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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415화 (415/500)

九十四章 혈마추락(血魔墜落) (1)

“하악!”

주치균은 숨을 크게 몰아쉬면서 몸에 깃든 독기를 쓸어냈다.

독기가 다시 새끼손가락에 모여들었다. 짧은 순간에 벌써 두 번이나 독을 모은다.

먼젓번에는 새끼손가락 한 마디만 새카맣게 변색하였는데, 이번에는 새끼손가락 전부가 까맣게 물들었다.

검다고 생각되는 정도가 아니다. 아예 새까맣다.

독이 두 배 이상 풀렸다.

“으음!”

주치균은 인상을 찡그렸다.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이번에는 정말 위험했다는 거다.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솔직히 천만다행이라는 생각 외에는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다.

당홍이 한 번만 더 쳐왔어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불쑥 당홍이 물러섰다. 그토록 모욕적인 말을 했는데도, 아주 쉽게 물러났다.

‘둘 중 하나겠지. 네 몸에 이상이 생겼거나, 아니면 도주하는 놈들이 위급해 졌거나. 후후!’

주치균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급히 쫓아갈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당홍이 두려운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경솔했다고 생각한다.

당홍과 해자수는 무공이 비슷하다.

저들이 사용하는 것은 강호상의 무공이 아니다. 생기 무공이다.

그러니 두 사람에게는 강호에서 따지는 무공의 고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해자수와 당홍의 무공은 같은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바로 천살단주가 맞이했던 검이 이런 검이다. 빠르고, 악랄하고, 사납고. 숨 막히게 휘몰아치는……

비사칠초의 빠름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검이었다.

자신은 비사칠초로 당홍의 검을 막아냈다. 초식의 변화, 빠름이 없었다면 결코 막아내지 못했다.

천살단주는 오직 신법으로만 피했다.

단주는 해자수와 싸우면서 각법을 사용하고, 어깨로 튕겨내고, 주먹으로 가격하기도 했다. 주로 검을 사용했지만, 몸도 상당히 많은 부분을 받쳐주었다.

단주의 몸이 해자수의 몸을 따라갔다.

천살단주의 무공은 자신이 경시하거나 비웃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비사칠초면 단주도 능히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다. 막상 천살단주와 싸우게 된다면 누가 이길지 겨뤄봐야 안다.

검속은 분명히 자신이 빠른데, 단주에게는 보이지 않는 빠름? 뭔가 이상한 게 있다.

그렇다. 천살단주의 무공은 멀리서 보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인다. 분명히 그렇다. 계속 손발을 허우적거리면서 쩔쩔맨다. 어쩔 줄 모르는 것 같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한마디로 말해서 천살단주처럼 기괴한 무공을 사용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단주! 도대체 단주는 어떤 무공을 익힌 거야?’

주치균은 급히 손을 놀려서 가슴, 배 또 배…… 세 군데에 그어진 상처를 치료했다.

혈을 눌러 피를 멈추고, 금창산을 꺼내서 뿌렸다.

이제야 비로소 천살단주가 마지막에 한 말, 어느 정도나 쫓아갈 수 있는지 보겠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

천살단주는 계속 저들을 죽이지 말라고 했다.

사실은 엄청난 주문이었다. 저들을 죽일 수조차 없는 사람에게 죽이지 말라니. 계속 압박은 할 수 있지만, 죽이는 것은 생각하지 못할 상황이다.

‘죽이지 말라고 했지. 후후!’

주치균은 이 부분에 주목했다.

단주는 비사칠초를 정확히 안다. 검신이 맞수였다면 자신이 비사칠초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안다.

지금 무공으로는 저들을 쫓아가도 죽이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는 거다.

그런데도 죽이지 말라? 그 말은 저들이 곧 혈마로 변한다는 뜻으로 들어도 된다.

무령환살공으로 죽이지 말라는 것이다.

일단, 저들 두 명이면 자신이 확실히 패한다. 단주도 패한다. 그러니 창피할 것은 없다.

자신이 싸운 당홍도 해자수보다도 까다롭다. 독까지 자유자재로 뿌려대는 상대는 정말 까다롭다. 아마 단주도 쩔쩔맸을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당한 상처 또한 부담가질 필요가 없다.

지금, 이 상황은 지극히 당연하다.

“후후후! 곧 혈마로 변한단 말이지. 그러면 등여산…… 우리도 곧 만나겠네.”

스읏! 스스스슷!

주치균은 신형을 쏘아냈다.

저들을 계속 따라붙으면서 괴롭힌다. 충분히 주의하면서.

“축(丑) 말(末)!”

해자수가 말했다.

궁충은 즉시 활을 들어서 축말 방향 오른쪽 옆을 향해 쏘았다.

쒜엑! 쒜에엑! 쒜에엑!

화살이 번갯불처럼 날아갔다.

목표는 관통하지 못했다. 화살이 무엇인가를 뚫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제길! 막혔네.”

해자수가 중얼거리면서 걸음을 멈췄다.

이상한 말이다. 빗나갔다. 맞추지 못했다. 숨었다. 이런 말들이 아니라 막혔다고?

스읏!

도천패도 걸음을 멈췄다.

도천패와 해자수는 정면을 노려봤다.

궁충에게 활을 쏘라고 한 곳은 오른쪽 옆인데, 두 사람은 일제히 앞을 쏘아봤다.

궁충도 고개를 돌려 앞을 봤다. 그리고 한 사람을 찾아냈다.

‘복면인?’

혈천방이 보낸 복면인과 흡사하다. 같은 복장에 같은 복면이다. 다만 무리가 없고, 지시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단독으로 혼자 움직인다.

병기도 다르다. 먼젓번 복면인은 검을 사용했다. 하지만 앞에 선 자는 구환도(九環刀)를 들었다.

구환도는 칼 등에 둥근 고리 아홉 개가 걸려 있다. 그래서 칼을 쓸 때마다 고리가 부딪치면서 요란한 소리를 울린다. 찰랑거리는 소리인데 무척 귀에 거슬린다.

환도의 이름은 고리의 숫자로 말한다.

- 도배칠환칭칠환도(刀背七環稱七環刀), 도배구환칭구환도(刀背九環稱九環刀).

도배에 고리가 일곱 개면 칠환도, 아홉 개면 구환도라고 부른다. 하지만 모두 통칭해서 고리가 달려 있으면 구환도라고 말하기도 한다. 소림사의 칼에는 고리가 세 개 밖에 달려 있지 않은 데도 구환도라고 부른다.

복면인이 들고 있는 칼의 정식 명칭은 십이환도다. 고리가 열두 개나 달려 있다.

“어디 실력 한 번 볼까?”

스으읏! 쒜엑! 타타타탁!

궁충은 화살 네 대를 재워서 일시에 쏘았다.

화살로 상대를 맞출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른쪽 옆으로 쏘았을 때도 맞추지 못했으니까. 다만 어떤 식으로 피하는지 볼 생각으로 쏘아낸 것이다.

쫘르르릉! 타앙! 탕탕탕!

복면인은 구환도를 들어서 가볍게 쳐냈다. 궁충의 화살을 하루살이 쫓듯이 가볍게 날려버렸다.

“훅!”

정작 화살을 날린 궁충이 깜짝 놀라서 경악성을 토해냈다.

지금은 이놈이고 저놈이고 모두 쳐내는 화살이 되고 말았지만……

그래도 뇌공일사다. 궁마의 절학이 담겨 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이렇게 무기력할 수는 없다.

차릉! 차릉! 차르릉!

복면인이 구환도를 흔들면서 걸어왔다.

“저놈, 심상치 않은데.”

해자수가 중얼거렸다.

그때, 도천패와 해자수가 나섰는데도 귀무살 두 명이 길을 열겠다고 복면인에게 달려들었다.

“안 돼!”

도천패가 급히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이미 귀무살들은 복면인의 좌우에서 검을 쳐가는 중이었다.

한 명은 머리를 노리고, 다른 한 명은 종아리를 노렸다. 한 명은 공중에 떴고, 따른 한 명은 땅에 바싹 달라붙어서 거의 엎어질 듯 쳐갔다.

촤라라라랑!

구환도에서 우렁찬 소리가 울렸다.

“컥!”

“크윽!”

좌우에서 협공하던 귀무살은 너무도 형편없이 피를 쏟으면서 무너졌다.

구환도가 허공을 먼저 그었다. 귀무살의 배를 갈라버렸다.

휘돌리는 검으로 땅에 납작 엎드린 귀무살의 등을 찍었다. 귀무살이 노렸던 발은 위로 살짝 들린 상태였다.

그 순간 궁충은 여덟째째 화살을 쏘아냈다.

귀무살이 공격해 들어가고 있고, 이미 말릴 수 없는 상황이니 도움이나 주겠다는 뜻이다.

촤르르릉! 따앙! 땅!

복면인이 여덟 번째, 그리고 아홉 번째, 열 번째 화살까지 싱겁게 날려버렸다.

“아!”

궁충이 탄식했다.

복면인 한 명이면 귀무살이 전멸한다. 더 싸우다 보면 허점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도저히 상대할 방법이 없다.

“이놈 엄청난 놈인데!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아? 난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하지?”

해자수가 말했다.

“음! 앞이 딱 막히는 느낌이 들기는 하는데…… 잘 보이지도 않고.”

“아! 맞다! 그렇구나! 안 보여!”

해자수가 손으로 이마를 '탁' 치면서 말했다.

복면인이 나타났다. 그러면 해자수의 경우에는 철벽이 우뚝 세워져야 한다. 복면인의 무공이 막강한 만큼 철벽도 크고 단단하게 세워져야 한다.

그런데 철벽이 세워지다가 무너진다.

상대는 분명히 앞에 있는데, 마치 있다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다. 철벽도 세워지다 말고, 다시 세워지기를 반복한다.

“이놈 천살단에서 만들었던 사마, 그런 종류로 보이지 않아요?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나?”

도천패가 말했다.

“아니, 내 눈데도 그렇게 보여. 그런 종류인 것 같아. 그런데 사마는 확실히 보였거든. 이놈은 그놈과는 다른 놈 같아. 하! 세상에 웬 놈의 괴물이 이렇게 많냐?”

해자수가 중얼거렸다.

그런데 구환도를 든 놈이 한 놈이 아니다.

철컹! 철컹! 촤르륵! 촤륵!

오른쪽에서 구환도를 든 놈이 나타났다. 그리고 왼쪽에서도 또 한 명이 걸어 나왔다.

모두 세 방향에서 복면인이 나타났다.

“후우!”

도천패가 한숨을 내쉬었다.

귀무살은 이자들을 상대할 수 없다. 앞을 막아서는 것도 의미 없다. 종이처럼 찢겨나간다.

“어이! 궁충! 여자들을 부탁해.”

도천패가 등여산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해자수도 묵묵히 홀리를 내려놓았다.

“아씨. 어쩔 수 없네. 끝까지 지켜드리려고 했는데. 잠시 한눈 좀 팔다가. 킥킥!”

해자수는 이게 마지막 싸움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이자들을 상대하기는 쉽지 않다. 해자수는 물론이고 도천패도 복면인들이 감지되지 않는다.

생기를 사용하면 매우 위험하다. 생기와 진기를 고루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생기는 일단 일어나면 진기를 밀어버린다. 온정신을 빼앗아 버린다.

복면인들은 생기 무공의 허점을 파악한 듯하다.

천살단에서 보낸 놈들인지 혈천방 놈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철저하게 혈마를 상대하기 위해서 만든 놈들이다.

“이놈들은 무령환살공과 같은 종류의 무공을 수련한 듯해. 혈마가 되면 더 안 보일 거야.”

“그 전에 잡아야 한다면…… 잡지 뭐. 형님, 내 등에 타슈.”

도천패가 당홍이 묶던 줄을 내밀었다.

해자수가 고개를 저었다.

“전부터 그게 궁금했는데…… 당홍이 등에 업혀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 아무런 느낌도 없냐고?”

도천패가 무슨 말이냐는 듯 해자수를 쳐다봤다.

“혈마는 혈마를 용납하지 않거든. 두 사람, 아씨를 보면 죽이고 싶었다며? 그런데 두 사람 사이에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지? 제일 먼저 서로 상잔해야 맞는 거거든.”

“정말 그렇네?”

도천패가 새삼 알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 사람은 정말 괜찮았어?”

스릉!

해자수가 검을 뽑으며 말했다.

복면인 세 명이 다가오고 있다. 귀무살들이 등여산과 홀리를 등에 업었다.

“우리는 뭐. 서로 없으면 그게 더 섭섭했으니까. 아! 그럼 이건 안 되겠네?”

도천패가 허리에 묶는 끈을 다시 집어넣었다.

“내가 혈기라는 것에 망조가 들면 제일 먼저 네 머리부터 내리칠 거야. 아씨가 제일 걱정했던 게 그거였거든. 우릴 죽이는 거. 그래서 스스로 비수를 찌르신 거고.”

스읏!

호발귀도 월도를 들었다.

“두 분만 남으면 안 되지. 도움은 안 되겠지만. 너희는 가라.”

궁충이 활을 들고 두 사람 곁으로 다가왔다.

도천패가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귀무살도 자존심이 있다. 죽더라도 싸우기는 해야 한다.

수하들은 귀검에게 돌려보내도 궁충만은 싸우는 게 귀무살 자존심이다.

“그래. 그럼 오른쪽 놈을 맡아. 난 정면. 형님은 왼쪽.”

“킥킥! 좋아.”

해자수가 왼쪽에서 걸어오는 복면인을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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