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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414화 (414/500)

第九十三章 불입호혈(不入虎穴) (5)

당홍은 상대가 누구라도 싸울 자신이 있었다.

해자수가 천살단주를 상대로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고 했다. 천살단주를 상처까지 입혔다고 했다. 그렇다면 누가 되었든 두 명 이상이 달려들어도 상대할 수 있다.

‘최대한 버텨줄게. 빨리 와!’

상대를 향해서 치달려 갈 때는 오직 한 생각뿐이었다.

‘어떤 자일까?’

천살단주는 아니다. 해자수와 싸우느라 많이 지쳤고, 부상까지 입었다. 그러면 혈천방주일 가능성도 있다.

땅!

첫 번째 필살 검, 그런데 상대가 막았다.

땅 따당 땅! 깡! 까까깡! 까아앙!

연속해서 검이 터졌다. 또 모두 막아낸다.

격검은 순식간에 오십여 합에 이르렀다. 서로가 숨돌릴 틈도 없이 검을 주고받았다.

상대방의 움직임은 결코 자신의 못지않다. 매우 빠르다!

깡! 까까깡! 까아앙!

검을 격렬하게 부딪친 후, 상대가 물러섰다. 당홍은 여전히 앞으로 달려나갔다.

잠시도 틈을 주지 않았다. 생기 무공은 상대가 쓰러지지 않으면 계속 위험을 예고한다.

파앗!

당홍이 순간적으로 땅을 박차고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땅을 도천패의 등이라고 생각한다. 힘껏 발판을 밟고 도약한다. 그런데 실제로 호발귀를 밟은 만큼 탄력이 일어나지 않았다. 맨숭맨숭한 느낌이다.

그만큼 도천패가 큰 힘을 보태주고 있었다.

그래도 지금 도약한 것만 해도 일반 무인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화라라라락!

그녀는 나비처럼 훨훨 날았다.

허공에서 검우(劍雨)가 쏟아졌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검이 떨어졌다.

보통 무인이 허공에서 펼쳐낼 수 있는 변검은 이 검 내지 삼 검이다. 더 이상의 변검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당홍은 무려 십여 초 이상 변초를 일궈냈다.

“커억!”

상대가 거친 숨을 토해내며 물러섰다.

쫘아아악!

당홍의 마지막 검은 상대방의 어깨를 훑었다.

왼쪽 어깨 앞에서부터 목 뒷부분까지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깊이가 쭉 이어졌다.

파앗!

어깨에서 피가 솟구쳤다.

상대…… 주치균은 당홍의 검을 모두 피하지 못했다. 마지막 일 검을 맞고 말았다.

“후후후!”

주치균은 어깨에 난 상처를 힐끔 쳐다보며 웃었다.

첫 번째 격돌에서 두 사람을 서로를 알아봤다. 아니, 검을 부딪치기 전에 알았다.

두 사람은 서로 승부를 자신했다.

주치균은 비사칠초를 유감없이 떨쳐냈고, 당홍은 마음껏 생기 무공을 쏟아냈다.

당홍은 나비가 되는 순간, 꿈틀거리는 빛무리를 본다.

호발귀는 푸른 빛이라고 했는데, 그녀 눈에는 그저 작은 빛무리가 흘러간다.

위험한 곳, 적이다.

빛무리를 치면 산산이 조각나면서 흩어진다. 빛이 비산한다.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 모습이 매우 아름답다. 너무 아름다워서 다음 빛무리를 찾아서 떠나게 된다. 일 검에 두 개, 세 개를 터트리면 더 좋다. 더 많은 비산을 본다.

주치균도 빛무리로 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검을 쳐내도 흩어지지 않았다. 용케 피하면서 오히려 자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빛이 날카롭게 변형되어서 찔러온다.

“괜찮네.”

당홍이 말했다.

주치균, 이자…… 호발귀를 잡은 전력이 있다.

이자가 사용하는 무령환살공은 혈마의 최고 적이다. 호발귀가 잡혔다면 다른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혈마가 되기 전에 반드시 잡아야 한다.

그런데 검벽주, 아니 살단주의 무공이 이렇게 높았나?

몸은 가만히 서 있는데 검이 스스로 살아서 변화한다. 손목의 움직임이 매우 빨라서 수많은 검초를 펼쳐낸다. 일 초로 십 초를 막을 수 있는 변화다.

“방금 그 검 뭐야?”

당홍이 물었다.

“원래부터 알고 있던 거.”

주치균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너를 모를까. 그 검이 아니잖아. 건곤구혼검. 네 검은 건곤구혼으로 알고 있는데?”

“후후후! 혈마도 인간 무공이 궁금한가?”

“별로. 넌 죽을 거니까 별로 궁금하지 않아.”

“자신 있는 모습은 보기 좋지. 자, 넌 언제 혈마로 변할까? 하하하! 혈마로 변하면 내 밥인데.”

“그 전에 넌 쓰러져.”

“싸움은 입으로 하는 게 아니다.”

“호호! 너 바보구나? 누가 입으로 한데? 난 벌써 공격했는데 알지도 못하네? 너 정말 바보구나?”

당홍이 씩 웃었다. 순간,

“욱!”

주치균은 당황해서 안색이 확 변했다.

속에서 뜨거운 열기가 치솟았다. 뜨거운 열기는 곧 살이 덜덜 떨리는 한기로 변했다. 감기를 심하게 앓을 때처럼 전신에서 오한이 치솟는다.

“이익!”

주치균은 이를 부득 갈았다.

독! 암산 당했다.

발끝에서 불이 확 붙었다. 반면에 몸은 얼음을 덴 듯 차갑다. 발끝에서 일어난 열기가 머리를 파고든다. 곧 두 눈에서 뜨거운 열기가 피어난다.

두통! 심한 두통이 일어난다. 목도 뻐근해진다.

이상한 현상들이 정신 못 차리게 달려든다. 몸을 괴롭히는 데는 이만한 독도 없을 것 같다.

“도대체 뭔 짓을!”

“너도 네 검이 뭔지 말하지 않았잖아. 그러니 나도 뭔지 가르쳐 줄 이유가 없어. 니가 알아내야지. 니 검 비사칠초지? 호호! 난 알아냈잖아. 너도 네가 알아내.”

스읏!

당홍이 몸을 꿈틀거렸다.

곧 공격해 온다. 당홍은 이대로 물러날 생각이 없다. 자신을 죽일 생각이다.

주치균은 당홍을 주시하면서 진기를 휘돌렸다.

화르르르릉!

거센 진기가 전신을 맹렬하게 휘저었다.

비사칠초를 깨닫는 순간, 오의가 머릿속을 후려치는 순간, 주치균의 경맥은 두 배 이상으로 확장되었다. 단순한 깨달음이 아니라 진기 각성이기 때문이다.

단전에서 일어난 진기가 전신을 휘돌았다. 예전에는 비할 수 없는 강맹한 진기가 폭풍처럼 경맥을 휩쓸었다.

현재, 주치균이 휘돌리는 진기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도도하게 흐르는 진기가 전신을 휘돌면서 독기를 쓸어냈다.

황하(黃河)에 오물 한 줌 투척한다고 해서 강이 더럽혀지나? 드넓은 강에 독기가 스며들었다고 해서 진기가 독기로 변하나? 어림도 없는 수작!

꾸르르르릉!

전신을 휘돈 진기는 독기를 몰아서 새끼손가락 끝에 몰아넣었다.

손가락 끝이 새까맣게 변색되었다.

주치균은 왼손 새끼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겨우 이런 걸 믿고, 독이니 어쩌니 한 거야? 독의라는 말이 창피하지 않나? 하하하!”

주치균이 웃었다.

‘독섬칠공!’

당홍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주치균이 방금 펼친 공부는 독섬칠공이다. 아니, 독섬칠공은 아니다.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독섬칠공과 같은 현상이 자연적으로 일어났다.

본인 스스로 독섬칠공 중 차독법의 요체를 깨달아버렸다.

독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독기를 밀어내는 경우는 오직 하나, 임독양맥이 타통되었다. 생사 현관이 뚫렸다. 진기의 흐름을 쫓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내려다본다.

‘진기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이건가?’

맞다. 그렇기 때문에 진기를 마음대로 가지고 논다.

지금 주치균의 무공은 천하 최강 반열에 올라섰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적어도 무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 것이다.

“어떻게 너 같은 놈이 이런 무공을! 하늘은 참 속을 알 수 없다니까. 너 같은 놈이 잘되는 것을 보면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말도 헛소리인 것 같아.”

“하하하! 나한테 악감정이 많네? 내가 그렇게 잘못했나?”

“니가 호발귀에게 한 짓을 알아. 파신금령술을 썼다면서? 그게 인간이 할 짓이니? 차라리 죽이지 그랬어?”

“아! 그거!”

주치균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난 널 죽일 생각이었는데…… 혈마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생각을 바꿨어. 네 말 때문에. 너한테도 파신금령술을 쓸 생각이야.”

“뭐라고! 너!”

“하하! 넌 곧 혈마로 변할 텐데, 그러면 무령환살공을 당할 수 없을 거고. 잡히겠지? 일단 파신금령술을 써서 잡은 후에…… 여자에게는 옷 벗기는 게 수치지? 발가벗겨서 가축우리에 넣고 만인 앞에 공개하려고.”

‘넌 죽어!’

당홍은 주치균을 죽이기로 결심했다.

이번에도 주치균이 세차게 떨쳐내고 물러서지 않았다면 계속 공격하고 있을 것이다.

상대가 주치균이니 몇 마디 이야기하고, 물러선다면 자신도 빠질 생각이었다. 여기서 혈마가 되면 곤란하니까. 일단 동굴로 돌아가는 게 급선무이니까.

그런데 주치균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이 인간은…… 죽여야겠다.

주치균이 말했다.

“밥은 줄게. 개밥 그릇에 담아서 줄 테니까 허겁지겁 먹어봐. 니 괴물 같은 모습을 보면 혈마가 되어도 별수 없다는 걸 다들 알게 되겠지. 하하하!”

책사는 이 자를 정명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성격이 밝고, 학문도 깊고, 무공도 강하고, 세상을 보는 눈도 깊다고 칭찬했다. 주치균과 앉아서 일 다경만 이야기하면 빠져들 여인이 많은 것이라고 했다.

천살단을 등질 때도 단주에게 미안하고, 천원주에게 미안하고, 주치균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 사람들이 무슨 욕을 해도 다 들어야 한다고 했다.

“너 같은 놈을…… 등여산, 그 계집애. 눈이 삐었네.”

당홍이 툭 마음속 말을 내뱉었다.

주치균이 하는 말과는 전혀 상관없는 말이다. 진정 마음에서 튀어나온 말이다.

주치균도 그 말뜻을 알아들었다.

“후후후! 눈이 삔 게 아니라…… 그 여자가 날 잡놈으로 만들었어. 날 이렇게 만든 게 그 여자거든. 그러니 그 여자도 가만두지 못하지. 너보다 더 심한 꼴을 당할 거야. 기대하라고.”

스읏!

주치균이 검을 들어 올렸다.

‘시간을 끌면 불리하다.’

당홍은 싸움을 오래 지속하는 게 결코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안다.

지금은 그런 생각이 더 강해졌다.

그녀는 의원이다. 독을 사용하는 독의다. 그러므로 혈마에 관한 연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눈앞에서 혈기가 일어나고, 사람이 미치는데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혈기를 분석하려고 애썼다.

- 인이희대허칙신기승의(因而喜大虛則腎氣乘矣), 노칙간기승의(怒則肝氣乘矣), 비칙폐기승의(悲則肺氣乘矣), 공칙비기승의(恐則脾氣乘矣), 우칙심기승의(憂則心氣乘矣)……

황제내경에 나오는 말이다.

기쁨이 크면 신장의 기운이 오른다. 노하면 간이, 슬프면 폐가, 공포를 느끼면 비장이, 근심이 크면 심장이 타들어간다.

인간의 감정 변화는 오장육부에 영향을 미친다.

당홍은 여기에 착안해서 오장육부에 보초를 세워두었다.

그중 목정혈(木井穴)이 지진을 만난 듯 부르르 떨렸다. 아니, 강풍에 흔들리는 문풍지처럼 떨어댔다.

목정혈을 손가락 끝에 위치한다. 드넓은 장강(長江)이 당고랍(唐古拉) 산맥 작은 옹달샘에서 시작했듯이, 간과 담의 기운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혈이다.

당홍은 목정혈의 떨림이 주치균의 말을 듣고 분노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다. 분노는 간을 흔들지만, 눈에 띌 정도는 아니다.

지금 목정혈에서 일어나는 떨림은 당홍이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몸속 떨림이다.

혈기! 혈기가 일어나고 있다!

아직 혈기가 일어난다거나 자신이 괴물로 변해간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부터 급격하게 변해갈 것이다. 이 떨림은 혈기가 일어나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된다.

‘시간이 없어!’

쒜엑! 쒜에엑!

당홍은 즉시 주치균을 향해 뛰어올랐다.

주치균이 비사칠초를 사용하니 순간적인 검속에서는 천하제일이다.

깡! 까까깡! 까아앙!

검과 검이 부딪혔다.

한순간을 몰아쳤을 뿐인데, 양쪽 검이 십여 차례 이상이나 부딪쳤다. 그 순간, 당홍은 또 독분을 뿌렸다.

“크윽!”

주치균이 신음을 토해내며 뒤로 물러섰다.

당홍은 그가 물러서도록 여유를 주지 않았다. 즉시 따라붙으면서 검초를 떨쳐냈다.

빛무리…… 빛무리를 터트린다!

주치균은 실전 경험이 풍부하다. 하지만 검공과 독공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사람과는 싸워본 적이 없다. 당홍이 독공 고수라는 점을 알지만, 검에만 신경이 집중된다.

당홍 같은 고수가 뿌린 독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일순간에 몸에서 불이 붙는다. 온몸에 기름을 쏟아붓고 불길을 불을 지른 것처럼, 팔팔 끓어오르는 용암 더미 속에 뛰어든 것처럼, 온몸이 확 타오른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일시 마비되는 느낌이다.

주치균은 그 독을 몰아낼 수 있다. 하지만 순간적인 고통은 그 역시 감당해내야 한다.

그 잠깐 동안 주치균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그 사이를 뚫고 검이 날아들었다.

깡! 까까깡! 까아앙! 파파팟!

비사칠초를 쳐냈지만, 검초 몇 개가 몸을 훑고 지나갔다.ㅊ

“크으윽!”

주치균은 신음을 흘리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때,

“애송이! 이번에는 봐준다! 다음에 죽여줄게! 호호호!”

당홍이 낭랑한 웃음을 흘리며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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