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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214화 (214/500)

第五十三章 잘못된 진결(眞訣) (4)

구혼음소는 매우 난해하다. 하지만 진결 내용이 난해할 뿐이지 음률은 이해하기 쉽다.

촌장이 이틀 여유를 말할 때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해보니 이틀이면 충분하다. 가사를 알고 있으니 곡을 바꾸기는 의외로 쉽다.

토초가 먼저 구혼음소를 읊었다.

그녀는 매우 능숙하게 읊었다. 삼 단계 진결을 실제로 써봐서인지 진결에 힘이 들어있었다. 매우 자신만만했다. 진결도 정확하게 이어졌다.

토초 다음에 홀리가 진결을 읊었다.

홀리는 담담하게 노래했다.

‘이걸 빨리 호발귀에게 알려줘야 해.’

호발귀는 구혼음소에 한계를 느끼는 중이다. 구혼음소로는 통제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결국, 혈마를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죽음까지 고려한다.

이 단계 구혼음소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지만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외우자, 단숨에 외워졌다.

사실, 홀리는 이 단계 구혼음소를 하루 만에 외웠다. 이틀째는 이미 숙련 단계로 접어들었다.

촌장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 일 단계다. 타악 투 파 비투 쏘 추우.”

촌장은 준비됐냐는 말도 묻지 않고 다짜고짜 진결을 읊조렸다.

‘또 달라!’

토초와 홀리는 온 정신을 집중해서 진결을 들었다.

촌장은 이 단계처럼 일 단계 진결도 쉰 번을 말했다.

준장은 구원 놈 속의 1단계를 무려 50번이나 읽었다

“먼 젓 것을 이틀 만에 외웠다면 이것도 이틀이면 충분할 것이다. 잘 알겠지만 음 하나만 잘못해도 전체가 틀어진다. 이제 외우고 못 외우고는 너희에게 달린 일. 알아서 해.”

이번 공부는 확실히 토초가 유리하다.

토초는 틀림없이 혈마에게 구혼음소를 펼칠 것이다. 그리고 어떤 결과가 일어나는지 직접 확인한다. 호발귀가 일으킬 반응을 미리 볼 수 있다.

홀리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한 채 외우기만 한다.

이런 식으로 외운 구혼음소는 함부로 사용하지 못한다. 예전 구혼음소는 혈마를 노예로 만드는 데 쓰인다. 촌장이 그렇다고 말했고, 그 말을 믿었다.

실제로 사용해 본 결과, 구혼음소는 죽음을 불러온다.

다만, 귀색혼령대법과 같이 사용했을 때는 전혀 다른 결과가 일어난다.

예전에는 적어도 이런 믿음이라고 가지고 구혼음소를 사용했다.

지금은 어떤 믿음도 없다. 구혼음소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본 후에 사용해야 한다.

확인하는 방법? 있다.

토초가 혈마를 조정할 때 은밀히 숨어서 지켜보는 것이다.

스읏!

홀리는 은밀히 움직여서 토초의 연공실로 잠입했다.

다행스럽게도 형제들은 혈천방에 나가 있다. 밤낮을 불문하고 혈천방을 감시하는 중이다. 혈천방에 무슨 일이 터져도 단단히 터진 것 같다.

형제들이 있었어도 토초가 혈마를 제련할 때는 뇌옥을 비워준다.

귀색혼령대법은 매우 격렬한 정사다. 정사를 벌이는 소리가 좁은 동굴을 회오리친다.

아무리 배다른 형제라고 해도 누이의 신음을 듣고 있을 수는 없다.

덕분에 홀리는 토초의 연공실까지 무난히 잠입했다.

하악! 헉! 하아아아!

토초의 신음이 낯 뜨겁게 들려왔다.

토초가 혈마를 잡아놓고 귀색혼령대법을 펼치고 있다. 혈마와 정사를 벌이면서 구혼음소를 끊임없이 주입한다. 당신을 다스릴 혈마후가 누군지 각인시킨다.

홀리는 잠시 망설였다.

구혼음소의 반응을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의붓언니의 정사까지 엿봐야 하나?

‘아냐. 이건 봐야 해. 눈 질끔 감고 보는 거야.’

스읏!

홀리는 연공실 문 앞까지 바싹 다가섰다.

여기서 한 가지, 음문촌 사람들이 매우 간과한 부분이 있다. 바로 홀리의 무공이다.

음문촌 사람들은 홀리의 무공을 잘 안다. 그녀가 어느 정도나 강한지 모를 수가 없다.

홀리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바로 얼마 전까지 그들은 한솥밥을 먹고 살았다. 홀리가 활을 쏠 때, 단검을 던질 때, 검을 휘두를 때…… 모든 모습을 다 지켜봤다.

그런데 홀리는 호발귀가 같이 있으면서 무공이 급신장했다.

호발귀가 홀리의 생기를 격타했다.

홀리의 내공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경지에 올라섰다.

홀리의 무공은 이미 형제들을 능가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본신 무공을 숨기고 촌장에게 제압당했다. 무엇을 알아내는 문제는 결코 무공이 높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스읏!

홀리는 연공실 문 옆에 바짝 붙어서 석실 안을 슬쩍 쳐다봤다.

사지를 묶인 사내가 알몸 상태로 침상에 눕혀 있다. 근육으로 똘똘 뭉쳐진 토초도 알몸 상태로 사내를 깔고 앉았다. 그리고 조금씩 몸을 움직이면서 진결을 외운다.

“스루파 나후 사라 럼 로럼”

‘첫 번째!’

토초가 읊고 있는 진결은 첫 번째 것이다. 바로 오늘 들은 것인데, 벌써 혈마에게 사용하고 있다.

토초는 최대, 네 명밖에 혈마를 만들지 못한다.

귀색혼령대법을 펼치면 보름 동안은 정사를 벌이지 못할 정도로 몸이 망가진다. 육신은 멀쩡하지만, 음정(陰精)이 깨진다. 그러니 보름 후에야 다시 정사를 가질 수 있다.

촌장에게서 새로운 구혼음소를 배운 지 사흘이 지났다. 그런데 바로 오늘 장사를 벌인다는 것은 지난 삼 일 동안은 혈마를 만들지 않았다는 뜻이다.

토초는 두 번째 구혼음소는 제쳐두고 다짜고짜 첫 번째부터 쓰고 있다.

하악! 학! 학!

토초의 호흡이 매우 거칠어졌다. 구혼음소는 각인되었다. 이제 토초의 음정과 체취를 각인시킬 차례다. 혈마의 양정(陽精)을 끌어내야 한다.

당연히 정사를 나누는 소리가 매우 격렬해진다.

끼아아악! 끼악! 끼이익!

혈마가 괴상한 소리를 내질렀다.

“응? 너 왜 이래? 신음이 아니고 처음부터 괴성이야? 큭큭! 이거 신선한 자극인데?”

토초가 혈마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홀리는 혈마를 만든 적이 없다. 사내와 정사를 벌인 적도 없다. 그래서 구혼음소를 당한 혈마가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 몰랐다. 지금 비로소 알았다.

‘먼저 구혼음소는 신음, 지금은 괴성. 처음부터 반응이 달라.’

헉헉! 끼이끼! 하아악! 끼아아!

토초의 신음과 혈마의 괴성이 어울렸다.

홀리는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토초의 신음은 전형적인 인간의 음성이다. 혈마의 괴성은 마치 짐승의 울부짖음 같다. 그런데 어울린다. 처음에는 서로 섞이지 못하더니 시간이 흐르자 한 호흡처럼 연결된다.

‘혈마와 혈마후!’

사내는 가짜 혈마다. 토초는 가짜 혈마후인 셈이다. 그런데도 두 사람이 아주 잘 어울린다. 그때,

끼아아아악!

갑자기 혈마가 칼에 찔린 듯 날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그 비명이 워낙 크고 날카로워서 문밖에 서 있던 홀리마저도 깜짝 놀라서 몸을 움츠렸다.

“엇!”

토초도 깜짝 놀랐는지 경악성을 터트렸다.

“어! 이거 왜 이래? 너 왜 이래!”

토초가 이상함을 느끼고 혈마의 뺨을 때렸다.

찰싹! 찰싹!

“야! 야! 정신 차려!”

토초는 당황했는지 혈마를 마구 때렸다.

하지만 혈마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사지에 힘을 잃고 축 늘어졌다.

“얘가 죽었나?”

토초는 혈마의 목에 손을 대고 동맥의 흐름을 살폈다.

“죽지는 않았는데. 얘가 왜 이러지? 그럼 이게 구혼음소의 새로운 반응인가?”

토초가 혈마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홀리는 고개를 살짝 내밀어 연공실 안을 쳐다봤다.

두 사람의 모습은 처음 봤을 때와 똑같다. 다만 쇠밧줄에 묶인 혈마가 더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게 달랐다.

보아하니 토초도 혈마가 혼절한 것은 처음 겪는 듯했다.

‘혼절.’

홀리는 미간을 찌푸렸다.

첫 번째와 세 번째 구혼음소의 차이는 혼절에 있다.

귀색혼령대법을 펼치면서 구혼음소를 말할 때, 혈마는 이미 초주검 상태가 된다. 인간 시절에 지녔던 의식은 멸살 되고, 텅 빈 자리에 혈마후가 들어선다.

첫 번째 구혼음소는 혼절 과정을 거친다. 정사를 벌이는 도중에……

‘앗!’

생각을 거듭하던 홀리는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혈마가 정사 도중에 혼절했다. 다시 말해서 토초의 음정이 혈마에게 각인되지 못했다. 혈마의 양정도 끌어내지 못한 상태다. 아직 정사가 끝나지 않았다. 지금 이 상태에서 정사를 끝내면 혈마는 혈마후를 인지하지 못한다.

이것은 홀리의 생각일 뿐이다. 실제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지 못한다.

하지만 토초는 혈마가 혼절하자 귀색혼령대법이 끝난 줄 알고 몸을 일으켰다. 순간.

끼이아아아악!

혈마가 번쩍 눈을 뜨면서 괴성을 내질렀다. 동시에 토초의 손을 낚아채서 일어서려는 그녀를 다시 끌어안았다.

“윽!”

토초가 불의의 기습을 받고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곧 혈마의 상태를 깨닫고 활짝 웃었다.

“뭐야? 다시 정신이 든 거야? 그럼…… 윽!”

토초의 웃음은 신음으로 바뀌었다.

정사에 들뜬 신음이 아니다. 고통에 일그러진 신음이다.

끼악! 끼악! 끼이악!

혈마가 이빨로 토초의 어깨를 꽉 물었다. 토초가 일어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정사를 이어갔다.

홀리는 문 옆에서 정사 소리를 들었다.

‘혼절했다가 다시 이어지고 있어.’

그런데 이건 정사가 아니다. 혈마를 제련하던 토초가 느닷없이 혈마의 가슴의 파벽철권을 쳐내기 시작했다.

퍼억! 퍽! 퍽!

“아악!”

이건 토초의 비명이다.

홀리는 더 생각해 볼 것도 없이 연공실 안으로 뛰어들었다.

퍼억! 퍽퍽! 퍼어억!

토초가 전력을 다해서 혈마의 가슴을 후려쳤다. 어떻게든 혈마에게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쳤다.

그녀는 혈마에게 물려서 어깨살이 한 움큼이나 떨어져 나갔다.

몸에서 흘러내린 피가 혈마를 덮어씌우고 침상까지 붉게 물들이는 중이었다.

쒜에엑!

홀리를 급히 검을 뽑아서 혈마를 베어갔다. 그런데.

“웃!”

검이 움직이지 않는다. 혈마를 찌르려고 하는데 혈마가 찌르지 말라고 한다.

홀리는 검을 쓸 수가 없었다.

이것은 호발귀가 사용하던 생기격타다. 혈마가 더 발전했다.

“이익!”

홀리는 검을 찔러내려고 이를 악물었다.

이 순간, 토초가 또 파벽철권을 터트렸다.

퍼억! 퍽퍽퍽!

혈마는 홀리의 검은 밀어내면서도 토초의 권력은 온전하게 받아들였다. 토초를 일부 혈마후로 인정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명령은 듣고, 어떤 명령은 듣지 않는다.

토초의 파벽철권에는 바위도 으스러트리는 권력이 담겨 있다.

그녀는 혈마가 이상하다고 느낀 수난부터 파벽철권을 쳐냈다. 홀리가 문밖에서 들은 소리가 그것이다. 그때 이미 혈마의 가슴은 으스러진 상태였다.

혈마는 재차 가슴에 타격을 받자, 혈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순간,

쎄에에에엑! 퍼억!

봉인이 풀린 홀리의 검이 혈마의 목을 긁고 지나갔다.

끼아아아악!

혈마는 처절하게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죽음으로 들어갔다.

혈마의 사지가 묶여 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토초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

“크윽!”

토초가 침상에서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홀리가 재빨리 다가가 토초를 안아 일으켰다.

“괜찮아?”

“하아! 하! 하아아!”

괜찮지 않다. 토초는 말도 못 하고 신음만 흘렸다.

홀리는 급히 토초의 완맥을 움켜쥐었다.

‘아!’

홀리의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토초의 몸에 힘이 남아있지 않다. 혈마의 몸에 쳐낸 파벽철권이 그녀가 펼칠 수 있는 마지막 진기였다.

“토초! 기운 내. 토초!‘

홀리는 미운 토초지만 그래도 죽는 것은 원치 않았다. 하지만 토초는 이미 생명이 꺼져가고 있다.

토초가 눈을 돌려 홀리를 쳐다봤다. 그러다가 스르륵 고개를 떨궜다.

”안 돼! 정신 차려! 토초!“

”하아!“

토초의 입에서 큰 숨이 흘러나왔다. 마지막 숨이다

토초의 최후치고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죽음이다.

”이런 바보! 안 돼! 나 한 대 때려야지! 그렇게 강한 척하더니 이렇게 죽는 거야!“

홀리는 정신없이 토초를 흔들었다.

하지만 토초는 깨어나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토초는 뒤늦게서야 오공으로 붉은 핏물을 쏟아냈다. 오장육부까지 극심한 타격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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