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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천마-153화 (153/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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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전속결(2)

다수를 상대할 때는 여러 방법이 있다.

적을 끌어들여서 싸울 수도 있고 기습 위주의 공격을 할 수도 있고, 도망 다니면서 장기전을 벌일 수도 있다.

그리고 오늘 이 싸움에서 내가 선택한 전술은 바로 이것이었다.

속전속결(速戰速決).

빠르게 적을 휘몰아쳐서 해치운다.

나는 이 스산하고 위험한 골목에 불어온 바람이었다. 태풍처럼 소란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봄바람처럼 부드럽지도 않았다.

갑자기 튀어나온 세 명의 사내들이 정면에서 달려들었다. 그들은 세 명이 겹쳐지듯 합쳐지면서 내게로 날아들었다.

세 자루의 검이 번뜩이며 나를 노렸다.

각기 얼굴과 목, 그리고 배를 노린 절묘한 삼인합격술이었다.

나는 피하지 않고 그대로 그들을 향해 쇄도했다.

세 자루의 검이 날카롭게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내 신형이 붕 날아서 허공에 드러누웠다. 두 자루의 검이 배 위를 스쳤고 한 자루의 검이 등 뒤를 스쳐지나갔다.

날아든 세 명의 사내들은 내가 이런 선택을 할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꽈앙!

날아든 사내들 중 가운데 사내의 얼굴을 발로 차면서 내 신형이 회전했다.

어느새 내 손에 들린 비수가 아래위 사내를 동시에 그었다. 최소한의 동작이었지만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푸아아악! 파아악!

내 발길질에 얼굴이 박살난 사내는 뒤로 튕겨져 날아갔고, 나머지 두 사내는 원래대로 나를 스치고 지나가더니 바닥을 나뒹굴었다.

가슴이 길게 베인 그들은 이미 절명한 상태였고 내 양손에는 들린 비수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내 대응이 워낙 생각지 못한 방식인데다 움직임 또한 빨라서 사내들은 내 공격을 막지 못했다.

다시 골목길을 내달렸다.

쉭! 쉭!

담장 위를 내달리던 사내들이 목을 부여잡고 추락했다. 내 손에 들려있던 비수는 어느새 그들의 목에 박혀 있었다.

저 앞으로 목표한 건물이 보였다.

건물 지붕에서 사내들이 일제히 뛰어내렸다.

일곱, 그들의 움직임은 보통이 아니었다.

그 순간 나 역시 허공을 박차 오르며 검을 내질렀다.

슈우우우우욱!

수라명왕검에서 검기가 발출되었다.

다음 순간 검기가 분열했다.

촤아아악!

갈라진 검기가 빠르게 계속 분열했다.

촤아아악! 촤아아악! 촤악! 촤아아아아아악!

두 개가 다시 네 개로, 네 개가 다시 여덟 개로. 검기가 살아 있는 뱀처럼 허공에서 요동치며 사내들의 요혈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들은 굉장한 고수들이었지만 그렇다고 추혼수라검법의 사초식 탈혼식을 막아낼 정도의 고수

는 아니었다.

팍! 파팍! 파악! 팍! 팍! 팍! 파악!

검기에 적중당한 일곱 사내들이 동시에 후두두둑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이미 그들은 시체가 되어 있었다.

내가 연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그들의 시체가 내 검기에 휩쓸리며 산산조각 났다.

내 무공의 흔적을 단숨에 지운 후, 곧장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 * *

칠호와 임연정은 장원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은 평소처럼 행동했다. 임연정은 대법 준비를 열심히 했고, 칠호는 그녀를 보필했다.

복도에서 마주친 일호가 칠호에게 말했다.

“며칠 내로 대법이 시작될 거네. 그때까지 호위에 만전을 기하도록.”

“네.”

“괜찮나?”

“네.”

변함없는 짤막한 대답이었다. 거기에 괜찮지 않을 이유가 뭐가 있느냐는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이자, 일호는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평소와 똑같은 그녀였지만, 그녀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제 그녀는 이 조직의 사람이 아니었다.

일호에게 미안한 마음은 없었다.

그가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것쯤은 눈치채고 있었다. 아무리 감정을 지니지 않게 훈련받았다지만, 근래의 그녀는 감정을 되찾은 상태였다. 게다가 그녀는 여자였다. 일호의 마음을 어찌 모르겠는가?

하지만 그뿐이다.

자신을 이렇게 훈련시키고 키운 사람이 그인데, 이제 와서 어쩌라고? 지난 과거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마음을 받아달라는 것인가?

칠호가 임연정의 방으로 들어갔다.

요리가 담겨 있던 쟁반은 깨끗하게 비어 있었다. 이제 임연정은 끼니를 거르지 않았다. 오히려 쌀 한 톨 남기지 않고 밥을 다 먹었다.

칠호가 깨끗이 비운 빈 그릇을 내어가려는데, 임연정이 불쑥 물었다.

“우리 조직이 얼마나 큰지 아나요?”

“대충은 짐작하고 있어요.”

“아뇨. 동생은 몰라요. 모르니까 이런 결정을 내리는 거죠.”

여전히 임연정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 역시 감이라는 것이 있다. 칠호도 믿고, 무엇보다 벽리단이 보통 사람이 아니란 것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들이 관계된 일이었다. 자신의 아들이 조직에 인질로 잡혀 있는 이상,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럴지도 모르죠.”

“정말 크고 강하죠. 중원 곳곳에 조직이 세워져 있어요.”

솔직히 칠호는 자신이 어떤 조직에 속했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명령에 따르며 살아왔을 뿐이니까.

임연정이 다시 물었다.

“그 사람을 믿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사람에 대해 잘 모르겠어요.”

“한데 왜?”

“그런데도 믿음이 가니까요. 잘 모르는데도 믿음이 가는 것이 이상하지 않나요?”

칠호는 그 이유에 대한 답으로 한 가지를 찾았다.

운명.

그녀에게 운명이란 단어는 언제나 한 가지를 떠올리게 했다.

이렇게 살다가 언젠가는 죽게 되겠지.

하지만 이제 그녀는 새로운 운명을 느낀다.

“언니도 그를 믿지 않았다면, 서학사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겠죠.”

칠호가 쟁반을 챙겨나가며 한마디 덧붙였다.

“그런 선택을 한 언니를 믿으세요.”

* * *

“도련님을 믿으십시오.”

광두의 말에 송화린이 고개를 돌렸다.

노를 젓고 있는 광두의 얼굴은 평소와 달리 진지했다.

“갑자기 왜 그런 말씀을 하시죠?”

“본의 아니게 보게 되었습니다. 아가씨께서 눈물을 흘리시는 것을요.”

광두의 말에 옆에 있던 수란이 깜짝 놀랐다.

“우셨어요?”

송화린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말 잘 꺼냈다는 표정을 지었다.

“눈에 먼지가 들어갔다고 둘러댔지만 그때 정말 눈물이 났어요.”

광두에게 이렇게 솔직할 수 있는 것은, 광두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광두는 자신이 벽리단과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그의 진심 어린 응원이 느껴진다.

그래서 광두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벽리단을 좋아하는 마음이 커지면 커질수록 광두에 대한 호의도 커지는 것이다.

“그냥 더 있다 가란 말을 듣는데, 너무 좋아서 아이처럼 눈물이 나더라고요. 부끄러워서 죽을 뻔했어요.”

반면 수란은 그런 송화린을 멍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자신이 아는 송화린은 자신의 마음을 저렇게 쉽게 남에게 보여주는 사람이 아니다. 그것도 저런 부끄러운 감정을.

‘정말 많이 변하셨구나.’

언젠가 송화린이 물었다.

사람이 쉽게 변한다고 생각해?

그때 수란은 이렇게 대답했었다.

쉽게는 아니지만…… 변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때는 송화린의 변화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때였다. 그리고 이제 그 변화는 송화린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꿔놓았다.

광두가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남녀 사이에서 중요한 것은 밀고 당기는 기술입니다.”

송화린과 수란이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이자 노를 젓는 광두의 손놀림에 건방진 여유가 깃들었다.

“무조건 좋다고 하면 남자는 금방 질려하지요.”

수란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하여튼 사내들이란! 한심해요!”

광두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건 여자들도 마찬가지지요.”

그에 대해서 수란은 부정하지 못했다.

불과 얼마 전에 비참한 이별을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신뢰가 급속도로 추락할 광두의 연애론이 계속 이어졌다.

“그렇다고 너무 밀어내도 곤란하지요. 대부분의 남자들은 눈치가 없거든요. 정말 저 여자가 나를 싫어하나? 에잇, 모르겠다. 그냥 다른 여자나 만나야겠다.”

“정말 한심해요!”

다시 수란이 추임새를 넣듯 말하자 광두가 히죽 웃었다.

“다행히 우리 도련님은 그 정도 눈치 없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암튼 제가 드리려는 말씀은 아가씨께서 주도권을 되찾아 오시란 말씀입니다. 제가 볼 때, 지금은 우리 바람둥이 도련님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상태거든요.”

“하하.”

송화린이 기분 좋게 웃었다. 광두가 봤을 때 벽리단이 진짜 바람둥이처럼 보였다면 바람둥이란 표현을 쓰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기분이 나쁠 이유가 없었다.

“조언 감사해요.”

“별말씀을요. 언제나 저는 아가씨 편입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배가 섬에 도착했다. 미리 전갈을 받은 갈사량이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에 갈사량이 앞장서 걸었다.

“조심하십시오, 섬 전체에 진법이 펼쳐져 있습니다.”

앞서 걸어가며 갈사량이 진법에 대해 기본적인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듣기만 해도 복잡했다.

하지만 송화린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진법이 제아무리 복잡하다 하더라도, 남녀 사이만큼 복잡하진 않을 것이라고.

* * *

우드득.

목이 부러진 사내가 내 몸을 타고 미끄러져 바닥에 쓰러졌다.

그를 넘어서 천천히 걸어갔다.

기다렸다는 듯 복도 양쪽의 문들이 동시에 열리며 사내들이 튀어나왔다.

건물 내부에 들어온 이후 나는 추혼수라검술은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선학비술로 가능한 소리를 내지 않고, 최대한 빠르게 적들을 해치우고 있었다. 좁은 복도에서의 싸움이었기에 선학비술이 훨씬 유리했던 것이다.

쉬익!

날아드는 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사내의 품에 안기듯 파고들었다.

퍼억! 내 손날이 사내의 목을 강타했다.

쉭! 쉬익!

사내가 쓰러지는 것과 동시에 또 다른 검이 날아들었다. 정말 빠르고 정확했다. 그들은 동료가 죽어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날아든 검을 손등으로 비껴 쳐내며 그대로 몸을 날렸다.

쇄애액! 퍼억!

팔꿈치가 정확히 상대의 명치에 적중했다.

끅하는 소리와 함께 사내가 허물어졌다. 한 방에 제압했지만 상대는 대단한 고수였다. 정말이지 내가 아니었다면 이곳은 난공불락의 요새라 해도 될 만큼 대단한 고수들이 널려있었다.

정말이지 이 조직에 대해서는 겪으면 겪을수록 놀라게 된다. 대체 어떻게 이런 고수들을 끌어 모은 것일까? 또한 이 막대한 자금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감탄도 잠시, 또 다른 공격이 이어졌다.

덜컥.

천장이 열리며 사내가 내 머리를 노리며 뛰어내린 것이다.

빠악!

내가 그 자리에서 뛰어올라 사내를 날아 찼다.

정확히 계산된 내 발길질이 사내의 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손목과 얼굴을 박살냈다.

떨어지는 사내를 그대로 안고 앞으로 날아갔다. 정면에서 달려오던 사내에게 시체를 내던졌다.

사내가 몸을 숙여 시체를 피하며 검을 내지르려 했다.

하지만 내 공격이 한발 먼저였다. 시체를 따라 쇄도한 내가 무릎으로 사내의 얼굴을 강타한 것이다.

움푹 얼굴이 함몰된 사내를 훌쩍 뛰어넘으며 나는 빠르게 이 층을 향해 몸을 날렸다.

* * *

서학사는 임연정 이외에 대법을 보조할 또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자네가 맡아야 할 부분을 표시해 뒀네.”

“네, 알겠습니다.”

사내가 정중히 책자를 받아서 내용을 살폈다.

잠시 후 사내는 임연정이 그랬듯 감탄하며 소리쳤다.

“오! 정말 대단한 내용입니다. 이런 대단한 것을 가르쳐주시다니!”

서학사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내리사랑, 내리가르침이라 하지 않던가? 위에서 아래로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하는 법이라네. 앞으로 자네 또한 후배들을 위해 많이 애써주시게.”

“감사합니다.”

“돌아가서 충분히 공부하고 빠짐없이 준비하게.”

“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이 은혜는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인 후 사내가 물러났다.

그가 나가고 나자 서학사의 표정이 바뀌었다. 조금 전의 그 부드러운 선배의 모습은 오간 데 없었다.

“미안하지만 영원히 잊게 될 거다.”

이번 대법에 참가하는 사람은 자신까지 모두 셋이었다.

혼자서는 절대 진행할 수 없는 큰 대법이었다. 물론 대법을 마치고 나면 방금 전 사내와 임연정, 두 사람 모두 없애버릴 작정이었다.

자신의 비기가 외부에 유출되는 것을 막을뿐더러 앞으로 자신을 위협할 경쟁자를 없애는 일거양득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놈이 승자지.’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그의 인생관이었다.

의리? 인정? 그것은 나약한 족속들이 자기위안을 위해 만든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감정이자 제약이라 여겼다.

그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두고 간 물건이라도 있나?”

당연히 앞서 그 사내라 생각하고 무심코 고개를 돌린 서학사가 흠칫 놀랐다. 문 앞에 선 사내는 조금 전의 그가 아니었던 것이다.

* * *

그는 갑작스러운 나의 등장에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이 침착함은 바로 자신의 무공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서학사가 나직한 어조로 차분하게 물었다.

“내가 누군지 알고 왔는가?”

물론이다. 놈이 함께 한 동료들을 죽이는 파렴치한 놈이란 것을 잘 알고 왔다. 그냥 보통의 악인보다 더 치사하고 악질적인 놈이다. 믿음을 배신하고 뒤통수를 치는 자였으니까.

“알고 온 것이 네겐 큰 문제지.”

안으로 들어선 내가 조용히 문을 닫으며 말했다.

“추잡스러운 개새끼라는 것 알고 왔으니 목소리 깔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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