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귀귀환-116화 (116/316)

116화 획득

‘대, 대체 이건……!’

흑사회주가 황극린의 백뢰를 막아 내기 위해 마기를 끌어 올린다. 오랜 세월 내공을 쌓아 왔던 그였다. 당연히 중원에서 돈을 갈퀴로 쓸어 담는 흑사회의 주인이었으니 영약도 많이 취했었다. 그의 내력은 황극린보다 많은 2갑자다. 객관적으로 적다고 할 수 없는 양이다.

“끄어어어-!”

본능적으로 단전의 내력을 움직인다. 단전에 얼마나 많은 내력을 지니고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방대한 내력을 단기간에 얼마나 빨리 움직일 수 있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결국, 내공은 세맥을 통해서 움직인다. 2갑자에 달하는 내공을 한 번에 사용할 수는 없었다.

만약 그렇다면 세맥이 남아나질 않게 되리라.

한계치를 넘어선 내력의 이동에 세맥이 찢어지고, 터지리라.

하지만 흑사회주는 그딴 것을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시시각각 황극린의 뇌전이 몸에 파고들고 있다. 이대로 있다간 죽을 것이다. 내상을 크게 입더라도 당장의 공격을 막아 내야 한다.

“으아아아아아-!”

미친놈처럼 발광하며 흑사회주가 소리를 지른다.

그의 입가에 검은 선혈이 주르륵 흐른다. 귀와 코에서도 피가 터져 나왔다.

‘마공의 힘으로 네놈의 뇌전 따위를……! 막아 내지 못할쏘냐……!’

흑사회주의 그러한 결의 때문일까?

뇌전으로 인한 고통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흑사회주가 끌어 올린 마기가 그의 뇌전을 막아 내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크, 크크큭!”

황극린의 손에서 번뜩이는 뇌전이 끝났을 때.

흑사회주가 입꼬리를 올린다.

“이게 끝이더냐……?”

막아 낸 자의 여유라고 할까?

흑사회주는 이번 공격을 막아 낸 게 곧 승리라고 생각했는지 칠공(七孔)에서 피를 쏟아 내더니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뇌전 따위로 본좌를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아니다.”

“뭐……?”

“끝 아니다.”

“그, 그게 무슨……!”

흑사회주가 발악한다.

끝이라고 생각하고 막아 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그의 세맥 모든 곳이 찢어지고, 부풀어 올랐다. 하단전에 내공이 남았다고 하더라도 이제 더는 사용할 수 없었다. 여기서 내력을 더 사용하다간 다시는 내공을 사용하지 못하는 몸이 될 것이다.

콰지지짓-!

황극린의 손에서 다시 한번 찬란한 광채가 떠오른다.

그걸 본 흑사회주의 입가에서 미소가 완전히 사라진다. 공포와 절망이 가득했다.

“제, 제발… 그만… 그만둬어어!”

콰지지지직-!

백뢰는 아니었다. 단지 뇌전의 기운을 끌어 올린 것뿐. 흑사회주는 당장 죽이기엔 아까운 놈이기도 했으니까.

“끄아아아아아-!”

흑사회주의 몸이 축 늘어진다.

황극린이 대충 그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주위를 둘러본다. 흑사회의 무인들이 당장이라도 덤벼들 기세로 황극린을 에워싸고 있었다.

“준비해라.”

도망칠 수 없었다. 이대로 도망치면 진법을 빠져나가다가 다 죽을 것이다. 가장 생존 확률이 높은 건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밖에 없었다. 간부들은 그것을 깨닫고 명령을 내렸다.

“우리 모두 힘을 합치면, 놈을 죽일 수 있다. 그러니까 겁먹지 마라! 이대로 도망치면 놈이 힘을 회복할 시간을 버는 것이다!”

놈은 흑사회주와 싸우면서 힘을 소비했을 게 분명하다.

내력과 체력을 소모한 무인을 합공한다면 방법이 있을 게 분명하다.

“죽여라!”

“으아아아아아-!”

흑사회가 키운 비밀 병기.

그리고 7명의 간부.

기백에 달하는 무인들.

모두가 황극린에게 달려든다.

‘의외이긴 하군.’

솔직히 말하면 도망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숫자를 믿어서인지 도망치지 않았다. 그렇기에 황극린은 오히려 편했다. 굳이 도망치는 이들을 일일이 죽이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여기서 다 죽여 버리면 그만이다.

콰지지직-!

황극린의 몸에서 다시 한번 뇌전이 피워 올랐다.

* * *

참혹한 광경.

흑사회의 무인들이 모두 숨이 끊어져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겨우 정신을 차린 흑사회주가 본 것은 지옥의 광경이나 다름없었다. 평생을 키워 온 흑사회. 아니, 전대 흑사회주에게 물려받은 것이 8할이 넘었지만 그는 흑사회를 중원 제일의 흑도 문파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리고 사대마제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마공의 수련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대체 왜…….’

어찌하여 이렇게 됐을까?

의문이 사라지기 전, 무언가가 흑사회주의 얼굴 앞에서 기웃거리고 있었다.

“으헉!”

흔히 볼 수 없는 크기의 거미. 거기에 녀석의 얼굴에는 인간의 형상이 떠올라 있었다. 인면지주는 그마나 중원인에게 꽤 알려진 영물이었지만, 그래도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런 놈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아직 먹지 마라.”

- 끼이.

“……!”

흑사회주의 몸이 굳었다.

과도한 내력을 사용하여 내상을 입었으며, 뇌전에 당해 온몸의 근육과 뼈가 녹아내릴 듯이 아프다. 하지만 지금 황극린의 말이 더 두려웠다. 먹지 말라고?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너……!”

“내 질문에 잘 대답한다면, 고통 없이 죽여 주지.”

“……!”

“이러고도… 이런 짓을 벌이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흑사회주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황극린은 흑주에게 명령을 내렸다. 녀석이 적당히 알아듣고는 흑사회주의 손가락 하나를 깨물었다. 지나치게 날카로운 수십 개의 이빨이 흑사회주의 손가락을 절단했다.

“으아아아아아악!”

살아 있는 채로 짐승에게 몸이 뜯기는 고통.

실제 피부에 전해지는 고통보다, 그 상황 자체가 몹시 무서웠을 뿐이다.

“그만! 제발 그만둬!”

경악하며 소리 지르자 황극린이 발을 굴렀다. 진동으로 흑주에게 명령을 전달한다.

흑주가 아쉽다는 듯 뒤로 물러났는데, 감히 흑사회주는 놈을 바라볼 수 없었다.

“혈고독을 가지고 있더군.”

“그, 그렇소…….”

흑주의 공포를 보았던 탓일까? 흑사회주의 목소리가 고분고분해졌다.

“흑살문에 내 의뢰를 맡겼나?”

“……!”

이놈은 대체 모르는 게 뭐지?

오랜 세월 비밀에 감춰졌던 흑사회의 성에 쳐들어온 것도 모자라서 혼자 진법을 뚫고 들어왔다. 이게 가능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설령 흑사회주 본인이라도 생문의 길을 알지 못하면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그렇게 됐소…….”

황극린이 눈을 가늘게 뜬다.

흑살문은 흑사회를 처리했던 것처럼 상대할 수 없는 문파다. 그곳에 속해 있었으니 알고 있었다. 흑사회 따위와 사흑련에 속한 문파는 규모 자체가 다르다.

“의뢰를 거두면 되겠군.”

“의뢰를 거두려면… 계약금과 같은 액수를…….”

“10만 냥 정도는 있지 않나?”

“어, 어떻게 그걸?”

흑살문에 황극린 살행 의뢰를 맡기는 데 들었던 비용은 10만 냥이다. 황극린은 대체 어떻게 그 액수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말인가? 비록 상처 가득한 몸이었지만, 흑사회주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설마… 흑살문 출신? 그것도 아니면… 사흑련 중 하나인가?’

만뇌문.

하늘에서 뚝 떨어진 문파.

그곳에서 이런 고수를 키워 냈을 리가 없었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거대한 세력이 그의 존재를 만들었을 것이다.

이제야 그런 생각에 미치자 흑사회주의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변해 갔다.

그는 미친 짓을 한 것이다. 고작해야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문파를 멸망으로 몰아갔다. 대체 왜 황극린에게 집착했을까? 회주직에 오른 이후 적수를 찾아볼 수 없어서? 이제 사대마제 중 하나의 실력에 올랐다고 생각해서?

정확히 말하면, 황극린을 얕보았던 것이 크다.

고작해야 재능 있는 후기지수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직접 마주한 그는…….

‘완성된 무인이다…….’

그는 절대자의 자질을 품고 있었다.

“설마 혈마교의… 교도이십니까?”

“아니.”

“그럼 만독…….”

“질문은 내가 한다.”

황극린의 말에 흑사회주가 입을 다문다.

“듣자 하니 제갈세가와 회담을 한다는 것 같던데.”

“예…….”

“흑사회주의 명령은 전서구를 통해서 보내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중강현에 있는 지부를 통해 중원 전역의 지부로…….”

“용케 안 들켰군.”

“…….”

황극린이 조금 더 가까이 왔다. 온통 피에 젖은 그의 모습에 흑사회주의 눈동자가 격하게 떨렸다.

“흑사회의 뒤에 누가 있는 거지?”

“그건…….”

“흑주.”

“마, 마, 말하겠습니다!”

흑사회주가 황급히 입을 연다.

흑주에게 먹히는 경험은 한 번이면 족하다. 지금도 잘려 나간 손가락을 보면 눈물을 터트리고 싶었다. 평소 위엄을 드러내고 아랫것들에게 공포를 자아내던 존재는… 더 강한 포식자의 앞에서 초식동물이 될 뿐이다.

“배, 배교…….”

“배교?”

황극린은 배교를 알고 있었다.

배교는 과거 제갈세가와 함께 주술과 진법으로는 제일을 다투던 문파였다. 하지만 그들은 패륜적인 주술과 진법을 연구했고, 백성들을 납치하는 것도 다반사였다. 그리고 좋은 재료를 얻겠다며 재능 있는 후기지수들도 납치했던 적이 있다.

몇백 년 전의 일이었다.

“배교가 멸문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그, 그게 확실하진 않습니다.”

“똑바로 말해야 할 거다.”

“배, 배교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이 장소가 과거 배교가 남겨 둔 유산이라 알고 있습니다. 초대 흑사회주께서는 배교와 연이 있으셨지요.”

“그래서? 배교가 멸문하지 않고 너희를 도왔다는 말인가?”

“분명히 저희를 뒤에서 돕는 조력자는 있었습니다! 하나… 실체를 마주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군.”

흑사회주는 황극린이 의심할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자신이 생각해도 믿지 못할 일이었다. 어떤 도움을 주었느냐 하면 명확하게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누군가가 도와줬다고 생각했던 일이 몇 있었다. 그걸 흑사회주는 배교라 의심했을 뿐.

뭐, 황극린으로선 미신에 가까운 그것보다는 현실적인 부분에 신경 쓰기로 했다.

“금고는 어디에 있지?”

“그, 그건…….”

흘끔 흑주를 바라본 흑사회주가 금고의 위치를 털어놓는다. 사실 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죽더라도 저 괴물에게 먹히고 싶진 않았다. 최소한 깔끔하게 고통 없이 죽고 싶었다.

흑사회주는 연이은 황극린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

흑주의 존재는 고문보다 더 불확실한 공포를 선사한다.

“하나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뭐지?”

황극린은 흑사회주에게서 알아낼 것을 거의 다 알아냈다.

흑사회주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했다. 대체 이 사내는 누구길래 이렇게 강한 걸까?

“대체 무슨 무공을 익힌 겁니까? 뇌전을 활용하는 무공은… 중원에 몇 없다고 들었습니다.”

흑사회주 또한 무림인이다.

무공에 대한 관심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황극린은 크게 고민하지 않고 말했다.

“혈풍뇌전신공.”

“그건……!”

“맞다. 뇌불의 무공이다.”

흑사회주의 얼굴에 환희가 깃들었다.

역시! 역시나 황극린은 보통 무공을 익힌 게 아니다! 과거 중원 무림을 뒤흔들었던 대마두의 제자라면 황극린의 강함을 설명할 수 있다. 자신이 약한 게 아니다. 그러니 이런 결과는 당연한 것이다!

자기만족.

흑사회주는 황극린의 존재로 인해 자신의 모든 것이 부정당했다.

평생 키워 왔던 문파가 멸문할 지경에 이르렀으며, 곧 죽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그는 황극린이 사실은 대단한 존재였다는 사실로 위안 삼을 수 있었다.

“그렇게 좋아하지 마라.”

“크흐, 예?”

“설마 편하게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그게 무슨……?”

황극린은 흑사회가 중원 무림에 어떤 해악을 끼쳤는지 알고 있었다. 뭐, 피해자들에 대한 복수심? 그건 아니다. 어쩌면 이런 황극린의 행동도 자기만족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상관없지 않은가?

인간답게 살기로 했던 황극린. 인간은 분노와 짜증을 느끼는 게 당연하고, 개인적인 복수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흑사회주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최소한의 벌을 받아야 한다.

“흑주.”

“자, 잠시만! 왜 이러십니까! 모든 것에 성실하게 답했지 않습니까! 저는, 저는 당신을 믿고……!”

“사람들을 납치할 때, 그런 생각을 하지 그랬나?”

“……!”

흑사회주의 두 눈동자가 커진다.

설마 이 사내는…….

“설마 그딴 놈들을 납치한 벌이라는… 끄아아악! 으악! 그만! 이, 이……! 미친 거미 새끼! 내가 내공만 사용할 수 있으면… 으아아아아!”

비명과 절규 그리고 분노의 외침.

황극린은 그것이 흑사회주의 최후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무심하게 그걸 바라보던 황극린이 움직인다.

“할 게 많군.”

오늘부로 흑사회는 해체였다. 본성을 싹 쓸어버렸으니 지부에 하나하나 찾아가서 싸울 생각은 없다. 그들에게 경고 섞인 서신을 전달할 것이다.

그리고 흑살문의 의뢰도 거둬야 한다.

그들은 돈을 받은 이상 확실히 의뢰를 처리한다. 흑살문이 의뢰를 실패한 적은 없었다. 황극린은 그들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당장은 그들과 부딪칠 때가 아니다. 미룰 수 있다면 미루는 게 좋으리라.

다행히 흑사회가 쌓아 놓은 금은보화는 황극린의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그리고 이 장소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만뇌문은 현재 강서성 남창에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 도피해야 할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흑사회의 성이었던 이곳은… 만뇌문도들을 위한 은신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금고를 좀 뒤져 볼까.’

황극린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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