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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410화 (410/500)

第九十三章 불입호혈(不入虎穴) (1)

“아! 드디어 떨어져 나갔네.”

당홍이 중얼거렸다.

끝없이 달려들던 벌떼들이 떨어져 나갔다. 어느 한쪽이 끝장날 때까지는 싸움이 끝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끝도 없이 이어지던 공격이 드디어 멈췄다.

혈천방도 천살단도 더는 보이지 않는다.

“아직 있지?”

“음. 거리를 두고.”

“달려들지만 않는다면 문제 될 건 없잖아. 그런데 왜 공격을 멈췄지? 이 정도까지 해놓고?”

“피해가 워낙 큰 거지.”

도천패와 당홍이 말을 주고받았다.

천살단이나 혈천방은 책사와 홀리를 탈취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다했다.

하지만 저들도 무인이 무한정으로 있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가 쓰러져 나간 후이니 공격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완전히 물러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암중으로 따라붙었다.

“어쨌든 한숨 돌렸으니까.”

도천패가 두 다리를 쭉 펴고 앉았다.

두두두두두! 두두두두!

마차는 여전히 빠르게 치달렸다.

“몇 명이냐! 번호!”

궁충이 말했다.

“하나!”

“둘!”

살아남은 귀무살이 무작위로 번호를 이어갔다.

번호는 ‘다섯’에서 멈췄다. 다섯 이후로 더 번호를 말하는 사람이 없다.

다섯…… 마차에 둘, 일곱 명만 살아남았다. 서른 명이 죽었다.

귀무살이 전멸당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대단한 싸움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저들은 전열을 정비한 후, 다시 공격해 올 것이다.

저들이 물러선 데는 당홍의 활약이 매우 컸다.

당홍이 허공을 날면 두 명, 세 명이 반드시 목숨을 잃었다. 궁충의 화살을 맞고는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어도 당홍의 칼을 맞고 목숨을 부지한 사람은 없다.

당홍은 절대 요처만 가격한다. 그녀의 검에는 자비가 없다. 더욱이 독까지 뿌려진다.

마차를 향해 달려들던 무인 중 태반이 당홍 손에 쓰러졌다.

혈천방도 마찬가지다. 복면인들이라고 다를 리 없다.

그들이 내세웠던 회마 복면인들은 결코 당홍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들은 당홍과 검도 부딪히지 못했다. 당홍에 검이 번뜩이는 순간 그들은 쓰러졌다.

“희생이 크네.”

도천패가 중얼거렸다.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으니까. 우리 일곱이면 너희, 소축령까지 무사히 데려간다. 걱정하지 말고 푹 쉬어. 귀무살은 맡은 임무는 반드시 완수해!”

궁충이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말했다.

촤악!

해자수가 날아와 마차 위로 올라섰다.

“괜찮아요?”

당홍이 활짝 웃으면서 물었다.

그런데…… 해자수의 대답이 매우 퉁명스러웠다.

“한 시진이나 싸웠는데 겨우 여기밖에 못 온 거야? 왜 이렇게 느려터져?”

다소 신경질적인 어투다.

그 말을 또 도천패가 받아쳤다.

“너만 싸웠냐! 우리는 놀았어? 누가 느리게 가고 싶어서 느리게 가냐고!”

도천패의 음성이 상당히 거칠었다.

“앗! 잠깐! 두 사람, 모두 잠깐!”

당홍이 급히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으며 말했다.

해자수와 호발귀는 말만 나눈 게 아니다. 서로를 쏘아보면서 여차하면 부딪칠 기세였다.

“두 사람 모두 심호흡! 알지?”

“앗!”

“음!”

당홍이 제지하자 그제야 해자수와 도천패도 자신들의 실태를 깨달았다.

혈기가 일어나고 있다. 상대방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혈기가 일어났다는 거다. 평소에는 쓰지 않을 말들을 거침없이 내뱉지 않았나.

도천패와 당홍은 이런 경험을 보름에 걸쳐서 한 적이 있다.

상대가 고까워 보이고, 미워지고, 귀찮고…… 그러다가는 때리고 싶어진다.

“이상하네? 정작 움직인 건 난데, 왜? 아! 나보다 심력(心力)을 많이 썼구나. 바보같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뭐하러 그렇게 걱정을 해.”

당홍이 도천패를 보며 핀잔주듯 말했다.

도천패는 발판 역할만 했다. 하지만 당홍이 허공을 날 때마다 그녀의 안위를 지켜봤다. 마음 졸이면서,

그 충격, 걱정이 혈기를 강하게 자극했다.

실제로 허공을 날면서 무공을 구사한 당홍보다도 도천패의 혈기가 더 많이 작용했다.

거기에 해자수가 도착하자, 혈기와 혈기가 부딪친 것이다.

두 사람의 혈기는 매우 약한 편이지만, 서로를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던 것 같다.

“형님, 미안.”

도천패가 먼저 사과했다.

“형님?”

“나이도 많고, 서로 죽을 고비 살 고비 같이 넘겼고…… 진작부터 형님이라고 불러야 했는데. 방금 내가 한 말, 진심이 아닌 건 알죠? 넘어갑시다.”

“하하하! 나 역시 진심은 아니었지. 내가 언제 뭐라고 한 적 있나? 나답지 않은 말을 했어.”

해자수도 머리를 긁적거렸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자신들이 언제 또 변하게 될지, 어떤 말을 할지 알지 못한다. 분명히 서로가 싫은 소리를 할 것이다. 또 부딪칠 것이다. 혈기가 서로 충돌한다.

“빨리 가야겠어.”

도천패가 궁충을 보며 말했다.

“최대한 가고는 있는데……”

궁충도 두 사람의 상태를 알아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소축령까지는 아직도 반나절 거리나 남았다. 거기에 말도 지쳐서 달리지를 못하고 있다. 조금만 더 심하게 몰아붙이면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질 것 같다

“내려서 뛸까? 신법을 쓰면……”

궁충이 말을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마차에서 내려서 뛰는 것이 제일 적합해 보인다. 하지만 그러자면 등여산과 홀리를 업어야 한다. 그런 상태에서 적과 부딪치면 매우 곤란해진다.

모두가 염려하는 것은 해자수와 도천패의 혈기다.

당홍도 언제 발작할지 알지 못한다. 도천패의 혈기가 일어난 것을 보면 당홍도 멀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가 공격해 온다면 치명적이다.

“말을 구해오겠습니다.”

옆에 치달리던 귀무살이 말했다.

“구해올 수 있겠나?”

“이 앞에 마을이 있습니다. 뒤져보면 한두 필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궁충은 ‘그래’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마차를 벗어나면 바로 습격당한다.’

당홍과 궁충의 보호가 없는 귀무살을 내버려 둘 저들이 아니다. 그러니 단지 말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다섯 명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이들을 보내면 살아서 돌아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지친 말을 끌고 갈 수도 없다.

“그래. 잘…… 다녀와라.”

궁충이 힘들게 말했다.

그때 당홍이 급히 말했다.

“아니, 그렇게 하지 마세요. 차라리 그럴 바에는 마을에 들렀다가 가요. 우리 다 같이 가면 쉽게 공격해 올 사람이 없어요. 약간 돌아간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요.”

“마을에 들렀다가 가면 반 시진은 더 걸릴 겁니다.”

“반 시진 정도로 이 사람들, 괴물 안 돼요. 걱정하지 마시고 마차 돌려요.”

지금도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말을 바꿔야 한다

“마을로.”

궁충이 말했다.

“끼럇!”

어자석에 앉은 귀무살이 급히 말의 방향을 바꿨다.

“이건!”

“하! 이놈의 새끼들!”

해자수가 어처구니없어서 혀를 내둘렀다.

원래 말이 있었다. 마차를 끄는 말은 아니다. 농사에 쓰는 말이라서 잘 달릴까 염려된다. 설혹 살아있어도 교체가 꺼려지는 말들이다. 그런 말이 두 필…… 하지만 지금은 죽었다.

“이거 방금 벤 거지?”

해자수가 궁충을 보며 말했다.

궁충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 누군가가 말을 검으로 베어버렸다. 아직도 잘린 목에서 붉은 피가 꾸역꾸역 흘러나온다.

혈천방은 공공연하게 움직이지 못하니 천살단 무인으로 추측된다.

천살단이 이래도 되나? 말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고 농가의 말을 죽여도 되나?

“얼마나 더 갈 수 있겠어?”

궁충이 귀무살에게 물었다.

“못갑니다.”

어자석에 안은 귀무살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동안은 몰랐는데…… 말들도 무사하지 못했다. 말 한 필은 복부에 비수가 꽂혔고, 다른 한 필은 발에 상처가 생겼다. 네 필 중 두 필이 움직이기 힘든 상태다.

“이렇게 되면 방법이 없네. 이제 뛰어야지.”

해자수가 마차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요. 그럼 해자수님이 홀리를 맡으세요. 호호! 아씨라면 꼼짝 못 하시잖아요.”

“꼼짝 못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척하는 거라니까.”

“호호호! 가가는 책사를 업어요. 내가 앞을 뚫을게요. 궁충님은 뒤. 귀무살은 여섯 분이니 세 분씩 나눠서. 알죠?”

당홍이 일사천리로 지시했다.

“원거리는 내가 맡는다. 중거리는 당홍님이 맡을 것이고, 너희는 근거리를 맡아. 두 분이 무공을 쓰지 못하게끔 최선을 다해서 막아야 한다!”

궁충이 귀무살에게 지시했다.

궁충은 마차에 있는 화살을 전통에 옮겨 담았다.

전통이 무려 네 개나 된다. 등에 두 개, 양쪽 허리에 하나씩 찼다. 전통 하나에 화살 스무 대씩을 담았으니 모두 팔십 대나 된다. 회마 복면인이 달려들어도 스무 명을 칠 수 있다.

“준비 끝!”

궁충이 일행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렇게 다니면 무겁지 않아? 어휴! 보기만 해도…… 궁사가 안 되길 천만다행이야.”

해자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스으읏! 스읏! 스스스슷!

그들은 관도로 치달렸다.

산길을 택하면 소축령까지 반 시진 정도는 단축할 수 있다. 하지만 힘들다. 또 기습에도 취약하다. 차라리 조금 늦게 가더라도 사방이 확 트인 관도로 가는 것이 낫다.

화살을 쏘기도 쉽고 만일의 경우 쌍학을 펼치기도 용이하다.

아무래도 산보다는 관도가 낫다.

“달리다가 조금이라도 기분이 이상해지면 바로 말해요.”

당홍이 해자수를 보며 말했다. 물론 이 말은 도천패에게도 해당된다.

“당매도. 뭔가 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말해.”

“아! 이거 참. 꼭 몸에 화약을 넣고 다니는 기분이라니까.”

해자수가 투덜거렸다.

차라리 혈기라는 것을 몰랐을 때는 이렇게 불안하지가 않았다. 기분이 나빠지면 그냥 나빠지는가 보다 했다. 사람이 살다 보면 그냥 기분이 나빠질 때도 있지 않나.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게 기분이다.

그런데 그 약간의 기분 변화조차도 세 사람에게는 매우 민감하게 다가온다.

그냥 기분이 나빠질 수도 있는데 단순한 감정 변화가 아니라니. 세 사람의 모든 감정 변화가 혈기에 영향을 미친다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세 사람은 아직 생기나 혈기를 보지 못한다.

그러니 호발귀가 말하는 것을 대부분 이해하지 못한다. 호발귀가 말하는 혈권이니 사권이니 하는 부분조차도 아직 감지하지 못하는 상태다.

그러니 무조건 호발귀 말을 믿고 따른다.

호발귀는 누구보다도 앞서서 혈마의 길을 걸었으니 무조건 믿어야 한다.

이유……없이 기분이 나빠지면, 주위 사람이 싫어지거나 짜증이 일어나면…… 혈기가 일어나는 징조다.

스읏! 스스스슷!

그들은 앞만 보고 치달렸다.

사실 세 사람은 지금 매우 위험한 상태다.

혈천방이나 천살단이 지금 즉시 세 사람을 공격하면, 또는 천살단주가 나타나서 앞을 막아서면 등여산과 홀리를 포함해서 다섯 명 모두 혈마로 둔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저들도 모험을 감수해야 한다.

천살단주 한 명이 앞을 가로막으면 이번에는 해자수를 막았을 때처럼 쉽지 않다. 도천패와 당홍만 달려들어도 패할 수 있다. 더욱이 천살단주는 부상을 입었다.

혈천방주 역시 어떤 무공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쉽게 달려들 형편이 못 된다.

지금 이들 앞을 막으려면 혈천방주와 천살단주가 연수해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천살단이나 혈천방에게 가장 염려가 되는 것은 혈마가 아니다. 혈마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가공할 무위를 발휘하는 자들이 힘들다. 도천패, 당홍 해자수다.

정작 혈마가 되고 나면 아주 쉽게 잡을 수 있다.

혈천방은 모르겠으나 천살단은 그럴 수 있다. 무령환살공이나 암약혼기를 쓰면 쉽게 잡는다.

혈마를 잡는 방법은 많다.

세 사람을 다른 방법으로 괴롭힐 수도 있다.

계속해서 화살이나 표창, 비표 같은 것으로 공격하면 어쩔 수 없이 무공을 펼쳐야만 한다.

세 사람마저 혈마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천살단이나 혈천방은 지금은 지구전으로 끌어갈 만한 무인이 없었다. 그들 역시 지금까지의 싸움에서 검벽과 비천당이 해체될 정도로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이것이 세 사람에게는 천만다행인 것이다.

쒜엑! 쒜에엑! 쒜에엑!

그들은 사방을 살피면서 치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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