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1
제1장 너 욕심히 참 소박하구나?
이공이 몸에 두르고 있던 멸공지력을 회수했다. 그에발맞추어 자운 역시 황룡을 불러들인다.
고오오오-
사방에 맴돌던 거대한 기운이 사라지자 고요함이 찾아왔다.
폭풍전야의 고요함.
폭풍이라는 것은 불어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없이 고요하지만 일단 불어오기 시작하면 모든 것을 부수어 버리는 거대한 바람이다.
자운의 주변에서 바람이 일었다.
그는 생생히 이공의 멸공지력을 느끼고 있었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멸공지력을 운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속에 갈무리하고 언제든지 출수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단번에 뽑아내어 상대를 찢어발길 수 있는 맹수의 발톱과 같이 말이다.
자운 역시 황룡무상십이강을 꺼내 들지 않았다.
그것은 삼공과는 조금 다른 문제였다.
‘기본적인 걸 잊고 있었다니.’
황룡무상십이강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화려하지만 그 공격 방식은 단순하기 그지없다.
열두 마리의 황룡이 존재하고, 그 황룡에는 고유의 힘이 있는 만큼 그 힘을 과악하기만 하면 어렵지 않게 황룡무상십이강을 상대할 수 있었다.
물론 여기서 어렵지 않게라는 것은 자운에 준하는 고수일 때 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항시 황룡무상십이강을 두르고 싸우는 것은 손해다.
공격 방식이 읽힌다면 그 후부터는 굉장히 힘든 싸움을 해야 한다.
자운이 황룡무상십이강을 운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전혀 다른 이유도 있었다.
‘초식은 적재적소에 사용하면 위력이 더욱 강해진다.’
자운이 이를 으득 갈았다.
황룡무상십이강은 일종의 무공. 초식과 같은 것이다.
특정하게 형을 이루고 있지는 않지만 그것은 분명 초식의 범주 안에 들어 있다.
‘가장 필요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을 쓰면 그 위력은 배가 된다.’
기초적인 무리임에도 불구하고 잊고 있었다.
어쩌면 너무도 기초적인 무리인지라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후우…….’
자운이 호흡을 골랐다.
또한 황룡무상십이강을 항시 운용하고 있지 않음으로써 좋은 점이 하나 더 있었다.
황룡무상십이강에서 자운이 부리는 것은 열한 마리.
열한 마리의 황룡은 어찌 보면 지성체와 가까운 존재라 할 수 있다.
무리로써 설명되지 않는 어떠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 존재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무림에서 난신으로 이름 드높은 자운이라 해도 정신력이 썩어 넘치지는 않는다. 그러니 당연히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
‘적절하게 황룡무상십이강을 사용하면 충분히 정신력을 조절할 수 있지.’
기본적인 무리를 챙김으로써 생기는 이득, 자운이 노리는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이공이 자운을 노려봤다.
“올 텐가?”
자운이 히죽였다.
“나이를 많이 처먹은 사람이 먼저 와야 하는 거 아닌가? 허리도 아플 텐데.”
“먼저 오지 않는다면 내가 가지.”
쉬익-
이공의 몸이 날았다. 그의 양손이 쫘악 학의 날개처럼 펼쳐진다.
우우우우우-
공간이 울며 흑색 멸공지력이 그의 양손에서 안개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가 팔을 휘두르자 멸공지력이 자운을 향해서 뻗어 나온다.
화악!
자운이 황룡신검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어딜!”
콰라라라락-
금광을 머금은 휘황찬란한 광채가 사방으로 뻗어나왔다.
광채는 그대로 우마와 같이 돌진하여 멸공지력과 충돌한다.
쾅!
불꽃이 터지고 자운의 몸이 날았다. 그의 몸이 바람을 타고 단 한 걸음에 허공으로 솟구친다.
대각선으로 비스듬하게 솟구친 자운의 몸이 향한 곳은 바로 이공이 서 있는 곳.
자운이 검을 내리그었다.
폭룡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자운의 검에 응집되어 있던 황금빛 강기가 터져 나갔다.
이공의 몸이 흐릿하게 흔들린다 싶더니 빙글 돌아 자운의 뒤로 향한다.
폭령검의 기운은 애꿎은 허공을 때리고, 그가 자운의 둥을 향해 멸공지력을 뻗었다.
천근추(千斤錘).
쾅-
자운의 몸이 바닥을 때리며 대지가 한차례 크게 흔들렸다.
출렁이는 대지에 몸을 가누지 못한 독곡의 무사들과 황룡문도들이 휘청거렸다.
“참 거칠게도 싸우는구나!”
쾅-
남우가 출렁이는 대지를 향해 진각을 펼친다. 단 한 수로 크게 출렁이던 대가가 평평하게 돌아왔다.
“쥐새끼처럼 잘 피하기는.”
이공이 자운을 바라보며 이죽거린다. 자운이 황룡신검을 들어 올리며 그를 향해 말했다.
“웃기네. 그럼 넌 안 피하는지 실험해 볼까?
자운의 신형이 셋으로 늘어났다.
확 하고 튀어 오르는 자운, 중앙에 서 있는 자운이 염룡교를 펼쳤다.
양옆의 자운이 날개와 같이 황룡검탄을 뿜어낸다.
세 방향을 둘러싸고 펼치는 자운의 공격에 이공이 가볍게 손을 털었다.
파락-
행동은 가벼웠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은 가볍지 않았다.
손에서 뻗어나은 멸공지력이 거대한 포탄과 같이 뭉쳐지며 황룡검탄을 때렸다.
쾅-
황룡검탄을 부수고도 힘이 남은 멸공지력은 그대로 허공을 밀고 들어가 자운의 분신 둘을 없애 버린다.
남은 것은 염룡교를 펼치는 자운 하나.
하지만 염룡교를 막기 위한 수를 준비할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이공이 뒤로 몸을 뺐다.
오 장여를 단숨에 이동하는 이공.
하지만 자운이 이미 그의 뒤로 가 있다.
“거봐. 너도 도망가잖아.”
촤악-
자운의 황룡신검이 거칠게 그의 몸을 갈랐다.
찰나의 순간, 이공이 철판교의 수법을 취해 자운의 공격을 피해내며 안전한 곳으로 몸을 날렸다.
“제법이구나.”
그가 놀란 가슴을 티 나지 않게 쓸어내리며 자운을 향해 새하얀 이를 드러내 보였다.
그 모습이 마치 맹수가 먹잇감을 향해 이를 으르렁거리는둣했다.
확실히 자운이 평범한 먹잇감이었다면 그 한 수에 오금이 덜덜 떨리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운은 먹잇감이 될 정도로 나약한 동물이 아니었다.
‘나는 용이다.’
환상 속에만 실재하며 모든 먹이사슬의 최상층에 존재하는 포식자, 그것이 황룡문도이고 자운이었다.
자운이 황금빛 호안을 번득이며 그를 노려보았다.
“어때? 계속할 수 있겠어?”
그가 이죽이자 이공이 두 손 가득 멸공지력을 집중시키며 자운의 말을 맞받아쳤다.
“농담이 시시하군. 좀 더 재미있는 농담은 없나?”
“어떤 거? 이를테면 네가 죽는다는 거?”
이공의 눈앞에 있던 자운이 단박에 사라졌다.
그가 다시 나타난 곳은 바로 이공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측면.
자운의 검이 사선으로 공간을 베어 가른다.
바람이 길을 열고 공간이 일그러졌다.
후우웅-
“홍! 이번 농담 역시 재미가 없군.”
그가 몸을 숙이며 멸공지력을 사선으로 세웠다. 자운의 검에 담긴 검력이 사선을 타고 허공으로 날아갔다.
힘을 흘려낸 것이다.
하지만 자운의 공격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휘리리릭-
자운의 팔과 다리가 거칠게 허공을 갈랐다.
팡팡 하는 소리와 함께 자운의 주먹이 허공을 흔들었다.
공간 전체가 단박에 흔들리며 자운의 신형이 뒤로 빠진다.
동시에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한 이공 역시 자운의 주먹에 스친 가슴을 움켜쥐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곱게 물러나지는 않았다.
‘놈, 너에게도 똑같이 한 방 먹여주마.’
그가 단전에서 끌어올린 멸공지력을 다리로 집중시켰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대포처럼 뻗어진 멸공지력이 자운의 허리를 후려친다.
“크윽!”
갈비뼈가 저릿해지는 충격을 느끼며 자운의 몸이 뒤로 밀렸다.
간신히 힘을 집중해서 막았기에 뼈가 부서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멸공지력의 양이 삼 할 정도만 많았더라도 뼈가 상할 뻔했다.
자운은 허리를 움켜쥐었고 이공은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미친놈이 누구 좋으라고 내 허리를 부수냐!”
이공이 자신의 가슴팍을 움켜쥐며 소리쳤다.
“늙은이 심장을 멈추게 할 생각이었나!”
“그래. 콱 뒈져 버려라. 확실히 죽어버려. 내가 목을 따주마.”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자운의 검에서 뻗어나온 광채가 거대한 참격을 형성하며 이공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공이 이리저리 허리를 틀었다.
휘리릭-
공간이 흐려지고 참격이 그대로 이공을 스치듯 통과한다. 물론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자운이 날린 참격을 유유히 피해낸 그가 자운을 향해 날아들었다.
두 손에서는 멸공지력이 마구잡이로 뿜어졌다.
자운이 검을 휘둘러 멸공지력을 쳐내었다.
쾅!
자운이 쳐낸 멸공지력이 남우를 향해 날아갔다.
남우가 독정기를 뭉쳐서 둥근 방패 형상으로 만들며 자운을 향해 크게 소리친다.
“아이고, 이놈아! 똑바로 안 싸우느냐! 뭐가 이리 튀어나오는 게 많아! 씨발!”
또 하나의 충격이 남우 쪽을 향해 날아가자 그가 하던 말을 멈추고 다시 충격을 막아내었다.
쿵-
독정기가 크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