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화 만뇌문의 절대자
“그래서 이제 얼마나 강해진 거냐?”
문주 뇌불과 장로 황극린의 대화는 결국 무공으로 귀결됐다. 황극린은 북해빙궁에서 취했던 곰 영물의 내단에 대해 이야기했다. 뇌불은 그것으로 황극린의 기운이 변화했다고 확신했다. 물론, 기운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딜 가도 부끄럽진 않을 정도.”
“허허, 이놈이 자신감이 붙었구나.”
뇌불이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린다.
그 또한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었다. 소림에 있을 때보다 더 열심히 무공을 수련했던 것 같다. 언젠가 돌아올 황극린에게 한 수 가르침을 내리기 위해서 무척이나 열심히 했다. 그리고, 문도들을 가르치며 몇 가지 깨달음도 얻었다.
무공에 끝은 없다고 했던가?
주화입마를 겪고 폐인까지 되었던 뇌불이었기에 육체적 능력으로는 전성기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무림인은 육체의 힘만으로 싸우는 게 아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부족한 힘을 요령과 기술로 채울 수 있다.
또한, 내공이라는 존재도 무공에선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뇌불은 주화입마를 겪었지만, 내공의 손실은 없었다. 오히려 육식을 일절 금하고 금욕의 삶을 살아서인지 몰라도 내공은 한층 더 정순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뇌불이 과거의 뇌불보다 강하다는 건 아니었다. 아직 뇌불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단지, 과거와는 다른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정도랄까?
오히려 무림인으로선 훨씬 좋은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정체된 것이 아니라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으니까.
황극린이 뇌불과 만나 무공을 겨루고 싶어 했듯이, 뇌불도 황극린과의 만남을 원했다.
서로의 발전을 위해서 말이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상당하지만, 뇌불과 황극린은 서로를 인정하고 있었다.
“그럼 가 볼까? 오랜만에 가르침을 내려야겠군.”
“좋소.”
그렇게 두 사람이 일어선다.
제갈수가 두 눈을 반짝거리고 있으니 뇌불이 지나가듯 묻는다.
“너도 보고 싶냐?”
“어… 그래도 됩니까?”
“그래, 이왕이면 광견이랑 모두를 불러와라. 고수의 싸움을 보는 것만큼 좋은 경험은 없지.”
“예……!”
제갈수가 지체하지 않고 문도들을 부르기 위해 달려 나갔다.
“웬일이시오?”
“웬일은 무슨 웬일? 이제 슬슬 적이 많아질 테니 문도들의 실력을 올려야 하니 보라는 것이지.”
“확실히 그렇겠군.”
보여 주기 위한 대련.
뇌불과 황극린의 싸움에서 문도들은 각자 많은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물론, 압도적인 실력 차이에 좌절할 수도 있겠지만, 당장 좌절하더라도 그것을 극복하게 되면 더 높이 뛰어오를 수 있으리라.
무공이라는 것이 그렇다.
계속 좌절을 겪어야 한다. 아니, 겪을 수밖에 없었다.
황극린 또한 살수로 살아가던 시절 무수히 많은 좌절을 겪어야 했다. 수많은 좌절을 극복해 나가며 그는 성장해 왔다. 그 양분이 있었기에 지금의 황극린이 만들어진 것이다. 뇌불도 마찬가지이리라.
“가자.”
두 사람이 연무장으로 향했다.
* * *
구자광을 비롯하여 백씨 형제와 비청하 그리고 최근에 합류한 제갈수까지.
만뇌문도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비무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주와 장로의 비무는 모두가 처음 보는 것이다. 두 사람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추상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실제로 눈으로 보는 것과 상상은 확실히 다를 것이다.
“두 눈 똑바로 뜨고 봐라. 이건 평생 무공을 갈고닦으며 언제든 꺼내 또렷하게 회상할 수 있을 정도로 확실히 눈과 머리에 박아 두어야 한다.”
“예! 교관님!”
“그리고 제갈수라고 했나?”
“옙!”
“…너도 잘 보고.”
“옙! 알겠습니다.”
제갈수는 만뇌문의 일원이 되었다는 생각에 뿌듯해했으며, 주공의 비무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떨리는 걸 느꼈다. 그가 주공의 싸움을 처음 본 것은 융중산의 인면지주와 싸울 때였다. 당시 황극린의 신들린 듯한 움직임이 아직도 선명하다.
‘암기를 인면지주의 관절에 박아 넣는 건… 대단했지.’
얼마나 많은 실전 경험을 쌓아야 그런 판단이 가능할까?
주공께서는 권법을 익혔다고 하셨지만, 암기술도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무공에는 경계가 없었다. 그가 각법을 주로 익혔다고 하지만 그것에만 매몰되지 않겠다고 매번 다짐하는 이유가 권법을 익힌 황극린이 암기를 사용하는 걸 봤기 때문이었다.
“시작한다.”
“…….”
모두가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두 사람의 비무를 지켜본다.
먼저 몸을 움직인 쪽은 황극린이다.
“어……?”
그런데 황극린은 평범하게 비무를 시작하지 않았다. 그는 비무를 시작하자마자 다짜고짜 연무장의 바닥을 차더니 흙먼지를 만들어 냈다. 금방 흩어질 것에 불과했지만, 구자광을 제외한 다른 문도들은 약간 당황했다.
‘비겁한… 건가?’
이제껏 그들은 기본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 정석적인 방법으로 수련해 왔다. 그렇기에 기본기는 명문거파 출신에 걸맞지 않게 튼튼하게 쌓아 올렸다. 그렇기에 문도들은 황극린이 허초를 날리거나 틈을 파고들어 권격을 날릴 것으로 생각했다. 이전에 황극린의 전투를 본 적이 있는 제갈수는 황극린이 암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황극린이 흙먼지를 이용하리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광견도 예상하진 못했지만,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도들의 상식을 부숴 줄 생각이시구나.’
만약 지금 비무를 펼치는 이가 황극린과 뇌불이 아니라, 적당한 출신의 고수들이었다면… 문도들은 흙먼지를 일으킨 것에 치졸하며 얕은수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황극린이 흙먼지를 이용하자 그것은 하나의 초식처럼 보이고 있었다. 제자들은 인식의 전환을 맞이했다. 주변 환경을 이용하는 건 황극린 수준의 고수라도 부끄러워하는 행동이 아니었다.
거기다 황극린은 단순히 흙먼지를 만들어 내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부우우웅-!
황극린이 주먹을 휘두르자 커다란 풍압이 앞으로 쇄도하며, 작은 모래 폭풍처럼 뇌불을 집어삼켰다.
“저, 저것도 내공의 활용입니까?”
“그렇다.”
솔직히 구자광도 긴가민가했다.
황극린의 육체는 평범한 무인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저것이 순수한 육체의 힘인지 내공의 발현인지는 정확하게 가늠할 수 없었지만, 내공을 활용했다고 생각하는 게 편하리라.
뇌불은 쇄도하는 흙먼지에도 눈 하나 끔뻑하지 않고, 달려오는 황극린을 마주했다.
“어르신의 눈을 보아라. 저런 상황에서도 눈을 감지 않으신다.”
“……!”
구자광은 자신도 비무에만 집중하고 싶었지만, 비무의 목적이 문도들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기에 부연 설명을 덧붙이고 있었다.
쿵!
황극린의 주먹을 뇌불이 팔꿈치로 막아 냈다.
“소리가 다르지? 사람의 육신이 부딪쳤다고 느껴지지 않을 거다. 부딪치는 순간, 내공을 담은 것이다.”
“와…….”
쿵! 쿵! 쿵쿵쿵!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의 공방은 빠르게 이어지고 있었다. 눈을 조금이라도 떼면 놓칠 새라 모두가 눈에 불을 켜고 비무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형환위(移形換位). 무인들이 궁극적으로 소망하는 보법의 경지 중 하나다.”
“……!”
“능파미보(凌波微步)! 일정한 범위 안에서도 뛰어난 보법만 있다면 저렇듯 공격을 피할 수가…….”
“…아니, 저건 뭐지?”
열심히 설명을 이어 가던 구자광이었지만, 이어지는 비무에서는 더 이상 설명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나마 천천히 실력을 끌어올리며 싸우던 두 사람이었지만, 어느샌가 구자광의 경지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맞붙고 있었다.
슬쩍 고개를 돌리니 문도들은 멍하니 비무를 관전하고 있을 뿐이다.
“크음……!”
구자광도 그냥 비무에 집중하기로 했다.
초인적인 육체로 싸우던 두 사람의 손에 뇌전에 맺히기 시작했으며, 처음엔 근접전으로만 싸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거기를 벌려 응축된 뇌기를 방출하기도 했다.
‘미쳤구나…….’
구자광은 입을 크게 벌리고 말았다.
무림에서 백대고수 안에 들어가서 자만했던 적도 있었다. 황극린과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이 우물 안에서 큰소리치던 개구리였다는 걸 깨달았었다. 지금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쿠르으으응-!
“교, 교관님! 저, 저건……?”
“…….”
어느샌가 비무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황극린의 오른손에는 함부로 마주할 수 없을 정도의 광채가 번쩍이고 있었다.
백온후가 참지 못하고 교관에게 묻는다.
저 영롱한 광채는 대체 무엇인가? 무공에 저런 게 있었단 말인가? 묘연골을 타고난 소년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걸 느꼈다. 타고난 그의 감각이 황극린의 손에 맺힌 뇌전을 보는 순간 죽음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빛이 너무 아름다워서 말이다.
저 황홀한 광채가 대체 무언지 알고 싶었다.
“권강(拳强)……!”
“권강이요……?”
“그냥 권강이 아니다……. 저건…….”
초절정의 경지에 오르면 대부분 검강을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구자광이 발현하는 것과 황극린의 손에 맺힌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환(環)의 경지에 이른 권강이다……!”
권강 그리고 검강.
검기는 단순히 내공을 그대로 발현하는 것. 검강이라는 것은 무공마다 정의가 다르긴 하지만 보통 검기를 수십 번 압축하거나 내공의 묘리를 풀어낸 상승의 무리(武理)였다. 당연히 검강을 발현하는 데 막대한 내공과 정신력이 소모된다.
그리고 강 다음이 바로 환(環)이다.
하나를 만들어 내기도 힘든 검강이다. 하지만 그 검강을 고리로 엮은 또 다른 최상승의 무학! 광견살검조차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그러한 경지에 이른 사람과 정면으로 싸웠다면 그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테니까.
쿠롸아아아아-!
구자광이 외치는 순간, 황극린의 주먹이 뻗어 나간다. 그의 주먹에서 뻗어 나간 뇌전은 마치 용(龍)의 그것과 같았다. 전설 속에서만 들어 볼 수 었었던 뇌전의 용이 뇌불의 몸을 집어삼키려는 순간이었다.
“크하하하하-!”
뇌불이 광소를 터트린다.
그의 몸에서도 눈을 멀게 하는 광채가 터져 나온다.
까드드드드득-!
마치 공간 그 자체가 비틀리는 듯한 소음. 황극린의 주먹을 마주하는 뇌불의 손엔 마치 검은 먹구름과 같은 불길한 무언가가 맺혀 있었다.
“벼락은 폭풍을 몰고 와야 진정한 벼락인 법!”
황극린의 뇌룡과 뇌불의 검은 먹구름이 충돌했다.
“────!”
순간 환청과도 같은 이명이 울려 퍼졌다.
뇌룡이 먹구름에 먹힌 건가?
아니면 먹구름을 뚫어 낸 것인가?
모두가 침을 꿀꺽 삼킨 채,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때.
씨익.
황극린이 입을 연다.
“조금 더 해도 되겠소?”
“당연하지! 와라!”
분명 방금 격돌이 마지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싸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쿠르응! 쿠릉!
두 사람의 몸에서 뇌전이 폭주하기 시작한다.
당연히 문도들은 절대자의 경지에 오른 듯한 두 사람의 싸움에 넋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의 움직임은 이제 문도들의 눈으로 좇을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
* * *
문도들은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아름다운 하늘의 구름을 감상하는 것은 아니었다.
모두가 뇌불과 황극린의 비무를 떠올리며 ‘상상’을 하고 있었다. 인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다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하고 거대한 기(氣). 기는 뇌전으로 발현되어, 인간이 익히 보아 왔던 것을 형상화했다.
추상적으로 내공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만 기가 어떠한 것인지 알음알음 깨달아 가던 문도들에게 뇌불과 황극린의 싸움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저어, 교관님……?”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백온후가 구자광을 부른다.
“우어…….”
“교관님?”
“으헉……! 크흠흠! 무슨 일이더냐?”
“저도 문주님과 장로님처럼 싸울 수 있을까요?”
“글쎄다…….”
이것만은 구자광도 장담할 수 없었다.
화경(化境)의 경지란 재능과 노력을 겸비한 무인들도 좌절하고 마는 커다란 벽이다. 그것을 이들이 극복할 수 있을까?
‘백온후 너라면 가능할지도……. 물론,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린진 장담할 수 없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쉬이익! 쉬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린다.
“형아?”
백건악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이제껏 볼 수 없는 경건함을 담은 눈동자로 말이다.
그 소리에 비청하도 정신을 차렸다.
그는 백온후를 바라보며 말한다.
“문주님과 장로님께서 그러한 비무를 보여 주신 이유가 있을 거다.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해 봐야 하는 거야. 난 내가 이렇게 살아서 무공을 수련할 수 있으리라고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했어. 황 장로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야.”
비청하가 비장하게 검을 뽑는다.
“그러니까, 한다.”
그런 형들을 보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백온후도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비무를 관전하기 전과는 확실히 다른 기세로 말이다.
그런 광경에 구자광도 참을 수가 없었다.
이제껏 문도들의 앞에서는 교관을 자처했지만, 지금은 저들을 가르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자신부터 단련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따라잡힐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구자광 또한 문도들과 같은 자세로 수련을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합류한 제갈수도 마찬가지였다. 만뇌문의 무공을 배우진 못했지만, 그도 이제까지 수련해 온 용살천각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높은 전각의 지붕에서 그 모든 광경을 뇌불과 황극린은 지켜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피로함이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입가엔 미소가 맺혀 있었다.
“좌절이나 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군!”
“문주가 잘 가르쳐서 그렇소.”
뜬금없는 칭찬에 뇌불이 몸을 파르르 떤다.
“뭐, 뭐냐? 갑자기 내 칭찬을 하고?”
“기본기가 닦여 있지 않았다면, 저런 반응은 보이지 않았을 것이오. 좌절했을 테지. 기틀이 잡혀 있으니 길이 보인 것 아니겠소?”
“크흐으으으으으음! 저놈들이 진짜 길을 본 것 같으냐? 조만간 벽에 부딪힐 거다! 내 장담한다! 암!”
헤벌쭉 미소를 머금은 채 뒷머리를 긁적이며 뇌불이 독설을 내뱉는다.
황극린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그렇고 몸은 괜찮소?”
“천하제일인 이 몸은 문제없지! 네놈은 꽤 무리한 것 같은데?”
“딱히 무리는 안 했소.”
“쯔쯔, 강한 척하기는.”
확실히 두 사람은 진심으로 부딪쳤다.
황극린은 중단전의 힘까지 사용했다. 당연하지만 중단전을 가진 사람은 황극린만이 아니다. 애초에 혈풍뇌전신공을 창안한 게 뇌불이었으니까. 뇌불도 중단전을 이용하여 두 사람의 비무는 무승부로 끝났다. 솔직하게 말하면 뇌불의 승리라 보는 게 맞았다.
‘뇌불은 과거의 무위를 완전히 되찾지 못했다. 그런데도 아직은 벅차군.’
황극린에게 비무에서는 선보이지 않은 비장의 수 하나는 있었지만… 그건 뇌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벌써 뇌룡을 다루는 경지까지 오다니… 진짜 다음번엔 내가 질 수도 있겠어.’
뇌불은 그런 황극린을 보며, 강렬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이러다간 제자에게 따라잡히는 스승이 될 것 같았다. 황극린이 성장하는 건 좋지만, 지금 당장 이렇게 따라잡히고 싶진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과거의 무위를…….’
뇌불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
황극린이 그를 바라본다.
지금이 궁금했던 걸 묻기에 적당한 순간인 듯했다.
“하나 물어볼 게 있소.”
“응? 뭐냐?”
“문주가 생각하는 고금제일은 누구요?”
황극린의 뜻밖의 질문에 뇌불이 눈을 깜빡인다.
동시에 그의 머릿속에 몇몇 무인들이 떠올랐다.
“고금제일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