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룡난신-150화 (150/175)

# 150

허공을 움켜쥐는 자운의 손에서 뼈 소리가 난다.

“걱정하지 마. 실망시키지 않고 네 목을 꺾어줄 테니까.”

외전 검존일기.

제자 관찰 일기 자운편 일(一)

오늘은 근래에 새롭게 들인 제자에 대해서 말해 보고자 한다. 그 아이, 아니, 놈이라고 해야겠다. 고얀 것. 놈의 이름은 천자운이다. 천자문이랑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느낌. 우연히 시장바닥에 나갔다가 들인 제자로서, 무학에 대한 이해가 어린아이답지 않게 놀라웠다.

아니, 무학에 대한 이해라고 하기 어려웠다. 감각적으로 이론을 알아차리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놈을 천재라고 하던가?

이런 놈을 제자로 들였으니 황룡문의 홍복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놈의 성격은 참… 에잉 쯧.

제자 관찰 일기 자운편 이(二)

오늘은 자운이 열 살이 된 날이었다. 열 살이 된 기념으로 뭘 가지고 싶냐고 물었더니 내 수염을 뽑아 달란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고수의 수염을 먹으면 내공이 일 갑자가 늘어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어느 개자식이 소문낸 거지?

응?

말을 해주지 않았지만 아마도 지경이 녀석일 것이다. 대사형이라는 놈이 사제에게 그런 장난이나 치다니. 고얀 것.

고수의 수염을 하나 뜯어 먹으면 내공이 일 갑자씩 늘어난다고? 난 그럼 먼저 내 수염을 다 뜯어 먹었을 거다.

그렇지 않다고 하니까 그럼 이번에는 머리카락을 뽑아 달라고 한다.

왜 이 자식아.

그냥 아예 전신 제모를 해 가지?

제자 관찰 일기 자운편 삼(三)

킬킬킬킬.

오늘 그놈이 오줌 지리는 꼴을 봤어야 했다. 정말로 가관이었는데. 당분간은 두고두고 녀석을 놀려 먹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닌가?

더군다나 여자애 앞에서 오줌을 쌌다.

어떤 여자 애인고 하니 무려 빙궁주의 딸내미 앞에서 오줌을 싼 것이다.

사실 이건 녀석을 옭아매기 위한 내가 쓴 속임수였다.

요즘 녀석이 늘어가는 자신의 실력에 자만하며 기고만장해 있길래 손을 쓴 것이다.

빙궁 궁주의 딸내미와 비무 중인 녀석을 자극했다.

기운을 이용해 녀석의 방광을 적절히 눌렀고 시기적절하게 자운의 옆에는 빙궁주의 딸 녀석이 강력한 공격을 펼쳤다.

녀석은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으며 오줌을 지렸다. 그런데 그 계집애의 행동이 좀 충격적이었던 지라 이 녀석이 상처를 입지는 않았을까 걱정된다.

그걸 빤히 바라보고 있는 계집이 있을 줄이야.

퉤엣.

역시 얼음땡이의 딸내미도 얼음땡이였다.

킬킬킬.

그러기에 누가 스승의 꿀단지 뺏어 먹으래. 꼬시다, 요놈아.

제자 관칠 일기 자운편 사(四)

오늘 황룡문의 제자들이 잠을 자는 잠룡관이 싹 불에 타버렸다. 범인을 찾아내니 지경과 자운이었다.

이 고얀 놈들이 문주 제자인데 조용히 좀 있으면 안 될까.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를 친다. 대사형 이라는 게 자운의 장난기를 말릴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동조해서 고개를 끄덕이고 놀고 있으니 더하다.

왜 불이 났느냐고 물어보니까 계곡에서 잡아온 물고기를 밤에 구워먹으려고 했단다.

그러다가 바람이 불어 불이 옮겨붙었겠지.

오늘 두 녀석은 나한테 호되게 혼났다. 사실 둘 다 장난기만 좀 줄어들면 착실할 녀석들인데, 참 안타깝다.

날 닮아서 장난이 심하다고 하는 장로들이 있길래 수염을 잡아 뽑아버렸다.

이거 먹으면 내공 상승한다고 거짓말하고 자운이 먹여볼까?

먹을까?

수염이 한 오십 가닥은 뽑혔으니 내공만 오십 갑자가 되겠네.

낄낄낄.

황룡문 일 장로의 일기

오늘 수염이 잡아 뽑혔다.

어이구, 다 늙어서 진짜 악력은 더럽게 강해진다.

아직도 모근이 뻐근하네.

대사형 이란 놈이 저러고 있으니.

사제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와서 나한테 하소연을 한다.

하지만 계급이 깡패다.

그런데 오늘 그놈 중에 한 놈이 내 수염을 보고 웃었다.

그래서 똑같이 잡아 뽑아줬다.

어? 이거 재밌네.

대사형이 자기가 만들어준 수염을 가지고 왜 그러느냐고 물어본다.

다른 사제들의 수염도 다 똑같이 한 움큼씩 빠져 있다.

그래서 웃으며 답했다.

유행이라고. 대사형도 잡아 뽑아주겠다고

그리고 나는 오늘 왼쪽 수염 절반이 또 뜯겨나갔다.

젠장.

역시 계급이 깡패다.

제자 관찰 일기 자운편 오(五)

걱정거리가 생겼다. 자운 녀석에 관한 걱정거리다. 녀석의 무공 이해 정도가 너무 빨라서 걱정이다.

물론 제자가 뛰어난 것은 좋지만, 그 이해 정도를 단전이 따라오지 못한다.

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특이하다. 오늘 내기를 이용해 혈도를 살펴보았지만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전혀 다른 곳에 문제가 있었다.

단전이 자리 잡는 곳이 너무 단단한 것이다. 단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기가 그 단단한 곳에 뿌리를 박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제자들이 그렇게 하는 데 손톱만 한 내기가 필요 하다면, 자운은 그렇게 하는 데 손가락만 한 내기가 필요했다.

남들보다 내기가 배로 필요하니 축기가 느린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어디 영물이라도 한 마리 있으면 잡아다 주고 싶은데, 천문이 닫힌 지 오래라 영물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걱정이다.

이놈아.

사부 걱정 좀 시키지 말고 좀 잘해봐라. 정말로 내기가 늘어나면 내 수염이라도 다 뜯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제자 관찰 일기 자운편 육(六)

전쟁이 시작되었다.

적성이라는 단체가 나와서 무림을 유린하고 있다고 한 다. 그래서 나 역시 제자들을 이끌고 전장에 참여할 것을 선언했다.

섬서 정파무림의 양대 기둥이라 불리우는 우리 황룡문이 참전하지 않는다면 그 누가 참전을 할까.

하지만 자운이 걱정된다.

검술에 대한 이해와 기교는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이 뛰어난 녀석이지만, 아직까지 십 년이 조금 넘는 내공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자운 녀석보다 이 년 정도 늦게 입문한 일 장로의 제자가 십사 년의 내공을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하면 축기의 속도가 둔해도 너무 둔했다.

지명이는 자운이보다 무학에 대한 이해가 조금 떨어져서 그렇지 그런 문제는 없었는데, 걱정이다.

제자 관찰 일기 자운편 칠(七)

생각보다 전쟁이라는 위협에서 제자들이 잘 버텨주고 있다. 기특하다. 더군다나 자운 녀석은 독기를 품은 듯 적들과 싸우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녀석은 점점 더 완성된 무인에 다가가고 있었다.

알려주지 않은 것도 실전을 통해서 깨달아간다. 이미 몸속에 쌓여 있는 실전의 경험치만큼은 초절정의 무인 부럽지 않은 경지에 올라 있었다.

문제는 내력.

내력만 뒷받침 된다면 녀석은 정말로 고수가 될 것이다.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인다.

전쟁이 끝나면, 녀석의 부족한 내력을 충당해 줄 방법을 연구해 봐야겠다.

제자 관상 일기 자운편 팔(八)

자운 녀석이 폐관에 들고 싶다고 한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자신의 단점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한다.

이 년,이 년 만에 십 년에 가까운 내력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이라 했다.

그 방법을 물어보니 스스로 연구해 온 것을 주르륵 늘어놓는다.

이 녀석은 확실히 천재다.

지금까지 무림의 역사상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이 녀석은 생각해 내었다.

또한, 이 녀석 정도의 천재가 아니라면 감히 실현시킬 수 없을 정도의 일이었다.

녀석이 스스로 알아온 방법,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 연구해 온 방법이기에 나는 수락했고 자운은 폐관수련에 들어갔다.

아, 그런데 실수했다.

밥은 한 그릇 먹여서 들여보낼 걸 그랬다.

제자 관찰 일기 자운편 구(九)

자운이 나오지 않는다. 오랜 시간 나오지 않으니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이 년간 할 것이라 했던 폐관이 벌써 칠 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아직까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나오지 않는 것 인가?

혹시나 무슨 일이 생겼을까 걱정이 되어 폐관수련장의 문을 열어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폐관수련장에 다가갔을 때, 나는 감히 그 문을 열지 못했다.

안에 자운이 아직 수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안도했던 것이다.

수련장의 입구에는, 감각이 예민한 고수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기류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대자연의 기가 모조리 폐관수련장 내부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에 안도한 나는 그냥 돌아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후회가 되는 점이 하나 있다면,

녀석에게 스승이 손수 지어주는 밥을 한 번도 먹이지 못한 점이다.

제자 관찰 일기 자운편 십(十)

나는 이제 남은 날이 많지 않다. 하지만 그동안 자운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 느꼈던 기류는 아직도 모여들고 있다.

욕심 많은 녀석.

잠을 자면서 수련 중이라 시간이 얼마나 지난 것인지 모르는 것일까?

나는 가끔씩 녀석이 수련을 하고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가 돌아올 때면 이런 생각을 한다.

언제쯤이면 녀석이 깨어날까.

혹시나 녀석이 깨어나는 것은 백 년, 이백 년이 흐른 후가 아닐까 하고.

죽기 전에 녀석에게 스승의 손으로 지은 밥을 먹여 주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힘들 듯하다.

자운아.

나의 제자야.

네가 언제 깨어난다 할지라도 나는 너의 스승이다.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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