것입니까..?’

머릿속으로 기억들이 하나하나 스멀스멀 올라온다.

말을 타고 달려 나가며 그 바람소리를 즐기며 전장에 가득한 피 냄새에 흠뻑 취한 채 적을 베어 나가는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 칼에 적을 꿰뚫고는 그 오크족 병사를 창에 꽂아 둔 채로 포효하는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적의 목을 가르며 뿜어져 나오는 피를 받아먹으며 비릿한 미소를 짓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부상당해 움직일 수 없는 전투력을 상실한 오크족들을 향해 칼을 날려 단 한명도 남김없이 그들의 얼굴을 부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대체... 제가 왜 그렇게 변했던 것입니까. 스승님. 네? 정말 제가 혈귀가 되어 전장을 떠돌게 되는 것일까요? 스승님..’

옥항은 자신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을 황급히 손을 뻗어 닦아 냈다.

‘쳇. 내가 지금 몇 살인데...’

옥항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자신과 똑같이 누워있는 다른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다행히도 아무도 못 본 것 같았다. 그들 모두 멍해 있으니까. 하지만 유천 형이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저쪽 천막의 입구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젠장... 된통 걸렸다...두고두고 놀림당하겠는걸...’

*****

“그래. 피해가 그렇게 컸단 말이지...”

“예... 아무래도 대대적으로 한번 모집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옥영 대장군은 자신에게 보고를 한 관명 천인장을 한번 바라보고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천황기갑단의 대원이 6천명 넘게 사망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전투 중에 가장 심각한 타격이었다. 뿐만 아니라 마길수 부단주는 전사했다.

1천의 병사로 1만의 오크족을 막아 낼 수 있었던 것은 마길수 부단주와 화포대와 쇠뇌대를 보호하기 위해 함께 온 3500명의 중보병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정말 용감히 싸웠다.

비록 그 와중에 마길수 부단주와 북경수비군의 병사 3천명이 전사 했지만 도마후악토의 본대에 맞서서 힘들게 싸워 승리를 얻어 냈고 그들을 몰살 시켰다.

하지만 막아 낸 것 만 으로도 대단한 것이다.

적은 온 사방으로 포위한 체 그들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고 평소 그들을 보호하던 천황기갑단 역시 적의 함정에 빠져 완벽하게 포위되었다.

설마 처음에 잡힌 오크들이 그들을 배반 할 줄은 몰랐다.

그들에게 붙잡혀 있던 인질들은 둘째 치더라도 텐령평원 에서의 첫 번째 전투는 거짓이 아니었다.

오크들 서로는 정말 죽기 살기로 싸웠고 그래서 거의 3만에 가까운 사상자가 났다.

그랬다.

그래서 그들이 배반할 것이라고 의심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배신을 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아주 치명적으로.

옥영은 그때의 끔찍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대청 안에 위치한 탁자를 중심으로 앉아 있는 장군들과 천인장을 바라보았다.

부상당한 채로 붕대를 감은 채로 어깨를 주무르며 앉아있는 관명, 순욱민, 장각, 환효명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대장군부 장군복을 멋지게 차려 입은 모용황기 장군이 보였고 그 옆으로 갑자기 확 변해버린 용악, 전투의 마왕이 보였다.

뭐가 정확히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변했다.

그의 눈구덩이는 더 움푹 파여 들어갔고 볼 살이 거의 다 빠져 턱 선이 날카롭게 살아났고 그의 뺨에 있던 상처는 마치 더 커진 듯 눈에 확 들어 왔다.

하지만.

외형적인 변화보다 그의 무언가가 변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전투에서 모용황기 장군이 정말 잘 해 주었다. 그의 귀신같은 포격술이 없었더라면, 좌측의 천황기갑단은 물론 이거니와 본대 역시 무너졌을 것이다.

그리고 저 자.

그때 그 순간에는 아무도 중앙에 갇힌 천황기갑단이 포위를 뚫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저 자는 해냈다.

전투의 마왕이 말이다.

저 자가 그것을 알고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자신들이 있던 곳 보다는 적의 본진 쪽의 포위망이 더 얇았다. 그래 봤자. 뚫을 수 없어 보이던 것은 마찬가지...

하지만 저자는 그 것을 뚫어냈고 도마후악토을 전장으로 불러 들였다.

도망갈 수도 있었던 그 도마후악토을 말이다.

옥영. 그도 느꼈다.

전장을 휩쓸며 대원들을 불타오르게 만들던 그 광기의 군기를 말이다.

그리고 그 광기의 군기의 중심에 용악이 있었다.

그 광기 안에 숨을 쉬며 움직이던 그를 따른 대원들은 지금 모조리 단 한명도 빼먹지 않고 모두다 탈진을 한 채로 단체로 막사에 누워있었다.

의약당의 의원을 말을 들어보니 적어도 몇 달 동안은 저러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대체 무엇을 어떻게 했기에 저들이 그렇게 되어 버린 것이란 말이냐... 네 가 그들을 어떻게 했기에 그들을 그렇게 만들어 버린 것이냐. 수많은 전장을 겪어 왔던 나이지만. 이런 적은 없었다. 너는 정녕 전투의 마왕인가...’

“그럼. 용악, 용 진황장군은 황도로 지금 가시겠다는 말씀이오?”

옥영은 용악를 용 백인장이 아닌 그의 원래 직책인 대장군부황명수행 진황장군 이라는 웃기지도 않은 직책을 가진 용악을 바라보며 말을 했다.

‘전투가 끝난 지 얼마나 지났다고 북경으로 벌써 오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황명으로 부르는 것이니 갈 수 밖에 없겠지.’

그 자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자를 밀치고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후... 역시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자다. 그의 능력을 높이 샀기에 그를 자신의 곁에 두고 싶었지만.

그는 자신과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자.

내가 어찌 할 수 없다.

안타까워해야 하는지 안도해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용악은 옥영이 있던 대청에서 나와 대원들이 누워 있는 막사를 향해 갔다.

산서 국경지대의 최전방에 위치한 이곳, 화군에는 그저 임시로 사용하는 작은 요새였기에 이렇게 많은 병사들이 머물 곳이 없었다.

그래서 대원들은 어쩔 수 없이 연무장에 새워진 임시 막사에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용악을 따르던 대원들은 상처를 입어 다친 것이 아니라 기력이 다 빠진 것뿐이니 저런 곳에 누워 있어도 상관은 없을 것이다.

진짜 병자들은 다들 의약당이 있는 곳에 머물고 있었다.

유천은 마지막 가는 길에 용악에게 옥항이나 한번 보고 간다고 했다.

‘뭐 해줄 말도 있다고 했던가...’

용악이 막사의 천을 들추고 안으로 들어가자 수많은 시선이 그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진다.

“유천. 뭐하는 거냐.”

“아. 대장.”

유천은 누워 있던 옥항을 뭐라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유천의 웃는 모습과 반대로 옥항의 얼굴은 점점 굳어가는 것으로 보아 또 유천이 옥항을 놀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안 오고 뭐하는 거냐.”

“아... 대장. 그래도 함께 싸웠던 놈들인데 그냥 갈 수는 없잖아요?”

유천의 말을 듣고 옥항을 비롯한 다른 대원들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용악과 유천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용악의 몸에서 스멀스멀 살기가 뿜어 나오는 것을 보고 유천은 하하하 하며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긁적이며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형도 정말... 근데. 용 백인장님 어디로 간다는 말이죠? 벌써? 아직 뒷수습도 다 안 끝났는데 다른 곳으로 간다구요?’

옥항이 그렇게 생각을 하며 몸을 일으키려고 할 때 다른 대원들 중 한명이 먼저 몸을 반쯤 일으키고는 그에게 말을 건넸다.

‘아... 저 녀석은 그때 깃발을 휘두르던 녀석 아닌가? 너도 살아 있었군. 큭...’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그냥 이대로 가시는 겁니까?”

“황도로.”

그는 입을 뚫어 쳐다보다 그의 냉혹한 대답을 듣고 잠시 머뭇거렸다.

그들이 엉망으로 변했다면 저 사람 역시 엉망으로 변했다. 무언가 분명 분위기도 달라졌고 그의 외양도 달라졌다.

단. 몇 시진 만의 전투를 통해서.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저 사람과 있으면 알 수 있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배나 많은 것 같다. 정말로...’

얼음같이 차가운 대답을 들었던 그 대원은 말을 하려다 계속 머뭇거리더니 결국에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도... 당신과 함께 가고 싶습니다......”

‘엥?? 왜...?’

옥항을 비롯한 몇몇의 대원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의 말에 놀랐지만. 몇몇은 그의 의견에 동의하는 듯 했다. 병사의 반이 죽어 버렸으니 이미 천황기갑단의 거의 해체된 것이나 다름없다.

‘아마도 해체하고. 다시 만들겠지. 그런데 왜 저 사람과 같이 가고 싶어 하는 거지? 난 별로... 분명 그가 대단하다는 것에는 완벽하게 동의 하지만 그와 함께 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그는 용악이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자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리며 계속 말을 이었다.

“그냥... 그냥 함께 하고 싶습니다. 어차피... 천황기갑단에 계속 있을 이유는 없습니다. 이곳은 이제 저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까 당신과 함께 가고 싶습니다. 당신과 함께 하며 당신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는 자기 입으로 말하고도 부끄러웠는지 손으로 땅을 짚으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 모습을 보며 용악은 진녹색의 비늘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감싸고는 살기를 뿜어내며 웃기 시작했다.

“큭큭큭.....”

그의 나지막하며 자조적이고 슬프며 살기 가득한...

뭐라고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없는...

그런 웃음소리가 막사를 가득 메우며 퍼져나갔다.

그의 웃음은 살기에 가득 차 있었지만 역설적으로 그 모습은 너무나도 신성해 보였다...

마치 신을 경배하는 사도와 같은 모습.

아니 마치 인세에 강림한 신과 같은 모습.

옥항은 자신의 머릿속에 갑자기 떠오른 생각을 깨닫고 스스로 놀랐다.

‘사도라니... 신이라니... 어찌 저 모습을 보고. 살기와 마기가 철철 흘러넘치는 저 모습을 보고 어찌..’

어느 순간 갑자기 막사는 한순간에 침묵에 휩싸였다.

그는 언제 그렇게 웃었냐는 듯이 전과 다름없는 낙막한 표정으로 막사 안에 있는 대원들을 한번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

아마 지금까지 한 말 중에서 가장 긴 말일 것이다. 옥항은 그 와중에도 이런 생각이 드는 자신이 놀라웠다.

“너희들은 나를 전투의 마왕이라 부르지만. 나는 마왕도 아니며 마인도 아니다. 나는...”

그는 한차례 말을 멈추고 다음 말을 생각하는 듯 했다.

‘뭐? 나는 그다음은?’

“나를 부른 수많은 호칭 중. 가장 마지막에 부르른 호칭이 무엇인지 기억해라. 그리고 그 칭호가 왜 붙었는지도 말이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막사의 천을 젖히고 밖으로 나갔다.

막사 안은 잠시 동안 정적에 휩싸였다.

‘그를 부르른 마지막 호칭? 뭐지 그게?’

옥항은 그런 물음을 담은 표정으로 유천을 바라보았고 유천은 자기도 모른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 했다.

그러던 와중에. 막사 안에 있던 대원들 중 누군가 차마 말하기 힘들다는 듯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저주 받은 장군...”

용악과 유천. 그리고 그 뒤로 한명의 사내는 북경의 대장군부 정문 앞에 섰다.

그때 그자.

깃발을 휘두르던 그 사내는 결국 그들의 뒤를 쫒아 왔다.

막사에서 살기를 뿜어내던 것과 달리 용악은 그 사내에 대해 아무 말 도하지 않았고 그는 안도하며 그를 따라 이곳까지 왔다.

유천은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사내의 시선을 느끼며 머리를 긁적였다.

‘쩝. 어째 어디 갔다 올 때 마다 식구들이 하나씩 늘어나니. 이것 참.’

그의 이름은 남궁수명, 장강 이남에 위치한 호남지방의 남궁세가의 식솔에 대체 무슨 생각으로 국경을 넘어 이곳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알고 보니 이 녀석은 낭인세계에서는 조금 유명한 존재였다.

‘뭐 그렇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지만 자신이나, 저 불쌍한 나의 어린 주인이나.’

이 녀석은 그래도 꽤나 열심히 수련을 했는지 아니면 많은 전장을 다녀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탈진한 다른 대원과는 다르게 움직일 수는 있었다.

용악은 조비대장군을 만나러 떠났고 두 사람은 접객실에 남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처음 봤을 때와는 다르게 낯가림도 그렇게 심하지 않고 사글사글 말도 잘하는 것으로 보아 유천은 그래도 이제부터는 제대로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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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3 - 흑영기병대 - 257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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