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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200화 (200/500)

第四十章 혈마(血魔) 시동(始動). (5)

휘리릭!

호발귀는 머리 위로 칼을 크게 휘둘렀다. 그 순간, 팔십일수 은허신법이 펼쳐졌다.

쒜에에엑!

호발귀의 신형이 봄바람처럼 부드럽다. 움직이지 않는 듯한데, 벌써 움직였다.

은허신법은 마형귀적에 버금갈 정도로 뛰어나다.

고수가 잡은 몽둥이는 더는 몽둥이가 아니다. 보검보다 뛰어난 병기가 될 수 있다.

호발귀가 습득한 무공도 마찬가지다. 어떤 무공이든 초상승 절기로 둔갑한다. 은허신법은 배수 시절에도 종종 사용했지만, 지금처럼 뛰어나지는 않았다.

“컥!”

두 명이 쓰러졌다.

혈흉개공에 당한 자는 비명이라도 질렀다. 혈신삼분에 당한 자는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혈천도법이 매우 악랄해졌다.

호발귀는 머리를 자르고 튀어나온 칼을 냅다 내던졌다.

쒜에엑! 퍼억!

호발귀를 향해 달려오던 자가 머리에 칼을 맞고 뒤로 퉁겨나갔다.

그는 머리가 반이나 갈라졌다.

원래 혈타조두는 이런 식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머리 위만 살짝 타격하는 것이 요점이다.

칼에 머리를 맞은 자는 살 수 없다.

강하게 내리치나, 칼의 무게를 빌어서 툭 떨어트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죽음을 피하지 못한다. 칼의 무게에 속도가 붙으면 어떤 절공에 못지않다.

혈타조두는 최대한 힘을 비축하면서 상대를 죽이는 초식이다.

그런데 호발귀는 가볍게 써도 충분한 혈타조두를 펼치면서도 전력을 다했다. 아예 몸을 두 조각으로 갈라버리겠다는 심정으로 칼을 던진 듯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법이 잔혹해진다.

“크크크!”

입에서는 기괴한 웃음소리까지 흘러나왔다.

‘몽(夢), 몽중몽(夢中夢). 꿈속으로 들어가자. 꿈을 꾸자. 장진 스님에게 무공을 펼쳐 보이듯이 심상으로 펼치는 거야. 그러면 생기를 사용하지 않을 수도……’

“크크크크!”

마음을 꽉 다잡는데도 기괴한 웃음소리가 계속 흘러나온다. 살심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앞에 나타난 자들이 벌레처럼 보인다. 그러니 죽여도 된다. 이들은 해충이다. 무조건 죽여야 한다. 살려두면 곧 번식한다. 세상에 벌레들이 들끓는다.

쒜에에엑!

호발귀는 전력으로 마형귀적을 펼쳤다. 숲을 질주한다. 이제는 걷지도 않는다.

타악!

귀화미요공이 터지고 구뢰마권이 뒤를 잇는다.

퍼억! 퍽퍽퍽퍽! 퍽퍽퍽!

주먹으로 턱을 쳐올렸다. 쓰러지는 자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얼굴을 연타했다. 십여 차례 이상 안면을 정확하게 격타했다. 피투성이가 되어도 계속 때렸다.

휘익!

호발귀는 얼굴이 완전히 뭉개져 버린 자를 숲으로 내던졌다. 푸른 빛이 일렁거리는 곳이다.

한 명이 날아온 무인을 피하지 못했다. 사람에게 얻어맞아서 머리가 깨졌다. 한 사람은 죽어서 나뒹굴고, 한 사람은 손을 들어서 피가 펑펑 쏟아지는 머리를 감쌌다.

쒜에에엑!

검이 발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위를 공격하면 반드시 당할 수밖에 없으니 몸을 최대한 낮게 숙이고 다리를 공격해온다.

호발귀는 발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발밑에 지나가는 검을 꾸욱 짓밟았다.

검이 매우 느리다.

상대는 최선을 다해서 검법을 전개했다. 그가 펼칠 수 있는 가장 빠른 검세다.

하지만 호발귀에게는 굼벵이가 기어가는 것처럼 느리게 보였다.

꾸욱!

발로 검을 밟자, 사내가 검을 놓아버렸다.

그 순간, 호발귀는 검 손잡이를 발로 툭 찼다.

쒜에에엑!

발로 차낸 검이 사내에게 날아가 가슴을 뚫었다.

“크아악!”

사내는 처절하게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호발귀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어느새 사내 곁에 바싹 다가선 후, 쓰러지는 자의 얼굴을 발로 차 냈다.

퍼억!

사내는 얼굴을 정통으로 얻어맞았다.

비명은 없다. 사내는 이미 절명했다. 호발귀가 두 번, 세 번 격타했지만, 아픔을 느끼지 않는다.

“크크크크크!”

호발귀의 눈동자에 새빨간 혈광이 감돌았다.

머리는 풀어져서 치렁거렸고, 몸에서 혈천방도가 흘린 피로 빨갛게 얼룩져있다.

* * *

“피해가 큽니다. 이당이 벌써 절반이나 무너졌습니다.”

소귀가 차분하게 보고했다.

밖에서는 수하들이 죽어 나가고 있는데 방주는 태연하게 비파나 듣고 있다.

땅땅땅! 띠링! 타앙 탕 땅!

비파 소기가 대청을 울린다.

소귀는 방금까지 혈천방도의 비명을 듣고 왔다. 그 소리와 비파 소리가 겹쳐서 울린다. 비파를 탄주하는 소리가 꼭 비명처럼 들린다.

방주는 어떻게 이리 태연할 수 있나.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게 방주다.

“절반이나 무너졌다. 예상보다 빠르군. 그놈이 아예 작심하고 살수를 펼치고 있어.”

“전멸은 시간문제입니다.”

“뒤는 누가 받치고 있어?”

“삼당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럼 이당을 빼. 전멸시키면 곤란하지. 이당주를 빼서 다른 데 돌려야 하는데 그게 더 귀찮아.”

“삼당을 투입해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소귀.”

“네.”

“내가 네 의견을 물었나?”

“죄송합니다.”

“두 번 다시 의견을 말하지 마. 이거, 전에 한 번 경고하지 않았나? 한 번 했지?”

“네.”

“그냥 보고 듣고 있는 그대로 나한테 말해주면 되는데, 이게 그렇게 어려워?”

“아닙니다. 향후, 명심하겠습니다.”

“경고 두 번.”

“네.”

“이당을 빼고 삼당을 집어넣어.”

“네. 바로 시행하겠습니다.”

소귀가 물러났다.

혈천방주는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내둘렀다. 그러다가 비파 타는 여인에게 말했다.

“연주는 그만하고 이리로 와서 안마 좀 해봐.”

“네.”

비파 타는 여인이 비파를 내려놨다.

“후후! 비파 타듯이 내 몸을 타봐.”

“네. 방주님.”

여인이 방주 곁으로 다가왔다.

여인은 지극히 조심하고 있다. 이미 형전주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있다. 형전주가 귀무령에게 죽임을 당해도 방주는 눈 한쪽 까닥하지 않았다.

방주에게 여인은 그런 존재다.

여인이 방주를 안마하기 시작했다.

혈천방주는 눈을 감고 엄마를 즐겼다.

“이제 곧 혈기가 극성으로 치달을 거야. 그러면 미쳐 날뛰겠지. 잡는 것은 나중 문제, 일단 혈마를 만들어 놓자고. 미친놈을 세상에 내놓는 거야. 재미있겠지?”

“네.”

여인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도 못했다. 무조건 방주가 물으니 대답한 것이다.

“하하하!”

혈천방주가 웃었다.

* * *

한계에 치달았다.

‘이제는 더 안 돼.’

무심무실공이 완전 무력화되었다. 역천금령공을 일으키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펼쳐진다. 마음을 맑게 유지하려고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다. 전신에 뜨거운 용암 줄기가 흐른다.

이령귀화! 그렇다. 이령귀화다!

전신 경맥을 꽉 채우고 있는 진기는 역천금령공이 아니다. 이령귀화다.

이령귀화를 사용하지 않아서 화가 났나?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맹렬하게 불살라 오른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화와 더불어서 진기가 폭증한다.

‘이건 언제 모은 거지?’

문득 장진 스님에게 중요한 것을 묻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혈마 무공을 혈마는 언제 모았을까? 혈마가 된 후인가, 아니면 되기 전인가?

어떤 식으로든 혈마 역시 혈마 무공의 저주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다했다. 하지만 결국은 혈마가 되었다.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무너졌다.

쒜에에엑!

점이 움직인다. 움직임의 극점은 점이다. 점들의 연결이 움직임이다. 움직이지 않지만 움직인다. 움직이는 듯하지만 점은 움직인 적이 없다.

이동적정점시저일점(移動的頂點是這一點). 점이동(點移動), 동이점(動移點).

천변마라수가 펼쳐졌다.

원충노인의 팔십일수 중 가장 강력한 수공이 혈천방도에게 떨어졌다.

왜 움직이려고 하는가!

“크아악!”

비명이 쏟아졌다.

퍼엉! 펑펑펑! 퍼엉!

가죽 북 울리는 소리는 뒤늦게 터졌다. 가슴, 배, 가슴, 배, 가슴…… 격타당하는 무인은 뒤뚱거리면서 물러서고, 호발귀는 계속 뒤따라가며 천변마라수를 떨쳤다.

부웅! 퍼억!

마지막 일격은 발로 맺었다. 허공으로 붕 떠서 발로 얼굴을 걷어찼다.

항상 그렇듯이 마지막 일격을 맞을 때는 비명이 나오지 않는다. 이미 이전에 절명한 상태다.

“나와!”

호발귀는 거칠게 고함쳤다.

쒜에에엑! 퍼억!

그는 한 사람을 발로 차낸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또 한 사람의 머리를 잘라냈다.

상대가 검이 날아오는 것도 보지 못했다. 눈앞에서 불이 번쩍 튀기는 순간 앞이 캄캄해졌다. 그리고는 자신의 머리가 몸에서 분리되어 붕 떠올랐다.

푸아악!

핏물이 솟구쳤다.

이제 호발귀는 무공을 조절하지 않았다.

역천금령공이 일어나면 그대로 펼친다. 이령귀화가 튀어나오면 그대로 사용한다. 천변마라수가 펼쳐지면 즉시 쳐냈고, 손에 잡은 병기가 검이면 무정삼절을 펼쳤다.

혈마 팔공과 필십일수가 어지럽게 섞여서 흘러나왔다.

어떤 초식을 펼치려는 의도는 없었다. 마침 지금 딱 맞을 듯한 동작이 펼쳐졌다.

도끼로 나무를 찍으려면 내리치는 동작이 필요하다. 다른 동작은 필요 없다. 휘돌려 치거나, 아래에서 위로 쳐올리는 동작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즉시즉행(卽時卽行)!

지금 당장 필요한 행동만 한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동작이겠지만, 호발귀는 무공 초식을 펼친다.

아홉 무공을 세분하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동작이 나온다.

팔십일수만 해도 여든한 가지의 무공을 말하고 있다. 그 속에 포함된 동작만 천 개가 넘는다.

호발귀는 자신이 어떤 무공을 펼치는지 의식하지 못했다.

의식할 필요도 없었다. 벌레를 죽이는데 발로 밟아서 죽이든, 돌멩이로 때려죽이든 무슨 상관이 있나. 마음에서 일어난 대로 죽이면 그뿐이지 않나.

“크크큿! 좋아! 좋아!”

부웅! 퍼억! 우직!

훌쩍 날아올라서 혈천방도의 안면을 무릎으로 강타했다.

무릎이 얼굴을 치자마자 뼈 부서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쓰러지는 모습도 보였다.

호발귀는 아수라가 되어서 날뛰었다.

혈천방도가 숨어있어도 상관없다. 풀숲을 뒤져서 벌레를 잡는 것도 재미있다. 병기를 들고 달려 나와도 상관없다. 놈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일거에 죽여버린다.

쒜에에엑!

창환수가 터졌다.

머리를 노리고 내리쳐오는 칼날을 손가락으로 잡았다. 그리고 즉시 손가락이 도신을 타고 위로 쭉 올라갔다.

칼날의 방향은 이미 옆으로 틀어졌다.

상대가 내리치는 힘은 두 손가락에서 일어나는 힘보다 약했다. 여지없이 방향이 돌아갔다.

퍼억!

도신을 따라간 손가락이 상대방의 손등을 찔렀다.

상대방의 병기를 뺏는 창환수가 완성되었다.

호발귀의 손가락은 창환수에서 그치지 않았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 명치를 푹 찔렀다.

손가락 두 개가 살을 뚫고 들어갔다.

“커억!”

상대가 칼을 놓치며 비명을 토해냈다.

호발귀는 여기서도 그치지 않았다.

피가 묻은 손가락을 빼내서 목을 찔렀다. 어깨를 찌르고, 등 뒤로 돌아가서 타타탁! 등판을 연타했다.

혈천방도가 피투성이가 되어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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