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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213화 (213/500)

第五十三章 잘못된 진결(眞訣) (3)

홀리는 음문촌을 버리고 호발귀를 도왔다. 혈마가 되지 못하게 온갖 방법을 세웠다.

즉결 처형감이다.

홀리는 혈마후가 되어서 혈마를 조종해야 한다. 혈마가 되지 못하게끔 하는 행동은 종족을 배신하는 극악무도한 행위다. 음문촌을 개똥 취급한 거다.

촌장은 홀리에게 죽음을 주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두들겨 팼고, 몇 날 며칠이고 굶겼다. 물도 주지 않았다.

그녀는 지하 토굴에서 죽어갔다.

누가 봐도 짧으면 하루, 길어봤자 이틀이면 숨이 떨어진다.

덜컹!

뚜껑이 열리며 빛이 새어들었다.

촌장이 사다리를 밟고 내려왔다.

“으음!”

홀리는 신음했다.

토굴 안으로 들어선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다. 하지만 누가 들어왔다는 것은 알겠다.

“놀랍군. 아직 죽지 않았다니.”

촌장이 말했다.

“으음!”

홀리는 말도 못 하고 신음만 흘렸다.

“죽었어도 벌써 죽어야 했는데, 숨을 남아있다? 후후! 아직 네가 할 일이 남은 모양이구나.”

혈천방주가 호발귀를 격동시켰다.

혈천방에 구혼음소, 귀색혼령대법과 비슷한 진결이 숨겨져 있다. 그러니 음문촌도 특단의 행동을 취해야 한다.

이러한 때에 홀리가 살아있는 것도 하나의 게시일 수 있다.

“좋아. 살려주지. 하지만……”

촌장이 홀리의 귀에 대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이 순간부터 부녀지간은 끊자. 난 네 애비가 아냐. 너도 날 애비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명심해. 네가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순간, 넌 죽는다는 걸.”

“몸은 좀 어떠냐?”

촌장이 물었다.

“괜찮아.”

홀리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그러니까 정을 주지 말라면 주지 말았어야지. 왜 말을 안 듣고 그래. 어차피 정신이 회까닥해서 세상을 피로 물들일 놈 아닌가. 그런 놈한테 정을 주면 어떻게 해.”

“충고는 됐고. 왜?”

홀리가 촌장을 싸늘하게 노려보았다.

“저놈은 말버릇하고는. 어쨌든 한 달에 한 번. 잊지 마라. 난 네가 죽는 걸 원치 않아.”

“흥!”

홀리가 코웃음을 쳤다.

그녀의 몸은 아직도 엉망이다. 두들겨 맞은 상처가 아직도 낫지 않았다. 얼마나 호되게 당했는지 숨을 쉬기도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살긴 살았다.

촌장이 그녀를 지하 석실에서 끄집어낸 것은 이제 살려주겠다는 뜻이다.

홀리에게 가해졌던 형벌을 말끔히 거뒀다.

음문촌의 형벌은 깔끔한 편이다. 아예 죽을 때까지 형벌을 내리든가 아니면 용서한다. 어떤 형벌이든 일단 거두면 지난 죄가에 대해서는 두 번 다시 묻지 않는다.

홀리와 음문촌의 관계는 깨끗이 정리되었다.

그런데 촌장은 홀리를 지하 토굴에서 끄집어내면서 한 가지 제약을 가했다.

봉맥폐혈수(封脈廢穴手)를 시전했다.

혈도에 제약을 가해놓고 일정 기간 안에 조처하지 않으면 금제가 일어난다. 맥이 막히고, 혈이 폐쇄된다. 기혈이 움직이지 못해서 바들바들 떨다가 죽는다.

봉맥폐혈수의 무서운 점은 봉맥과 폐혈의 과정이 꽤 길다는 점이다. 일단 봉맥폐혈수가 발동되면 이틀 동안 지속하는데, 중간에 멈출 수가 없다.

이틀에 걸쳐서 온갖 고통을 겪으면서 죽는 것이다. 오장육부가 끊어지고, 뼈가 부러지며 뇌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썩어들어가는 고통을 겪는다.

단언컨대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고통이다.

금제가 발동되면 시전자조차도 손을 쓰지 못한다.

촌장은 이런 잔인한 수법을 딸의 몸에 새겨놓았다.

홀리와 음문촌 사이에 드리워졌던 껄끄러움은 사라졌지만, 부녀관계는 끊겼다.

세상에 아무리 험한 일이 있어도 어떻게 핏줄이 끊어질까.

끊어진다. 음문촌 사람들은 소용없는 자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핏줄도 과감히 끊어낸다.

자라면서 그런 모습을 항시 보아왔기 때문에 혹여 버려지더라도 큰 충격을 받지 않는다.

“할 말 있으면 빨리해.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쉬어야겠어.”

“잠깐 기다려라.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음문촌장이 씩 웃었다.

덜컹!

문을 열리면서 한 여인이 들어섰다.

“너!”

안으로 들어선 여인, 토초는 홀리를 보자 눈동자에 독기가 확 피어났다.

“너 이 계집애!”

파아아앗!

토초가 한달음에 달려들었다.

그녀는 어느새 파벽철권(破壁鐵拳)을 쳐냈다.

우르르릉!

진기가 주먹에 집중되자, 공기가 파르르 떨렸다. 우레처럼 거센소리가 흘러나왔다.

“멈추지 못할까!”

촌장이 일갈을 내지르며 토초 앞을 막았다.

“비켜! 저 계집애, 박살 내게!”

“토초, 내가 널 너무 귀엽게 키웠나? 이제 다 컸나 보네. 말도 안 듣는 걸 보면.”

토초는 홀리를 쳐다보면서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촌장의 말을 어기지 못하고 툭 떨궜다.

“너 이 계집에! 다음에 나한테 걸리면 반 토막 날 줄 알아! 저런 건 죽게 내버려 두지 왜 끄집어낸 거야!”

토초가 촌장을 보며 소리쳤다.

춘장이 싱긋 웃으면서 고갯짓으로 앉으라는 시늉을 했다.

토초가 분을 이기지 못하고 씩씩거리면서 털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여전히 홀리를 쏘아보며 독기를 흘렸다.

“너희에게 구혼음소를 제대로 가르쳐줄 생각이다.”

“뭐?”

“구혼음소를?”

홀리와 토초가 동시에 놀라서 촌장을 쳐다봤다.

“후후! 상당히 놀란 모양이군. 구혼음소를 다시 가르쳐준다니까 뭐가 뭔지 헷갈리지?”

“구혼음소가 엉터리였던 거야?”

토초가 놀라움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물었다.

“아니, 엉터리를 가르쳐줄 리 있나. 엉터리를 가르쳤다면 네가 혈마를 조정할 수 있었겠어?”

촌장이 토초를 보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귀색혼령대법이 잘 되고 있는데 제대로 가르친다니 이상해서 물어본 거야.”

“귀색혼령대법은 똑같아. 같은 방법으로 혈마를 취하면 돼. 다만 구혼음소만 조금 바뀐다.”

촌장이 입을 열었다.

“구혼음소는 혈마를 제압하는 주문인데 제압하는 단계가 삼 단계로 나뉜다. 일 단계, 이 단계 삼 단계. 너희가 알고 있는 구혼음소는 가장 약한 삼 단계 진결이야.”

홀리와 토초는 눈을 반짝 빛내며 촌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구혼음소, 귀색혼령대법을 잘 알고 있어서 촌장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촌장이 다른 구혼음소를 가르쳐준다면 지금까지의 구혼음소는 상대가 안 될 만큼 효과가 강할 것이다. 더 강한 구혼음소가 무엇인지, 어떤 희생을 요구하는지 모르지만, 목숨을 걸고라도 배울만한 가치가 있다.

촌장이 말했다.

“보통은 삼 단계 진결만으로도 충분한데, 호발귀 이놈은 매번 벗어나더군.”

“그럼 이번 진결을 배우면 호발귀를 잡을 수 있는 거야?”

“진득하니 좀 듣지? 허허! 그래서 이번에 두 번째와 첫 번째 주문을 전부 가르쳐 주려고 해. 이걸 왜 단계로 나눴는지는 직접 써봐. 그럼 알게 될 거야.”

“직접 써보라고? 지금 애들한테 써도 돼?”

음문촌 사람들이 머무는 지하 뇌옥에는 혈마로 만들 재목이 몇 개 있다. 토초가 요리하고 있는 사냥개들이다. 그중 일부는 이미 혈마가 되었다.

가만…… 몇 개?

음문촌은 혈천방에서 제공한 혈마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혈마가 될 수 있는 재목으로 본다. 나무를 파서 장승을 만들듯이 혈마로 만들어보고 시원치 않으면 버린다.

그들은 인간이 아니다.

지하 뇌옥에 들어온 순간부터 이성은 이미 사라졌다. 생각이 없는 무뇌인이다. 그런 자들을 굳이 인간 대접해 줄 필요는 없다. 그러니 정도 주지 않는다. 쓰다가 언제든 버릴 수 있다.

촌장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세 가지 구혼음소를 모두 써봐. 써본 후에 반응을 보면 이걸 왜 세 단계로 나누는지 스스로 알게 될 거다.”

“그건 나도 봐야겠어.”

홀리가 말했다.

“이 계집에 빼면 안 돼?!”

홀리가 말을 하자마자 토초가 바로 빽 소리쳤다.

“혈마는 토초 것이니 넌 간여하면 안 되겠지? 남의 물건에 손대는 게 아니야. 네게도 구혼음소를 알려 주는 것은 토초가 외우지 못할 때를 대비한 것뿐이다. 주는 토초, 넌 보조야.”

촌장이 홀리를 보며 말했다.

‘그게 아냐. 뭔가 있어.’

토초는 단순해서 촌장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 하지만 홀리는 믿지 않는다.

촌장은 꿩 잡는 매라고 본다.

누가 되었던 혈마를 잡을 수 있다면 바로 그게 매다. 홀리가 됐든 토초가 됐던 둘 중 누구라도 호발귀만 잡으면 된다. 그래서 두 명 모두에게 알려주는 거다.

봉맥폐혈수, 이 점혈법의 무서움을 알고 있다면 감히 딴생각은 할 수 없을 테니까.

“전에 물었는데 아직 대답하지 않은 게 있잖아. 구혼음소를 누가 창안한 건데? 구혼음소의 내력을 알아야겠어. 구혼음소를 외우는 처지에서 이 정도는 알아야지.”

홀리는 말을 하면서 촌장을 빤히 쳐다봤다.

촌장은 별 이상한 것을 다 묻는다는 식으로 흘려버렸다.

“그건 알 필요 없어. 중요하지도 않고. 지금부터 구혼음소를 말할 건데, 듣기 싫으면 나가도 좋아.”

촌장이 어떻게 할 거냐는 표정으로 홀리를 쳐다봤다.

홀리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았다. 구혼음소를 들을 준비를 마친 것이다.

“타악 투 파 비투 쏘 추우 탄 치 미탕 호 아 피우……”

촌장이 구혼음소를 읊었다.

진결 내용은 이미 알고 있는 구혼음소와 같다. 다만 음높이가 약간 다르다. 아니, 어떤 부분은 상당히 다르다. 악기로 연주하면 전혀 다른 곡이 된다.

가사만 같고 곡이 다른 연주곡이다.

‘미이탕 호우? 미탕 호가 아니라 길게 늘어져? 이렇게 되면 음절이 호에서 끝나. 아 피우로 연결되지 못해. 이건 완전히 다른 구혼음소가 되는데?’

홀리는 구혼음소에 집중했다.

토굴에 갇혀 있어서 바깥 사정을 알지 못한다. 현재,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히 매우 큰 사건이 벌어졌다.

촌장이 느닷없이 언급도 하지 않던 구혼음소를 알려줄 때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피틴 투 키루 하.”

확실히 전혀 다른 구혼음소가 읊어지고 있다. 가사가 같더라도 곡이 다르면 전혀 다른 내용이 된다.

촌장은 구혼음소를 끝까지 읊었다.

“다시 시작한다. 오늘 오십 번을 읊어줄 테니까, 그 안에 습득하도록 해,”

“이걸 오늘 안에 외우라고?”

토초가 말도 안 된다는 식으로 말했다.

“너희한텐 시간이 없어. 옛날처럼 이 년, 삼 년 시간을 주면서 외우라고 할 수가 없다. 어쩌면 오늘내일 사이에 써야 할지도 모르니까 이를 악물고 외워.”

‘오늘내일 사이에 쓸지도 모른다고?’

홀리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확 찡그렸다.

구혼음소를 쓸 대상은 호발귀다.

혈천방에서 보내준 혈마에게는 ‘오늘내일’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토초에게 말했듯이 언제든지 사용해 보고 반응을 지켜보라고 말한다.

새로운 구혼음소를 쓸 대상은 두말할 것도 없이 호발귀다.

‘호발귀가 여기 있어. 아직 혈천방을 빠져나가지 못했어. 어쩌면 잡혀 있을 수도…… 아냐. 누가 호발귀를 잡을 수 있다고.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촌장에게 물어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촌장은 어떤 말도 해주지 않는다. 촌장이 귀에 대고 속삭인 말을 너무도 뚜렷하게 기억한다.

- 부녀지간은 끊어진 거야.

촌장은 그런 말을 할 만큼 절박하다. 분명히 밖에서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홀리는 생각에 잠겨 있어서 촌장이 읊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촌장이 홀리를 빤히 보면서 구혼음소를 읊었다.

홀리는 정신을 퍼뜩 차리고 다시 구혼음소에 집중했다.

‘어떤 일이 있든 외워둬야 해. 이게 어떤 작용을 하든 일단은 외워야 해.’

홀리는 태어나서 이렇게 집중해 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섭게 몰입했다.

촌장이 말했다.

“이틀 시간을 준다. 이틀 안에 외우도록. 이틀 안에 못 외우면 다음 일 단계는 외운 사람만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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