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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467화 (467/500)

第九十四章 외도가족(外逃家族) (2)

- 밖으로 도망간 가족

사박! 사박! 사박사박!

천원주는 어두운 암동을 걸었다.

암로 곳곳에 횃불이 밝혀져 있어서 걷는 데는 불편하지 않다.

하지만 뭔가 좋지 않은 냄새가 진하게 번져 나온다. 마치 손톱을 태운 듯한 냄새다.

암로 앞에 육중한 철문이 나타났다.

철문은 환히 개방되어 있었다. 문을 지키는 사람도 없었다.

마공관.

옛날에는 천살단 제일 금지였다. 암로에 들어설 수 있는 사람도 한정되어 있었다.

당주들도 허락을 받지 않으면 암로에 발을 딛지 못했지만, 지금은 누구라도 와서 볼 수 있다.

“어서 오십시오. 단주님.”

천원주 주당염이 마공관으로 걸어가자, 안에 있던 무인 두 명이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철문 너머, 횃불이 비치지 않는 곳에 무인 두 명이 서 있었다.

절묘하게 횃불이 들지 않는 곳에 서 있어서 마치 몸을 숨기고 은신해 있는 듯이 보인다.

“수고가 많아.”

“아닙니다.”

무인 두 명이 허리를 숙인 채 답했다.

두 명은 예전에는 소속이 달랐다. 한 명은 검벽 출신이다.

검벽주 임명강. 다른 한 명은 살단 출신이다. 살단 부단주 장양동. 그 두 명이 마공관을 지키고 있다.

“살단주는?”

“안에서 쉬고 계십니다.”

“수고해.”

천원주는 그들을 지나쳐서 마공관 안으로 들어섰다.

마공관에는 온통 마서로 빼곡했었다. 하나같이 세상에 경악시킬 만한 마서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치워졌다. 세상을 경악시키던 마공도 패공도 모두 치웠다.

아무 미련 없이 깨끗이 소각했다.

더는 마공으로 활로를 찾지 못한다. 정공으로 난관을 뚫지 못하면 기회는 없다.

“오셨습니까?”

약전주 천원주를 맞았다.

“제일단 수련이 끝났다고요?”

“네.”

“부작용은 없나요?”

“생살을 독에 절여 버리는 데 부작용이 없을 리 있습니까. 이거…… 하기는 하는데 인간이 할 게 못 됩니다. 이런 걸 견뎌낼 인간도 많지 않고요.”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천원주가 웃으면서 말했다.

“휴우! 이걸 어떻게 견뎌내는지…… 살단주가 지독한 것은 알았지만. 에휴!”

약전주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지금이라도 그만둘까요?”

“모르시는 말씀. 지금은 그만둘 수도 없습니다.”

“왜요? 뭐가 상당히 안 좋아졌나 보죠?”

“안 좋아진 것이 아니라…… 가서 살단주를 만나보시면 바로 아실 겁니다.”

약전주가 천원주를 안내했다.

서가로 빼곡하던 마공관에는 사람이 거주할 수 있도록 석실이 만들어졌다.

약전주가 약을 준비하는 곳, 주치균이 거처하는 공간, 그리고 연공실이 전부다.

연공실에는 사람 두어 명이 들어가서 목욕할 수 있는 큰 통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통 밑에는 방금까지도 불을 피웠던 흔적이 남아있었다.

마공관에 들어설 때 맡았던 고약한 냄새는 통에서 흘러나왔다.

“만독통(萬毒統)인가요?”

“네.”

“냄새가 지도하네요. 독성이 얼마나 강한지 알겠어요.”

“그래도 지금은 많이 약해진 편이죠. 이게 팔팔 끓을 때는 들어설 수도 없었어요. 정화를 시킨다고 했습니다만 아직도 냄새가. 계속 환기를 시키는 중입니다.”

천원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살단주 주치균이 이 통에서 만독을 흡수했다. 팔팔 끓는 독액에 몸을 담그고 살이 녹는 고통을 감수했다. 온 신경이 가닥가닥 끊어지는 고문이었을 것이다.

천원주는 주치균이 당했을 고통이 선하게 그려졌다.

덜컹!

문이 열리며 방 안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방 안에는 침상 하나만 덜그렁이 놓여있었다. 다른 집기는 전혀 없었다. 하다못해 물병을 놓을 탁자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주치균이 침상 위에 누워있다가 천원주가 들어서는 것을 보고 힘없이 일어나 앉았다.

정신은 말짱해 보이는데, 몸은 축 늘어진다.

무엇보다도…… 주치균의 모습이 완전히 변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시커멓다.

새까만 물감을 칠해 놓은 것 같다. 횃불을 끄면 전혀 보이지 않을 듯하다.

까만 육신 속에서 두 눈동자만 반짝반짝 빛난다.

“제일단 수련을 끝냈다고 해서 와봤어. 일어나지 마. 몸이 고단할 텐데.”

천원주는 힘들에 몸을 일으키려는 주치균을 만류했다.

주치균은 사양하지 않았다.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천원주를 쳐다봤다.

“고생했어.”

천원주가 침상 한쪽 귀퉁이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후후!”

주치균이 피식 웃었다.

그 고통…… 살을 태우고 신경을 끊어버리는 고통을 어찌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로 대신할 수 있을까.

어떤 말을 해도 위안이 되지 않는다.

“살단주는 보니 이거 두 번은 못 하겠네. 그런데 어떻게 해? 앞으로 더 힘들 텐데.”

“후후!”

주치균이 입술을 옅게 비틀며 웃었다.

전임 천살단주 천수신검 전광련은…… 아니, 지난 이백 년에 걸친 천살단 역사는 이 땅에 마도제일공을 남겨 놓았다.

혈마를 연구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 낸 도수척혼은 인간이 수련할 수 있는 무공이 아니다.

마공관에 비치된 어떤 마공보다도 잔인하고 악랄하다.

도수척혼은 인간의 영혼과 육신을 뿌리부터 파괴한다.

사람이 수련할 수 있는 공부가 아니다. 악마나 수련할 수 있는 마공 중 마공이다.

천살단은 정도 문파의 태두다. 그런데 정작 천살단에서 만들어 낸 공부는 모든 마공을 능가하는 마도제일공이다.

어떤 마공도 도수척혼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한다.

물론 주치균이 수련하는 도수척혼은 천수신검이 수련한 공부와는 상당히 다르다.

결과는 같겠지만 수련방법이 전혀 다르다.

천수신검은 여타의 안전장치도 없이 생으로 도수척혼을 수련했다.

실제로 온갖 고문을 받으면서 뼈와 근육을 비틀었다. 어린아이보다도 유연하게 만들었다.

거기에 반하면 주치균은 상당히 순화된 방법으로 수련한다.

순화된 방법이라는 것조차 인간이 견뎌낼 수 없는 혹독한 고문이지만…… 천수신검이 수련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안전한 길을 걷는 셈이다.

천수신검이 도수척혼을 수련할 때는 단계라는 게 없었다.

혈마를 연구하면서 얻어낸 결과를 몸에 쏟아 넣었다. 뼈를 부수고 힘줄을 강제로 늘리면서……

그 모든 고통을 참아가면서 억지로 수련해냈다.

그리고 드디어 천수신검은 도수척혼의 진가를 알았다. 인간이 수련해 낼 수 있는 최후의 절공이라는 점도 알았다.

이보다 더 강한 무공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수련할 가능성이 일 푼도 되지 않는다.

백 명이 도전하면 한 명이 수련해 낼까 말까 하는 지옥의 무공이다. 그래서 마도제일공이라고 칭한다.

천수신검은 몸으로 겪으면서, 살과 뼈를 부수면서 수련한 도수척혼을 깊이 들여다봤다.

자신처럼 죽을 고비를 거치지 않고도 수련할 방법이 없을까?

그래서 찾아낸 것이 도수오단(刀手五段)이다. 도수척혼을 수련하는 오단계 수련법이다.

일단 도수척혼에 발을 들이면 두 번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 본인이 물러서고 싶어도 물러설 수가 없다.

왜? 주치균의 현재 모습이 여실히 이유를 설명해 준다.

온몸이 시커멓게 변색하였다.

도수오단의 제일단은 만독을 몸으로 흡수하는 과정이다.

팔팔 끓는 독액에 몸을 담그고 독성을 빨아들인다. 독인이 된다.

근육과 힘줄을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변모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그 과정 중에서 전신이 시커멓게 타버린다.

주치균은 지금 상태로는 세상에 돌아다닐 수가 없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면 당장 괴물 취급을 받을 것이다.

물론 도수오단을 전부 수련해내면 원상태로 돌아간다.

도수오단은 탈태환골(奪胎換骨)의 효능을 지닌다. 육신의 허물이 벗겨진다. 새로운 살과 뼈가 돋는다.

딱딱하게 굳었던 근육과 뼈가 흐물흐물 풀어진다.

그제야 육신을 자유자재로 굽히고 펼칠 수 있는 새로운 몸을 얻게 된다.

살색도 정상으로 돌아온다.

아직도 거기까지는 가야 할 길이 많다.

지난 반년 동안 만 가지 독을 몸에 흡수하는 제일단을 마쳤을 뿐이다.

천원주는 천수신검이 전개하는 도수척혼을 본 순간 인간이 수련할 수 있는 최후 절공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혈마 연구를 과감하게 폐지해 버렸다.

죄수들 잡아다가 고문하고, 짓이기고, 그들의 본성을 끌어내고……

어떤 짓을 하든 간에 이 이상 더 놀라운 무공은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천살단은 혈마를 연구한 것이 아니다. 혈마에 대응하는 초인을 만들고자 했다.

도수척혼, 이것이 최선이다.

도수척혼조차 통하지 않는다면 혈마를 상대할 방법은 없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천수신검이 혈마를 상대하지 못했다.

완벽한 도수척혼으로도 해자수와 비등하게 싸우는 선에서 만족해야만 했다.

해자수를 제압하지 못했다.

인간의 무공으로는 혈마를 제압할 방법이 없다.

주치균은 그런 점을 알면서도 도수척혼에 도전했다.

이것마저도 없으면 정말 혈마와 싸울 수 있는 무공이 없다. 무령환살공도 무너졌지 않은가.

“다음 단계는 뭐죠?”

천원주가 약전주를 보며 물었다.

“몸에 독기를 주입했으니 이제 구석구석 스며들 수 있도록 압착해야 합니다.”

약전주가 말했다.

“훗! 압착…… 좋은 말이네요. 그거 사실은 마구 두들겨 팬다는 거죠?”

“꼭 그렇게까지 말씀을 하지 않으셔도.”

약전주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압착이라는 말은 순화된 말이다.

도수척혼의 이단계 수련은 독에 물든 육신을 최고 상태로 경각시키는 작업이다.

몸에 충격을 가해서 살을 짓이기고 뼈를 터트린다. 사실은 몸에 깃든 독액을 터트려낸다.

독액이 뭉치지 않고 고루 퍼지도록 알알이 깨트려낸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주치균은 썩어버린다.

지금도 주치균은 독에 의존해서 목숨을 연명하고 있다.

한순간이라도 방치하면 단숨에 검은 핏물로 녹아버릴 것이다. 매우 위험한 상태인 것이다.

독액을 모두 터트려서 새로운 독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도수척혼의 이단계 연공이다.

이 단계 연공도 거의 반년은 거쳐야 한다.

주치균이 도수척혼을 수련한 후, 무림에 나왔을 때는 혈마의 종적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다. 이런 식으로라도 길을 열어야 한다.

“복우산 알아?”

천원주가 말했다.

“압니다.”

주치균이 눈빛을 반짝이며 답했다.

천원주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다. 혈마!

“복우산에 이령이라는 곳이 있어. 책사가 그곳에 있었다네.”

주치균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살단주, 책사…… 그만 놓아주면 안 될까?”

“훗! 언제는 제가 잡고 있었습니까?”

“잡고 있었지. 그것도 단단히 꽉. 아무에게나 물어봐도 같은 말을 들을걸?”

“후후! 잘못 보셨습니다. 저는 책사를 잊었습니다.”

“아니. 살단주는 아직도 책사를 놓지 못하고 있어. 아무 감정도 없다면서 책사 말만 나오면 두 눈이 이글이글 타올라. 보통 예민한 게 아니야. 그런 건 몰랐지?”

“……”

“책사는 이제 돌아오지 않아. 가는 길이 우리와는 완전히 달라. 그만 놓아주자.”

“그러죠.”

주치균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우리, 이번에는 무림에서 물러서려고 해. 혈마 싸움에 가세하지 않으려고.”

“……?”

주치균이 의아한 눈으로 천원주를 쳐다봤다.

“우리 천살단은 완전히 방향을 잘못 잡았어. 지난 이백 년 동안 해왔던 모든 일이 허무하게 틀어져 버렸어. 지금은 전력을 기울여서 혈마를 친다고 해도 겨우 한 명이나 상대할 수 있을까? 살단, 검벽…… 우리 천살단 모든 전력을 동원해도 혈마 한 명만 못해. 인정하자.”

“그러면 저한테 도수척혼을 수련하라는 권고는 왜 했습니까?”

“계속 살아가야 하니까.”

주치균이 천원주를 쳐다봤다.

“혈마가 탄생하기 이전에도 우린 살아왔고, 혈마가 사라진 후에도 우린 계속 살 거야. 인간은 계속 사는 존재거든. 계속 살아야 하니까. 무궁은 계속 발전해야 하니까. 난 천살단주로 취임하지 않았어. 그건 살단주가 도수척혼을 수련한 후에 이어받도록 해. 단주…… 나는 그 단주라는 말보다 천원주라는 말이 더 귀에 쏙쏙 들어와. 너무 오래 들어서 그런가 봐. 살단주도 그렇지 않아? 살단주라는 말보다 검벽주라는 말이 더 귀에 쏙쏙 들리지?”

주치균은 침묵했다.

“수련하는 동안 마음도 같이 정리했으면 해. 제일단을 수련했다니 축하도 할 겸 당부도 할 겸. 우리가 처한 현실도 말할 겸. 겸사겸사 온 거야. 책사, 그만 놔줘. 이제 단주도 지옥에서 벗어나.”

“……”

“결정은 단주 몫이야.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네.”

“……”

주치균은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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